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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 ‘코로나 외교’의 시험무대, 세르비아의 선택은?

세르비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20/04/24

중국 ‘오성홍기’에 입맞춤한 세르비아
지난 4월 1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Beograd)를 가로지르는 큰 도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후 ‘코로나19’로 약칭) 대응을 위한 의료물품과 의료진 등을 지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대형 전광판이 내걸렸다. 전광판 내용에는 붉은 오성홍기 바탕 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과 함께 세르비아어로 ‘Hvala, brate Si’ 즉 ‘시 형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의료장비와 방역물품 그리고 의료진 파견 등 중국의 코로나 외교에 대한 세르비아 정부의 감사 표시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힘들어하던 세르비아의 긴급 요청에 대해 중국은 어느 국가보다도 발 빠르게 화답했고, 3월 21일 마스크 및 대량의 의료용품과 의료진들을 베오그라드에 파견했다. 절박한 상황에 빠져있던 세르비아 부취치(Aleksandar Vučić, 1970- , 대통령 2017. 05-, 총리 2014-2017) 대통령은 중국의 신속한 결정에 감사하며 공항에 직접 나와 중국 의료진들을 환대했다. 그는 친밀감의 표시로 공항에 도착한 중국 의료진과 팔꿈치 인사를 나누었고,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에 입을 맞추며 시진핑 주석을 “형제이자 친구”라 부르는 등 극도의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부취치 대통령의 이런 적극적인 환대는 중국을 향한 감사 표시와 함께 일련의 전략적 계산이 담겨 있음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세르비아가 자국의 방역물품 긴급지원을 거부한 EU를 향해 그리고 주저하고 있던 러시아 등 다른 열강들을 향해 계산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어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중국은 현재 유럽 내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자국의 코로나 진원지 오명과 확산 주역의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노력 중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코로나 외교 성과를 통해 새로운 실크로드(New Silk Road)’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구상(OBOR: One Belt One Road/ BRI: Belt and Road Initiative, 一帶一路)’의 유럽 내 기초를 다지고 이를 보다 가시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에 있어 부취치 대통령의 환대와 감사 표시는 일련의 외교적 성과로 비치며 중국 매체의 여러 선전에 활용되는 중이다. 반면, 중국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 중인 독일 등 EU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세르비아가 EU 가입후보국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르비아의 코로나19 대응과 현황 
세르비아는 이웃한 이탈리아 등 서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자, 지난 3월 15일 국경 완전히 폐쇄, 통금 시간 부과 등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의료 시설과 방역 체계가 유럽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세르비아로선 국내 방역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동시에 헝가리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과 접한 국경선 주요 길목에 군을 배치해 국경 경비를 크게 강화하는 것으로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국경을 통한 외국인 입국이 완전히 차단되었으며, 해외에서 입국한 자국민에게도 최대 28일간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되었다. 코로나19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는 병원은 물론 공항, 기차역 등 다중 시설 곳곳에도 군 병력이 배치되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동제한 명령 단행 속에 식료품, 약국을 가는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곤 외출을 금지했다. 더불어 바이러스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겐 별도 통보 이전까진 무조건 집에 머무르는 행정명령 시행과 함께 의회 선거 취소, 도시 간 버스와 철도 서비스 중단 등 코로나19 방어를 위한 모든 조처를 시행했다.  
   
하지만 초기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다가 4월 초 이후 확산세를 줄여가는 모양새다. 세르비아는 그 배경에 중국의 도움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방역대책을 수립했는데, 계획의 초안은 중국 의료진의 조언에 기초했다. 중국 의료진과 전문가팀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세르비아 정부는 3월 24일부터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 목적으로 베오그라드에 컨벤션 전시 센터를 임시 대형병원으로 개조했고 약 3,000개의 침대를 가설한 상황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자면 인구 약 870만 명(코소보 제외)의 세르비아는 초기 전염병 발생 이후로 4월 20일까지 41,812명이 진단받았으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총 6,630명 중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125명 그리고 3,703명이 병원과 임시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세르비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약 2%에 가까운 사망률을 보였지만, 현재 수치가 약간 떨어져 1.89%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 사망률이 약 2%인 것에 비교하면 세르비아가 그나마 방어에 성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르비아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3월 15일 당시 확진자 수가 55명에 사망자가 없었던 것에 비교하면, 한 달 만에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약 100배 넘게 늘어났다. 하지만, 4월 초 이후로 확산세가 줄어들었고, 세르비아 정부는 4월 20일 휘트니스 센터와 쇼핑몰 등 다중 시설을 제외한 일상적인 상점과 건설업종에서 긴급 조치 완화 및 생활 방역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세르비아가 비록 아직도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자국의 발 빠른 방역물품 제공과 중국식 대응방식이 세르비아 방역에 힘을 주고 있다며 중국의 코로나 외교 성과를 선전하는 중이다.

