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가입할 것인가?

우즈베키스탄 김영진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2020/01/13

우즈베키스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지정학적인 이슈
2019년 10월 2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Valentina Matviyenko) 러시아 연방회의 의장은 타슈켄트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유라시아경제연합(이하, EAEU) 가입 문제를 매듭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실제로 가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20여년에 걸친 우즈베키스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정학적 전환이자 그 대외정책에 있어서 결정적인 도전의 순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서는 여론의 지지를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국익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1991년에 독립한 후 우즈베키스탄의 대외정책은 두 가지 기본 원칙에 바탕을 두었다. 모든 주요 강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균형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원칙과 경제적·군사적 양 요소를 가진 다자적 통합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것인데, 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관심사가 양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두어졌기 때문이다. 이 원칙들은 우즈베키스탄의 대외정책 개념으로 확정되어 2012년 의회의 승인을 거쳤다. 한 동안 우즈베키스탄은 이 엄격한 행동강령을 준수하여 EAEU에 가입하려는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와중에 타슈켄트를 방문한 마트비옌코는 우즈베키스탄이 곧 EAEU에 가입할 것이며, 우즈베키스탄의 가입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간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양국 간에 존재하는 장애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마트비옌코의 이러한 언급은 EAEU가 진정으로 동등한 회원국들의 동맹이 아니라 러시아 중심의, 러시아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타슈켄트를 방문한 러시아 상원의장의 이 발언은 우즈베키스탄이 과연 EAEU에 가입할 것인지, 그렇다면 우즈베키스탄의 가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이처럼 자국에 중대한 사안에 대한 발표를 우즈베키스탄 당국에 앞서 러시아 정치인이 발표한 사실을 두고 자국의 정치적 절차를 무시한 처사로 바라보기도 했다. 게다가 마트비옌코의 발표는 마치 우즈베키스탄이 이미 EAEU 가입을 결정했고 남은 것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읽혀졌으나,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한편, 마트비옌코의 발표 시기와 내용은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압박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러한 해석을 무마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사포예프(Sodiq Safoev)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강하고 독립적인 지도자이며 오직 우즈베키스탄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어떠한 압력도 가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은 EAEU 문제에 대해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기존의 중앙아시아 EAEU 회원국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러시아는 자국이 원하는 바를 이룬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EAEU 가입을 결정했는가?
2019년 6월 21일 우즈베키스탄 상원의 제20차 본회의 연설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체들이 전통적인 수출시장에 접근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가 언급한 EAEU 가입이라는 해결책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수도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러시아 및 EAEU 회원국들(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이 우즈베키스탄의 대외무역에서 7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AEU가 공동제품표시기준(CPMS: common product marking standards)을 채택하고 나면 우즈베키스탄 제품이 차별과 추가적인 제약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문제를 철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EAEU에 가입하는 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언젠가 러시아 주도의 지역 블록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러시아 주도의 통합그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정책에서 중요한 이탈을 의미한다. 그의 전임자인 이슬람 카리모프(Islam Karimov) 대통령은 구소련 공간에서의 어떠한 새로운 형태의 통합에 대해서도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통합이 회원국들 간에 불평등한 관계를 야기하고 러시아의 패권주의로 인해 불가피하게 정치화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미르지요예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 특히 카밀로프(Abdulaziz Kamilov) 외무장관은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연합에 가입할 계획이 없으며, 그러한 조치는 우즈베키스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게다가 툴랴가노프(Shavkat Tulyaganov) 전 대외무역부 차관은 “유라시아연합 가입은 우즈베키스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이 EAEU 주요 회원국(즉,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과의 무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장벽을 제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5개 인접국 중 2개국이 EAEU에 이미 가입한 상황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한 발언은 우즈베키스탄이 EAEU에 미가입 상태로 남는 데 따른 비용은 국내 경제의 손해를 증가시킬 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즉,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EAEU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은 EAEU 가입에 대해 숙고하고 있지만 이웃의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경제협력의 실익보다 EAEU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해 못마땅해 한다. 마트비옌코의 발표에 하루 앞서 열린 EAEU 정상회의에서 토카예프(Ka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EAEU가 다른 나라로 회원 가입을 확대하기보다는 협력의 질과 무역 기회 확대에 주력할 것을 요구했다. 제옌베코프(Sooronbay Jeenbek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서로 간의 진정한 경제협력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서로 논쟁을 벌이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EAEU에 가입을 둘러싼 찬반의 논리
여러 분석가들과 정치 관측통들은 우즈베키스탄이 EAEU에 가입할 경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AEU는 유용한 경제협력을 위한 메커니즘이라기보다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의도를 내포하는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취약한 기구이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의 가입에 따른 대부분의 혜택은 러시아에 돌아가고 그 비용은 우즈베키스탄에 넘겨지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EAEU 협정이라는 덫에 갇혀 우즈베키스탄이 점차 러시아의 통제권 내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새로 접근하려는 시장은 러시아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거나 러시아의 묵인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권력의 지위를 갖게 되고 과거의 선례대로 마음만 먹으면 불공정한 게임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EAEU 가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 중 하나는 러시아를 타깃으로 하는 이른바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리스크인데, 러시아가 EAEU의 총 GDP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우즈베키스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단점은 국경을 개방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은 자국의 상품만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EAEU 국가들의 상품들도 우즈베키스탄으로 자유롭게 유입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경제의 특정 부문이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기업들과 심각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데 따른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우즈베키스탄의 기업들은 아직 러시아 제조업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준비가 되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EAEU와의 협력에 대한 찬반양론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EAEU 참여가 자국의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에 앞서 농산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녹색 회랑(간소화된 통관제도)을 개설했으며, 2020년부터는 발트 3국,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과도 유사한 회랑을 개설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이 EAEU의 정식 회원국이 되면 생산자들은 EAEU 시장에 유리하게 진출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고, 노동 이주자들에 대한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고, 이에 더해 러시아의 투자와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우즈베키스탄 경제가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가 자국 경제에 대한 중대한 투자의 원천이고, 러시아가 EAEU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현대적 기술이 우즈베키스탄의 산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중국의 투자에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즈베키스탄 엘리트들은 주변 국가인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예를 통해 중국의 투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보아왔기 때문에 중국의 투자를 선뜻 환영하지는 않는다.

