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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와 프랑스의 관계, 갈등과 협력 공존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0/03/17

폴란드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2020년 들어 처음으로 방문한 유럽 국가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2월 3일과 4일 폴란드를 방문했다. 폴란드는 2017년 5월 취임 이후 5년 임기 이내에 27개 EU 국가 전체를 방문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이 21번째로 방문한 EU 국가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양국 사이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회담으로는 2015년 10월 안드레이 두다(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의 파리 방문과 2016년 2월 베아타 시드워(Beata Szydło) 전 폴란드 총리의 파리 방문이 손꼽힌다. 피오토르 글리니스키(Piotr Gliński) 부총리 겸 문화국가유산부 장관과 콘라드 쉬마인스키(Konrad Szymański) 유럽외무장관은 2019년에 파리를 방문했다. 스타니스와프 카르체프스키(Stanisław Karczewski) 상원의장 또한 2019년 6월에 파리를 방문했다. 동 방문에 기해 카르체프스키 폴란드 상원의장은 프랑스 및 독일의 상원의장과 회동하여 바이마르 삼각동맹(Weimar Triangle: 프랑스, 독일, 폴란드 사이의 협력 증진을 위한 해당 3개국의 연합)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했다. 이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폴란드와 프랑스의 양자협력에도 중요한 보탬이 된다. 프랑스, 폴란드, 독일 3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거주민 절반을 대표하게 된다.


르노(Renault)나 발로렉(Vallourec) 등 프랑스 대표 기업의 부진에서 드러나듯 프랑스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전략적 파트너와의 협력에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EU에서 인구 기준 6위, GDP 기준 7위 국가인 폴란드와의 협력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실 프랑스는 폴란드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의견이 갈린다. 첫째, 프랑스는 폴란드의 국가주의 보수정당인 법과정의당(Law and Justice Party, PiS)에 비판적이다. 특히 법치주의 개혁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 폴란드는 체코 공화국, 헝가리, 에스토니아와 함께 유럽연합의 2050 탄소중립 아젠다에 반대하는 4개국 중 하나이다. 셋째, 양국 간 교역 문제 또한 프랑스 당국의 심기를 상하게 했다. 2016년 10월 4일 폴란드는 프랑스 에어버스(Airbus)에 발주한 카라칼 헬리콥터 50대를 취소하고 미국 헬리콥터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른 한 편으로, 폴란드는 농업 부문에서 프랑스와 이해관계를 같이하기도 한다. 폴란드 또한 대규모 농업국가로, 돼지 농장과 관련된 환경적 문제는 프랑스와 매우 밀접하다.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에 대한 자금조달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 자금조달문제는 2월 말, 2021-2027 다년간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되는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에 해결되어야 한다.


양국의 외교관계는 지난 몇 년 동안 악화되었다. 프랑스 당국은 2017년 4월 폴란드의 프랑스 방문 요청을 거절했다. 2018년 7월에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의 프랑스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 또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은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요인들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주된 이유는 프랑스 카라칼 헬리콥터 관련 거래 파기이다. 카라칼 헬리콥터 사건은 2016년, 폴란드가 프랑스 소재 에어버스 헬리콥터(Airbus Helicopters)가 제조한 카라칼 수송 헬리콥터 50대의 주문을 철회했던 일을 일컫는다. 이 사건으로 인해 양국간 무역 관계가 복잡해졌다. 또한 이 사건은 빠르게 정치 쟁점화되어 양국간 외교분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전 국방장관이자 당시 PiS 부총재였던 안토니 마치에레비치(Antoni Macierewicz)는 이들 헬리콥터가 낙후되었으며, 프랑스와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폴란드 경제에 일자리가 줄어들어 폴란드 방위산업에 득 될 것이 없으리라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분쟁 및 폴란드 영토 내 미군부대 주둔 등을 감안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보다 마음이 동한 폴란드는 일주일 뒤 미국 시코르스키(Sikorsky)의 UH-60 블랙 호크(Black Hawk) 항공기 인수를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2016년 중으로 예정되어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전 프랑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이 연기되었으며, 그 이후 프랑스-폴란드 관계는 여러 측면에서 냉각되었다. 2016년 9월 1일부터 2017년 8월 12일까지 주프랑스 폴란드 대사가 임명되지 않았던 것 또한 그 예이다.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은 2019년 9월 1일 제 2차 세계대전 개전 70주년 행사 참석을 거절했다. 당시 에두아르 필리프(Edouard Philippe) 프랑스 총리가 그단스크(Gdansk)를 방문하여 행사에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그때 당시 프랑스 정부는 독일과 협의를 진행하던 중 폴란드에게 새로운 유럽 방위구조에 참여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동 방위구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등 세계의 여러 역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될 예정이었다. 아쉽게도 폴란드는 독일이나 프랑스에 어떠한 관심 표명도 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폴란드와 프랑스의 교류는 2019년까지 실제로 일체 중단되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9년 4월 프랑스와 폴란드는 양국 외교관계 재수립 100주년을 기념했다. 폴란드와 프랑스 간 관계의 근간이 되는 문서는 1991년 4월 9일자 우호연대조약(Treaty of Friendship and Solidarity)이다. 양국은 현재 협력을 위한 양자협약을 내무(1996), 방위(2002), 문화 및 교육(2004), 과학 및 기술(2008), 영화 공동제작(2012) 부문 등에서 체결한 상태이다.


