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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RCEP 불참은 더 나은 협상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 인도의 관점

인도 Surendar Singh Engineering Export Promotion Council Senior Deputy Director 2020/01/06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태국 방콕에서 마무리되었다. 인도는 협상 막바지에 RCEP이 인도가 가지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며 불참을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다. 인도가 자발적으로 RCEP 불참을 결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도가 인도-태평양 협력이라는 큰 그림 하에서 아시아 경제체와의 경제적 및 전략적 유대관계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포괄적 전략인 ‘Act East Asia(AEP)’ 정책의 핵심이 RCEP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인도의 RCEP 불참 결정이 RCEP 참여국, 특히 중국과 더 나은 협상을 하기 위한 보다 큰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여타 선진국과 함께 중국에 엄청난 경제적 및 정치적 압박을 가하며, 이를 통해 중국의 산업 및 무역 정책을 개편하고 공정한 무역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미국의 대중 수출량이 많지 않아, 미국의 일방적 공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무역 조치가 불러일으키는 파급효과를 목도하고 있으며,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대미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은 RCEP이 미국과 불거진 무역 분쟁의 파급 효과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 조치를 통해 중국에 가하는 공세가 거세지면서, 중국에서는 RCEP을 가능한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는 중국에 경제적 및 정치적 압력을 가하여 RCEP 내에서 기존보다 훨씬 더 좋은 협상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RCEP 불참
거의 8년 동안 이어진 격렬한 협상 끝에 결국 인도는 RCEP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도의 이 같은 결정은 일본, 한국, 호주 등 인도의 핵심 경제 및 전략 파트너에 있어 큰 타격이다. 인도가 RCEP 불참 입장을 취한 것은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겪었던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도가 RCEP에 참여를 거부한 이유는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인도는 이미 RCEP 참여국 가운데 12개국, 즉 아세안 10개국, 일본 및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따라서 RCEP에 참여한다고 해서 FTA를 바탕으로 이미 관세 없이 교역하는 12개국과의 사이에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는 곧, 인도의 입장에서 수입관세를 상당 부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중국에서 제조된 저가 수입품이 대량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는 인도에 있어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인도는 아세안, 일본, 한국을 포함하여 RCEP 참여 15개국 가운데 11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고, 무역적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04년에는 70억 달러이던 무역적자는 2019년에 1,05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도는 무역 자유화가 더욱 진행될 경우 수입량이 증가하여 무역적자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의 입장에서 더욱 걱정인 것은, RCEP 국가와의 총 무역적자 가운데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5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도가 RCEP 참여를 꺼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상품이 인도 시장으로 밀려들어와 인도 국내 생산자를 가사상태로 만들 수 있다.

 

 

RCEP 하에서 유입되는 저렴한 수입품은 모디 정부의 “Make in India” 프로그램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주력 프로그램에 지장을 자초하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지 않는다. 인도의 보호주의자 로비 세력이 협정 좌초를 위해 활발히 활동했다는 의혹 또한 있었다. 인도의 낙농 부문은 7,000만 인도 농민 가정에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주요 원천이다.


낙농업 강국으로 유명한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는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지만 인도의 낙농업은 대부분 소규모이다. 인도는 낙농업 규모가 큰 뉴질랜드나 호주에서 저렴하게 들어오는 우유 또는 유제품이 인도 낙농민의 생계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인도의 최근 경제 둔화 및 낮은 거시경제 지표 또한 상황을 악화시켰다. RCEP 가입은 곧 인도 산업에 있어 재앙이라는 주장이 널리 퍼졌었다.

 

RCEP이 인도에 지니는 중요성
RCEP은 호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역내 5대 경제체를 모두 아울러 지역 차원의 무역협정으로 묶는 야심 찬 협정이다. 상품교역, 서비스, 투자, 경쟁, 지적재산권 및 기타 경제협력 및 기술협력 분야를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전 세계 최대 무역권이 형성될 것이다. RCEP 참여 국가는 모두 합쳐 전 세계 국내 총생산의 3분의 1, 전 세계 상품교역의 27.4%, 전 세계 서비스교역의 23.0%를 차지하고 있다.

 

RCEP은 아태지역에서 인도가 가지고 있는 전략적 및 경제적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인도의 “Act East Policy”를 실현할 수 있는 결정적 플랫폼이다. RCEP 협정은 글로벌 무역 거버넌스의 모습을 기존의 WTO 주도형 다자적(multilateral) 거버넌스에서 소다자적(plurilateral) 거버넌스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인도의 입장에서 RCEP의 잠재성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RCEP은 인도 기업이 고소득국가와 중간소득국가 등을 아울러 GDP 기준 총 17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 보다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둘째, 인도 기업이 아시아 공장(AsiaFactory)을 구성하는 “아세안 생산 네트워크(Asean Production Networks)”에 합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다른 RCEP 회원국과의 무역 및 투자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Amitendu Palit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자신이 수행한 “아시아 지역 공급망: RCEP 내에서의 인도의 입지와 가능성 점검(Regional Supply Chains in Asia: Examining India’s Presence and Possibilities in the RCEP)” 이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RCEP 참여국의 글로벌 공급망 내 전방 및 후방 연결고리를 설명한다. 후방참여(backward participation)란 한 국가의 총수출 가운데 외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전방참여(forward participation)란 제 3국에의 수출에 사용되는 국내 창출 부가가치를 의미한다.

