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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담배 산업과 국가의 이익: 세르비아의 사례

세르비아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20/04/20

담배 규제 정책과 담배 산업의 역할
담배는 지금까지 세르비아의 주요 재정 수입원이었다. 담배 수요의 가격 비탄력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세금 인상은 담배의 판매량 및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세르비아에서는 1878년 독립 이후 19세기 말부터 효과적인 담배 과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당시 세르비아 정치인들은 △ 재정수입 확대 △ 담배농가 보호 △ 밀수관행 감소 △ 독점시장 규제 등을 위해 담배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격론을 벌이곤 했다.1) 

1890년대의 담배 제품 규제는 담배를 잠재적 세원으로 보고 분석한 결과였고, 이는 안타깝게도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거의 마찬가지다. 담배 소비의 보건적 측면은 완전히 간과되어 왔다. 이는 정부 정책의 근시안적 속성 때문이다. 담배 소비에 따르는 혜택은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나고 그 효과는 즉각적인 반면, 국민 건강상의 피해는 30~40년에 걸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절대 언급되지 않는다고 하나, 정책 입안자의 시각에서 보면 담배 소비 증가는 곧 국가의 세입 증가로 이어지므로 사실상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기사망이나 수명단축 등의 형태로 측정되는 사회자본 손실, 흡연이 유발하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건비용 지출, 생산성 손실과 같은 경제적 피해 등 담배 소비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담배 규제 정책을 수립할 때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산주의 시절인 1945~1990년 동안에도 세르비아 담배 산업은 탄탄했다. 1990년대 경제제재 기간 동안의 빈곤 및 NATO의 군사개입에 따른 1999년의 폭격 피해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 현지 담배 생산시설은 비교적 견실하게 유지되었다. 전 세계 담배업계 종사자에게 세르비아의 담배 시장, 높은 담배 사용률 및 장비를 비교적 잘 갖춘 인력 등은 매력적인 요소였다. 이에 따라 2000년의 정치적 변화 이후 첫 번째 전환기에 세 건의 거대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세르비아에서 가장 성공한 민영화 사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대형 다국적 기업인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PMI),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JT 인터내셔널(Japan Tobacco International, JTI)이 각각 니쉬(Nis), 브라네(Vranje), 센터(Senta) 지역의 세르비아 기업을 민영화했다.

세르비아는 산업 부문이 비교적 취약하고 건실한 수출 기업이 부재하여 담배 회사가 중요한 투자자, 수출업체, 고용주, 정부의 믿음직한 재계 파트너로서의 지위와 명성을 누리고 있다. EU의 방침에 따르면 정부와 담배 회사와의 협력은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으나, 세르비아에서는 아직까지 그 반대이다. 세르비아의 공무원은 생산 시설을 오픈하고 담배 산업이 국가 예산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담배 산업에 탄탄한 공적 지원을 제공한다. 정책 입안 과정에 있어 담배 생산자연합과 소비세 관련 일정 및 비즈니스 환경 등에 관해 협의한다. 세르비아는 현재 독일, 폴란드, 루마니아의 뒤를 이어 유럽 내 네 번째로 큰 담배 생산국이다.2) 