폴란드의 유럽연합 가입 이후, 폴란드가 2003년 4월 16일에 유럽 공동체 및 그 회원국과 체결한 가입조약을 바탕으로 프랑스와 폴란드의 경제 관계는 공동체법(Community law)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제 4차 정부간 협의에서 양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2013년 11월 29일에 “프랑스-폴란드 전략적 파트너십”이 체결되었다. 동 파트너십에는 2013-2018년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협력 프로그램이 포함되었으며, 이에 따라 2008년 5월에 수립된 파트너십이 갱신되었다. 동 문서는 경제, 금융, 산업, 인프라 및 상업적 협력 부문을 면밀히 다루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2020년 2월에 이루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기해 갱신되었다.


프랑스는 양자적 차원, 유럽 차원, 또 국제적 차원에서 여전히 폴란드의 주요 파트너국 중 하나이다. 2008년에 채택된 프랑스-폴란드 전략적 파트너십 선언을 바탕으로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폴란드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 주관 하에 2004년부터 진행된 정부간 협의 메커니즘은 양국간 상호 교류 발전을 촉진했다. 폴란드 및 프랑스 대표단의 수많은 회동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최고위급 정치적 대화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폴란드의 전략적 경제 파트너이다. 프랑스는 실제로 폴란드의 4대 수출시장(2018년 기준 122억 유로로 전체 폴란드 수출의 5.5% 차지)이다. 또한 프랑스는 폴란드의 5대 수입시장(2018년 기준 82억 유로로 전체 수입의 3.5% 차지)이다. 양자 교역량은 2004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18년에는 204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와 러시아, 또는 일본과의 물자 교역량 대비 더 큰 규모이다.


컨설팅기업 KPMG에 따르면, 프랑스는 대(對)폴란드 해외 투자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프랑스는 대폴란드 해외 투자량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전체 해외투자의 약 12%)이다. 프랑스의 대폴란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2016년 말 누적액은 198억 유로에 달했다(2015년의 179억 유로와 대비된다). 프랑스의 투자는 대부분 IT 및 통신(프랑스 자본 전체의 48%), 산업 전환(16%) 및 자동차 교역⸱수리(14.9%)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 자본의 약 80%가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가 위치한 마조프셰 주(Mazovia voivodeship)에 밀집되어 있다. 1,300개 이상의 프랑스 기업이 폴란드에서 활동하며 18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프랑스 기업의 주요 활동부문은 무역 및 유통(Auchan, Carrefour, Leroy Merlin, Intermarché)과 산업 생산(PSA, l'Oréal, Total) 등이다.


다른 한 편으로, 2017년 말 폴란드의 대프랑스 투자액은 6억 유로에 달했다. 폴란드의 투자는 주로 건설(Farko, Oknoplast), 산업 전환(Can-Pack, Suempol, Sanok-Rubber), IT(Comarch, MakoLab), 운송(Wielton, Solaris Bus & Coach) 및 가전(Amica Wronki)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 및 폴란드 양국간 투자에는 큰 격차가 있다.
 
폴란드와 프랑스의 긴밀한 관계는 폴란드의 학계 및 예술계 엘리트 다수에게 프랑스가 제 2의 조국이 되었던 19세기 및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폴란드와 프랑스는 다수의 양자 및 다자 협정을 통해 묶여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폴란드 공화국 정부와 프랑스 공화국 정부가 2004년 11월 22일 체결한 문화 및 교육부문 협력에 관한 협약을 들 수 있다.


오늘날 폴란드와 프랑스 간의 관계 냉각은 폴란드가 유럽연합의 중심부에서 또 한 차례 분리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위험하다. 폴란드의 집권당은 프랑스를 독일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을 자국 이익에 종속시키는데 관심이 있는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및 독일과의 관계에 대응하여 폴란드 정부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중앙 및 동부 유럽 국가와 막연한 연합을 구축하고 있다. 현 폴란드 당국은 프랑스와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시각에서 볼 때, 브르타뉴 공국 이후의 유럽에서 프랑스가 폴란드에 매우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이상한 일이다. 프랑스는 유럽 차원에서 여전히 엄청난 정치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과 대등한 파트너인 나라이고, 폴란드의 전통적 파트너로 여겨지는 나라이다. 독일은 경제 대국이지만 군사 및 전략적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프랑스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독일의 압도적 패권에 대한 우려가 있는 이 때, 프랑스와의 관계를 망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프랑스와 폴란드 양국 모두 협력을 되살리는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EU가 글로벌 무대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감안하여, 폴란드를 설득하여 제도적 개혁의 비전에 동참시키고 양자관계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폴란드가 경제적 강점을 바탕으로 EU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가운데, 프랑스는 EU의 통합 유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제정책활동을 보다 너른 차원에서 조율하고 자국의 시각을 유럽 안보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폴란드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이다.


프랑스 당국은 폴란드 내 현재의 법치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폴란드 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항을 위해 우선적으로 나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당국은 법치를 조건으로 내걸어 유럽 기금을 분배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신, 프랑스는 EU 기관 및 파트너와 공동 전선에 함께 설 것이다. 프랑스는 실용적 특색을 띠는 양자협력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이념적 문제는 유럽 차원으로 넘기고 있다. 폴란드가 유럽의 야심을 가지고 있다면 프랑스와 진중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미지수이며, 2020년 5월로 예정된 폴란드 대선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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