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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벨라루스 경제의 오일 더블쇼크 결과와 전망

벨라루스 Aliaksei Bykau Belarus State Economic University(BSEU) Professor 2020/05/04

벨라루스 경제는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벨라루스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를 가공해 재수출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최대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벨라루스 루블화의 환율은 글로벌 유가에 따라 변동하는 러시아 루블화에 연동되어 있다. 


1차 오일쇼크
벨라루스가 구매하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송은 송유관 및 가스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에너지원 수입 비용은 벨라루스 GDP의 15% 이상이며, 재화 및 서비스 총 수입의 23%를 차지한다. 천연가스는 주로 발전소용 원료로 사용된다. 수입한 석유는 벨라루스 남부의 마지르(Mazyr)와 북부의 나바폴라츠크(Navapolatsk)에 각각 위치하고 있는 대형 정유소 두 곳에서 정제된다. 정제된 석유제품의 일부는 국내 시장에서 사용되고, 상당 부분은 유럽 및 우크라이나로 수출된다. 벨라루스에서 정제하는 석유는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정유소에 비해 그 품질과 순도가 우수하다. 연료 및 에너지 수급 측면에 있어 벨라루스는 에너지원 순수입국이지만, 글로벌 유가가 상승하면 벨라루스의 경제 성장은 촉진된다. 이는 석유 및 가스 수입가격이 비교적 낮고 및 에너지 제품 수출 가격과 에너지원 수입 가격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벨라루스에 러시아 국내가격보다는 약간 높지만 글로벌 시장 가격보다는 낮은 수준의 할인가로 석유와 가스를 공급해 왔다. 할인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부 간 협상에 맡겨진 부분이었다. 러시아 측은 에너지원 가격 할인을 벨라루스 경제에 대한 재정지원 비용으로 생각하지만, 벨라루스 측은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 EAEU) 공동시장을 대상으로 동일한 가격정책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AEU 시장 내 에너지가격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벨라루스가 원하는 방향대로는 아니다. 2012년 이후 러시아는 에너지 제품 가격에 대한 세법 개혁을 시작했으며, 동 개혁안은 2019년 1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새로운 법에 따라 향후 6년 동안 석유 및 석유제품 수출세 대신 광물 채굴세가 점진적으로 인상된다. 석유제품의 소비 및 수출이 아닌 채유(採油) 단계가 과세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유소 양측 모두에 있어 석유 가격이 글로벌 유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벨라루스 정유소의 이익 폭은 줄어들게 된다. 그 감소폭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투입재-생산재 표의 데이터를 이용해 석유제품 수출이 벨라루스 GDP에 기여하는 정도를 추산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1~2017년의 기간 동안 석유제품 수출로 인해 창출된 직?간접적인 부가가치를 현재 환율 기준 미국 달러 단위로 계산해 본 바에 따르면 세금 및 무역에 따르는 비용을 감안했을 때 석유제품 수출은 순수출수익(총 수출에 내재된 국내 부가가치 창출규모)에서 약 10~18%를, GDP에서는 4~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고유가시대인 2015년까지 석유제품은 벨라루스에서 핵심 수출상품의 지위를 점했으나, 그 이후 중요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석유제품 수출을 통한 순수익은 54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2017년 이 수치는 23억 달러로 떨어졌다. 2017년 가격 기준으로 석유 제품 수출이 사라진다고 할 때 벨라루스는 GDP의 약 4%를 잃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회복하기 위해 루블화가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그에 따른 간접적 손실 또한 발생할 것이다. 2019년에는 미리 예측되었던 석유제품 수출수익이 소폭 감소하자 시장이 이에 반응하여, 벨라루스 루블화의 달러 대비 연평균 환율은 약 4% 떨어졌다.

그러나 석유제품 수출 감소세는 완만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석유 공급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2020년 1월 벨라루스는 러시아산 원유를 새로 공급받지 못해 정유소에서는 2019년 비축분을 사용했고 대체 원유공급처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제 벨라루스는 라트비아와 우크라이나를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다. 유조선을 사용하여 라트비아의 벤츠필스(Ventspils)항에서 벨라루스의 나바폴라츠크로 수송된 석유는 이후 약 200km에 달하는 육상 철로를 통해 나프탄(Naftan) 정유소로 운반된다. 우크라이나 오데사(Odessa)항의 경우, 항구에서 출발하는 유조선을 거쳐 오데사-브로디(Odessa-Brody) 송유관을 통해 마지르 정유소로 석유가 운반된다. 벨라루스가 아제르바이잔 석유를 매입한 방식도 이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 규모는 지난 몇 년에 비해 여전히 적으나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석유제품 수출 물량 일부를 마련하기에는 충분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정유 부문이 거두어들이는 수익은 감소했다.

