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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수교 30주년 기념, 한몽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제언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 2020/02/13

1990년 3월 26일 한국과 몽골은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니 금년(2020년)은 양국이 공식 수교한 지 정확히 3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과 몽골의 관계는 말 그대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교육과 사회 등 전통적 국제협력 분야는 물론, 국방과 종교 분야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교류는 전 분야 전 부문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정부의 거의 모든 기관이 몽골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두 나라 교류가 빈번해졌다. 우리 정부의 대외원조와 NGO의 국제협력 사업에서도 몽골이 빠진 경우는 거의 없다. 양국 학자들 간 학술 교류도 1990년대 초기 언어와 민속과 역사 분야를 넘어 의학, 공학, 축산학 등 실용적 학문 분야로 확대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진 양국 교류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인적 교류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전통적 몽골인 거주지인 몽골국(외몽골), 러시아연방의 부랴트공화국과 칼미크공화국, 중국의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를 제외하고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가 되었다. 2019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몽골인은 4만 7,483명이다. 절대적 수치는 많다고 하기 어렵지만, 2018년 말 기준으로 몽골의 전체인구가 323만 4,879명인 점을 고려하면 1.4% 이상이 한국에 살고 있는 셈이니 결코 적은 수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주목되는 것은 <표 1>에서 보듯 한국 거주 몽골인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거주 몽골인의 중가에 비례하여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찾은 몽골인도 크게 늘어났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2010년 4만 1,958명에 불과했던 몽골인 입국자는 2018년 말 11만 3,864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2019년 10월 말 현재 2배 이상 늘어났다. 몽골인의 한국 입국이 늘어난 것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몽골 경제의 부침에 따라 한국 입국자 수 역시 증감을 반복해 왔는데 최근 급격한 증가는 몽골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3개월 미만의 단기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의 경제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입국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표 3>에서 보듯 같은 기간에 몽골을 찾은 한국인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작년 몽골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을 국적 별로 보면 중국 1위, 러시아 2위, 한국 3위인데 최근 몇 년의 증가 추세를 놓고 보면 향후에도 한국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을 방문하거나 장기 거주하는 몽골인 수는 물론, 몽골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몽골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특히 전통적 몽골인 거주지 외에 한국에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특수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2016년 5월 18~2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엘벡도르지(Ts. Elbegdorj) 전 몽골 대통령도 이 사실을 특히 강조한 바가 있다. 그는 5월 19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행한 연설 서두에서 몽골인과 한국인의 얼굴 모습의 유사성, 한국과 몽골에 거주하는 몽골인과 한국인, 민족과 언어와 역사적 측면에서의 양국의 특수 관계를 언급하면서 양국 국민의 인적 교류야말로 두 나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힘주어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한국과 몽골은 이런 빈번한 인적 교류에 합당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한국 거주 몽골인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빈번한 인적 교류는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낳기 마련이다. 우선 위의 표에서 보듯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도 많지만 이 중에는 불법 거주자도 적지 않다. 그 수치 또한 장기 거주자 수 증가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법 체류자의 증가는 양국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해결 방식은 자진 신고, 과태료 면제, 자진 귀국이라는 판에 박힌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 보면 향후 몽골인의 한국 입국자, 장기 체류자, 불법 체류자 수가 연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는 2016년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이 당부한 한국 거주 몽골인에 대한 지원 요청 문제를 상기할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거주 몽골인(4만 7,483명)은 몽골의 총인구(323만 4,879명)를 감안하면 대단히 많다. 그런 만큼 한국 거주 몽골인 문제는 자주 몽골 뉴스의 초점이 된다. 북핵 위기나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자국 교민의 안전을 전하고, 이들의 직업, 한국 생활, 사건사고 등 한국 거주 몽골인 관련 소식이 수시로 신문과 방송과 SNS에 등장한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몽골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 거주 몽골인 문제는 장래 한몽 협력과 한몽 관계에서 항상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 거주 몽골인 지원을 위한 제언
이 점에 유념하고 필자는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몽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한국 체류 몽골인(노동자, 결혼 이주자, 학생, 사업가, 기타)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또는 이들의 한국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10년 이상 장기 거주 몽골인(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임)에게 영주권 또는 장기 거주에 관한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한국에는 약 1만 7,233명(2019년 9월 현재) 정도의 불법 체류 몽골인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10년 이상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회 발전에 일정 정도 기여한 사람들이고, 생활 및 문화적 측면에서 거의 한국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고려하여 한국 정부는 장기간 불법으로 살고 있는 이들을 특별 사면하고 거주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몽골인들은 두 나라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무역, 투자, 산업 등 각 부문에서 한국의 경제 및 사회적 성과를 몽골에 전달함과 동시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한국 사회의 활용 여하에 따라 향후 한몽 관계와 양국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10년 이상 장기간 체류하고 있는 몽골인 부부 (합법/불법)의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부모의 한국 장기 거주(유학, 노동, 사업, 공공기관 근무) 중 한국에서 나서 자라고 교육받은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의 비자를 일정 기간 연장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이들을 위하여 몽골에 국제학교로서 한국어 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몽골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다 귀국한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교육이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한국 문화에 길들여진 이들이 몽골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의 하나가 한국어 학교의 설립이다. 설립 방식은 추후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들을 한국에서 배운 대로 한국 문화 안에 있게 함으로써 훗날 한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몽골주말학교(Mongolian Weekend School)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적극적 지원을 제안한다. 2016년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의 방한 시 대통령은 서울 시장과의 면담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 어린이들이 자국의 언어와 문화 및 관습을 배울 수 있는 기관으로서 ‘몽골주말학교’를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몽골주말학교는 주한몽골대사관과 서울시 공동사업으로 2017년 3월 12일에 공식 출범했다. 이 학교는 공무원, 노동자, 사업가, 결혼 이주자 자녀 등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몽골어와 몽골 문화 및 관습을 교육하고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몽골 정부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몽골어 교재와 강의 담당 강사를, 서울시는 시청 산하 서울 글로벌센터를 교육장소로 제공해 주는 형태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2018년 2월 24일에는 똑같이 주한몽골대사관과 수원시의 노력으로 수원에서도 몽골주말학교가 문을 열었다.

