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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EAEU 차원에서 러시아의 디지털 경제 추진방향

러시아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 2020/02/10

러시아와 EAEU의 디지털 경제 육성방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6년 12월 연두교서에서 국가경제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 마련을 지시하였고, 2017년 7월 정부의 ‘디지털 경제’ 프로그램을 채택하였다. 동 국가프로그램의 목표는 디지털 정보가 모든 사회·경제분야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여 디지털 생태계를 형성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증강현실 기술, 로봇 기술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육성하여 러시아의 산업경쟁력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러시아 정부는 디지털 경제 구축을 위한 추진방향을 제도 마련, 교육, 연구역량강화 및 기술기구 설치, 정보인프라 구축, 정보보안 등의 5가지 분야로 선정하고 2024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단계별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1)
러시아는 디지털 경제 육성에 있어 각종 제도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정보인프라의 구축은 디지털 경제 발전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EAEU는 경제연합체 차원에서 디지털 경제구축과 이를 위한 다양한 디지털 관련 프로젝트 추진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EAEU의 주요국 대표들이 참석하여 아르메니아의 예레반에서 열린 ‘유라시아 위크포럼’(Eurasia Week Forum)에서는 EAEU 내에서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경제 발전방안이 주요 논의 주제로 선정되었으며 포럼이 종료된 뒤 EAEU 의사회 의장인 ‘티그란 사륵시안’(Tigran Sargsyan)은 “EAEU의 기술적인 발전을 위한 주요 방향으로 ‘디지털 어젠다’(Digital Agenda)의 실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2)

 

지난 2016년 이후 EAEU는 경제연합 차원에서의 디지털 경제 구축 방향에 대해 세계은행(World Bank)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를 ‘디지털 어젠다’라는 형식의 추진방향으로 정리하였다. 다음의 [표 1]은 EAEU 차원에서의 디지털 경제 추진방향과 분야를 보여주고 있다.

 

 

EAEU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육성의 방향과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반과 인프라 구축이다. 디지털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디지털 경제 육성정책에서 디지털 인프라와 정보망 구축을 우선적인 추진과제 중의 하나로 삼고 있는 것도 이것이 EAEU의 디지털 표준과 규범을 선점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 내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공간의 창조와 기술의 활용이다. 이 두 가지 디지털 경제 육성 방향은 다음의 『디지털 접근성(accessibility)개선』과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EAEU 내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구심력과 역할을 강화하도록 작용한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접근성(accessability) 개선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시발점은 정보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며 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국제전자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 측정하는 ICT발전 지수(ICT Development Index)의 ‘접근성지수(access sub-index)’이다. 이 지수에는 모바일 네트워크 가입자 비중, 브로드밴드 인터넷 가입자 비중 등의 지표를 중심으로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정보접근성을 평가한다.

 