EU-중국-러시아 간 전략 요충지, 세르비아
코로나19 위기는 세르비아가 다시 한번 발칸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음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르비아는 중국에 있어 유럽을 향한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이자 중국 ‘코로나 외교’의 시험무대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중이다. 중국의 유럽 진출을 억제하려는 EU 또한 세르비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EU는 중국 ‘일대일로’의 주요 무대인 서부 발칸에 대한 경계와 함께 그 중심에서 서 있는 세르비아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지녀왔다. 러시아 또한 세르비아를 향한 애정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오랫동안 자국의 영향력 확대 무대였던 발칸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친(親)러시아 국가이자 NATO 미가입국인 세르비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왔다. EU,중국과 러시아 등 글로벌 3강이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물자, 인력 지원 경쟁을 벌이면서 서부 발칸의 전략적 요충지인 세르비아는 흡사 ‘코로나 외교’의 중심국이 된 듯한 모습이다. 

우선, 유럽을 향한 중국 ‘일대일로’ 전략과 함께 중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외교력 증진 계기로 삼고자 노력 중이다. 세르비아는 그 중요한 시험무대이다. 세르비아와 중국은 베오그라드-부다페스트(Budapest) 간 고속철도 사업’ 진행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긴밀히 진행 중이다.1) 한편, 2012년 3월 EU 가입후보국 지위(Candidate Status)2)를 얻어 현재 가입 협상(Candidate negotiating) 진행 중인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국가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세르비아는 러시아제 무기 도입 등 안보 외교에 있어선 러시아와 손을 잡는 등 양측을 두고 ‘병진노선’(Two Track)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세르비아는 이미 러시아제 중형 다목적 헬리콥터인 밀-17(Mi-17)과 공격용 헬리콥터 밀-35(Mi-35), 6대의 미그-29(MiG-29) 전투기와 10대의 최신 개량된 수륙양용 장갑차량(BRDM-2MS) 등을 구매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와 2019년 10월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를 결합한 러시아제 단·중거리 최신 방공체계인 판치르 미사일 시스템(Pantsir misslie system)인 ‘판치르 S(Pantsir-S)’구입하는 등 세르비아는 유럽 국가 중 러시아제 무기의 최대 구매국이기도 하다. 

중국 ‘코로나 외교’ 시험무대가 된 세르비아
코로나19로 인한 세르비아와 중국의 밀착은 EU의 내적 문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3월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세르비아의 부취치 대통령은 세르비아가 EU 가입후보국임을 들어, EU를 향해 의료장비와 마스크, 손 소독제 등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방역물품 긴급지원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같은 날 EU는 오히려 EU 역외로의 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 수출 금지안을 논의하였고, 이것은 세르비아의 절망을 불러왔다. 부취치 대통령은 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며 EU 회원국 밖으로 의료 및 방역물품 수출 금지를 주도한 EU 집행위원회를 향해 “(EU의 이번 결정으로) 유럽 내 연대는 실재하지 않는 동화 속 이야기임을 확인했다. 우리는 우리를 도와줄 유일한 국가에 편지를 보냈고, 그 국가는 중국이다”라며, 세르비아가 EU대신 중국을 선택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세르비아를 향한 중국의 코로나 외교가 본격화되자 EU, 중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세르비아 진가가 곧이어 발휘되었다. 중국의 세르비아 지원 소식에 러시아는 자국 내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세르비아의 도움 요청에 손을 내밀었다. 4월 3일부터 4일까지 러시아의 군용 수송기들이 세르비아에 급파되었고, 여기에는 87명의 러시아 의료진, 바이러스 학자 및 방사선 전문가들은 물론 화학전 방어 부대가 참여하였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다양한 의료장비와 보호 물품들 또한 세르비아로 운송되었다. 세르비아 현지 방송에선 러시아 의료진들이 수도인 베오그라드는 물론 보이보디나 주도의 노비 사드를 비롯해 현재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여러 중소 도시들로 나뉘어 파견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지원을 확인했었다.
   
