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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개혁의 현황과 과제

우즈베키스탄 김태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2020/04/01

한국의 보건전문 관료, 우즈벡 보건부 차관으로 부임 
작년 이맘때쯤 한국의 전직 보건 전문 관료가 우즈베키스탄의 보건부 차관에 임명됐다는 다소 생소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이동욱 우즈베키스탄 사회담당 부총리 자문관 겸 차관(이하 이동욱 차관)이 그 주인공인데, 이동욱 차관은 한국식 의료모델의 도입을 소망하고 있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으로 작년 2월 우즈벡 보건부 차관으로 정식 부임하였다. 이 차관의 임기는 3년이며, 주요 담당 업무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개혁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자문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2016년 우즈베키스탄의 제2대 대통령으로 부임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보건의료 등 국가 전 분야에 걸친 발전과 개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국정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우즈벡의 보건의료 개혁은 국가 보건의료 재정 및 운영시스템의 현대화, 의무의료보험 도입, 민·관 의료기관 간의 상생협력 사례, 외국인 투자유치 강화, 전자 의료시스템 도입 및 의료관광 발전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 중에 있다. 본 글에서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한국 출신의 보건 자문관까지 자국 보건부 차관으로 초빙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개혁의 현황과 궁극적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개혁 현황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다른 중앙아 4개국(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더불어 세계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생국가라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내륙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4,474ha이고, 인구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3,300만 명(2020년 기준)을 넘어선다. 광물자원도 풍부한 편이어서, 금, 석탄, 우라늄 등은 매장량에 있어 세계 순위권에 들곤 한다.1) 또한 사마르칸트, 히바, 부하라 등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들이 우즈베키스탄 영토 내에 있는데 이는 오늘날 우즈벡인들의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 

보건의료 시스템의 경우, 구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의료접근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보건의료의 기본 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독립 이후 사회적·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현대화 진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지표 전반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영아 사망률이 1990년 53.5명에서 2018년에는 19.1명까지 줄어들었고, 평균 기대수명 역시 점차 올라가 1990년 66.7세에서 2018년에는 74.6세까지 증가했다(세계은행 Life expectancy at birth – Uzbekistan).   

카리모프 대통령 사후, 2016년 12월에 우즈베키스탄의 제2대 대통령으로 부임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국가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국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부임 후 딱 2년 만인 2018년 12월에는 ‘보건의료 현대화에 관한 종합 대책’을 대통령령으로 전격 발표하였으며, 이 외에도‘2019~2025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시스템 발전 개념’과 ‘2019~2021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시스템 발전실행을 위한 대응 프로그램’을 수립하였다. 우즈벡 보건부는 의료 선진국(프랑스, 한국 등)의 사례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WHO 등 전문가 그룹을 자문을 받아 2025년까지 보건의료 현대화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는데,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현대화를 위한 실행 과제(대통령령, 2018)

1) 보건의료 법률 및 재정시스템 현대화 
2) 민간의료 분야 발전 
3) 의료의 질 향상 및 접근성 개선 
4) 의무의료보험의 단계적 도입 
5) 효율적 인력 및 교육 시스템 도입 및 전문의료인력 양성  
6) 전자 의료시스템 도입 

<출처 : Алишер Шадманов, “Реформы с ускорением”, Российска газета, 29.08.2019> 

본 실행과제의 궁극적 목표는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시스템의 선진화와 현대화이다.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시작된 2019년 이후 타슈켄트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먼 지방에 있는 아울2)에 이르기까지 의료기관과 약국의 수가 대폭 증가(의료기관 793개, 약국 2,000여개 증설)하고 있다. 특히 793개의 의료기관에는 24시간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내과, 외과, 소아과, 치과,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기본 의료서비스를 모두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우즈벡 정부는 보건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예방의학의 중요성도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견고한 1차의료3) 체계의 확립 및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모자건강보호 분야도 눈에 띄게 발전되고 있으며, 대통령령으로‘2018~2022 영유아의 선천성·유전성 질환 조기발견을 위한 실행 과제’가 수립되기도 하였다. 실행 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게 되면 임산부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의 향상, 모성건강증진, 청소년 산모에 대한 특별 의료서비스 제공 및 현대적 인프라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우즈벡에는 16개의 ‘국가전문의료센터’가 있고, 국가전문의료센터의 분원이 각 주(oblast)별 의료센터에 개설되어 환자치료와 더불어 다양한 연구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전문의료센터에서는 신장 이식 등의 각종 고난이도 수술이 시행되고 있고, 그동안 첨단 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떠나던 우즈벡 국민들에게 있는 이는 매우 획기적인 의료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국가전문의료센터에서 러시아 간 이식계의 권위자인 세르게이 고티에 박사의 참여 하에 두 명의 환자에게 간 이식 수술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시스템의 독특한 특징을 하나 꼽자면 바로 ‘응급의료 시스템’이다. 우즈벡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는 매년 20만 건이 넘는 고난이도의 응급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우즈벡의 모든 지역에는 아동외상전담센터가 있는데, 전담센터가 설치된 이후 아동장애율이 19%에서 12%로, 아동치사율은 30%에서 22%으로 감소하였다. 

