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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유권자 등록 논란과 2020 가나 총선 시사점

가나 Ransford Edward Gyampo University of Ghana Professor 2020/03/30

가나 유권자 등록부 작성 논란
과거 2012 가나 총선을 앞두고, 가나 선거관리위원회(Electoral Commission)는 선거 당해 역사상 최초로 선거인 생체인식 등록을 통한 투표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전례 없는 등록부 작성은 논란을 촉발하였고, 이는 점차 거세져 선거인 등록자료 파괴행위, 심지어는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논란은 총선까지 계속되었고, 제1야당인 신애국당(New Patriotic Party, NPP)이 최종 발표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가나의 최고법원인 대법원(Supreme Court)에서 선거 소청(election petition)을 둘러싸고 8개월간의 공방이 불거졌다. 선거소청 결과, 2012 대선의 승리자는 당시 여당 후보였던 국민민주회의(National Democratic Congress, NDC)의 존 마하마(John Mahama)로 최종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후, 선거 소청 과정에서 절차상의 큰 결함이 여럿 밝혀지며 선거 개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개혁위원회(Electoral Reforms Committee)를 설치하여 여러 의견을 수집 및 분석했다. 

2015년 11월 15일, 경제 문제연구소 가나정당프로그램(Institute of Economic Affairs-Ghana Political Parties Programme, IEA-GPPP)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개혁에 관한 제안을 다수 제출했다. 동 프로그램은 IEA가 후원하는 것으로, 정당에 속한  의원들을 한 달에 한 번씩 한데 모아 국가적 중요 사안에 대해 논하고 개혁 관련 권고안을 제안하는 자리이다. IEA-GPPP에서 제출한 권고안 중 핵심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위원회 활동 일정표를 사전에 발표하고 선거 당해에는 선거인 등록 등 주요 선거 관련 프로그램 시행을 중단할 것”이다. 이러한 권고안은 2012년 총선 당시 선거 당해에 생체인식 정보 등록부를 새롭게 작성하는 결정이 내려지자, 총선에 이르기까지 혼란과 긴장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개혁위원회는 선거개혁에 대한 최종 제안 보고서에 선거 당해에 주요 선거 활동을 이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수용 및 포함하였고, 2016년 상반기에 같은 내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2016년 선거 또한 위 개혁 권고안을 지침으로 삼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같은 해, 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콰조 아파리 기안(Kwadwo Afari Gyan) 박사가 퇴임하며 샬롯 오세이(Charlotte Osei)가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신임 위원장이 자리에 적응하는 동안, 당시 야당이었던 NPP가 기존의 선거인 등록명부는 외국인, 미성년자 및 사망자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신뢰할 수 없다며 선거인 등록 재시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구는 선거 시행 당해 연도에 완전히 새로운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등 주요 선거프로그램을 이행하는 행위에 대하여 난색을 표한 선거 개혁권고안에 대치되는 것이었다. 여당인 NDC는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며, 기존 명부는 결함이 없고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 해결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당사자가 기존 선거인 등록부의 상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할 수 있도록 토론회를 조직했다. 토론회 말미, 이해당사자 대부분은 기존의 등록부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이로 인해 선거인 재등록에 대한 논의는 실질적으로 종료되었고, 이후 성공적으로 치러진 2016년 총선에서 야당 NPP는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가나 2020 선거 준비
안타깝게도 2016년 총선 직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샬롯 오세이 위원장과 두 명의 부위원장은 조달 관련 위반행위 및 행정적⸱재정적 배임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탄원에 의거하여 위원장직을 잃었다. 따라서 IEA-GPPP의 선거 개혁 관련 권고안 제출을 지원한 기구인 IEA의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 장 멘사(Jean Mensa)가 새로운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새로운 지도부는 즉각 기존 선거인 등록부의 신뢰성을 자신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실제로 2018년에 진행되었던 행정구역 6개 추가에 관한 가나 국민투표는 기존의 선거인 등록부를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2019년 12월에도 같은 등록부를 사용하여 가나 전체에 걸쳐 지방 및 단위위원회 선거가 성공적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2020년 초,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당해 연도 내 주요 선거 관련 활동 자제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선거인 등록부를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시민사회나 일부 정당, 특히 제1야당인 NDC 등 핵심 이해당사자를 포함하여 많은 가나인을 놀라게 한 행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의 낙후된 투표용 생체인식 기계 대체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신규 선거인 등록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용되는 기기는 낙후되어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2020 총선 등의 선거 격전에서 부하 발생 시 고장이 나 여러 투표소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견해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 기기의 수리 및 유지보수 비용이 신규 기기 조달 비용보다 높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신규 선거인 등록부를 2020 총선 이전에 마련할 시 1억 7,307만 GHS 정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이는 많은 가나인이 희망하는 것처럼 현재의 등록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비해 새로운 생체인식 선거인 관리 시스템(Biometric Voter Management System, BVMS)을 조달하는 것이 비용상 유리함을 의미한다. 생체인식 선거인 등록(Biometric Voter Registration, BVR) 키트 및 생체인식 검증 장치(Biometric Verification Devices, BVD)를 포함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인수하는 비용이 5,600만 달러인 반면, 기존의 생체인식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에는 7,436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다.

