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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동아프리카 식량 위기의 원인과 대책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교수 2020/03/30

식량 위기의 원인 
다수의 빈곤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역에 최근 또 하나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대규모 메뚜기 떼다. 이상 기후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최적의 생육환경이 만들어졌다. 아라비아 반도와 동아프리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수억 마리의 메뚜기 떼는 농작물과 목초지를 파괴하며 식량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메뚜기 떼의 공습은 지속되는 분쟁을 격화 시켜 국가안보 및 인간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 분쟁과 기후변화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면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인구는 대략 1,2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식량 생산과 식량 부족
‘아프리카의 뿔’(the Horn of Africa)이라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4~7월 짧은 우기와 10~12월 긴 우기를 맞는데 이때 강수량이 적으면 가뭄으로 이어진다.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면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의 넓은 지역에서 농경지와 목초지가 파괴되고 가축이 폐사하며 사용 가능한 물이 줄어든다. 또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오르게 된다.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강수량은 그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농업용수를 강우에만 의존하는 천수 농업 형태의 재배를 하고 있어 생산성이 강우량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된다.

농업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소말리아 전체 수출액의 93%, 국내총생산의 75%, 노동력의 73%를 차지하며(2019), 에티오피아에서는 총수출의 74%, 국내총생산의 31%, 노동력의 65%를 차지하고(2018), 케냐 총수출의 65%, 국내총생산의 34%, 노동력의 57%를 차지한다(2019). 

소말리아 농민의 대부분은 농업과 목축업을 겸하고 있으며, 주요 식량 작물 생산지역은 다음과 같다. 아우달(Awdal), 갈비드(Galbeed)를 포함한 북서부 지역에서는 천수 농경 형태로 옥수수와 수수를 재배하고 있으며, 소말리아 중부와 남부 해안은 동부콩(cowpea) 주요 생산지이다. 샤벨레(Shabelle)와 주바(Juba)에서는 하천을 따라 천수 농경과 관개 농경에 의해 옥수수와 참깨를 생산하며, 베이(Bay)와 바쿨(Bakool) 지역에서는 수수 재배와 목축업이 주를 이룬다. 남동부의 베이는 질병과 가뭄에 취약하여 식량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농업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2001년 이후 농업종사자의 임금은 50% 이상 증가하였으며 작물 생산량도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은 소를 기르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가뭄으로 인한 목초지의 손실은 목축업에 매우 치명적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되는 주요 곡물은 테프(teff), 밀, 옥수수, 수수, 보리 등이며, 경작지의 4분의 3 정도의 면적에서 재배가 이루어진다. 에티오피아인에게 곡물로 인한 칼로리 섭취는 전체의 64% 정도를 차지한다. 에티오피아는 서부 고지대에서 작물 대부분을 생산하는데, 재배 및 수확 시기는 작물과 재배지역에 따라 복잡하게 나타난다. 강수량도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에티오피아 동부지역에서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 현상이 주로 발생한다.

케냐의 첫 곡물 재배 시기는 우기가 시작될 무렵인 3월부터이다. 중부, 리프트 밸리 및 서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그중에서도 남서부는 케냐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지역으로 옥수수 생산량이 가장 많다. 남동부와 해안지역에서도 농업이 행해지나 그 지역은 한계 농지로 분류된다. 3~4월 이른 비의 양이 적어지면 파종과 발아 시기가 연기되어 수확 시기도 늦어지게 되며 5월에 비가 온다고 해도 식량부족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식량 위기가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케냐 북부 건조·반건조 지역으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의 식량부족 지역과 맞닿아있다.

