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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위태로운 이란의 상황과 한국과의 관계

이란 구기연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20/02/05

2019년 이란의 광장은 왜 다시 뜨거워졌나?
2019년 가을 중동의 광장이 심상치 않았다. 2019년 10월 이라크의 이라크 광장에서 모인 사람들의 함성은 약 2주 뒤 레바논의 광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11월 이란의 대도시 및 지방에서는 민중들의 대규모 시위로 이슬람혁명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이란의 유가 인상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시위와 그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일련의 시위들은 아랍의 봄 10주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본 고에서는 2019년 11월에 있었던 이란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킨 최근 몇 년 간의 이란의 경제, 정치 상황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 여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이견들로 갈리고 있는 이란과 한국과의 관계를 분석해보도록 한다.

 

트럼프 취임 이후 이란의 JCPoA(공동포괄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폐기시킴으로써 이란은 더욱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적 위기가 가해지면서, 2017년 12월 28일 경제난으로 인한 이란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공식 선언한 2018년의 인플레이션은 2017년 9.64% 대비 2018년 29.57%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이에 소비시장은 얼어붙었고, 특히 수입품에 대한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란 국민들은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10년 만에 경제 제재가 풀리고 시장 개방에 대한 새 희망을 품었던 이란 사람들에게 트럼프의 당선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6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란 환율 시장은 출렁거렸으며 모처럼 찾아본 경제 훈풍은 사라졌다. 2015년 1월 경제 제재가 풀릴 무렵 1달러에 3만 5,000리알이던 환율은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하루 만에 만 리알 넘게 치솟았다. 테헤란을 비롯해 시라즈, 이스파한 등 대도시 환전상들이 들썩였다. 임금 체불이 속출하고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적극 개입해 환율을 조절해야 했다. 2016년 말 미국 상원은 이란 제재법(ISA)의 시한을 10년 연장했다. 이란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워싱턴에서 법안이 가결되자 테헤란에서는 임시 국회가 소집됐고, 환율이 4만 2,000리알까지 치솟았다. 금값도 동반 상승했다. 이란 사람들은 핵 시설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카드를 다 내주고 얻은 성과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지난 2018년 5월 8일 2년간의 두려움과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달러 대비 이란 리알 가치는 2018년 한 해 동안 약 30% 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발표 하루 전 6만 5,000리알이었던 환율은 다음날 7만 5,000리알로 상승하였다.  2018년 3월 21일 즉 새해 이후 4월, 5월부터 환율이 급격히 올랐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정 파기 선언 이후보다 그 이전에 이미 미국 1달러 당 이란 리알 환율의 상승폭이 더욱 컸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날인 2018년 9월 26일에 1달러 당 19만 리알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슬람 혁명 이후부터 계속되어 왔던 경제 침체 속에서 활발하게 거래되어왔던 금화 가격 역시 올라, 이란의 금시장의 가격이 세계 금시장보다 훨씬 높게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상에 파기에 대한 이란 시민들의 입장은 어떠할까? 사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힐러리 후보를 누르고 트럼프가 당선 된 이후부터 오늘날의 이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는 것이 이란 대중들의 중론이다. 또한 2006년부터 시작되어 수년간 지속된 경제제재를 경험해왔던 이란 국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2018년 (이란력 1397년) 3월 21일 새해를 맞이하기 전 환율이 안정된 시기에 미국 달러를 확보하고, 미리 필요한 원자재들을 구입하여 또 다른 경제 위기에 대비해왔다는 것이다. 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경제 제재와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이란 내 6개 부실 은행들이 부도가 나면서, 원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환율 상승으로 수입 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비를 이미 일부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2배 넘는 잔금을 요구 받기도 하는 등 치솟는 환율로 인한 사회적 여파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과 직장인들의 산발적인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중하층의 임금 노동자들에게 고정되거나 혹은 아예 수령하지 못하는 월급에 비해 날로 높아가는 생활비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상당수가 절대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경제적위기가 2017년 12월 말과 2018년 1월초에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이에 이란 정부는 국내 생산력을 높이는 데 힘을 쓰고 있으며, 특히 생필품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란의 공산품 국산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물품 광고를 무료로 지원해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 이란 시장에서 의약품을 제외한 외국산 제품들 특히 사치품을 필요한 소비재들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부동산 폭등과 시세 차익으로 이익을 보는 일부 부유층들이 있는 반면, 부동산 폭등과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이란 내 경제적 고통은 아무리 오랜 시간 무덤덤해졌다고 해도 극복하기에 힘든 상황인 것은 명확하다.

 

2018년 11월 5일 미국 정부는 제 2차 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을 탈퇴하고, 8월 이란과의 귀금속 거래 등을 제한하는 1단계 제재를 복원하고 이어 2단계 경제·금융 제재를 재개했다. 제 2차 이란제재는 이란 산 원유·가스 등의 거래를 전면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 중국, 인도, 터키에 이어 2차 제재 면제 대상 8개국 안에 포함되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80일 지나면, 미국과 다시 협상을 벌여야 한다.

