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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이집트 경제의 문제점 분석 및 정책 권고

이집트 Vladimír Hlásny Department of Economics, Ewha Womans University Professor 2020/04/07

이집트 기업들은 오랫동안 생산성이 낮고 침체된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에 필자는 본 글을 통해 기업환경⸱규제개혁의 최근 동향 및 생산성⸱성장률 저조의 원인을 살펴본 후 정책 권고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글의 논지는 이집트의 다양한 구조적 병폐가 기업 운영비용 증가, 요소생산성⸱부가가치 제약 및 성장 저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간 부문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인적자본 이동의 실질적 제한, 자금조달 및 기술 접근성 제약, 자원 공유기회 저조 및 제한적 무역 개방성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비공식부문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본 분석은 공공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공식부문의 역량을 발전시키며, 공식 부문의 운영 유연성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기술 및 인재에 대한 투자와 관련하여 효과적인 권고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재가 양질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비공식부문과 공식 부문의 운영환경을 일치시키며, 근로환경이 불안정한 근로자를 위한 지원 체계를 심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기업의 혁신 및 부가가치를 증진시키고, 노동력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며, 비공식부문과 공식부문 간 간극을 메우고, 기업간 건전한 협력과 경쟁을 가능케 하면 이집트 경제가 보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집트 기업이 직면하는 비용과 제약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으로 측정하는 기업생산성은 1990년대에 소폭 증가한 후 2002년에 약 18%로 정점을 찍은 이후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저치를 기록했다(그림 1). 그 이후로 기업생산성은 아직 원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업생산성은 1991년 수치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예로 들어 비교하자면, 중국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GDP의 29%를 차지했다. 해당 수치는 알제리의 경우 35%, 요르단은 19%였다. 이집트의 기업생산성은 방글라데시와 유사한 수준이나, 방글라데시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지난 몇 년 동안 약 13%를 기록한 반면 이집트의 연평균 생산성증가율은 5% 미만에 그쳤다.

이집트 기업의 생산성과 성과가 저조한 것은 기업의 운영비용을 부풀리고 요소생산성 및 기업의 부가가치를 제한하며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여러 구조적 병폐와 관련이 있다. 

이집트의 기업환경평가 순위는 계속 낮은 수준이었다. 2019년의 경우 전체 순위는 190개국 가운데 120위였으며, 세부적으로 계약집행에서 160위, 국경 간 무역 용이성에서 171위를 기록했다. 뇌물과 부패 또한 만연하다. 다양한 형태의 뇌물 및 부패 문제의 심각성은 2005년 이후로 악화되어 2011년에 최고조에 달했고, 그 후 하락세이나 많이 개선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세계은행 기업설문조사(World Bank Enterprise Surveys)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이집트 기업 가운데 49.5%가 부패가 주요한 장애물이라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2007년에는 59.3%를, 2013년에는 소폭 하락하여 56.3%를 기록했다. 

그림1


이집트 경제의 시장 분절화(Fragmentation)
이집트 기업 분포는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 즉, 기업 90% 이상이 가족 회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마이크로 규모의 기업이다. 대기업은 전체 고용의 절반 및 국내 투자, 생산량 및 수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전체 기업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대부분 정부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활동하고, 그렇기 때문에 요소 생산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한다. 이들 대기업은 비공식 부문의 경쟁자가 출현했을 때에만 겨우 대응하곤 한다(Ali & Najman, 2016).

영세⸱소규모기업(Micro and Small Enterprises, MSEs)은 비공식부문에서 활동함에 따라 대부분의 산업 규제 및 납세 의무를 피하며, 일반적으로 노동법이나 임금 외 경비 관련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의도적으로 자사의 사업 및 인프라를 제한하여 규모를 작게 유지하고 ‘규제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반면 이와 동시에, 비공식 부문 MSE는 공공 입찰 및 공식 자금조달 기회에서 사실상 배제되며, 해외교역 참여 역량도 제한적이다(El-Said 등, 2015).

MSE는 몸집을 불리거나 손익 균형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는 기업 규모 확대에 따르는 행정적 부담, 교통망⸱전기⸱인터넷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불안정 및 양질의 노동력 및 자본 유치에 관한 기업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 더불어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조달되는 자금의 규모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이 높다. MSE는 대기업과 달리 정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나 로비력이 없고 공무원과의 관계가 긴밀하지도 않아 규제 측면에서 대기업과 같은 처우를 받을 능력이 없다.