세르비아는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을 채택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 규제정책 채택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아직까지도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의 흡연이 허용된다. 담배 제품에 대한 광고는 이루어지지 않으나 매장에서 판촉이 활발히 진행된다. 담배의 단순한 포장(plain packaging), 금연 지원 및 기타 중요한 담배규제 조치가 아예 부재하거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3) 세르비아는 2015년 이후로 담배규제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며, 이는 지난 EU 집행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4) 세르비아의 제도가 담배업계 로비스트의 힘을 누를 만큼 강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르비아 경제에서 담배산업의 중요성 
담배규제조치를 가장 소리 높여 반대하는 주체는 바로 담배업계 자체일 것이다. 담배 회사들은 늘 담배 산업이 세르비아 경제에서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업의 활동 이유는 사회의 발전이며 수익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라는 인상을 남기고자 한다. 아래에서는 세르비아 담배 업계가 담배규제정책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주된 근거를 간략하게 분석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세르비아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여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준 것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기업들이 사용하는 글로벌 전략과 일치한다. 세르비아 담배업계의 규제정책 개혁 반대 주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주로 WHO 및 독립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소비 축소 목적의 정책 조치에 반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장이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조치는 세금이다. 세금은 비용 측면에서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다.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이 점에 있어 세금이 가장 유용한 도구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세금 조치에 크게 반발한다. 2009년 세르비아의 담배 기업들은 소비세 인상에 반발하며 공동 시위를 펼쳤다. 이는 기업들이 소비세 인상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세금 인상은 국가 재정수입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시행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2에서 0.8 사이이다. 이는 (소비세 증가로 인해) 가격이 10% 상승할 시 소비가 2~8%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세금이 인상되면 이와 동시에 소비는 줄어들고 재정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세르비아에서 시행된 연구가 이 내용을 뒷받침 한다 (<표 1> 참고)

표1


세금 인상은 암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암시장은 세금이 아니라 제도적 효율성의 문제이다. 1990년대 세르비아에서는 담배 가격이 낮은데도 암시장이 활발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조직 범죄 활동으로 인한 결과였다. 정치적 변화 이후 제품 가격이 인상되자 암시장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담배규제정책의 청사진으로 불리곤 하는 영국이 처음 10년간 겪은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5) 암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담배업계의 주장에 대한 반박의 근거가 이렇게 명확하지만 암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담배 업계와 더불어 일부 전문가마저도 종종 언급하는 세금인상 반대 이유 중 하나이다. 이는 사람들이 연료, 설탕, 담배 및 기타 많은 상품들을 암시장에서만 살 수 있었던 1990년대의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이다. 

세금 인상은 담배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르비아에서 담배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의 90% 이상은 수입산으로 세르비아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규제정책의 피해자가 농가가 되어서는 안 되므로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EU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르비아는 재배 작물을 담배가 아닌 다른 작물로 변경할 시  보조금을 지원하여 농산품 생산물의 구조 변화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 인상은 주로 가난한 시민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다. 담배 기업이 가난한 시민의 대변자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으나, 이러한 주장은 세르비아 및 기타 여러 나라에서 제기된 바 있다.6) 세르비아를 포함하여 많은 나라에서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한 것은 빈곤층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비교적 저렴한 대체재(직접 말아 피우는 담배, 암시장 제품)가 없을 경우 이들 빈곤층은 비교적 부유한 시민들보다 먼저 금연한다. 가난한 국민의 가격탄력성은 보통 1 이상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세금이 인상되면 식품이나 의약품 등 다른 제품에 사용할 금액을 추가 확보할 수 있도록 담배에 지출하는 비용을 더욱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담배세가 역진세가 아닌 누진세이며,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두 번째는 세르비아 지역 경제에 담배 업계가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정책입안자 및 기타 이해당사자가 바라보는 담배 업계의 중요성과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높은 수익성으로 손에 꼽히는 업계 중 하나로서, 담배 회사는 자신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담배 규제 조치 실시를 방지하기 위해 마케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7)

담배 기업은 세입을 창출한다. 담배업계가 납부하는 세금 대부분은 간접세(소비세+VAT)이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담배 업계에서 납부하는 세금이나 세금의 실질적 비용은 소비자가 지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세르비아에서 담배 업계가 낸 세금이 국가 예산의 약 10%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나, 담배의 소비량이 많아질 때마다 보건 지출 또한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재정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담배 기업은 대규모 수출 및 고용을 창출한다. 세르비아 담배 기업의 수출량은 지난 몇 년 동안 수 배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매년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수익성이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아직까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없다. 고용 측면에서도, 담배 생산은 노동집약적 활동이 아니다. 담배업계에 직접 고용된 인구의 수는 2003년 이후  감소했다. 

