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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의 출범과 우리의 아프리카 시장 인식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재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브라질학과 교수 2020/01/02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nent Free Trade Area: AfCFTA)의 출범과 전망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이 주도하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nent Free Trade Area: AfCFTA)가 지난 5월 30일 공식적인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약 12.5억 명의 인구와 약 3조 달러 이상의 GDP를 시현하는 세계 최대의 거대 시장이 출현하였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AfCFTA는  AU의 55개 회원국 중 협정에 동의하지 않은 에리트레아를 제외한 54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았고 2019년 11월 말 기준으로 28개국이 이를 비준하였다.

 

AfCFTA는 아프리카연합의 「아젠다 2063: 우리가 원하는 아프리카(Agenda 2063: The Africa We Want)」의 주력 프로젝트 중 하나로 통합경제권 형성을 통한 아프리카의 경제·사회 발전과 역내 국민들의 복지 향상 및 삶의 질 제고에 목표를 두고 있다.1)


다시말해 AfCFTA는 아프리카 대륙 내 모든 국가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자본 및 자재 그리고 인력의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서 역내 무역을 증가시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궁극적으로 역내 빈곤 감소에 기여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AfCFTA는 멀리는 1979년의 「먼로비아 선언(Monrovia Declaration)」, 가까이는 1991년의 「아부자 조약(Abuja Treaty)」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먼로비아 선언은 아프리카연합의 전신인 아프리카단결기구(Organisation of African Unity: OAU)의 회원국 정상들이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한 아프리카의 경제사회적 발전에 있어 개별 국가 및 집단적 자립을 위한 지침과 방안을 약속한 선언문이며, 「아부자 조약」은 아프리카연합이 유럽연합에 근접한 수준의 「아프리카경제 공동체(African Economic Community:  AEC)」를 구성하는데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이 합의한 조약이다.2) 이는 AfCFTA 그 자체가 지향점이 아니라 아프리카경제공동체라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교량임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연합의 과거 아젠다와는 달리 AfCFTA는 아프리카 회원국 간 매우 신속한 합의를 도출하며 비교적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16년 2월 「제1회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 협상포럼(AfCFTA negotiation Forum: AfCFTA-NF)」이 열린 이래 「제1회 고위급 무역공무원 회의」와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무역장관회의(African Union Ministers of Trade: AMOT)」가 2016년 5월에 개최되었다. 2017년 1월의 「제28차 아프리카연합 국가 정상 정기회의」에서는 니제르의 마하마두 이수푸 대통령이 AfCFTA 협상을 이끌 것을 위임받았으며, 2018년 1월의 「제30차 아프리카연합 국가 정상 정기회의」에서는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다. 지난 5월 30일에는 22개 국가의 비준을 받아 AfCFTA가 공식적인 출범을 선언하였으며, 2022년 까지는 공동시장을 구성하고 2027년까지 아프리카 단일 공동시장의 구성과 범아프리카 경제통화 연합, 단일통화 구축, 범아프리카 의회의 창설, 아프리카경제공동체(Africa Economic Community: AEC)의 집행부 기구 수립 등 야심찬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AfCFTA의 출범에 대한 전망이 온전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부정적인 의견 역시 존재한다. 긍정적인 전망은 AfCFTA가 관세를 철폐함으로서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여 현재 16%정도에 불과한 아프리카 대륙의 역내무역수준을 53%로 끌어 올린다는 전망이다.3) 이와 같은 역내무역의 활성화는 역내 가치사슬의 구축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일자리도 늘어나 대륙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도로, 항만, 에너지 등 열악한 인프라 네트워크의 구축과 제도의 개선 등 지난한 과제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프리카연합의 55개 회원국 중 32개국이 최빈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개별 국가의 독자적인 인프라 네트워크의 구축은 그리 쉽지 않은 과제이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역내 가치사슬이 그리 쉽게 구축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모든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부자 조약을 축으로 아프리카 경제통합으로 나아가고자하는 아프리카연합의 의지는 매우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AfCFTA가 아부자 조약에서 계획한 이행 계획대로 진전되지는 못하고 있으나 아프리카연합이 아프리카 경제통합의 원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결국 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출현은 시간의 문제이며 다소 늦게나마 출범을 선언한 AfCFTA가 아프리카 경제통합을 향한 아프리카연합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fCFTA는 아프리카의 경제 및 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변곡점이다. 현재까지 AfCFTA는 관세 협상이 종료되지도 않았고 원산지 규정이 합의되지도 않았지만 아프리카연합은 AfCFTA의 사무국이 활동을 개시하는 내년 7월 까지 관세와 양허안, 그리고 원산지 규정 등 필요한 제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그리고 AfCFTA가 관세동맹으로 발전하여 통합역외관세를 실행하는 단계로 들어서면, 아프리카제조품이 아닌 제품, 즉 “Non-Made in Africa”상품은 대륙으로의 수출 시 관세와 쿼타(quota)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참으로 빈약하다. 예를 들어 경제전문지나 중앙지 등 신문, 방송 매체에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에 대한 기사는 2019년 1월 1일 이후 단 5건 뿐이었으며 그나마 AfCFTA의 출범이 우리의 대아프리카 무역에 던지는 시사점을 다룬 심층 분석 기사는 전무하였다.4) 이는 아프리카와 우리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일반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시장다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반복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경제적, 산업적 구조를 바꾸는 AfCFTA의 출범도 소수의 아프리카 지역연구자나 지역전문가, 혹은 몇몇 국책연구기관이나 정부 부처 내의 극소수의 아프리카 담당자들만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에 불과하다.

