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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신정부와 암호 화폐 시장

아르헨티나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교수 2020/01/06

아르헨티나의 신정부 출범과 경제 현황
지난 12월 10일 아르헨티나에서 중도좌파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했다. 친시장주의자인 마크리 우파 집권 4년을 마감하고 다시 포퓰리스트 좌파 정부가 등장했다. 아르헨티나는 마크리 집권으로 친시장적인 개혁을 추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실패했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평가절하, 높은 인플레이션, 디폴트 선언 우려, 빈민율 증가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이 50%를 넘지 않기를 바라고 있고, 1,000억 달러 부채를 국채로 변제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빈곤율은 40% 이하로 낮춰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좌파정부의 정책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신임 대통령은 사실상의 디폴트(virtual default)를 사회 계층간 격차를 줄이고. 내수시장을 진작시키기 위해 저리의 신용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에는 마크리 경제팀과 협의해 중앙은행이 페소화 평가절하와 더불어 외환보유고 보호를 위해 자본 규제(Capital Control)를 발표했으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 정부의 경제 수장에 IMF를 비판하는 마르틴 구즈만(Martín Guzmán)을 임명하면서 국제금융시장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경제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비트코인(Bitcoin)을 포함한 암호 화폐들의 거래가 2019년 한 해 동안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남미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암호화폐의 거래 규모와 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암호화폐가 어떤 국가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신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 마다 암호화폐의 거래량과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아르헨티나의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위기에 수익성이 높은 비트코인
아르헨티나에 암호화폐가 소개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정확한 용어 정리도 되지 않아, 암호 자산(crypto-assets), 암호 화폐(cryptocurrencies),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ies), 가상 자산(virtual assets) 등으로 혼용되고 있다. 암호 화폐 중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다른 암호화폐보다 인기가 높은 이유는 아래 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래 <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년 12월에 10만 달러를 투자했을 때 2019년 10월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평가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페소에 10만 달러를 투자했을 때는 96만 9,000 달러로 페소를  샀다면 지금은 1만 6,225 달러 가치 밖에 없다. 반면에 2015년 12월에 10만 달러로 비트코인을 275.44 BTC를 샀다면 2019년 10월 기준으로 252만 33.29달러의 가치를 지니니 242만 333.29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83% 정도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아파트(Departamento), 금(ORO), 주차장(Chochera)에 투자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비트코인의 수익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수익을 반영하듯 2019년 아르헨티나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림 1>는 아르헨티나의 비트코인 거래량의 변화를 보여준다. 2018년에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2019년에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하겠다는 발표를 할 때 더 증가한 것으로 알 수 있다. 8월에 치러진 예비대선(PASO, Primarias, Abiertas, Simultáneas y Obligatorias)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비트코인 거래는 폭증했고, 지난 10월 31일 비트코인 구매를 위한 카드 결제 금지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도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20일 신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도 비트코인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대체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평가절하, 재정적자 등과 같은 경제 불안정성이 높은 국가들에서 활성화 되는 측면이 있고, 정치 불안정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위험 회피용으로 선택되고 있다.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암호 화폐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했다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정통화로 진화하려는 비트코인
이미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은 암호화폐의 투자 수익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암호화폐 투자에서 대부분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위기 시 피난처로서 암호화폐시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시험장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37개 도시에서 비트코인으로 대중교통 카드인 수베(SUBE)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130개 상점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고 있다. 비트코인 ATM 기계가 11곳에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반영하듯 최근 발표된 보도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비트코인이 거래가 많은 도시가 되었다. 아르헨티나 최대 여행사인 가르바리노비아헤스(Garbarino Viajes)가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수용하고 있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아르헨티나 인터넷 쇼핑몰인 메르까도 리브레(Mercado Libre)도 브라질에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텍스(Bitex)는 암호화 경제 시스템(crypto-economic system)에 민간은행의 진입을 유연하게 할 계획이다. 중앙은행이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직접 은행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중남미에서 법정통화 게이트를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대상 국가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선정되었다. 라타멕스(Latamex)라고 불리는 게이트는 바이낸스 법정통화 게이트웨이 하에서 가동되며, 이를 통해 바이낸스의 중남미 사용자들은 지역 디지털 자산 결제 네트워크인 세틀 네트워크(Settle Network)와 연계하여 직접 암호화폐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랫폼은 우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개통되어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로 암호화폐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용자들은 비트코인(BTC), 바이낸스 코인(BNB), 이더(ETH),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 USD(BUSD)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외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현지 화폐로 전환하려고 하는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2019년 9월까지는 월 1만 달러로 비트코인 구매를 제한했다가 10월 27일에는 자본 규제를 통해 2019년 12월까지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달러를 은행계좌를 통해 월 200달러와 현금 100달러로 제한했다. 정부가 발표한 외환 거래 제한 조치는 오히려 비트코인 산업 성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환 규제를 할 때 마다,  점진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 화폐 시장이 중산층의 전통적인 대안이었던 미국 달러와 증권거래소(OTC Exchanges)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2019년 11월 기준 1 BTC는 12,759 달러에 거래되었는데, 다른 국가들에 비해 38%나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LocalBitcoin에서 총 1,940만 페소 정도 거래되었다.

 

암호화폐 규제 회색지대
현재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돈세탁방지법 25,246호와 27,430호에 근거한 300/2014 결의안(Resolution 300/2014) 뿐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정부가 발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으로 분류되지도 않고 있으며, 세제개혁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상업화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소득세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내외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의 1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세제개혁법안의 주요 목적이 금융 소득 과세이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20년 1월 1일에서 2029년 12월 31일 사이에 공표될 것으로 보이는 27,506호 법령에는 소프트웨어, 컴퓨터와 디지털 서비스, 전자 및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상품, 나노기술과 과학, 항공우주와 인공위성 산업, AI, 로봇 및 산업 인터넷,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행시기를 10년 간으로 예정하고 있어 언제 적용될지 알 수 없다.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
현지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조세서비스를 담당하는 연방국세청(Administración Federal de Ingresos Públicos, AFIP)이 규제를 명확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9년 11월 상원에서 금융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신중한 해결책으로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11월 20일 실비아 엘리아스 데 페레스(Silvia Elías de Pérez) 상원의원이 “아르헨티나 디지털 경제: 암호화폐, 장정과 단점” 토론회를개최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와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기술적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암호화폐로 자본이 몰리는 이유가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 하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있, 이런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달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환 부족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이런 문제들을 다소 해소시켜 인플레이션과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재무부와 같은 정부와 암호화폐 시장 팽창에 부정적인 입장인 사람들은 우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화폐 가치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앙은행 대표인 이반 운데와트(Ivan Hundewadt)은 비트코인의 글로벌 및 시스템적인 위험성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위험성, 휘발성, 컴퓨터 파워로의 화폐집중, 구매력의 익명성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입장은 암호화폐가 자본 유출의 익명성을 가지기 때문에 또 다른 자본 유출 통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이버 법률 전문가인 호아나 카트리나 팔리에로(Johana Caterina Faliero)는 암호화폐는 대규모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의 화폐 발행권 독점을 깰 수 있고, 새로운 화폐에 대한 혁신적인 규제 틀이 필요한데, 많은 장점도 있지만 많은 문제(도전)도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사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은 신정부가 경제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그 정책이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페르난데스 신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많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자본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이 없는데, 국민들은 투기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적응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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