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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 경제의 성장 둔화 원인 분석 및 시사점

말레이시아 Teo Wing Leong University of Notthingham Malaysia Professor 2020/04/10

2020년 2월 12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인 네가라은행(BNM, Bank Negara Malaysia)은 2019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2019년 4/4분기의 GDP 성장률은 3.6%로, 이는 시장 전망치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4.4%를 기록했던 2019년 3/4분기 GDP 성장률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특이 이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 성장률이기도 하다. 이것은 앞으로 말레이시아 경제가 더욱 악화되리라는 신호일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 말레이시아의 갑작스러운 정권 변화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3월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 등 지난 두 달간 새로이 발생한 몇 가지 동향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발생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요인들을 함께 감안했을 때, 2020년 말레이시아 경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말레이시아 경제 성장 둔화 원인
BNM은 2019년 4/4분기 GDP 성장률 둔화의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지출 측면에서 2019년 4/4분기에 순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반대로, 2019년 3/4분기의 순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및 글로벌 경제 둔화의 여파일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의 GDP에서 순수출이 약 7%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2019년 3/4분기 15.9% 증가에서 2019년 4/4분기 9.8% 하락으로의 낙폭만 하더라도 2019년 4/4분기 GDP 성장률이 3/4분기 대비 1.7% 낮아지기에 충분하다. 다행히도 2019년 4/4분기의 민간 소비 증가율이 3/4분기보다 높았고 투자 감소세가 2019년 3/4분기 대비 4/4분기에는 둔화되어서, 2019년 4/4분기 GDP 성장률과 2019년 3/4분기 성장률의 차이는 0.8% 선에서 그치게 되었다. 

BNM은 생산 측면에서 GDP 둔화의 두 번째 이유를 찾는다. 이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2019년 4/4분기 GDP 성장률 둔화의 주된 원인은 건조한 날씨와 비료 사용 감소로 인해 마이너스 5.7%의 성장률을 기록한 농업 및 임업 부문이다. 특히 같은 이유로  팜유(palm oil) 생산량은 17% 줄어들었다.

