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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가 라틴아메리카에 미치는 영향

중남미 일반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교수 2020/04/06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 전체적으로 감염 사례가 많이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라틴아메리카에도 상륙했고, 상대적으로 방역이나 보건 시스템이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확산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집단 활동이 많은 사회라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따라서 중국의 코로나19 상황과 경제 동향이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고, 라틴아메리카에 코로나 19가 전파된다면 인명 피해를 비롯하여 경제적인 파급이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아시아나 유럽과 같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가 다양해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 현 단계에서 라틴아메리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분석일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제 악화가 라틴아메리카에 5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남미 1차 산품 수출 경제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칠레는 전체 수출의 34%, 페루는 28%, 브라질은 2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국내총생산이 칠레 0.3%, 페루 0.5% 정도 하락하고, 브라질은 수출의존도가 낮아서 영향이 적을 것이다. 중국은 칠레와 페루의 구리와 산업 금속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소프트 상품과 농·임업 상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석유, 브라질의 철광석을 각각 수입하고 있다. 

그림1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중국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칠레가 가장 높다. 따라서 칠레는 중국의 상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멕시코는 대중국 수출이 가장 낮아 영향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브라질과 멕시코는 중국으로부터 제조품과 중간재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중국에서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삼성과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둘째, 다른 지역에서 생산이 줄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가장 큰 원자재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이미 일부 품목의 가격 하락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의 수출 감소는 피할 수 없다. 구리와 석유 가격 하락으로 칠레와 콜롬비아 페소가 영향을 받고 있다.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회복세를 보이던 원자재 수출 의존 경제가 다시 둔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더 많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올수록 주식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라틴아메리카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에서 확산되면서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3월 7일 기준으로 브라질은 201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지수가 7%나 하락했다. 세계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신흥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라틴아메리카 주식 변동을 가볍게 볼 수 없다. 

표1


셋째, 통화 약세로 최소한 1/4분기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많은 국가가 재정을 활용한 부양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2015~16년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입을 늘리는 긴축 재정을 운영하고 있고, 원자재 수출 감소로 재정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재정 상태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브라질,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적자 비율이 여전히 높아서 재정 건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는 재정 상태는 건전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의 극단적인 정책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정부도 재정 지출 확대 여력이 거의 없다. 공공 부채율과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칠레와 페루는 재정을 부양할 여력이 있다. 칠레는 이미 2019년 국민의 저항에 대응해 2020년 재정 지출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추진한 많은 중앙은행이 2019년까지 금리 인하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완화는 지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표2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환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해, 대상 국가 통화 전체가 평가절하되었다. 3월 7일에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당 4.63헤알로 1994년 헤알 화폐 개혁 이후 가장 낮게 평가되었다. 환율 변동이 국내 소비재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물가에 반영되면 회복세에 있는 라틴아메리카가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에 내몰릴 위험성이 있다.

넷째,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를 떠나고 글로벌 금융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떠나게 되면 유동성 위기와 통화 평가절하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경제 활동이 큰 타격을 입을 때의 이야기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재 전파 단계에서 억제된다면 글로벌 경제가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만약 중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으로 확산된다면 글로벌 금융 위기와 맞먹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도 코로나19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0년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을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 IMF는 2020년 라틴아메리카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1.6%로 보고 있다. 2013년 이후 라틴아메리카 경제성장률은 2%를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일본,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각 국가들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없이 일부 국가에서 민영화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3월 3일에 라틴아메리카 개발은행인 CAF가 지역의 국가들이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3억 달러의 긴급 자금 대출을 승인했고, 기술 지원 자금 500만 달러도 승인했다. 이 정도의 규모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규모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미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에는 다소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와 페루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무역, 투자와 금융 부문에의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항공 및 관광부문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아직은 지역 내 항공기 운항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아르헨티나 항공(Aerolineas Argentinas)이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로마 노선의 운영 횟수를 줄였고, 에어 차이나(Air China)가 베이징-휴스턴-파나마 노선 운영 중단을 연장하고 있는 정도이다. 아에로 멕시코(Aero Mexico)가 서울 노선을 50% 줄인다고 발표했고, 라땀(Latam)은 상파울루 밀라노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들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아비안카(Avianca)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적자 운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7일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IATA)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된다면 전체 항공운항사업이 63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라틴아메리카 항공사는 이미 적자 운영을 해오고 있다. 2019년 승객당 1.32달러 적자에서 2020년 0.42달러 적자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승객이 줄게 되면서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다. 승객도 2019년의 역내 사회 혼란과 경제 위험 때문에 약 3.7% 감소했다. 그런데 아시아와 유럽 관광객들이 줄어들면 항공운항사업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고, 호텔 및 관광 산업 전체로 피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미 국가들은 수출 상품의 가격 하락으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고, 중미와 카리브는 관광 산업 위축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올 수 있다. 지난 3월 7일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4월 말에 브라질에서 예정되어 있던 라틴아메리카 컨퍼런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따른 결정으로 MICE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 외에 코로나19는 라틴아메리카 경제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개별 국가들의 적극적인 부양정책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지원을 확대하기 어렵다. 결국, 개별 국가들이 다양한 외국인 투자 유인 정책을 통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선진국보다는 예방, 방역, 치료 등의 보건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게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많은 국가들이 방역체제를 정비하고 확진자들을 격리 병동에 입원시키고 있지만, 확산세가 빠르게 증가하면 대체하기 어렵다. 만약에 단기간에 방역이 이루어진다면 파급되는 문제가 적겠지만, 감염이 확대되거나 장기화하면 라틴아메리카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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