 

현재 이란 현지 정보원들에 의하면 이란 내부는 ‘저항경제’, ‘자급경제’를 외치며 미국의 일방적인 JCPoA탈퇴에 이은 이란 제재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위기를 맞은 이란 경제 상황 속에서 이란 국민들은 ‘국산품 이용하기 운동’, ‘해외여행 자제 운동’ 등 을 펼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30% 상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내부에서 결속력을 다지자는 애국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국영미디어에서는 수입품에 의존하지 말고,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공익광고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2018년 11월 2차 제재 이후 이란 사회 내부에서 큰 동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잠시라도 이란 내부의 이념적, 정치적 논쟁을 접고 외부 제재에 당당히 맞서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한편, 현재 이란에서는 임금 체불에 대한 항의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초와 비교해 2018년 말에는 1달러 대비 이란 리알의 가치가 3분의 1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이란 내 경제 위기와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현재 이란의 사회 상황은 경제적, 외교적 어려움에 더불어 사회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란 내 보수-개혁파 갈등과 함께 정치적인지각변동의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이란의 휴일인 금요일 밤에 갑작스러운 가솔린 가격의 인상 소식이 들렸다. 2배 이상의 유가 인상 소식은 2017년부터 미국의 전 방위적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목까지 차있던 사람들의 분노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수도인 테헤란 뿐 아니라 지방 도시 가릴 것 없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민들은 “두려워 하지마! 우리는 함께다!”라고 외치며, 항의의 표시로 자신들의 차로 주요 도로들을 점령했다. 2017~2018년 4만 2,000명 시위 참가자 보다 두 배 넘는 8만 7,000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였다. 갑작스러운 유가 인상 소식에 분노한 시위 참여자들은 은행과 주유소에 불을 지르는 등 점차 시위 양상은 과열되었고, 이란 정부의 대응도 더욱 강경하였다. 2019년 11월의 시위가 충격적인 것은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서 적어도 200명 넘는 사상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2019년 12월 3일자 국제 앰네스티의 보고에 의하면, 최소 208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대부분 이란 보안군의 총격에 의해 사살되었다. 사망자 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고, 사망자수는 발표된 수보다 상회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9년 11월 15일 유가 인상이 발표되고 100여개 가까운 이란의 지역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정부는 이란 전역에 ‘인터넷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단시간에 국민들의 함성을 잠재우려고 무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일주일간의 암흑 기간 이후 밖으로 알려진 동영상 속 현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이란의 보안군들은 잔인하게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무장하지 않은, 특히 십대 청소년들을 비롯한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죽음을 맞이하였다. 특히 경제 악화가 심각한 지방 도시 위주로 격렬한 시위와 충돌이 있었는데, 쿠르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케르만샤와 쉬라즈 그리고 타브리즈, 에스파한, 테헤란 인근 소도시인 샤흐리아르에서는 더욱 격렬한 시위가 있었고, 많은 청소년들을 비롯한 비무장한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이 알려졌다. 이슬람 혁명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라 불릴 정도로, 정부의 탄압은 무자비했다.

 

사람들을 더욱 절망감과 배신감에 떨게 하는 것은 2019년의 이란을 다시 암흑으로 만든 이들이 바로 10년 전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했던 중도개혁파 로하니 정부의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이다.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던 로하니 정부가 보이고 있는 강경하고 잔인한 탄압은 사람들을 더욱 분노에 빠지게 했다. 이슬람 공화국의 지도부의 초강수로 인해 잠시 소강 상태이지만, 이란 시민들은 다시한번 수많은 죽음들을 직간접적으로 목도하게 되었고, 이는 이슬람 정권에 대한 불신과 사회 내부에도 큰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다. 2009년 녹색운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2019년 이란 전역의 거리와 광장에서의 외침과 젊은이들의 죽음은 이란 사회에 또 하나의 큰 생채기로 남을 것이다.

 

이란과 한국과의 관계
그렇다면 한국은 이와 같은 이란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이란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까? 한국은 이란의 주요 교역국이며, 이란산 원유가 한국의 원유 전체 수입량의 13%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 산업의 제 2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콘덴세이트는 이란산이 수입량의 50% 이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이란 지사 폐쇄 및 수출 중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회사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듯이 이란 제재 기간 동안 지금과 같이 이란 시장이 어려울 때 등을 돌린다면, 이후 제재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시장에서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번 중국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경제 제재 속에서 이란은 한국과 외교적인 면이나 기업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이란이 의미하는 정치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이란 시장은 다른 어떤 중동 시장보다 규모 면에서 크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사실상 이란 시장 내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선호는 그리 높지 않고, 한국 자동차와 전자제품, 휴대전화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산을 선호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이란 시장이 위축되고,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한국이 무조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등을 돌려 이란 정부나 시장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재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겠지만, 제재 해제 이후의 이란 시장에 대한 사업성을 생각했을 때 경제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나 민간적인 수준에서 꾸준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한국의 일부 은행들은 이란 2차 경제 제재를 앞두고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이란 유학생들의 은행계좌를 폐쇄시켜 논란이 일었다. 해외 송금용 계좌가 아닌 장학금과 생활비를 넣는 입출금용 원화계좌지만 이란인이란 이유로 국가초청유학생들마저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계좌 해제를 통지하여, 국내 거주 유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한국 주요 시중 은행들은 비판적인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란인 유학생·근로자만 계좌 개설 및 거래를 허용하였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란에서는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를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 외교적,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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