 

<그림 1>을 통해 현 RCEP 참여국의 전방참여 및 후방참여 상황 및 이들 국가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관한 흥미로운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중국, 한국,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나라는 후방참여가 활발하다. 즉, 이들 국가의 수출품에 외국산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호주,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같은 나라는 자국 수출품에 국내 생산품을 더욱 많이 사용한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전방참여율이 더 높다.

 

 

수출에서 국내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들 일부 국가(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천연자원 수출에 있어 비교우위가 있으며, 제 3국에 수출에 필요한 중요 소재를 공급하는 나라임을 시사한다. 또한, 일본과 한국은 혁신주도형 경제체로 반도체, 집적회로, 전자제품 및 컴퓨터 부품 등 다양한 중간재 공급에 있어 비교우위 및 강점을 가진 국가이다. 그러나, 후방참여율 및 전방참여율에 있어 인도의 입지는 다른 RCEP 참여국에 비해 비교적 약하다. 인도의 글로벌가치사슬 참여도는 다른 RCEP 참여국 평균 대비 낮은 편이다. 그러나 RCEP은 인도에 역내 가치사슬에 편입하여 인도의 진정한 경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Act East Policy”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기도 하다.

 

RCEP은 인도가 아직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지역 가치사슬에 편입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인도는 RCEP 불참 결정으로 자국의 경제적 및 전략적 이권을 스스로 해치는 셈이다. RCEP이 약속하는 관세 축소가 이루어지면 인도는 중국 및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하여 저가 생산품의 주요 공급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것은 인도에 투자할 기회를 간절히 찾고 있는 중국, 한국, 일본으로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황금과도 같은 기회이다. 일례로 한국 기업 다수는 전기자동차 및 일반자동차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RCEP에 합류함으로써 인도는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과 투자의 연계’를 구축하여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및 제공을 통해 수출을 유발하고 지역 차원 및 양자 차원의 가치 사슬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RCEP은 인도가 서비스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비교 우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도는 IT와 ITES, 비즈니스 통신, 보건의료, 교육 및 기타 관련 산업 등 여러 핵심 부문에서 서비스 수출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와 제조업의 결합으로 제조업의 서비스화 (servicification)라는 새로운 현상이 만들어졌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인도가 서비스 수출에서 가지는 강점이 더욱 중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인도 기업이 RCEP의 서비스 주도형 지역 가치사슬에 합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며, 인도는 RCEP 국가의 주요 제조기업에게 주요 서비스 제공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회원국 일부와 인도 사이에 맺어진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보완할 수 있다. 일본 및 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도 마찬가지다. RCEP은 “누들볼 효과(Noodle Bowl Effect)”1) 를 유발하여 협정의 효과적 활용을
저해하는 협정 간 중첩에 관한 우려 및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RCEP은 인도가 무역 관련 규정 및 규제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 무역 비용을 줄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호주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므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경제통합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목표 달성에도 도움을 준다. 인도가 역내 중요 경제권역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일원이 아닌 것을 감안할 때 이 점은 특히 중요한 요소이다. 인도가 RCEP에 참여하면 호주, 중국, 일본, 한국과의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CPTPP 및 인도 경제 내 무역 보호주의 대두에 따라 발생 가능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RCEP은 인도가 제조업, 무역, 투자, 경쟁 및 무역 관련 인프라 부문을 위시로 하여 여러 가지 과감한 경제개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것이다. 이들 개혁은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이루어져 RCEP 협정의 혜택을 최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인도 경제의 경쟁력 또한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인도는 RCEP 참여국, 특히 중국과 더 나은 무역협상을 타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2020년 2월까지 기회는 아직 열려 있으므로, 인도 정부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고 다음 무역협상에서 협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까다로운 입장만을 고수할 경우 되려 인도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인도는 대규모 무역 협정의 일원이 되어 RCEP 주도의 지역 가치사슬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이다. 아태지역 지경학적 및 전략 지정학적 역학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태지역 내 포괄적 무역협정이 인도의 경제 및 전략적 이권 보호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도가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각주

1) 누들볼 효과(Noodle Bowl Effect) : 동시에 여러국가 혹은 지역조직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게 되면 국가마다 다른 원산지(C/O)규정을 적용해 통관절차, 표준 등을 확인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더 많이 들어 원래 기대했던 거래비용의 절감효과가 반감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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