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산업 현황과 전망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0/04/02

폴란드는 세계 23위 비디오 게임 판매 국가로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폴란드 비디오 게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폴란드 인디게임 개발사인 플라잉 와일드 호그(Flying Wild Hog)에서 일하는 유명한 폴란드 게임 디자이너 타데우스 지엘린스키(Tadeusz Zielinski)는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수준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주장은 비웃음을 샀을 수도 있지만, 폴란드 기업들이 만든 게임 수가 급증하면서 이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으로 간주되기 시작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게임 산업도 매우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PwC가 발표한 ‘2018~2022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전망’에 따르면, 2015년에 약 150개사 정도였던 비디오 게임 개발사는 불과 1년 만인 2016년에 290개사 이상으로 늘어났고, 다시 2019년에 500개사로 늘어났다. 해당 보고서는 또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시장이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4억 유로(한화 약 5,400억 원)와 6억 유로(한화 약 8,1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중동부 유럽 지역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폴란드의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200만 유로(한화 약 162억 원)로 추정되며,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17% 성장했다.

현재 폴란드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는 수백 개의 개발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은 최대 10명 정도로 이루어진 독립법인들이다. 직원 수가 50명이 넘는 곳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개발사들 대부분이 마조프셰(Mazovia), 크라쿠프(Krakow), 실레지아(Silesia)에서 터전을 닦았다. 2019년 기준 13개 게임 개발사들이 바르샤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폴란드 최대 게임 개발사인 CD 프로젝트(CD Projekt)의 시가총액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10배가 커졌다. 이 회사의 직원 수는 현재 700명에 이른다. 블룸버그 통신에 CD 프로젝트의 주가는 2009년과 2019년 사이에 무려 2만 2,000배가 급등했다. 

또 다른 게임 개발사인 11 비트 스튜디오(11 Bit Studios)의 시가총액도 2009년과 2019년 사이에  4배로 늘어났는데, 2020년 9월 신작인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 발표와 더불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혁신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인력이 발전의 원동력 
1991년 소련 붕괴 뒤 폴란드 청년층들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당시만 해도 게임 개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를 원했던 폴란드 젊은이들은 열악한 국가 예산을 기반으로 외부 의존 없이 알아서 게임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처럼 열악한 사회적·지식적 환경에선 지식재산권 같은 재산권은 잘 보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커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래도 기술 혁신에 대한 열정과 숙련된 노동력, 낮은 생산 비용, 그리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 등에 힘입어 폴란드 비디오 게임 산업은 성장을 거듭했다. 

폴란드 비디오 게임 산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전통적으로 양질의 과학 교육으로 가능해진 ‘기술적 독립성’(technological independence)이다. 프로그래밍 대회가 열릴 때마다 폴란드 출신 팀은 최상위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기술적 독립성은 오늘날 폴란드가 자랑하는 강점 중 하나다. 폴란드 젊은이들은 개발툴(tool)를 해외에서 들여오기 보다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애썼다. 젊은이들이 열정적 관심을 가진 일에 집중한다는 건 폴란드가 가진 위대한 장점이다. 

2011년 폴란드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당시 폴란드 총리로부터 ‘더 위쳐’(The Witcher) 게임을 선물로 받았다. 투스크 총리가 폴란드 경제에서 비디오 게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산업은 여전히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폴란드 게임 개발사들은 주로 중소기업이며, 대부분 비디오 게임을 유통하고 배포해줄 중개사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액티비젼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와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같은 독립적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매년 폴란드 게임 중 약 100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스팀(Steam) 같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출현한 덕분에 폴란드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개발한 게임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처음 해외에 출시된 폴란드 게임은 1997년에 나온 ‘어스 2140’(Earth 2140)이란 컴퓨터로 하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대중들로부터 냉대를 받았고, 비평가들은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와 ‘워크래프트 II’(Warcraft II) 같은 당시 최고 인기 게임들에 비해 독창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 CD 프로젝트는 1994년 고등학교 동창인 마르친 이빈스키(Marcin Iwinski)와 미하 우 키친스키(Michał Kicinski)가 설립했다. 처음에는 외국 비디오 게임을 번역해서 배급해주는 일을 주로 맡았다. 이후 CD 프로젝트는 폴란드 CD-ROM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도적인 유통회사로 성장했고, 한동안은 폴란드 유일의 비디오 게임과 교육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 자리를 지켰다. CD 프로젝트는 중부 유럽 최대의 PC 비디오 게임 유통회사이기도 하다. 또 폴란드 시장에서 최초로 국제적 히트 게임을 100% 현지화해 유통시켰다. 폴란드어로 번역해 내놓은 첫 번째 타이틀 중 하나인 ‘발더스게이트’(Baldur's Gate)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도 CD 프로젝트는 여전히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폴란드를 대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18년도에 8,500만 유로(한화 약 1,100억 원)의 매출에 2,500만 유로(한화 약 340억 원)의 순익을 올렸다. 폴란드의 게임 시장 수익에서 가장 크게 기여하는 건 PC와 콘솔용 게임 판매와 그들 전용의 유료 애드온(add-on·추가 프로그램)이다. 

폴란드의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시리즈물은 단연코 ‘더 위쳐’다. 이 게임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폴란드 게임이다. 2007년 출시된 이 PC용 게임은 폴란드의 경제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이자 작가인 안제이 사프콥스키(Andrzej Sapkowski)의 연작 판타지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샤크콥스키의 소설은 폴란드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는 2016년에는 장르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최근 나온 경제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폴란드의 게임, 콘솔, 비디오 게임기 수출은 3,810.5%나 증가했다. 2019년 기준으로 폴란드는 세계 4위의 게임 수출국이다. 이러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더 위쳐’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더 위쳐 3’은 국제적인 상을 수없이 많이 받았고, 게임 CD는 2,000만 장이 넘겨 팔렸다. 

향후 전망 
2020년 현재 CD 프로젝트의 시가총액은 75억 유로(한화 약 10조 원)를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85억 유로(한화 약 11조 4,000억 원)인 유비소프트(Ubi Soft)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게임회사다. 

2018년 말 게임 산업이 벌어들인 수익은  4억 2,000만 유로(한화 약 5,600억 원)에 달했다. 폴란드의 비디오 게임 산업이 비교적 젊다는 사실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CD 프로젝트, 테크랜드(Techland), 11 비트 스튜디오와 같은 기업들이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도 폴란드 게임 산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프로스트펑크’(Frostpunk), ‘슈퍼핫’(Superhot) 같은 게임들의 성공 덕분에 이제 사람들이 ‘더 위쳐’를 통해서만 폴란드 게임 산업을 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들이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CD 프로젝트는 폴란드 비디오 게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은 1994년 이후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PC 게임 최고 히트작들을 편집하고 번역했다. 2002년에는 자체 개발사인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를 출범했다. 이처럼 지난 몇 년 동안 폴란드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여러 언어로 게임을 번역하는 동시에 게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애써왔다.

폴란드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 기업들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 지원을 통해 국내 게임 산업 육성과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폴란드 국가연구개발센터(National Center for Research and Develop, NCBR)가 비디오 게임 기업들의 R&D 프로젝트를 지원해주기 위해 만든 ‘게임인 섹터 프로그램’(GameINN Sector Program)이다. NCBR은 비디오 업계의 혁신적 기업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400만 유로(약 323억 원)를 지원해줬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2023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폴란드 비디오 게임 개발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