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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몬테네그로의 종교재산등록법 추진 배경과 국제사적 의미

세르비아 /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20/02/13

몬테네그로 종교재산등록법 통과와 그 내용
현지 시간으로 2019년 12월 27일, 몬테네그로 의회는 현 대통령인 주카노비치(Milo Đukanović, 1962-, 대통령 1998-2002, 2018-, 총리 1991-1998, 2003-2006, 2008-2010, 2012-2016)와 집권 여당인 사회주의 민주당(DPS: Democratic Party of Socialists/ Demokratska partija socijalista)이 주도하는 가운데 종교재산등록법안을 통과시켰다. 세르비아계의 반대 속에 의사당에선 투표 전날 세르비아 정교회의 중재안을 비롯한 여러 절충안을 두고 장시간 토론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격론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고 여당인 DPS는 27일 오전 일찍 종교재산등록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친(親)세르비아계 야당 정당 연합체인 민주전선(DF: Democratic Front/ Demokratski front) 소속 의원들은 최루탄과 폭죽 등을 투척하고 의사당 내 마이크를 파손하는 등 법안 표결에 저항하였다. 곧 이어 경찰 진압 속에 DF 소속 의원 17명 전원을 비롯해 총 22명이 연행되어 구금되었고, 이후 투표가 진행되어 마침내 법안이 가결되게 된다. 표결 과정 속에 의장의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등 법안 반대를 주도한 안드리야 만디츠(Andrija Mandić, 1965- ) DF 대표 등 3명이 구금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세르비아계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다시 이어졌다. 일찍부터 법안 표결은 여당의 바람대로 통과될 것으로 예측되어왔다. 2016년 10월 선거로 선출된 총 81명의 국회의원 중 제1정당인 DP는 이미 35명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었고,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SD: Social Democrats/ Socijaldemokratske)을 비롯해 보스니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정당들 또한 세르비아계에 대한 견제 속에 DP와 연정관계였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몬테네그로의 모든 종교 단체가 각자의 종교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선 1918년 이전에 기록된 재산 소유권의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즉, 종교가 보유 중인 재산의 역사성과 합법성을 스스로가 증명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법률 안에는 만약 종교계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종교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1918년은 몬테네그로가 당시 세르비아가 주도했던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1929년 유고슬라비아 왕국으로 개칭)’으로 강제 병합돼 독립적 지위를 상실한 때이다.

 

 몬테네그로 정부와 집권당은 이번 법안이 종교 재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해왔다. 더불어 세르비아 정교회 재산을 뺏을 의도가 없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하지만 세르비아계는 이번 법안 통과가 몬테네그로에서 반(反)쥬카노비치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던 세르비아계 세력 약화와 함께 세르비아 정교회 재산 몰수를 통해 몬테네그로에서 세르비아 민족 정체성을 약화하겠다는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세르비아계 의원들은 유서를 준비하는 등 세르비아 정교회의 독립과 재산 수호를 위한 비장한 각오로 법안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 의사당 내 법안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되는 동안 세르비아계 시위대가 국회 의사당으로 몰려들어 경찰들과 충돌하였고, 다음 날부터는 세르비아 정교회 사제 및 수녀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야외 예배 행사가 몬테네그로 전역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세르비아계가 도심 곳곳의 도로를 막고 시위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강력 진압 속에 심한 충돌들이 일어나야 했으며, 양측 간 갈등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쥬카노비치의 전략적 계산, 내부 결속 다지기와 친서방 노선 공고화
세르비아 정교회는 몬테네그로 내에 수도원 66개를 비롯해 10여개의 교회와 상당한 부동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네그로에 자리한 세르비아 정교회 교회들과 수도원의 역사는 중세, 근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왕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그 사연이 깊다. 이와 함께 오스만 터키의 긴 지배 동안 일부 교회와 수도원은 이슬람 사원으로 개축되어야 했으며, 이후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 소유권을 둘러싸고 많은 갈등과 혼란이 있기도 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선 이처럼 길고도 복잡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종교 재산 소유권에 관한 분명한 입증과 자료 제출이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법안 통과가 세르비아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와 정국 혼란만 가중되리라 예측해 왔다.