상기의 지표를 통해서 본 EAEU 국가들의 정보접근성은 대체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개국 가운데 가장 정보접근성이 좋은 벨라루스의 경우 2017년의 평가는 전년도의 7.69대비 개선된 7.87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순위도 34위를 차지하였다. 그 밖에 카자흐스탄, 러시아,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 모두 2017년의 지표는 2016년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상대적인 순위에 있어서는 카자흐스탄과 아르메니아가 각각 40위에서 43위, 71위에서 72위로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의 정보접근성이 향상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16년 평가된 모든 국가들의 평균이 5.49였으나 2017년에는 5.59로 높아졌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EAEU 국가들의 정보접근성이 향상된 것은 EAEU의 구심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이 일정한 수준까지 디지털 인프라가 개선되는 것은 국가 간의 협력의 수준과 영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EAEU 국가들 간 전자통합관세법이 발효되었는데, 이 관세법의 발효로 기존에 문서로 이루어지던 각 국가 간의 상품 수출입과정이 전자문서로 대체되었다. EAEU 어디에서든 전자문서로 수출입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를 통한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회원국 간의 교역 프로세스가 간편화되고 촉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EAEU의 디지털 인프라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통신기업인 MTS와 VEON이다. 러시아의 주요 통신 기업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CIS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를 본격화해왔으며 주로 시장확대를 위한 목적의 진출이었다. MTS는 러시아의 주요 모바일 및 네트워크 운용사업자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사업자이다. MTS 벨라루스는 내수시장에서 약 500만 명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자로 2002년 합작회사로 진출한 이래 통신 및 네트워크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 기업은 벨라루스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과 투자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동사는 국영 모바일 인프라사업자인 벨라루스 클라우드 테크놀로지(Belarusian Cloud Technologies)社와 합작으로 LTE 네트워크 용량을 2019년 9월까지 50%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3) 또한 MTS가 아르메니아에 투자한 기업인 MTS아르메니아도 2017년 네트워크 기업을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등 아르메니아 내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주요 기업의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VEON의 경우도 MTS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조지아, 우즈베키스탄과 EAEU 국가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에서 비라인(Beeline)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50%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사업자로서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하여 카자흐스탄의 디지털 인프라 개선과 디지털 서비스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아르메니아에서도 러시아 기업인 VEON은 기업차원의 네트워크 개선과 확장의 지속을 통해 궁극적으로 해당국의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EAEU 내에서 러시아 통신기업들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러시아 중심의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네트워크 표준 구축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현지기업에 비해 최신의 장비나 높은 기술수준을 해당국으로 들여오게 되어 기술수준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 EAEU 차원에서 좀 더 효율적인 디지털 네트워크와 기반을 구축하게 됨으로 EAEU의 구심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마련: 기저(anchor) 구축
EAEU의 디지털 경제 추진방향에는 “지역 차원에서 디지털화의 다양한 부수효과 달성 및 소비자와 비즈니스를 모두 끌어들이는 디지털 공간 마련”이 명시되어있고, 추진분야에도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하여 상호 교역을 증가시킬 수 있는 공통의 디지털 공간 창조”라는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어있다. 이는 EAEU 국가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플랫폼 구축을 의미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일단 구축이 된 이후에는 참여자들을 ‘구속(binding)’하는 효과로 인해 선점효과가 중요하다. 일단 디지털 플랫폼이 구축되어 참여하게 되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축적된 정보와 사업편의성 등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러시아의 스베르방크(Sber Bank)는 지난 2018년 온라인상의 수출입업자들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 플랫폼(BBP; Sberbank’s Online Business Partners)을 구축하였다. 이 플랫폼의 구축 목적은 온라인상에 B2B 또는 B2C 거래가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사이트 내에서 홍보 및 거래가 가능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세계 173개국에서 약 2만 7,000여개의 기업들이 파트너사로서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의 최대 은행으로 단순한 금융거래 기능을 넘어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조성함으로서 러시아의 국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수수료 수익의 확대 등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디지털 플랫폼의 경제적인 효과는 참여 기업들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교역활동을 하게 됨으로 플랫폼 중심의 구심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스베르방크의 추진 전략은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의 초기 전략과 일정부분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는 정보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여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상호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였고, 많은 기업들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로 상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에 참여하여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였으며 동시에 알리바바의 플랫폼은 더욱 공고화되었다. 스베르방크 플랫폼에 등록된 기업들의 거래 제안 내용을 보면 서구 기업보다는 CIS 기업들의 제품 등록이 월등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향후 플랫폼의 인지도 확대나 편의성 확대 등에 따라 타국가의 기업등록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러시아 플랫폼의 특성상 유라시아 기업들의 참여가 높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으로서 상품의 수출입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차원의 일반적인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인 측면이 있다. 대개의 금융기업은 혁신을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결제시스템을 간편화하는 등의 금융거래의 편의성 제공에 초점을 둔다. 스베르방크의 온라인 상품 플랫폼 구축은 일반적인 금융기업의 전략을 따르기 보다는 금융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 국영기업인 스베르방크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영향력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주요 참여 국가들이 서방국가가 아닌 EAEU 또는 CIS 국가들이 중심인 것임을 볼 때, 적어도 플랫폼 구축을 통해 참여하는 국가들에 대한 디지털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는 일정 부분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주

1) ПРАВИТЕЛЬСТВО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Цифровая экономик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2017, № 1632-р, с. 18-20.
2) “We are creating opportunities for technological breakthrough,” 24, Oct, 2018. Eurasian Economic Commission, (
http://www.eurasiancommission.org/en/nae/ne ws/Pages/21_10_2018.aspx,)
3) “MTS Belarus plans 50% capacity increase on 4G network,” 8, Apr. 2019. (
https://www.telegeography.com/products/commsupdate/articles/2019/04/08/mts-belarus-plans-50-capacity-increaseon-4g-network/)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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