 

모든 EAEU 회원국들에게 중대한 긍정적인 요인은 공동노동시장의 창설이었는데, 이를 통해 노동 이주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만도, 노동 이주자들은 라이선스를 구입하고 갱신하는 데 연간 20억 달러를 쓴다. 이주민들에게 EAEU 가입은 러시아에 도착한 후 6개월이 지나면 정식 국민과 동일한 납세자의 범주로 옮겨진다는 의미이고, 개인소득에 대해 30%의 세금을 내는 대신 13%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는 의미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 이주자들의 경제적 상황의 개선과 그들이 매년 고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의 증가는 그들의 가족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경제 전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EAEU 가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즈베키스탄을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 무역구조로 끌어들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가입을 보류 중인 타지키스탄의 가입은 러시아를 제외한 EAEU의 인구를 두 배 이상 증가시킬 것이다. 중국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지만, EAEU 회원국들은 여전히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최대 무역파트너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중심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카자흐스탄에 뒤쳐지지만 중앙아시아 국가 중 단연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즈베키스탄을 EAEU에 가입시키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불참으로 인해 출범 당시부터 상처를 입은 EAEU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여전히 중국보다 EAEU 회원국들과 더 많은 교역을 하고 있으며, EAEU 가입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노동 이주자들의 조건을 개선시킬 것이다. 두 가지 요인 모두 타지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타지키스탄은 지금까지 EAEU 가입을 보류해 왔다.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는 EAEU에 가입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데, 이 이슈가 자국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비판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은 EAEU에 가입하는 것이 앞으로 우즈베키스탄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부 보도와 분석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수년 간 EAEU에 옵서버 자격을 신청하여 유지할 수도 있으며, 이는 우즈베키스탄으로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보다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간을 버는’ 정책을 택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2020년 2월로 예정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서 이러한 방향으로의 중요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