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0 페루 특별총선거와 후지모리즘의 몰락

페루 송기도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前 콜롬비아 대사 2020/04/20

게이코 후지모리와 민중권력당
2020년 시작과 함께 남미 페루에서 총선거가 열렸다. 1월 26일 전국 26개 선거구에서 13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특별 총선거(Elecciones Congresales Extraordinarias)가 시행됐다. 이는 1993년 개정된 헌법 이후 치러진 일곱번째 선거로 선출된 의원들의 임기는 해산된 의회의 잔여기간인 1년 3개월로 제한됐다. 이는 2019년 9월 30일 국회의 행정부 불신임을 계기로 마르틴 비스카라(Martin Vizcarra) 대통령이 ‘헌법 134조’에 의해 의회를 해산했기 때문이다. 

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58%에 달해 기권 또는 백지투표가 무척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1) 하지만 결과는 2,500만 유권자중 1,800만 명이 참여해 2016년 선거보다는 7.8% 적지만 74.1%라는 양호한 투표율을 보였다. 2016년 보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정치적 혐오와 무관심이 가중된 결과이기도 했다.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Odebrecht)가 페루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인해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와 실망이 늘어났으며, 갑작스럽게 실시된 총선으로 인해 많은 정당들이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의회가 입법 관련한 기능이나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페루인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의회가 기능을 회복하는데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선거결과 알베르토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전 대통령의 장녀인 게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와 아들 겐지 후지모리(Genji Fujimori)가 이끄는 민중권력당(Fuerza Popular)이 참패했다. 2016년 선거에서 전체의석 130석의 과반이 넘는 73석을 차지해 지난 4년여 동안 페루정치를 좌지우지해왔던 민중권력당은 80%에 가까운 58석의 의석을 잃어버리고 15석만을 차지하여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선거를 앞두고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던 민중권력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선거 이틀 후 다시 수감됐다. 게이코는 2011년 대선 당시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120만 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대선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2018년 10월에 1년 8개월의 형을 받고 수감됐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석방된 지 2개월 만에 다시 감옥에 수감된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페루 정치의 중심에 서왔던 후지모리즘의 궤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 무려 21개 정당이 참여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그중 9개 정당만이 의회에 진출했으며, 5개 정당은 처음으로 의회에 들어왔다. 4년 전 선거 때 11개 정당이 참여해 6개 정당만이 의석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페루의 정치가 보다 파편화된 것이다.2)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이번 페루총선 결과를 ‘놀라움’, ‘경악’이라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1990년 이후 30여 년 동안 페루 정치의 중심에 서왔던 후지모리당의 참패는 예상 밖이었다. 4년 전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 페루 정치를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던 민중권력당이었다. 스페인의 에페(EFE)통신은 ‘중도우파 중심의 파편화된 의회’가 구성됐다라고 했으며, 영국의 BBC는  의회 내 제 1당에서 제5당으로 떨어진 민중권력당의 참패와 ‘보수적이고 메시아적 정당’인 페루 농민민중전선(Frepap)의 급부상을 보도했다. 프랑스 프랑스프레스(Agence France-Presse)는 “페루 의회를 압도적으로 지배해온 후지모리 당이 7.1%의 득표에 그쳤다”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야당에 의해 장악되어온 의회가 다양한 정당으로 재구성됐다”고 했으며, 아르헨티나의 끌라린(Clalin)은 “후지모리즘의 참패와 파편화된 의회”라고 보도했다. 

특별 총선거를 시행한 이유
임기를 1년 4개월이나 앞두고 특별총선거가 열린 근본적 이유는 2016년 치러진 대선과 총선의 결과 때문이었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과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서로 다름으로서 여소야대 의회가 구성됐으며, 입법부를 장악한 정당은 행정부 정책들을 좌절시키며 지속적인 갈등과 충돌을 일으켰다.  그리고 의회에 의해 탄핵에 직면한 대통령이 사직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쿠친스키(Pedro Pablo Kuczynski)는 결선투표에서 50.12%를 득표해 49.88%를 얻은 게이코 후지모리에 0.24% 차이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1차 투표에서는 게이코 후지모리가 39.86%의 지지를 받으며 20.15%를 득표한 쿠친스키 보다 무려 18.81%를 더 득표했었다. 당연히 결선투표에서 후지모리의 승리가 예견됐지만 3위를 차지한 좌파 진영의 베로니카 멘도사(Veronica Mendoza)가 후지모리 세력의 복귀를 우려해 2위를 차지한 신자유주의자인  쿠친스키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간발의 차이로 승자가 바뀌었다. 