보통 공식 부문 기업과 비공식 부문 기업 간 교류는 공급망으로 제한된다. MSE는 기술⸱장비⸱인재⸱시장 발전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역량도 부족하다. MSE는 보통 부가가치가 낮은 후방산업 제품 및 서비스를 전방산업에 종사하는 공식 부문의 기업들에 제공하며, 이에 대해 적정한 수익만을 받는다. 따라서 MSE와 중⸱대형 기업 간 경쟁은 매우 불평등하다. 대규모 공식부문 기업은 해외 및 국내 경쟁에서 여러 가지 보호조치를 누릴 수 있으며, 사소한 뇌물 요구를 피할 수 있고, 또한 양질의 노동력과 자본을 유치할 역량이 있다. 반대로 비공식 MSE는 납세를 피할 수 있고 노사 관계 및 운영상의 제약이 덜한 반면,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불가능하여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비효율적 노동시장
열악한 경제여건과 시장 분절화 문제는 근로자의 기술과 고용주의 수요 간의 만성적 불일치 및 고착화된 실업⸱노동력 부족 사태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기술 공급자 측면을 먼저 살펴보면, 문맹률이 여전히 높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중등학교에서 대학 입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학졸업자에 대한 급여 수준이 낮고 신규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대학에서 습득하는 기술이 기업들이 보기에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교육 및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세계은행 기업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산학간 협력이 흔치 않으며, 인재 부족 문제는 이민을 통한 대량 두뇌유출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추었으나 공식 고용부문 진입에 실패한 기술 근로자 및 기업인들은 생산력이 가장 높아지는 시점에 이민을 택하곤 한다. 또한 공공부문은 민간 기업으로부터 인재를 빼앗아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비록 최근 감소세에 들어섰다고는 하나, 공공 부문은 지금까지 고용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부문 중 하나였다. 근로환경이 비교적 우수하고, 임금 외에 복리후생이 별도로 주어지며, 고용 안정성이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소비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공공부문의 고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안정성 증진 목적으로 보수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대졸자가 공공 부문 취업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집트 청년의 실업률은 세계 평균의 2.5배가 넘는 수준으로 전 세계 17위를 기록하고 있다(세계은행, 2019).

수요 측면에서 볼 때, 제약적인 근로계약법 및 임급 인상 의무로 인해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공식 최저임금이 일반적인 임금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며, 이는 고용 확대에 장애가 된다. 노동조합 또한 전국적 차원에서 단체교섭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며, 이 또한 고용비용 상승의 원인이다. 최근의 신규 대졸자들은 불안한 고용환경 속에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비공식부문과 공식부문(및 민간⸱공공부문)을 충분히 넘나들며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로자가 비공식부문의 일자리를 한 번 수락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커리어를 쌓은 이후에도 공식 부문의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이 어렵다. 비공식 부문 기업은 공식부문의 시장 밖에 있는 근로자에게 생계 유지 수단으로서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며, 이는 비공식 부문의 노동 품질 개선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한 연구(AlAzzawi & Hlasny, 2018)는 지난 20년을 기준으로 이집트 내 15~29세 청년의 취업실적을 살펴보고 이를 그 이전 세대의 고용성과와 비교해 보았다. 연구결과는 이집트 청년이 냉혹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림 2>는 청년 근로자(30세 미만)와 비청년 근로자(30~59세)의 고용전망 추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청년 남성은 대부분 비공식 부문에 고용되어 있거나, 아니면 아예 노동력에서 배제되어 있다. 청년 여성은 근로가능연령 전체에 걸쳐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중반 여성의 경우 노동시장 참여율이 소폭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공 분야에서의 공식 일자리에 한정된 현상이다. 또한 이 연령대라 하더라도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고용되어 있을 확률보다 여전히 세 배 높다. 이러한 수치를 살펴보면, 이집트 여성은  ‘좋은’ 공공 부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때에만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참여와 관련하여 이집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화적 및 사회적 관념이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노동시장 내의 구조적 결함 또한 다양한 부문 내 노동력 수급 불일치, 여성의 노동시장 배제현상, 능력 있는 청년 및 지방 남성의 구직을 위한 이주 현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Hlasny & AlAzzawi, 2018).

