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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미-이란 갈등과 러시아의 대중동 접근 전략

이란 김은비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과 조교수 2020/02/05

솔레이마니의 사망
2020년 새해 벽두는 중동발 충격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한다고 알려진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피살된 것이다. 그는 내년에 있을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 유력한 당선자로 거론될 만큼 국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예비 정치인이었다. 이란뿐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 시아파 벨트 내에 있는 국가의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관리, 감독하고 유사시 이들의 군사작전을 지휘하던 외교관이자 군인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을 이끈 국가적 영웅이었다. 이런 거물이, 한 정상국가의 군 고위지휘관이 전격적으로 피살된 것이다.

 

솔레이마니 피살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꺼렸던 작전이다. 이란 내부는 물론이고 친이란 성향 국가 무장조직으로부터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도 예상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을 이용해, 그것도 제 3국에서 솔레이마니를 제거하였다. 그리고 국제법 위반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이란이 미 대사관 4곳을 폭파하려 한다는 임박한 위협이 있어” 이런 작전을 승인했으며 솔레이마니는‘이미’ 테러조직으로 지정되어있는 이란혁명수비대의 지휘관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위협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자신의 탄핵 소추를 앞두고 공화당 내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 이벤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이정표이다. 두 국가 간 갈등의 뿌리를 1951년 이란의 총리인 모사데크 축출사건으로부터, 혹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있었던 주이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부터 보는 시각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최근의 사건은 트럼프의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합의 파기였다. 이 합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지난한 노력을 통해 다자간에 이루어낸 것으로 이란의 핵을 공개적으로 관리하는 대가로 미국, UN, EU 등의 삼중 경제제재를 완화해줌으로써 오랜 양국의 갈등 관계를 개선해 줄 수 있는 계기로 인식되었다.

 

미국의 대중동 외교 변화와 미-이란 관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일방 파기는 변화한 미국의 대중동 외교정책의 일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아시아로의 회귀 및 재균형’ 전략을 천명하고 중동 문제에 대해서는 간접적이고 다자주의적인 해결방식을 택하였던 미국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확대중동구상’을 통해 필요시 정권까지 교체할 수 있다고 나섰던 적극적인 입장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중동보다는 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역량을 더 투입하고,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에 더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반성, 그리고 셰일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 되면서 중동의 석유에 대한 중요성이 감소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전반적인 외교정책의 흐름은 2011년 및 2014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으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결합하여 시리아전에서의 소극적인 개입, JCPoA 파기, 최근 시리아전에서 쿠르드족을 방기하며 내려진 철군 계획으로까지 연결 되었다.

 

미국의 JCPoA 탈퇴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다시 부과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변도로 변해갔다. 양측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위협하였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는 긴장이 고조되었다. 양국의 관계 악화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유조선 피습, 각국의 드론 격추, 사우디 아람코 시설에 대한 공습 사건 등으로 현실화되었으며 이 모든 사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의 배후설을 주장하였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JCPoA 파기 이후 작년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협상의 이행 범위를 단계별로 축소하고 있다. 그리하여 JCPoA에서 합의했던 우라늄 농축 한도 제한(3.67%)을 넘기고, 저농축 우라늄 생산 보유 한도(300kg)를 파기하였으며, 결국 작년 11월부터는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였다. 솔레이마니의 피살은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 악화 선상에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인명피해 없는’ 이란의 보복으로 전면적인 전쟁의 고비는 넘겼으나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골을 좁히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대중동 외교 변화
미국의 대중동 외교 방향의 변화는 중동지역 내에서 힘의 공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러시아가 그 공백을 빠르게 차고 들어왔다. 사실 러시아는 석유 자급이 가능한 국가로, 전통적으로 중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그러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크림반도 병합 문제로 국제적 제재가 가해지고 유가까지 하락하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대외관계에 있어 대안을 찾게 되었으며 이때 부상한 것이 중동이었다. 이에 러시아는 2011년부터 지속한 군사원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15년에는 시리아전에 전격적으로 직접 개입함으로써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러시아는 적극적인 융단폭격으로 시리아 전쟁을 아사드 정부군의 승리로 이끈데 이어, 작년 10월 터키와 미국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자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등 역내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도 얻어냈다. 러시아는 쿠르드족의 도움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동맹으로서 함께 싸웠던 쿠르드족을 방기한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러시아의 광폭외교는 많은 실리를 가져다주고 있다. 러시아는 NATO 국가인 터키에 미국의 패트리어트를 제치고 러시아산 S-400을 판매한데 이어, 시리아전에 참전한 것을 계기로 시리아의 라타키아와 타르투스에 기지를 건설하여 지중해로 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얻어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역내 전통적인 친미 국가들과도 빠르게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2015년 이후 무려 아홉 차례나 러시아를 방문하였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도 크게 개선되었다. 셰일 혁명으로 국제시장에 미국산 원유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최대 산유국인 양국이 산유량을 놓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작년 9월 사우디 아람코 시설 피격 이후에는 러시아산 대공미사일 S-400의 구매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작년 10월 푸틴 대통령은 12년 만에 사우디를 방문해 협력 강화를 위한 20여 건의 협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쿠르드족 방기 사건을 목격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미국에만 온전히 의존할 수 없으며 외교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솔레이마니의 사망과 러시아
중동 내에서 약해지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러시아가 대체해 가면서, 러시아는 이란 등 시아파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 나갔다. 그리고 러시아가 반미 시아파 블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자 미국을 위시한 친미 수니파 국가 블록이 연합해 세력을 다투면서 중동에는 과거 냉전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랜 경쟁 국가인 이란이 오바마 대통령의 JCPoA 타결 이후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으로서 각각의 블록 내 국가들의 결속력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보태면서 냉전의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은 이러한 친미(수니파) 대 반미(시아파, 친이란) 블록 간 대결의 최첨단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할 때에 발생한 솔레이마니 피살 사건은 이란과 이라크 내 강력한 반미 정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에서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로 인해 반미 여론이 반정부 시위로 묻히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라크 의회에서 미군 철수 결의안이 통과되고 친이란 무장세력 지휘관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대체할 지원군으로서 러시아와 중국을 제안하는  등 특히 시아 벨트 내 국가에서 미국의 지위가 매우 약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피살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중동 내 미국의 세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역내 위기를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이익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건 직후 러시아의 국방부와 외교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논평을 자제한 것과는 달리 이 사건이 국제법의 심각한 위반이라며 미국을 비난하였고, 푸틴 대통령은 즉각 다마스쿠스로 날아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났다. 솔레이마니가 시리아 내 친이란 무장세력은 물론 시리아전 수행 간 러시아와도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진 가운데, 솔레이마니의 사망 이후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한 이라크 내 반미감정과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안보상 불안감을 이용해 러시아의 에너지 사업체를 적극적으로 진출시키고 S-400과 같은 무기를 판매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중동에서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역내 각 국가는 불안정 속에서도 각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 가운데서 파생된 호르무즈 불안정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청해부대를 활용하여 독자 파병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그리고 점점 강력해지는 중동 내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서 호르무즈 파병과는 또 다른 선택의 문제들에 직면할 수 있다. 각 국가와 인적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는 가운데 국익을 창출하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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