지출 측면에서의 설명과 생산 측면에서의 설명은 GDP를 바라보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연결된’ 두 가지 방법이다. 이 두 측면에서 바라보는 분석은 서로 상충되어서는 안 된다. 흥미로운 것은, BNM은 2019년 4/4분기 수출량 감소의 주된 원인이 전기⸱전자제품(E&E) 및 천연가스 수출 감소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을 생각할 수 있는데, 팜유의 경우 2019년 4/4분기에 생산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말레이시아 팜유 위원회(Malaysian Palm Oil Board)가 밝힌 것처럼 2020년 12월 기준으로 팜유 재고가 2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사실로 설명 가능하다. 즉, 수출업자가 팜유 재고량을 줄이며 팜유 수출을 지탱해 왔던 것이다. 한편 E&E의 경우 수출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문의 GDP 성장률은 2019년 3/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3.6%에서 2019년 4/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로 줄어들며 미미한 둔화세를 보였다. E&E 수출량 감소로 인한 2019년 4/4분기 GDP 성장률 낙폭 또한 2019년 3/4분기 대비 0.1%에 지나지 않았다. 단 수출량 감소로 인해 E&E 부문에 재고가 축적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경제는 또 다른 종류의 난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하여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중국발 중간재(intermediate input)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중국의 일부 도시가 봉쇄되고 공장 및 기업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공급망이 교란되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말레이시아산을 포함하여 수입산 물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관광업 또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2018년 기준 말레이시아를 찾는 해외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하기는 하나, 중국이 단체 관광객의 해외여행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행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관광업의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3월 3일 이전에는 30명에 채 못 미치던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또한 3월 11일에는 총 149명으로 증가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의 3월 6일자 발표에 따르면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 기준 말레이시아의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지 않았을 상황에 비해 1.11% 가량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DB는 이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말레이시아 현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3개월 간 지속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반면 ADB가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망하는 한국의 GDP 성장률 감소치는 0.91%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이 바이러스로 인한 잠재적 하방리스크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 경제학자인 뉴욕대학교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증시가 40%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는 2월 말, 마하티르 모하맛(Mahathir Mohamad) 말레이시아 총리가 2월 24일자로 사임하며 느닷없는 정치적 위기까지 터졌다. 마하티르 총리는 자신이 직접 창당한 PPBM의 2인자였던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이 연립집권정부인 희망연대(Pakatan Harapan)에서 당을 탈퇴시키고 난 이후 총리직 사의를 표했다. 사임 이후 마하티르는 임시총리로 임명되었고, 새로운 연립정부를 수립하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 3월 1일, PPBM뿐 아니라 이전 정권에서 야당이었던 UMNO와 PAS 소속 의원들을 포함한 의원 대부분의 지지를 받아 무히딘 야신이 신임 총리로 임명되어 ”Perikatan Nasional”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정계는 불확실한 형국이 되었다. 무히딘 야신이 이끄는 Perikatan Nasional 정부가 하원의원 222명의 과반수 지지를 얻었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가 희망연대(Pakatan Harapan)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의회 재소집일이 5월 18일로 미루어짐에 따라 일정이 연기되었다고는 하지만 무히딘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시행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협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더해지면서, 해외 투자자의 대량 매각 현상과 함께 말레이시아의 벤치마크 주가지수인 FBM KLCI가 2011년 이후 최저치인 1,500 이하로 떨어졌다. 이슬람주의 정당인 PAS가 말레이시아 새 연합정부의 일원이 되며 신임 정부가 비교적 보수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한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두려움은 3월 10일 새로운 내각 구성이 발표되며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이다. 발표된 바에 따르면 PAS 출신의 의원은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장관직만을 맡은 것으로 보이며, 또한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인이 아닌 전문 은행가가 재무부 장관직을 맡게 되었다. 정치적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행히 2월 27일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 극복을 목적으로 하는 총 2,000억 링깃(약 420억 미국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향후 중단기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말레이시아 경제에 발생한 가장 최근의 충격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가격 전쟁에 따라 3월부터 시작된 유가급락 현상이다. 3월 4일 기준 배럴당 51달러였던 브렌트유 가격이 3월 10일 기준 배럴당 37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경제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말레이시아가 원유 순수출국인만큼 유가하락은 말레이시아의 수출실적에 영향을 주고 경제의 다른 부문에도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2015년과 2016년에 유가가 급락했을 당시 말레이시아의 GDP 성장률은 2014년의 6.0%에서 2015년에는 5.1%로, 2016년에는 4.2%로 떨어졌다. 둘째, 정부예산 또한 유가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2019년 11월에 이미 통과시킨 2020년도 예산안은 배럴당 평균 유가를 62달러로 상정하고 석유 및 가스 수익의 전체 정부세입 기여도를 20.7%로 전망했었기 때문이다. 유가 급락으로  석유 및 가스가 국고에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예산 적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유가 급락은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대한 압력 강화로 이어져, 과거 유가가 떨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링깃화 평가절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2019년 4/4분기 말레이시아 GDP 성장률 둔화의 주된 원인이 농업 부문의 역성장, 특히 날씨 문제로 인한 팜유 생산량 저하인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성장률 둔화를 불운으로 인한 일시적 이상현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19년 4/4분기에 E&E 부문을 위시로 한 수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둔화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하나, 떨어진 수요로 인해 재고수준이 높아지면 기업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에서 실질적인 타격이 가시화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여기에 코로나19, 정치적 불안정성, 유가 급락이라는 세 가지의 다른 커다란 충격이 합쳐지면서 2020년 1/4분기 말레이시아 경제를 강타하고 있고, 이는 2020년 말레이시아 경제 전망이 비교적 어두울 것임을 짐작케 한다. 앞서 언급한 모든 요소들이 더욱 악화되지 않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해도 말레이시아의 2020년 GDP 성장률은 2019년도 전체 성장률인 4.3%에 비해 훨씬 낮은 3.0%, 심지어는 2.5%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혹은 기타 원인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 성장률이 -1.5%를 기록했던 때처럼 다시 한 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미래를 비관하고 희망을 잃기 쉽지만, 1998년이나 2009년 등 말레이시아의 과거 침체기를 생각해 보면 말레이시아 경제는 늘 위기 극복 후 회복에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우수한 실물 인프라 및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력 등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고, 따라서 제도적으로 나쁜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도 성장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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