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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이란의 COVID-19 창궐

이란 이주성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전임강사 2020/05/20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 이하 코로나-19)’가  중동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내전과 테러로 인해 국가 거버넌스가 붕괴된 국가들은 보건 체계도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구호위원회 (IRC: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는 아프간, 시리아, 예멘 등에서 최고 32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1)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란이 가장 큰 재앙을 경험하고 있다. 5월 11일 기준, 이란의 누적 확진자 수는 107,603명을 기록하였고, 누적 사망자의 경우 6,640명에 다다랐다(표1 참조). 전 세계 10위에 해당하는 확진자 수 규모이며, 사망률도 6.2%에 이른다.

표1


이란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2월 19일로, 당시 종교 중심지인 콤(Qom)에서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제3국을 경유하여 중국과 무역을 하던 사업가가 첫 전파자였다. 이후 2월 21일 이란 총선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월 29일 확진 593명, 사망 43명 기록하였고, 3월 이후에는 일일 평균 1천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3월 20일~4월 3일 간의 노루즈(Nowruz) 신년 축제 기간이 끝나자 일일 확진자 수는 일일 평균 3천 명을 돌파하였으며, 사망자 수 또한 일일 평균 100명을 상회하기 시작하였다. 재앙과도 같은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10만 명, 사망자 수는 5천 명에 다다랐다(그림2 및 그림3 참조). 비록 4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천 명대로 감소하고 사망자는 평균 60명 선으로 줄었다고 하나, 안정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수준이다.

보건 역량 부족 및 보건 당국의 오판
이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친정부 언론의 경우, 비록 초기에  확산되기는 했으나, 이란 정부가 역량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는 이란의 보건 역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작년 10월 핵 위협방지구상(NTI)과 ‘존스 홉킨스 대학교 건강안보센터’가 공동으로 발간한 ‘세계보건안보(GHS:Global Health Security)’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보건 안보 지수 랭킹은 97위로, 대부분의 중동 국가와 비교할 시에도 최하위 수준이다.3) 또한 1만 명당 의사 수는 10명에 불과하다(미국의 경우 60명). 

그림1


더불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와 해외 언론은 선거 변수에 주목한다. 2월 21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공교롭게도 이를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현 중도/개혁 세력으로부터 다시금 권력을 되찾겠다는 보수파가 압승하였지만, 코로나-19의 본격 확산에 대한 우려와 소문을 알고도 일정대로 감행하였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많은 인원이 투표장에 몰리고, 밀집하여 토론하는 이란 선거 분위기가 이를 가속화 시킨 셈이다.5)

그림2


이란 정부의 적절치 못한 최근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란 보건 당국은 확산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라마단 기간 내 합동 기도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더불어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든 가구에 매월 1천만 리알(약 8만 원)의 긴급 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고 4월 7일 발표하였다.7)

그러나 5월 들어 경제와 보건 안보라는 두 마리를 다 잡겠다는 욕심으로 테헤란의 거리두기 및 영업 금지 조처를 완화했다. 또한 ‘저위험 분야’로 분류한 일부 쇼핑몰 및 전통시장 영업을 허용했고 합동 기도를 재개하였다. 그러자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내림세를 멈추고 다시 1천 명 이상으로 반등해버렸다.8) 결국, 경제 회생이 중요하긴 했으나, 조치 완화는 시기상조이자 오판임이 드러난 셈이다. 