벨라루스 통계청(Belstat)은 2020년 첫 2개월의 실적으로 벨라루스 GDP가 0.6% 감소했다고 밝혔다.1)  국제수지 악화에 따라 루블화의 환율 또한 떨어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2차 오일쇼크
2차 오일쇼크의 발단은 3월 9일, OPEC+ 하에서의 석유 감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유가가 절반으로 떨어졌을 때 발생했다. 전 세계가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고, 석유 문제에 관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입장이 급격히 바뀌게 되었다. 

발레리 벨스키(Valery Belsky) 벨라루스 대통령실(Presidential Administration) 부실장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벨라루스에서 러시아 연방이 핵심 시장으로서 지니는 의미가 변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경제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이다.  이러한 유가 상황을 두고 여러 주장들이 난무하는 상황이지만, 배럴당 30달러 미만이라는 가격이 최선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기존에 벨라루스 제품을 소비해 온 러시아 시장 소비자의 구매력이 변할 것이 분명하며, 당연한 일이지만 이 구매력이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2)

벨라루스 경제는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석유제품 수출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생산 및 무역 측면에서 러시아 경제와 매우 밀접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CIS 국가들은 벨라루스 상품 수출의 59%, 서비스 수출의 29%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의 비중은 각각 41%, 22%에 달한다. 주요 대(對)러 수출품목으로는 식품(총 수출의 31%,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의 70% 차지), 기계, 장비, 차량(총 수출의 28%,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의 60% 차지) 등이 있다.3)

글로벌 유가에 대한 벨라루스 경제의 의존도는 수출 및 환율을 통해 확인된다. 예를 들어, 유가가 떨어질 경우 러시아 루블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떨어지고, 대러 수출을 통한 벨라루스의 수익이 달러를 기준으로 측정할 경우 감소한다. 벨라루스 루블화의 러시아 루블화 대비 환율이 상승하면 이미 유가 하락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벨라루스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러시아 내수 수요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석유제품 수출이 아니라 벨라루스 상품 및 서비스 수출 전체에서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 벨라루스 경제가 유가의 영향을 받는 주된 원인이다.

< 표 1 >은 역내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각국 통화의 달러대비 환율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데이터는 2020년 3월 17일 기준이며, 비교 기준은 2019년 연평균환율이다. 

표1


위에서 알 수 있듯 벨라루스 루블화는 석유 수출국, 즉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통화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달러에 연동되어 있는 아제르바이잔 마나트의 환율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의 평가절하 낙폭은 비교적 적은데, 우크라이나는 에너지원 순수입국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대러 수출을 대폭 줄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제품 수출 축소로 인한 벨라루스의 손실은 줄어들고 있는 한편 루블화 가치절하로 인한 손실은 늘어나고 있다. 

석유 공급 회복
3월 21일 벨라루스에 석유 공급 관련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 측이 벨라루스의 석유공급 관련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4) 이 소식은 러시아 연방 정부 웹사이트에도 게재되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 정부 수반은 석유 부문 협력에 관하여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다.5)  러시아 공급업체는 근시일 내에 벨라루스에 대한 석유 공급을 전면적으로 재개할 것이다. 글로벌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추가 수익을 거두어들이기에 충분한 할인가로 정유사에 필요한 적재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벨라루스에서 석유 공급 관련 위기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과거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아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 글로벌 유가하락을 감안할 때 벨라루스가 2020년에 석유제품 수출을 통해 거두어들일 추가 소득은 1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부분은 벨라루스 예산에 쓰일 것이다. 
- 석유 공급 관련 협상에 있어 벨라루스가 점하는 위치가 상당히 탄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벨라루스가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외교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EAEU 시장은 벨라루스 생산업체에 여전히 열려 있다. 역내 통화가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에서 생산활동을 전개할 투자자에게 이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 수출이 단일 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위험요소이다. 벨라루스 수출 다각화는 여전히 우선순위 과제이다. 컴퓨터서비스 수출이 다각화의 좋은 사례이다. 2019년 컴퓨터서비스 순수출규모는 거의 2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20년이 되면 컴퓨터서비스의 순수출규모가 석유제품 수출을 통한 순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각주
1) https://www.belstat.gov.by/ 
2) https://www.belta.by/president/view/soveschanie-lukashenko-s-sovminom-dlilos-pochti-5-chasov-kakovy-osnovnye-itogi-383654-2020
3) Balance of payments, international investment position and gross external debt of the Republic of Belarus for 2018: preliminary data. - Minsk, National Bank of the Republic of Belarus, 2019, p. 42. http://www.nbrb.by/publications/BalPay/balpay2019.pdf
4) https://www.belta.by/president/view/lukashenko-zajavil-chto-rossija-polnostjju-podderzhala-predlozhenija-belarusi-po-postavkam-nefti-384182-2020/ 
5) http://government.ru/news/3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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