EU 또한 세르비아와 중국 간 긴밀한 관계 조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4월 8일 세르비아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실험실 건립을 중국이 돕겠다는 협약식이 세르비아 주재 중국대사관과 세르비아 브르나비치(Ana Brnabić, 1975- , 재임 2017. 06- ) 총리 사이에 맺어지던 그 날, EU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EU자금 159억 유로 중 세르비아를 향해 9,900만 유로(약 1,300억 원)를 책정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게 된다. 곧이어 4월 18일 EU로부터 보내진 80여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와 기타 의료 시설용 물품들이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는데, EU는 이 자리에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영국 등 EU역내 국가들의 심각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EU가 세르비아를 지원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브르나비치 총리는 EU를 향해 고마움을 표했지만, 실권자인 부취치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U와 러시아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향한 세르비아의 관계 강화 의지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세르비아의 긴급 요청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외면하거나 고민하던 순간, 중국의 한발 빠른 도움은 세르비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인 세르비아 외교전에서 EU와 러시아를 상대로 저비용, 고효율 성과를 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시사점
유럽 내 중국의 코로나 외교 성과는 지난 4월 21일 이탈리아의 여론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초기 힘들어하던 이탈리아는 기대했던 EU의 지원과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이것은 4월 21일 EU 탈퇴 의사를 묻는 여론 조사에서 49%가 찬성하고, EU에서의 불이익에 대해 67%가 호응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심지어 이탈리아 외무부는 중국에서 방역물품이 도착했을 때“이탈리아가 EU 노선에서 벗어나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한 결과 많은 이탈리아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발표하는 등 독일과 프랑스의 중국 경계 정서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주요 열강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각자의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세르비아는 그 지정학적 입지로 인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EU는 이 지역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러시아 또한 발칸 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은 친(親)러시아 국가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중국은 ‘코로나 외교’의 시험무대가 되는 세르비아에서의 성공을 통해 향후 유럽 내 ‘일대일로’의 완성과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만약, EU와 러시아가 무관심을 보인다면 세르비아는 언제든지 중국의 손을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국제역학 구도를 통해 볼 때, 세르비아를 향한 중국의 ‘코로나 외교’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각주
1) ‘베오그라드(Boegrad)-부다페스트(Budapest) 간 고속철도 사업’은 2014년 중국이 유럽 내 ‘일대일로’ 토대 구축을 위해 발표한 헝가리에서부터 세르비아와 북마케도니아를 거쳐 그리스로 이어지는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스코프예(Skopje)-테살로니키(Thessalonki)-아테네(Athens) 국제 철도 연결과 고속철도화 사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중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고속철도화 구간(약 350km)’은 그 첫 번째 단계이며, 2017년 11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C-CEEC’ 정상회담에서 추진이 결정되었다. 사업이 완성되면 기존 8시간 걸리던 양 구간은 최대시속 160km 속도로 3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EU 회원국인 헝가리의 경우 EU 인프라 건설 수주시 적용되는 공개입찰 요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중국기업의 참여 속에 세르비아 구간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2) 오늘날 아직 EU에 가입 못 한 국가 중 EU 가입후보국으로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로는 1999년 12월 가입후보국 지위를 획득한 터키 외에도 서부 발칸의 세르비아와 함께 알바니아(2014. 06 후보 지위획득), 북마케도니아(2005. 12 후보 지위획득) 그리고 몬테네그로(2010년 12월 후보 지위획득)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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