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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크로아티아의 미래도시 개발계획

크로아티아 김상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 교수 2020/02/05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시장의 원대한 미래도시 개발계획
2019년 3월 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시의 시장인 밀란 반디치(Milan Bandić)는 자그레브를 가로지르는 사바(Sava) 강을 중심으로 남쪽 지역을 새롭게 개발하는 원대한 미래도시 개발계획 ‘자그레브 맨해튼(Zagrebački Manhanttan)'을 발표했다. 현재 자그레브 박람회장(Zagrebački Velesajam)과 경마장이 위치한 지역으로 총 면적이 110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이 도시계획에는 사바 강 유역의 개발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반디치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자그레브 시의 새로운 미래도시 개발계획은 이웃한 국가이면서 정치·문화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세르비아 공화국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현재 ‘수상도시 베오그라드’(Beograd na vodi)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개발계획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자그레브 맨해튼 도시계획에는 총 3개의 글로벌 도시개발 건축회사가 제안을 했는데, 이 가운데 기본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1개의 회사를 제외하고 2개의 회사-아랍에미레이트의 이글 힐즈(Eagle Hills)와 프랑스의 브이그 바티멍(Bouygues Batiment International)-가 경쟁했으며, 최종적으로 모하메드 알라바르(Mohamed Alabbar)가 이끄는 이글 힐즈가 선정되었다. 프랑스 건축회사인 브이그 바티멍은 2017년 3월 개장한 자그레브 국제공항을 건축했던 이력을 갖고 있으며, 아랍에미레이트의 건축회사 이글 힐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브루즈 칼리파(Burj Khalifa)를 건축한 이력과 현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상도시 베오그라드(Beograd na vodi)”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축회사이다.

 

도시의 역사·전통과 미래도시 계획의 충돌 – 자그레브 건축가협회
자그레브 시의 일반 도시계획에 있어서, 현재 자그레브 시의 시장 밀란 반디치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도시 개발계획은 몇 가지 점에서 자그레브 건축가협회(Društva arhitekata Zagreba) 및 시민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즉, 공간의 변화와 활용에 있어서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물론 건축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시장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자그레브 건축가협회, 크로아티아 건축가위원회(Hrvatska komora arhitekata), 크로아티아 도시계획전문가조합(Udruga hrvatskih urbanista), 크로아티아 조경건축가협회(Hrvatsko društvo krajobraznih arhitekata), 자그레브대학교 건축대학(Arhitektonski fakultet Sveučilišta u Zagrebu)은 2019년 9월 자그레브 시와 시장의 독단적 도시개발 결정에 반발하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결정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자그레브 건축가협회는 시민들에 대한 의견수렴과 건축전문가들의 전문적 조언을 바탕으로 마련된 자그레브 도시발전 장기계획안이 2017년 10월 11일 공개적으로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디치 시장이 새롭게 발표한 도시개발 계획안은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와 전문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시장의 미래도시 개발계획인 ‘자그레브 맨해튼’이 구도심이 시작되며 구도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현재 경마장이 위치해 있는) 토지구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그레브 시의 전체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래도시 개발계획 ‘자그레브 맨해튼'의 문제점

고대로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 유적지를 지닌 자그레브의 구시가지와 비교해 볼 때, 새로운 도시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자그레브 신시가지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새로운 도심지역이다. 이 지역은 1956년 유고슬라비아연방의 대통령이었던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가 건설하여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자그레브 박람회장(Zagrebački Velesajam), 인근 대규모 토지에 만들어진 경마장(Hipodrom), 프로축구 구단 로코모티브(NK Lokomotiv)의 경기장이 들어서 있는 지역인데, 새로운 도시계획이 진행될 경우 기존의 건물과 시설들이 철거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자그레브의 구시가지가 지니고 있는 만큼의 오랜 역사적 의미는 아니지만, 자그레브와 크로아티아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기존 시설들을 철거하고 시가 유지해 온 경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도시개발계획에 자그레브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자그레브 건축가협회에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자그레브 건축가협회의 회장인 띠호밀 마트코비치(Tihomil Matković)는 자그레브 박람회장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시설은 국가에 의해 법적으로 보호되어야만 하는 역사적·건축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경마장과 인근 지역 역시 시민들을 위해 보호되어야만 하는 녹지 공간과 스포츠·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자그레브 시장 밀란 반디치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도시 개발계획이 지닌 문제는 투자자본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도시개발계획을 위해, 처음에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이글 힐즈가 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글 힐즈가 1억 6,000만 달러만을 투자하고 세르비아공화국이 3억 달러를 차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모든 건설계획이 완료되면 아랍에미레이트의 회사가 68%의 지분을 소유하고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건설된 건물의 매매와 임대수익을 가져가게 되어 있는 구조이며, 건설된 건물들에 대한 토지사용과 소유권을 향후 99년간 보장하게 되어 있는 불합리한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르비아공화국 베오그라드 시와 아랍에미레이트의 건축회사 이글 힐즈 간의 그와 같은 불합리한 계약내용으로 볼 때, 자그레브 시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내용으로 본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본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이며, 현재 밀란 반디치 시장 일행이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하여 건설사 이글 힐즈와 자그레브 시 개발계획을 위해 양해각서(MOU) 만을 체결한 상황이다.

 

자그레브 시장의 운명과 자그레브 맨해튼의 전망
2019년 3월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 두바이를 방문한 시장 밀란 반디치와 건축회사 이글 힐즈의 대표 모하메드 알라바르가 체결한 양해각서는 총 A4용지 22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내용은 22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양해각서에 대한 서명 이후 8개월 이내에 양 측의 합의 하에 양해각서의 효력을 6개월 연장할 수 있으며, 양해각서와는 별도의 계약을 통해 미래도시 개발계획 ‘자그레브 맨해튼’을 추진하다는 내용이 5장 2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2019년 8월 23일 유럽방송미디어그룹(RTL)의 기자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었다. 두바이에서의 양해각서 서명 이후 자그레브로 돌아온 반디치 시장은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하게 될 회사설립을 추진했으나, 시민사회와 건축전문가 집단의 반발, 양해각서 내용의 언론공개로 인해 계획실행에 있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4선 자그레브 시장을 역임하고 2009년 실시된 크로아티아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2013년 이후 현재까지 6선 자그레브 시장을 역임하고 있는 밀란 반디치는, 자그레브 시가 100% 소유권을 갖고 있는 회사 ‘자그레브 홀딩스(Zagrebački holding d.o.o.)’를 운영하며 저지른 불법자금혐의로 2014년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으나 예심 도중 풀려나기도 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양대 정당 가운데 하나인 크로아티아 사회민주당(SDP, Social Democratic Party of Croatia) 소속이었던 밀란 반디치는, 2009년 소속정당의 결정과 무관하게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당으로부터 제명되었으며, 2020년 1월 5일 치러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란 밀라노비치(Zoran Milanović)와 정적(政敵)관계이다.

 

자그레브 시민들의 반발과 건축전문가 집단의 부정적 의견,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란 밀라노비치와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 등을 고려해볼 때, 현 자그레브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도시 개발계획 ‘자그레브 맨해튼’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랍에미레이트 건축회사인 이글 힐즈와 밀란 반디치가 서명한 서류가 자그레브 시와 크로아티아에 절대적 의무사항을 지우지 않는다는 ‘양해각서’라는 사실이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상도시 베오그라드’가 어떠한 불리한 계약조건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베오그라드 시와 세르비아 경제 전체에 얼마만큼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크로아티아인들과 자그레브 시민들 그리고 건축전문가 집단들이 적절한 시기에 개입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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