하지만 1차 투표와 같은 날 치러진 총선거에서는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이 130석 중 과반이 넘는 73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두었다. 정부여당이 의회 다수당이 아니라, 정부에 반대하는 야당이 국회 과반을 점한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민중권력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쿠친스키 대통령의 지속적인 정치적 충돌은 2018년 3월 쿠친스키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대통령직을 사임할 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중도성향의 마르틴 비스카라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반부패를 취임 일성으로 내건 비스카라 대통령은 다양한 반부패정책을 추진했지만, 부정자금 수뢰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행정부의 개혁정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비스카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결정한 것은 의회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민중권력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헌법재판관 7명 중 임기가 끝난 6명을 새로 임명하려 했는데, 이들 후보들 중에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법조인과 국회의장의 친인척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정부와 야당의 충돌이 한계에까지 도달했으며, 대통령이 사임하든 아니면 의회가 해산되든 결정해야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한 의회 표결 직전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를 장악한 부패한 마피아가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의회가 헌법재판관 임명 전에 정부 신임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루 헌법 134조에 따르면 의회가 같은 정부를 두 차례 불신임하거나 신임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2017년 9월에 있었던 쿠친스키 대통령 불신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서 "우리는 새 역사를 만들고 있으며 중요한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헌법상 권한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도둑 소굴 같은 의회를 해산하라"며 민중권력당과 부패한 사법당국을 비난하는 촛불시위 등을 벌여왔던 시민들은 의회밖에서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을 지지하며 시위를 이어갔다.3) 이같은 대통령의 의회 해산에 게이코 후지모리가 장악한 야당은 ‘쿠데타’라며 즉각 ‘한시적 직무능력 상실’(incapacidad temporal)을 이유로 비스카라 대통령의 직무를 12개월간 정지시키는 안건을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86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4) 그리고 메르세데스 아라오즈 (Mercedes Aráoz) 부통령을 임시 대통령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비스카라 대통령에 대한 군의 확고한 지지와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 시위는 비스카라 정부의 위상을 강화시켜 주었다. “헌법 질서가 붕괴됐다”며 월요일 임시대통령직을 수락한 아라오즈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최소한의 조건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화요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Twitter)에 사임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의회의 권력 장악은 24시간도 채 가지 못했다.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90%에 달하는 국민들이 국회에 반대하고 비스카라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리고 지난 1월 26일, 해산된 국회를 다시 채워줄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2020 특별총선거 결과
특별총선거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앞서 간단히 설명했듯이 이번 선거 결과는 후지모리 세력의 참패와 다양한 정당의 국회 입성 그리고 정당간 세력 분할이다.


표1


첫째, 게이코 후지모리가 당수로 있는 민중권력당은 4년 전 선거에서 36.37%의 득표로 국회의석 과반인 66석을 훨씬 넘는 73석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7.31%의 득표로 15석에 그쳤다. 제1당의 완벽한 몰락이었다. 

또 다른 패자는 페루민중혁명연합(Partido Aprista Peruano) 이었다. 정치부패 수사와 관련해 민중권력당과 연대해 비스카라 대통령과 대립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2.72%의 득표에 그쳤으며, 5% 제한규정으로 국회 진출마저 좌절됐다. 비스카라 대통령과 정치적 각을 심하게 세웠던 것이 유권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5) 1924년 창당된 페루에서 가장 전통을 가진 정당인 아메리카민중혁명연합(Apra)이 90년 정치사에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두 차례(1985~1990 y 2006~2011)에 걸쳐 대통령을 역임한 아메리카민중연합 출신의 알란 가르시아(Alan Garcia)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중남미 전체를 뒤흔든 오데브레시 사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패 정치인의 상징이 됐으며 2019년 4월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페루에서 가장 전통 깊은 정당에 깊은 상흔을 남겼으며,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의 사멸을 알리는 듯했다.6) 