그림2

근로자의 기술과 일자리 사이의 불일치 및 공식 부문 고용주의 노동력 수요에 대한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근로자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집중적으로 종사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노동의 부가가치 저하 및 GDP 대비 노동임금 비중 저하로 이어진다.

노동생산성 증진을 위한 정책 필요성
이집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조직 및 생산의 기본 단위인 가계의 상황을 고려할 뿐 아니라, 강제적인 지대추구 경제 행위자로서의 정부의 역할 또한 고려해야 한다(Bush, 2019). 이는 곧 기업 전반에 걸친 낮은 생산성, 각기 다른 근로자 집단의 운명, 비공식 부문 기업의 취약성 및 시장의 현 구조 하에서 나타나는 비공식 부문 기업과 공식 부문 기업 간 관계 등을 다시 한 번 조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집트의 시장 이중성, 각기 다른 주체간 불평등 및 성별격차 문제 등은 사회 내 만연한 생산성 및 실적 저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인재가 양질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비공식부문과 공식 부문의 노동시장 근로환경을 일치시키며, 근로환경이 불안정한 근로자(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 지방 근로자, 여성 등)를 위한 필수 지원 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최근의 규제 완화 노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집트 국제투자협력부(Ministry of Investment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법을 도입했다. 비록 MSE를 위시로 한 국내 기업의 생산성, 혁신 및 성장의 가시적인 증가는 아직 없었다고는 하나, 이 법을 바탕으로 투자지역을 지정하고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 정책 입안가들은 국내 기업간 지식공유 및 국내-해외 파트너십 진작에 방점을 두고 이러한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더욱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를 다양한 종류의 기업에 균등하게 제공하여 기업간 협력, 형평성 및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또 다른 규제 완화 노력으로 노동 및 고용법 개정을 들 수 있다. 개정된 내용에 따라 기업 내 노사관계 관련 유연성이 확대되고 공식 부문의 고용주가 부당한 규제 압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비공식 부문 고용관계를 공식 부문 고용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장려책이 될 것이며, 2003년의 노동법의 본 의도인 비공식 부문과 공식 부문 간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Wahba & Assaad, 2017). 개정법은 공공부문, 민간 공식부문, 민간 비공식부문 간 노동력 이동을 장려하고 고용주 간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 그러나 이렇게 개정된 법이 장기적으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부는 공식부문 기업과 비공식부문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기업의 규모 확대와 공식⸱비공식부문 간 전환을 장려할 뿐 아니라 과세표준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세율을 낮추고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여 민간 부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년, 지방 근로자 및 여성 등 소외된 근로자를 위시로 하여,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만큼, 이들 일부 근로자에게는 정부가 취약한 비공식 부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금지원 등 사회적 보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OECD, 2018). 재정정책의 경기조정성을 강화하고,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취약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자의 영양, 신체 및 정신 건강, 직업교육을 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근로자의 기술 수준 및 장기적 고용가능성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이집트 경제는 해외 원조, 투자,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도 관심을 돌려, 국내 기업에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 및 세금 혜택을 통한 재정적 인센티브는 R&D를 장려하고 기업 간 경제 클러스터 형성에 도움이 된다. 경제에 대한 부가가치 기여도가 낮은 에너지, 건설, 부동산 등의 부문에 집중된 투자 및 산업 지원정책 초점을 기술제조업,  전문서비스, 기업지원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옮겨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프라, 산업지구, 브라운필드 프로젝트, 농업기술 개발지원 등을 통해 농촌 및 지방의 발전 또한 촉진해야 한다(Bush, 2019).

기업활동 비용을 부당하게 증가시키고 투자 수익을 낮추는 부패 및 관료주의적 절차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 또한 배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제도 개혁 사례 등 본받을 수 있는 성공 사례가 매우 다양하다. 

결론적으로, 혁신 장려, 고부가가치 부문 발전, 노동이동성 증진, 적절한 기술과 일자리 매칭, 공식부문-비공식부문 통합, 기업 간 건강한 협력 및 경쟁환경 구축 등 여러 다양한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이집트 경제 내 다양한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보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의 궤적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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