 

이런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 여당이 이번 법안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쥬카노비치의 전략적 계산이 자리한다 할 것이다. 첫째, 쥬카노비치가 추진 중인 종교 소유권 바로 세우기란 명목은 세르비아계와의 갈등을 통해 몬테네그로계 단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올해 10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몬테네그로계 사이에서도 쥬카노비치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종교재산등록법 통과에 대해 현지에선 몬테네그로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제1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1918년 수립된 최초의 남슬라브족 통합 왕국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 하에서 이전 몬테네그로 근대 왕국에서 유지됐던 몬테네그로 정교회 독립권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해왔다. 더불어 이전까지 몬테네그로 정교회가 소유해왔던 교회 토지 등 여러 형태의 재산들이 세르비아가 주도했던 신생 왕국 하에서 세르비아 정교회로 귀속되었다는 점을 수차례 부각해 왔었다. 이런 점을 들어 세르비아계는 이 법안이 몬테네그로에서 종교적 다수파인 세르비아 정교회의 자산을 박탈하고 종교적 소수파인 몬테네그로 정교회를 육성하기 위한 표적 법안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 서부 발칸의 다른 국가들의 경우처럼 몬테네그로 또한 종교, 문화적으로 복잡한 모자이크 지역이자 민족 간 갈등이 잠재된 국가라 할 수 있다. 몬테네그로는 약 63만 명(2020년 추정치) 인구 중 몬테네그로계가 전체 인구의 약 45%, 세르비아계는 그 두 번째인 약 28.8%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보스니아계 8.7%, 알바니아계 4.9% 등이다. 문자 또한 세르비아계의 경우 주로 키릴 문자를 선호하는 반면, 몬테네그로계 등 다른 민족들은 주로 라틴 문자를 선호한다. 종교 분포를 봤을 때 주로 몬테네그로인과 세르비아인이 믿고 있는 정교는 약 44만 6천여명으로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약 11만 8천 명으로 19%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가톨릭 신자들이 약 2만 1천여명으로 3.4%를 차지하고 있다. 종교와 문화적으로 혼재된 모자이크 속에서 우리(We)와 그들(They)을 나누면서 쥬카노비차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정략적 의도를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리하는 이유이다.

 