둘째, 이번 선거의 승자는 중도우파의 민중행동당(Acción Popular)이었다. 민중행동당은 2018년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25석을 얻어 제 1당이 됐다. 페르난도 벨라운데 테리(Belaunde Terry) 전 대통령이 1956년 창당한 당으로 이번 뇌물 스캔들에 크게 연루되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서 7.17%의 득표로 5석을 차지해 소수정당에 머물렀었는데 10.26%의 득표율을 보이며 25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의석의 19.23%를 차지해 원내 제1당이 됐지만 이는 22석을 차지한 제 2당인 발전 동맹(Alianza para el Progreso)보다 3석이 더 많았을 뿐이고, 8.38%를 얻어 15석의 의석을 확보한 제 3당인 페루 농민민중전선(Frente Popular Agrícola del Perú)보다 득표율에서는 1.88% 많을 뿐이었다. 이는 2016년 선거에서 제 1당이었던 민중권력당이 전체의석의 56%인 73석을 얻어 의회를 지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셋째, 9개의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였다. 이는 지난 의회보다 3개의 정당이 더 늘어난 것이다. 다시 말해, 의회구성이 보다 파편화됐다. 그리고 정당간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4년 전 선거에서 제1당이었던 민중권력당(73석)과 가장 소수당이었던  민중행동당(5석)은 무려 68석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25석을 얻어 제1당이 된 민중행동당은 가장 적은 의석인 9석을 차지한 광역전선(Frente Amplio)보다 16석을 더 얻었다. 제1당과 제9당의 의석 차이가 크지 않았다. 

2016년 선거에서는 3개 주요 정당이 과반(66석)을 훨씬 뛰어넘는 111석(84%)을 차지했었다.7)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상위 3개 정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62석으로 전체 의석수의 반에도 미치지 않는 47.69%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정당간 의석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는 지배적 정당의 부재로 인해 향후 페루 정치에서 정당간 갈등과 충돌이 빈번히 나타나고 정치적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이번 선거에서 예상외로 높은 지지를 받은 정당은 페루농민민중전선(FREPAP)으로 16석이나 차지하면서 창당 30년 만에 국회로 입성했다. 종교적 색채를 띤 이 당은 1989년 ‘새로운 메시아’ 또는 ‘예언자’로 추앙받는 가모날(Ezequiel Ataucusi Gamonal)에 의해 창당됐다. 농촌에 기반을 둔 복음주의 기독교 정당이다. 대다수 의원들이 농민 출신들로 친환경 농업정책을 우선시하고 있다.8) 

그러나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선거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비스카라 대통령이다. 2018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의회와의 최종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다. 검사와 판사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연루된 부패고리를 끊기 위해 비스카라 대통령이 전개한 반부패청산 정책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확보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 후지모리 정치세력으로부터 독자성을 확보하게 됐다. 공식적인 여당은 없지만 의회가 다양한 정치세력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치적 협상력을 충분히 가지게 됐다. 

게이코 후지모리와 후지모리즘의 몰락
1990년 이후 페루 정치의 중심에 서왔던 후지모리즘은9)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민중권력당은 4년 전인 2016년 선거에서 페루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던 정당이었다. 게이코 후지모리가 박빙의 차이로 대선에서 졌지만, 총선에서는 73석이라는 과반을 차지함으로서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게이코의 차기 대권도 예약되어 있었다. 그리고 국회를 장악한 후지모리 세력과 반 쿠친스키 세력이 합친 입법부와 행정부간 갈등이 시작됐고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 전체를 휩쓴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10)로 알란 가르시아 등 전임 대통령들이 모두 기소되었으며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를 기회로 쿠친스키 대통령 탄핵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누나 게이코와 달리 겐지 후지모리는 아버지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을 조건으로 쿠친스키와 협상해 자당내 추종 의원들에게 기권표를 던지도록 했으며 그 결과 탄핵안이 부결되었다.11) 이로 인해 민중권력당의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10년 1월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가, 2017년 12월 23일 건강 이상으로 리마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사 결과 난치병을 앓고 있으며, 수감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 이튿날인 12월 24일 쿠친스키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사면"을 밝힘으로서 전격 사면되었다. 하지만 반 후지모리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을 여당 측은 수용할 수 없었다. 결국 2차 탄핵이 진행되자 쿠친스키 대통령은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로이 대통령에 취임한 비스카라 부통령은 집권 여당에서 탈당했다. 이 모든 것이 게이코 후지모리의 정치적 승리였으며 차기 정권 장악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민중권력당 당수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대선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10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중권력당이 패배했다. 그리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이 취소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스카라 대통령이 반부패법 국민투표를 비장의 카드로 내걸면서 정치상황이 급변했다. 