기후변화의 영향
기후변화는 동아프리카 주민의 식량 수급에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건조 시기가 잦아지거나 길어지기도 하며 비가 오는 시기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계속된 가뭄과 홍수는 농작물과 가축 피해를 가중시키며 식량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실향민을 발생시킨다. 2019년 남부 아프리카에 큰 홍수피해를 끼친 사이클론 ‘이다이’가 북상하지 않아 동아프리카에는 가뭄 피해가 컸다. 2018년 10월부터 시작된 건기 이후에 우기인 3~6월에도 계속해서 비가 오지 않아 9월에는 소말리아에서만 220만 명이 기아에 처했고 320만 명이 다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가 되었다. 2019년 가뭄이 찾아온 것은 2년간 계속되다 2017년에 끝난 지난 가뭄에서 거의 회복될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10월에 시작된 홍수로 이재민 37만 명이 발생하고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에티오피아에는 2015~16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가뭄이 있었으며 2016년 가을에도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남부와 남동부 저지대 목축업 지역이 가뭄을 겪었다. 그 결과, 2017년 한 해 569만 명이 긴급 구호 식량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7년 후반에도 인도양의 해수 온도 이상 현상인 다이폴(Dipole)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줄어들었고 비가 가장 적은 12~3월 사이 가뭄이 악화되어 2018년 850만 명이 긴급구호 식량 후원을 필요로 했다. 케냐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홍수는 이재민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농지 손실과 토지 이용 변화를 가져오며, 이상 고온 또한 곡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또한, 곤충과 새 떼가 농작물을 파괴하고 있어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식량 부족 비상사태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대 사막 메뚜기 떼가 동아프리카 지역을 공습해 각종 농작물을 먹어 치우고 있다.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남수단, 지부티, 우간다, 탄자니아 일대에도 나타나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케냐에서는 70년 만에 가장 많은 메뚜기가 나타난 상황이고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에서도 각각 25년 만에 최대 규모이다. 또한 케냐에는 옥수수 줄기에 숨어서 해를 입히는 거염벌레(army worms)가 출현해 25만 헥타르에 해당하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혔다. 이로 인해 케냐인들의 주식인 옥수수 생산이 타격을 입고 있다. 케냐의 니안도(Nyando) 지역에는 베틀새(quelea birds) 떼가 출현해 밀, 수수, 기장 등의 농산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100만~500만 마리의 새 떼는 하루에 50여 톤의 곡물을 먹어 치운다. 위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인구증가, 지속되는 분쟁은 식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식량안보의 사회·정치적 요인
기후변화가 식량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는 입장과 기후변화보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과 제도적 방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예를 들어, 1973~75년 소말리아에 발생한 가뭄은 70만 명(전체 인구의 약 20%)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재해였으나 사망자는 1% 미만에 그쳤다. 당시 소말리아에는 강한 중앙정부가 있어 자연재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으며 국제사회도 신속하게 도움을 제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1977~78년 소말리아는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을 겪고 난 뒤, 80년대에 긴축재정을 실시하면서 도시 소비자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연료와 농기자재 가격이 상승해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시민들의 시위에 대해 정부는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 그 후, 씨족집단을 기반으로 한 정치 분파 간 다툼으로 인해 1991년 내전이 시작되었다. 내전은 시민의 생계와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확산시켰다. 지속된 무력 분쟁으로 인해 보건 및 교육 시설도 미비한 상황이다. 1991년 내전으로 시아드 바레(Siad Barre) 정권이 무너진 뒤, 7차례 이상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 있었다. 배고픔과 영양실조로 많은 사람이 사망에 이르는 기아(famine) 단계에 이르는 위기 상황도 여러 차례 있었다. 

남부 소말리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al-Shabaab)가 농경지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 세력을 확장시키고 병력 모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알샤바브는 수로를 설치해 농민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가뭄 피해 대응을 위해 파견된 국제 인권 단체들의 주둔 지역 접근을 제한하고 식량부족을 병력 증강의 기회로 삼고 있다. 높아진 농산물 가격을 부담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생계를 잇기 위해 알샤바브에 가입하고 있다. 따라서 가뭄이 극심해질수록 소말리아와 인근 지역의 안보 상황은 악화된다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거주하는 국가이다. 주로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 에리트레아, 케냐에서 온 난민들이며 그 수는 73만 명에 달한다. 거대한 수의 난민은 에티오피아 식량안보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국가 내부적으로도 분쟁과 가뭄으로 인해 많은 실향민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9월 집계에 따르면 130만 명이 분쟁과 가뭄으로 인해 실향민이 되었고, 그중 64%는 어린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로미아 지역과 소말리 지역에서 발생한 종족분쟁은 많은 실향민을 발생시켰고 가뭄과 분쟁으로 인해 식량과 물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량부족의 또 다른 원인은 부정부패이다. 국제 사회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물자가 농촌의 빈곤층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케냐에서는 국제 개발원조나 정부 보조금 지급에 카르텔 세력이 끼어들어 구호품을 사고팔며 수익을 올린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한 식량안보를 위한 제반 노력이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 및 국제적 대응
에티오피아 정부는 2019년 11월 재난위험관리 기술 실무그룹(Disaster Risk Management Technical Working Group) 회의에서 처음으로 식량안보 단계 분류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식량안보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이에 필요한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함이다. 또한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 예산의 17% 정도를 농업에 배분하기로 했다. 이는 2003년 마푸토 선언(Maputo Declaration)의 결의안이 제안하는 국가 예산 10%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의 성공적 모델을 본 따 농업종사자에게 기술, 자원 및 재정, 조정을 위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전국적 디지털 토양 지도를 구축해 비료의 효율적인 사용을 돕고 핫라인을 설치해 농민들에게 무료 컨설팅을 하기로 한 것도 획기적인 시도이다. 케냐 정부도 가뭄 취약 지역에 농기자재 및 기술 지원과 식량 지원을 하고 있으며 관개시설 확충과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메뚜기 재앙을 막기 위해 국제적 모금 운동에 나섰다. 또 다른 떼가 몰려들기 전에 메뚜기들을 퇴치하고 피해지역에 구호물자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1억 3,8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2020년 2월 25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3,300만 달러의 기금이 모였으나 피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증가분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식량 위기가 도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대응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 위기 해결 비용은 확산방지 비용의 15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뚜기 재앙이 식량 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아프리카 해당 정부와 국제사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메뚜기 떼 퇴치를 위한 단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관개시설을 확충해 물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은 분쟁 해결과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며, 근본적으로 국가의 제도적 여건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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