 

2002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우리는 한때 아프리카 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부르며 수출 및 투자 다변화의 일환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주목하자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떠오르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접근은 곧 지속성을 상실하여, 이제까지도 변변한 중장기적인 대아프리카 경제적, 산업적, 외교적 접근 로드맵도 없다. 2006년과 2016년에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각각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등 한-아 협력의 기초를 다지기도 하였지만, 지난 20년 간 우리의 대아프리카 교역 및 투자가 늘 1% 내외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정부와 기업이 변화하고 있는 아프리카라는 신흥시장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아프리카 연구자나 지역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저조한 대아프리카 교역의 원인을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낮은 관심과 이해도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등 경제구조가 전반적으로 상향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5) 실제로 아프리카의 성장률은 2019년 기준 약 5.24%로 세계성장률(5.08%)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의 성장률도 세계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림 1] 참조).

 

 

이와 같이 변화하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아프리카 시장이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는 말은 아프리카 지역 연구자나 전문가들이 십수 년간 되풀이 강조해 왔으나 AfCFTA 출범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아프리카가 더 이상 블루오션 시장이 아닐 수 있다.

 

강력한 시장 경쟁자인 중국, 유럽, 미국 등은 AfCFTA의 출범을 대비하며 우리보다 크게 앞서 가고 있다. 아프리카 제일의 교역 파트너인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의 40여개국과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유럽은 Everything-but-Arms(EBA)를, 미국은 아프리카성장기회법(Africa Growth Opportunity Act: AGOA)을 발판으로 아프리카와 교역을 강화하고 있다. AfCFTA의 출범으로 이들의 시장 지위가 크게 강화되고 있음은 물론, 이들 사이에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기업 차원에서도 시장선점 경쟁강도는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닛산, 토요타, 스즈키, 폭스바겐과 같은 다국적기업은 내년(2020년) 중반기 혹은 후반기가동을 목표로 AfCFTA의 사무국이 들어서는 가나(Ghana)에 자동차 조립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6) 이들은 AfCFTA의 출범이 보내는 시그널을 명료하게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즉, AfCFTA의 혜택을 누리려면 역외 기업이 직접투자를 통하여 현지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면 아프리카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맺음말
AfCFTA의 출범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일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프라와 거버넌스, 불안정한 정치상황 등 작지 않은 기업환경적 리스크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시장이 어디에 존재하던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우리 기업은 예상 수익과 리스크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인식과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아프리카 시장 기회를 놓치고 있는 모양새다. AfCFTA가 차츰 형태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은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선점 기회를 놓치고 결국 접근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추격형 전략을 다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AfCFTA는 1단계 협상을 내년 7월 까지 완료하고 경쟁의 원칙, 지적 재산권 등 2차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나, 1단계 협상 완료 전에 26여개국의 비준 절차를 끝내야 하는 문제 등 AfCFTA의 정상적인 작동에 필요한 선결과제가 산적하여 있다. 아부자 조약의 계획 원안보다 AfCFTA의 이행이 이미 늦어졌으며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의 조정, 지역경제공동체와의 정책 조화 등 간단치 않은 선결과제들로 인하여 AfCFTA 이행 스케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7) 상황에 따라서는 3년에서 5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따라서 우리는 이와 같은 마지막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본격적인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에 앞서 신흥시장인 아프리카 진출의 필요성에 대하여 정부와 기업의 이해도와 관심의 제고가 필요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각주
1) 「아젠다 2063」은 아프리카단결기구(Organisation of African Unity: OAU)의 창설 50주년을 기념하고  다음 50년이 되는 해인 2063년 까지 아프리카를 주도적인 글로벌 주체로서 거듭나게 하고자 계획한 청사진으로, OAU를 승계한 아프리카연합(AU)에 의하여 2013년 5월 발표되었다. 「아젠다 2063」은 범아프리카주의의 기치 아래 단결, 자주, 자유, 진보와 집단적 번영을 추구하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성장의 성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의 전신인 아프리카단결기구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의 철폐 등 정치적인 역내 아젠다에 치중하였다면 아프리카연합은 「아젠다 2063」라는 전략틀을 통하여 포용적인 경제사회개발, 아프리카 대륙 및 지역 통합,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평화, 안보에 초점을 두어 아프리카가 세계무대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글로벌 주체로서의 위치를 재정립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료:  African Union. 2019).
2) OAU. 1991, p.3
3) Sarah Rundell. 2019.
4) 2019년 1월1일부터 12월20일 까지 빅 카인즈의 검색에 의하면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 혹은 AfCFTA라는 어구를  포함한 기사는 단 37건 정도에 불과하였다. 자료: 빅카인즈. 2019. www.bigkinds.or.kr/ (검색일: 2019.12.20.).
5) 박영호. 2018. p.118.

6) Modern Ghana. 2019.
7) 예를 들어 AfCFTA의 계획은 올해(2019년) 내에 자유무역지대를 관세동맹(Custom Union)으로 발전시키고 공동역외관세를 확정하기로 하였었으나 계획대로 이행되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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