국민투표는 73%가 투표하고 85% 이상의 찬성으로 법관선출위원회 개혁, 선거자금 규제 강화, 의원 연임 금지 등 3개 개헌안이 통과되었고, 90% 이상의 반대로 양원제 부활이 부결됐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을 명분으로 의회를 해산시켰다.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 결과, 민중권력당이 겨우 15석만 지키는 대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장녀이자 민중권력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권은 놓쳤지만 민중권력당을 의회 다수당을 만들며 차기를 노렸던 게이코 후지모리는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스스로 무너졌다.

페루 법원은 선거 이틀 후 게이코 후지모리의 부패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15개월의 구금을 결정했다. 지난 2011년 대선 당시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대선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0월에 체포됐었으나 2019년 11월 법원은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을 결정해 1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었다. 하지만 그 자유는 2개월에 그쳤다. 다만 구금 기간은 18개월에서 15개월로 줄었다. 이날 후지모리는 사전에 녹화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박해에 정치적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침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민중권력당 루이스 갈라레타(Luis Galarreta) 사무총장은 총선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당의 패배를 부정하고, “(선거결과는) 새로운 지지를 의미하며, 민중권력당의 승리이다”라고 발표했다.12) 선거 패배를 부정하고 싶은 후지모리 세력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의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월 26일 특별 총선거로 후지모리 세력이 몰락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페루 정치가 재편되면서 민중권력당을 대신할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이 새롭게 부상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2021년 4월 선거까지 기다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


* 각주
1) 선거 1주일 전 Ipsos y El Comercio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기권과 백지투표가 43.1%에 달했다. 이는 무효표와 백지표가 35%에 달했던 2016년 총선보다 높았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기권 또는 백지투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2) 총선은 26개의 중대선거구에서 전국 5%이상 득표, 혹은 중대선거구 7석 이상 확보 정당들에게 의석이 분배된다. 
3) 페루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한 것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1990년 7월~2000년 11월 재임)이 1992년 당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손잡고 의회를 해산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4)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002500120&wlog_tag3=naver#csidx4b2c6600c08eb638a25ea5838c14ee4
5) https://nuso.org/articulo/eleciones-Peru-Vizcarra-Fujimori
6) 2019.4.16일 재판부는 브라질의 오데브레시(Odebrecht)건설사로부터 4.5백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가르시아 전 대통령과 나바(Luis Nava) 전 비서실장을 10일 동안 구속하도록 명령했다. 가르시아는 다음날 권총 자살하였다.  https://www.pagina12.com.ar/244053-elecciones-en-peru-dura-derrota-del-fujimorismo 
7) 의회에 진출한 6개 정당중 민중권력당(Fuerza Popular) 73석, 광역전선(Frente Amplio) 20석, 변화를 위한 페루인들(Peruanos por el Kambio) 18석을 차지했다.
8) 가모날은 페루인이 선민(선택받은 민족)이며, 페루의 밀림지역을 신천지(nueva tierra prometida)라고 주장한 ‘새로운 약속의 이스라엘 선교회’(Asiciacion Evangelica de la Misión Israelita del Nuevo Pacto Universal)를 1968년 창설했으며 페루농민민중전선당은 선교회의 정치조직이다. 아마존지역에 46개 이상의 지부가 설립되었고 미국과 유럽에도 해외 지부가 있을 정도로 세력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https://nuso.org/articulo/eleciones-Peru-Vizcarra-Fujimori
9) https://www.clarin.com/mundo/elecciones-parlamentarias-peru-fuerte-caida-fujimorismo-congreso-fragmentado_0_EENqKhGn.html
10)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가 남미 전역의 국가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살포한 사건
11)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5년 페루로 돌아왔다가 체포됐고, 2010년 비리와  민간인 학살, 인권침해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2) https://www.pagina12.com.ar/244053-elecciones-en-peru-dura-derrota-del-fujimorismo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