 

몽골주말학교의 학습에 대해서는 몽골인 부부나 다문화 가정 부부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서울 주말학교는 일요일, 수원 주말학교는 토요일에만 수업을 진행하여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시(수원시)와의 협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사업임에도 한국 측은 장소 제공 외에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아 사실상 몽골인 교사들의 자원봉사에 의존하여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몽골주말학교에 대한 지원은 결국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에 대한 지원이 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한몽의 끈끈한 유대를 고려하면 한국 거주 몽골인은 더욱 늘어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한국은 여전히 몽골인이 가장 많이 사는 외국으로 남을 것이고, 이는 한몽 협력에서 다른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하는 한국의 강점이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한몽 협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지원은 경제지표 등 외형적 발전 못지 않게 몽골의 미래에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협력이 절실하다. 특히 몽골이 총인구에서 14세 이하 젊은이 비중이 높은 젊은 나라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은 국가발전의 절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몽골주말학교에 대한 지원은 한국 거주 몽골인에 대한 지원일 뿐 아니라 향후 한몽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친한 인사를 양성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몽 협력과 인적 교류를 확대할 방편으로서 ‘몽골한국센터’(가칭)의 설립을 제안한다. 필자는 이전에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비롯하여 한국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한국문화원의 설립을 제안했다. 왜 한국문화원 설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문화원 설립이 어렵다면 세종학당을 비롯한 한국어 교육보급사업, 한국 유학과 유학생 네트워크 관리사업, 한국 관광과 한류 홍보사업을 통합 관리하고, 한국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한국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기관으로서 ‘몽골한국센터’를 창설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동 센터를 통하여 지난 30년 간 축적된 몽골 내 한국어 구사자 또는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전문가를 양국 협력 사업에 활용하여 몽골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ㆍ일본 인재개발센터’의 활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동 센터는 몽골의 시장경제 촉진에 공헌할 인재 육성과 양국 상호이해 촉진을 목표를 내걸고 일본 정부 ODA사업의 일환으로 2002년 6월에 설립되었다. 설립 이후 10년 동안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지원으로 운영되었지만, 2012년 4월에 몽골국립대학교 부속기관으로 편입되어 현재는 국제교류기금(JF)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재개발센터 역시 초기에는 일본어와 일본 문화 홍보에 집중했지만,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인적자원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동 센터 내 한 부서는 비즈니스 담당부서이며, 비즈니스 기초반과 관리자 교육 등 이론 교육, 생산관리, 마케팅 등 현장 교육, 비즈니스 파트너쉽 교육, 일본 연수 등 네 가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사업, 즉 일본어 교육과 컴퓨터 교육 사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요컨대 인재개발센터는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저개발 국가인 몽골에 필요한 비즈니스 인재 개발에 투자하여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한몽 인적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만한 기관이다.

 

글을 마치며
지난 30년 간 진행된 한몽 교류와 협력을 돌이켜 보면 너무 급했다고 할 만큼 급속한 발전이 있었다. 필자가 처음 몽골에 갔던 1991년 몽골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한 해에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간 10만여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당시 수백 명에 불과했던 한국에 상주하는 몽골인 수는 그 사이에 4만 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국 협력은 처음 두 나라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 기업의 몽골 진출과 양국 교역량도 박스에 갇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몽골에서 한국의 위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열 가지 이유가 있고 하려는 사람에게 천 가지 방법이 있다”는 몽골 속담처럼 양국 정부 및 비정부 기구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몽골에서 국제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고, 다가오는 30년에는 일본을 앞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과 몽골 두 나라 사람들은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지 못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갖고 있다. 또한 한국에는 몽골 총인구의 1.4% 이상의 몽골인이 상주하고 있다. 그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한국의 큰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하여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난 30년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유념할 것은 몽골은 여전히 우리의 이익보다 우리의 지원이 더 많아야 할 나라라는 것,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충분한 이익을 갖다 줄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 <전문가 오피니언>은 PDF 다운이 가능합니다 (본문 하단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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