보건의료 개혁이 추진된 이후 우즈벡 의료계에서는 많은 선진 의료기술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였고, 그 결과 흉부대동맥, 관상대동맥 수술과 같은 고난이도의 수술이 연 300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심근경색, 스텐트 삽입 및 관상동맥 수술 등의 첨단수술도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의약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많은 개혁이 진행 중이며, 2019년 기준 약품은 2,500여개 이상, 의료기기는 199개가 우즈벡 정부에 등록되어 있다. 우즈벡의 약품과 의료기기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구미 국가와 CIS권 국가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우즈벡의 보건의료 체계는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의료전달체계, 의학교육 등에 있어 러시아와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상호유사성을 바탕으로 양국은 많은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9년만 해도 600여명의 우즈벡 의료인들이 러시아에서 연수를 받았고, 300여명의 러시아 최고의 의료전문가들이 우즈벡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 9월부터는 러시아 민족우호대학(루데엔)과 타슈켄트 국립치과대학 간 의료인 교류 협력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 피로고프 국립의과대학4)의 분교가 2021년 개교를 목표로 현재 설립 중에 있다.   


성공적인 보건의료 개혁을 위한 과제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우즈베키스탄은 광물자원도 비교적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이 같이 높은 발전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현대화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많은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는 기본적으로 ‘인력자원’이 가장 중요한 노동집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전문인력 양성의 성패에 따라 그 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외 유명교수진을 초빙하고, 우즈벡 의과대학생들의 해외 연수·수련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련의, 수련생들이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우수한 의료인재의 국·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의료인력에 대한 임금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 현재 우즈벡의 의료인력들이 받는 평균임금은 약 160만 숨(192달러) 수준이다. 민간 의료기관의 급여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급여수준으로 인해 우수한 의료인력들이 타분야로 유출되면, 이는 필연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수준의 저하로 귀결되기에 임금의 현실화를 통해 우수한 인력의 유출을 막는 것도 상당히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민·관 의료기관 간의 호혜적 협력 및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 우즈벡은 아직까지 사회주의 보건의료 시스템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어 의료의 많은 자원(재정, 인력 등)이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의료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수준의 궁극적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간의 협력과 경쟁이 필수적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우즈벡에서도 해외 민간의료기관들의 진출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8월 한국의 힘찬병원이 우즈벡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부하라에 분원을 개소하여 활발한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호혜적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혜택 제공, 해외송금 절차 간소화 등 그간 불편한 점으로 인식되어 왔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외국기업에 대한 호혜적 투자환경 조성을 지속하여 우즈벡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앞서 언급한 힘찬병원의 경우도 우즈벡 정부에서 부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종 세금 혜택을 주며 한국형 의료모델의 우즈벡 전수를 요청한 경우인데, 이러한 전폭적 지원은 해외 기업, 의료기관의 우즈벡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개혁은 현재 초반 레이스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치고, 퀀텀점프를 위한 중반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의 성과도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단순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넘어 국민의 건강증진과 건강한 삶의 보존이라는 궁극적 목표실현을 위해서는 우즈벡 정부의 노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우즈벡 간 보건의료 협력 강화 
우즈베키스탄은 우리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포함된 나라로 정부에서 협력 강화를 위해 각별히 주시하고 있는 국가이다. 우즈벡 정부도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며,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국의 우수한 보건의료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우즈벡 정부의 전폭적 지지 하에 작년 4월부터‘한국-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협력센터’(한국인 자문관 파견)가 설립·운영되는 등 양국 간 보건의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보건의료 협력 강화를 위한 여러 차례의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우즈벡 건강보험 제도 도입 및 이헬스(E-health) 시스템 발전, 의료관광 및 민관협력(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강화 등을 4대 중점 협력 분야로 선정한 바 있다. 한-우즈벡 보건의료 협력센터는 앞으로 이 4가지 분야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사례 분석, 중장기 발전 로드맵 수립 등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게 있어 중앙아시아, 그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은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국가로 다양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상호우호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가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우즈벡에서는 우리 한국의 선진 의료에 대한 노하우를 원하고 있는 상황으로 ‘한-우즈벡 보건의료 협력센터’의 운영을 위한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한-우즈벡 보건의료 협력센터가 필요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적극적 협력이 요구되는데, 특히 4대 중점 협력 분야에서의 구체적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연구, 다각도의 노력이 향후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 각주
1) 우즈벡 주요 광물자원 매장량 : 금(1,800톤, 세계 10위), 석탄(13.7억톤, 16위), 우라늄(139,000톤, 10위)  
2) 중앙아시아, 카프카즈 등의 시골지방에서 나타나던 농촌마을 또는 공동체 형태 
3) 학자별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선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제공받는 기본적이면서도 일차적인 의료를 뜻하기도 하며, WHO를 중심으로 일차적 접촉 및 포괄적 의료서비스의 제공,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건강증진 등으로 1차의료를 정의하기도 함. 본 글에서는 전자의 개념을 1차의료로 정의함. 
4)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대표적인 의과대학으로 19세기 러시아의 유명 외과의인 피로고프를 기념하여 1906년에 건립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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