둘째, 이번 법안 표결 강행이 몬테네그로가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엔 쥬카노비치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親)서방 노선의 공고화 전략이 숨겨져 있다. 또한, 군사와 외교 면에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 중인 세르비아와의 거리 두기 전략이라는 점도 관측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번 몬테네그로의 종교재산등록법과 관련해 대립 중인 몬테네그로 정부와 세르비아계 간 갈등 속에 세르비아계에 대해 강한 지지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몬테네그로의 종교재산등록법이 세르비아 정교회를 국외로 추방하기 위한 일환 중 하나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된다”는 성명으로 세르비아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몬테네그로 외무부는 러시아 정부의 이런 발표가 NATO 회원국이며 독립 국가인 몬테네그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박하였다. 이와 함께 과거 2016년 10월 러시아가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 저지와 쥬카노비치 암살을 위해 세르비아계를 지원해 저지르려 했던 쿠데타 모의 당시를 상기시키며 빈번한 러시아의 내정간섭 문제점을 비난하였다.1) 법률 통과를 바라보는 일부 학자들은 이번 일이 과거 연방 안에 속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간 뿌리 깊은 정치, 종교, 민족적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도 있다. 2006년 쥬카노비치 대통령의 주도 아래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한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여러 면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친(親)러시아 노선을 유지 중인 세르비아와 달리, 몬테네그로는 러시아의 압력 속에서도 2017년 NATO 가입 등 친(親)서방 노선을 견지해 왔다. 쥬카노비치 대통령과 몬테네그로계는 세르비아 정교회가 세르비아 본토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여 몬테네그로의 주권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지니며, 이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종교재산등록법 통과를 통해 쥬카노비치는 몬테네그로 내에서 세르비아 정교회의 힘을 약화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간섭을 제거함으로써 친서방 노선의 공고화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갈등 재현 vs EU 가입,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의 선택은?
이번 종교재산등록법과 관련한 몬테네그로 정부의 해명과 달리 세르비아계는 다른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밝힌 쥬카노비치의 전략적 계산에 대한 세르비아의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법안 통과 전인 12월 23일 몬테네그로의 마르코비치(Duško Marković, 1958-, 재임 2016-) 총리는 몬테네그로의 세르비아 정교회 지도자인 라도비치(Amfilohije Radović, 1938-, 재임 1990-) 대주교와의 회담에서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대주교는 수도인 포드고리짜 (Podgorica)에 모인 세르비아계 시위대를 향해 법안 철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저항할 것임을 밝혔다. 이것은 세르비아 정교회가 몬테네그로 정권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2)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몬테네그로 전역에서 수천 명의 세르비아 정교회 야외 예배 및 저항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 다취치(Ivica Dačić, 재임 2014-) 외무부 장관은 폴리티카(Politika)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르비아 민족은 하나이며 몬테네그로의 세르비아계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실제 이번 몬테네그로 정부의 강행에 대한 세르비아 내 여론은 급속히 악화되는 중이다. 지난 1월 2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독일 프로팀 간 농구 경기를 관람한 수천명의 세르비아 시위대들이 베오그라드에 자리한 몬테네그로 대사관을 공격하고 국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몬테네그로 외교부는 세르비아 당국이 시위대의 대사관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자국 주재 세르비아 대사를 초치했고, 세르비아 당국도 이에 항의해 몬테네그로 대사를 불러들였다. 몬테네그로의 종교재산등록법 문제가 국내를 벗어나 발칸반도 전역으로 확대 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 양국 정부는 이번 일로 국가 간 긴장 상태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눈치이다. 세르비아 정부는 급증하는 국내 반발과 달리 몬테네그로의 이번 법률 통과 강행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고, 몬테네그로 역시 세르비아에 대한 공식적 감정 악화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양국 모두 미래 국가의 공통된 목표인 EU 가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교재산등록법과 관련한 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 12월 21일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 등 발칸 4개국이 알바니아의 티라나(Tirana)에 한데 모여 국경 개방을 통한 노동,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등 EU 가입을 위한 사전 성격인 단일 경제시장 구성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는 EU 가입 협상 중이며, 이른 시일 안에 동시 가입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쩌면 양국 정부는 장기 권력 강화에 대한 서로의 묵인 속에 그 판을 깨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각주

1)몬테네그로 정부는 2016년 10월 총선에 맞춘 총리 암살 및 무장 세력에 의한 쿠데타 모의 음모에 러시아가 개입했음을 확인하고, 러시아의 군 정보기관 소속인 러시아인 2명과 러시아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서 친(親) 러시아 정권을 수립하려 했던 세르비아인 3명에 대해 국제 수배령을 내렸다. 이런 몬테네그로 정부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쿠데타 연루 혐의를 강력부인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을 강력 반대해 왔으며, NATO 가입을 반대하던 세르비아계 야당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2019년 5월 9일, 몬테네그로 법원은 총리 암살과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인 2명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했으며, 세르비아계 정치인 2명 등 총 11명에게도 최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 최근 세르비아계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대형 플래카드에는 “U imenu božijem je sud i pravda”라 새겨져 있는 데, 이것은 근대 몬테네그로의 세르비아 정교회 대주교이자 통치자였던 성 쩨티닌스키(St. Petar Cetinjski/ Petar I. Petrović Njegoš, 1748-1830, 재위 1782-1830)가 남긴 말이다. 그 의미를 의역해 보자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의와 심판이 있을 것이다”란 뜻이다. 즉, 몬테네그로 정부의 이번 법안 통과를 세르비아 정교회는 종교 권위 훼손 및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저항을 성전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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