가나의 선거 정치가 늘 그러하듯, 여당 NPP가 신규 생체인식장비 조달 및 신규 선거인 등록부 마련을 전폭 지지하는 입장인 반면 야당 NDC 및 일부 시민사회 행위자는 현 등록부의 신뢰성이 충분하여 다가오는 2020 총선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야당은 새로운 등록부 마련 비용이 기존 등록부 사용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주장이 거짓이라 여긴다. 또한 야당은, 만일 등록부가 여당의 선거 승리 및 그 이후 이어진 선거 시행 사용에 적격했다면 2020 총선 준비 과정에서도 완전히 폐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등록부 마련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및 여당의 의지가 확고한 한편, 야당은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 및 기타 시민사회 행위자는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평화 시위를 진행하고 등록부 마련을 좌초할 다른 계획 또한 있음을 넌지시 시사했다. 이로 인해 가나 정계는 증오, 악감정 및 긴장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동 이슈를 분석함에 있어 대답을 찾아야만 하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바로, 선거 당해 연도에 주요 선거 활동 시행 자제를 권고한 선거 개혁권고안의 내용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왜 따르지 못하고 있는지이다. 이 권고안은 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IEA의 수장으로 있을 때 지원했던 IEA-GPPP 플랫폼이 제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권고안을 따르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대하여 주요 야당 지도자 및 기타 시민사회 행위자 사이에서 의심 및 불신이 싹트고 있다.

2016년 총선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는 4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기존 등록부를 충분히 다듬었다. 실수로 이름이 누락된 시민을 명단에 추가하고, 지난 선거 이후 18세가 된 국민을 등록시켰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존 등록부의 신뢰성은 증가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2016년 이후 이어진 모든 선거에서 생체인식 장비의 비교적 사소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감안할 때, 기존 등록부를 폐기하려는 모든 움직임은 선거 상의 이득이라는 부정한 동기를 바탕으로 여당의 지지 지역에서 선거인의 수를 “꽉 채우거나” 부풀리기 위해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주장 및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의 정당이 우세한 지역에서 유권자의 수를 부풀리려는 시도의 경우, 여당 및 주요 야당 모두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규 선거인 등록부를 행정구역 6개 추가 관련 2018 국민투표 이전에 마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납득 가능한 대응을 내놓지 않자 제1야당 및 기타 시민사회 단체의 의심은 더욱 거세어져 갔다. 위원회는 기존의 선거인 등록부 및 생체인식 기기를 사용했던 해당 국민투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판정한 바 있다. 또한, 2019년 12월 17일 지방 및 그 이하 단위의 선거가 치러진 직후,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존의 선거인 등록부 및 동일한 생체인식 기계를 사용했던 동 선거의 시행 과정이 성공적이었음을 칭찬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20년 총선에 새로운 등록부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왜 위원회는 선거 연도 이내 주요한 선거 활동 수행 자제를 권고한 선거 개혁권고안의 내용을 위반하는 것일까? 이러한 류의 질문에 대하여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해 피어오른 의혹은 마치 2020년 총선 전후로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2020년 12월 선거 관련 시사점
일촉즉발인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는 2020년 12월 총선 시행에 있어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가나의 정치를 설명하는 특징이 된 정치적 양극화, 증오, 악감정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국가 평화를 저해하고, 2020 총선을 갈등으로 얼룩지게 하며, 민주적 발전상을 무위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가나는 폭력적 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희망의 등대이자 평화의 오아시스로 불려 왔다. 가나가 상대적 평화를 보호하고 민주주의 후퇴를 막고자 노력한다 하더라도, 유권자 등록을 둘러싼 소란 및 이와 관련하여 점증하는 긴장에 신속 대처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시 이러한 노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

정계에서 긴장이 발생하면 정책입안가의 주의는 산만해지고 통치권자의 원활한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다. 귀중한 시간이 상당 부분 거버넌스 핵심 임무가 아닌 선거인 등록부 신규작성 요구를 옹호 또는 반대하는 데 소모되고 만다. 현 정부는 거버넌스 핵심 과업이 아니라 선거인 등록부 신규 작성을 반대하는 야권에 대응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반대로 야권은 선거인 등록부 신규작성의 필요에 반박하기 위한 근거를 찾는 데 주력하며, 국가 안정을 저해하고 국정 운영 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여당은 거버넌스 핵심 과제에 주력하고 야당은 자신의 역할을 일반적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건설적 비판자 및 감시자로 자체 제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 난국에 빠진 여당과 야당은 자신들이 나서 좋은 거버넌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주요 사회정치적 및 경제적 이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긴장은 빈곤 및 저개발 퇴치라는 국가적 사명 완수에도 장애가 된다. 긴장 상황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의지를 없애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국가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평화이다. 긴장이 점증한다는 것은 2020 총선을 둘러싼 시점에 평화, 법치 및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신규 투자자의 경우 가나에 대한 투자 여부를 고려할 때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관망적 태도를 취할가능성이 있다. 다른 투자자 또한 자신의 투자수익을 해외로 다시 보내거나, 투자처를 다른 평화로운 나라로 옮길 계획을 짤 수도 있다. 가나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선거인 등록과 관련된 양보 없는 싸움 때문에 투자자를 잃거나, 투자자의 불필요한 공포를 불러일으킬 여유가 없는 나라이다.

가나는 평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빛나는 모범국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첨예한 선거 관련 이슈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만든 신뢰성 있고 독립적인 정당 간 대화 플랫폼(IEA-GPPP 등)이 붕괴한다는 것은 국가의 평화로운 선거 운영을 위협하고, 나아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원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 민주적 발전상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선거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재빠른 개입은 평화의 오아시스이자 민주적 성장의 빛나는 모범사례로 남고자 하는 가나의 사명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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