담배 소비 감소는 경제 활동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 금연율이 높아질 경우 이는 분명 담배 업계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담배 구입에 사용하지 않은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다른 제품 구입에 이 자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체 경제에 대한 소비 효과는 최소한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보건 예산이 절약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세르비아 담배 규제 정책 방향 
세르비아의 흡연율은 30% 가량으로 전체 국민의 1/3이 매일 담배를 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EU 평균 (약 19%) 보다 매우 높으며, 유럽에서 가장 높은 국가 축에 속한다.8) 이러한 흡연율 관련 데이터를 보면 담배 소비가 국가적 문제이며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치명적임을 알 수 있다. 높은 흡연율에 따른 경제적 및 사회적 비용에 따른 공식 추정치는 아직 없다. 일부 비공식적 추산에 따르면 흡연에 따르는 연간 비용은 최소 GDP의 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에 관한 연구(Marinkovic 2017)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세르비아 조기사망자의 수는 약 1만 7,000명이다.9)

세르비아 담배 규제 정책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하며 채택 가능한 중요한 조치들이 있다. 첫째, FCTC의 지침을 고려하여 세르비아는 가격 통제 이외의 담배규제책을 채택하고 이를 강력히 시행하여 담배의 공급과 수요 모두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들 조치 대부분은 비용을 수반하지 않으며 담배 제품의 소비 감소로만 이어질 것이다(단, 세입 또한 낮아진다). 둘째, 가장 효과적인 정책 조치인 소비세 정책을 EU 및 WHO의 권고사항과 일치하도록 조정(세르비아에서 현행 60%인 담배 소매가 대비 소비세 비중이 최소 70%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은 현 흡연자의 흡연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흡연 시작 또한 저지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규제 정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세금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WHO의 추산에 따르면 일련의 담배 규제 정책을 시행할 시 세르비아는 향후 40년 동안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최소 34만 7,000명 가량 줄일 수 있다.10) 

마지막으로, 개혁 과정에서 담배 업계를 파트너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군수산업계가 업계의 장기적 이익 전망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군축 정책을 옹호하지 않듯 담배업계 또한 국민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신규 정책 개발은 세입⸱고용⸱직접 투자가 아닌 연구를 통한 근거, 사회적 비용 절약분 및 이와 유사한 성공의 전체적 장기 지표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 각주
1) Mijatović, B., & Rosić, M. (2006). Duvan i srpska država u XIX veku. Centar za liberalno-demokratske studije.
2) https://www.statista.com/chart/14056/europes-biggest-cigarette-producers/
3) World Banka, Serbia – Overview of tobacco use, tobacco control, legislation and taxation (2019), http://documents.worldbank.org/curated/en/499321560881630381/pdf/Serbia-Overview-of-Tobacco-Use-Tobacco-Control-Legislation-and-Taxation.pdf
4) EU Commission report Serbia 2019, page 88, https://ec.europa.eu/neighbourhood-enlargement/sites/near/files/20190529-serbia-report.pdf
5) Levy, DT. et al (2013), Tobacco control policy in the UK: blueprint for the rest of Europe?, https://www.ncbi.nlm.nih.gov/pubmed/22826505
6)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2019), Evidence-based tobacco taxation in Serbia – some evidence for the policy makers,  http://tobaccotaxation.org/cms_upload/pages/files/175_srbija_2019_eng_(2).pdf
7) U.S. Tobacco Companies Spend Billions Marketing Their Products, https://tobaccopolicycenter.org/documents/IndustryMarketingExpenditures.pdf
8) https://ec.europa.eu/eurostat/statistics-explained/index.php?title=File:Proportion_of_daily_smokers_of_cigarettes_by_level_of_consumption,_2014_(%25_persons_aged_15_and_over).png
9) Marinković, I. (2017). Smoking as the main factor of preventable mortality in Serbia. Stanovnistvo, 55(1), 87-  106.
10) Tobacco Control Factsheet, Serbia (2017), http://www.euro.who.int/__data/assets/pdf_file/0008/312596/Tobacco-control-fact-sheet-Serbia.pdf?u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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