미국의 장기간 경제 제재와 그 여파
그렇다면 화두는 왜 이란의 보건 역량이 이렇게 부족한지에 대한 논의로 넘어간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역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는 개발도상국의 공통적인 보건 역량 부족으로 치부한다. 특별히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반이란 정서를 가진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 지도층 및 이란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세력의 부패로 인해 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 및 관리가 소홀해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재산 축적과 권력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의료 및 보건 역량이 심히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경제제재와 코로나-19의 창궐의 상관관계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검증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깊이 있는 학문적 연구보다는 이러한 주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논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가장 기본적인 논리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의약품 및 의료 기구의 수입이 어려워져서 이란 보건 당국의 초동 대응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했고, 많은 감염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자한푸르(Kianoush Jahanpour)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한국 바이오 업체의 검사 키트와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고 4월 19일 발표하였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대이란 수출 대금의 한화 결제가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9) 더불어, 이란은 소위 ‘저항경제 체제’ 속에서 ‘최소한도의 경제 시스템 유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보건 분야는 쉽사리 후순위로 밀렸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제재로 인해 보건 시설 및 물품의 확보가 제한된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 또한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경봉쇄에 대한 부담 또한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가 복원되면서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주요 수입원인 석유의 판매가 제한을 받기 시작했고, 외환 거래가 막혀버리면서 경제난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진 셈이다.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중국 등의 투자 지원 및 지속적인 무역이 우선순위지만,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교류 차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란 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바이러스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입장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이란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4월 8일 이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약 50억 달러의 지원금을 IMF에 신청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충분히 자체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일시적으로 제재가 해제되었던 2016~2018년 사이 석유와 가스 수출 수입으로 조성한 국부펀드(국가개발기금)가 수십억 달러 남아있으며,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관리하는 자금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IMF의 자금을 사용하고, 비자금은 테러단체 지원에 전용될 것이라는 논리이다.10)

코로나-19 이후 이란: 전망 및 함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전략’이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강력한 장기간의 제재는 이란 경제에 혼란을, 사회에 소요를 일부 야기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이상의 효과는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로 최소한 이란 정권에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최근 유가 폭락 및 OPEC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은 이란산 석유에 대한 수요, 다시 말해 이란의 제한적인 원유 수출 수입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다수 중동 및 다수의 유럽 국가들의 최초 확진자가 이란을 방문 또는 이란인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란은 경제 교류 및 무역 거래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제 상황이 보다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경제적 여파는 이란의 암시장에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암시장은 저항경제 속에서 이란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다수의 시민들이 기초생활(식량, 생필품, 외화 등)에 있어 암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2017년 이란의 암시장은 전체 시장의 36~38%(약 123억 달러 규모)에 다다랐으며, 주요 수입원인 원유의 비공식 수출량은 2018년 일일 평균 최소 13~25만 배럴로 추정된다.11)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라크와의 국경이 공식적으로 폐쇄되면서 이러한 암시장 거래에 제약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란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이라크가 앞장서서 국경을 통제해 버렸다. 결국 이라크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이란의 경제가 좌우될 수 있는 암울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국민에 대한 장악력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이후 의약품이나 마스크, 세정제 등의 물품이 장기간 미보급됨에 따라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란 보건 당국이 발표한 공식 집계보다 실제 감염 및 사망자 수가 각각 10배, 2배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이란 보건 당국자는 정부의 공식 발표는 투명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사망한 환자들은 누락될 수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12) 외신에서 “이란 당국이 피해 실태를 축소하고 엄격한 방역 조치를 방기할 경우 최대 3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란 사회 내에서 공포심과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들이 생활고와 두려움으로 인해 반정부 봉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13)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당시 곳곳에서 데모가 일어났고, 총선에 앞서 6,850명의 개혁주의 후보들이 구금되자 여러 지방에서 선거 보이콧 운동이 발생한 바 있다. 실제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2.57%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 2016년 대비 20%p 감소한 수치이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비판하는 데모가 2월 중순경 다수의 지방 도시(Talesh, Rasht, Najaf)에서 일어났고 정부는 강압적으로 진압하면서 긴장감만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러한 시민들의 저항에도 이란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여전히 정부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요소는 이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다. 변종이 발생할지도,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 불가다. 아직 백신조차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로나-19가 이란 경제 및 정치, 더 나아가 이란 사회에 큰 충격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앞에 코로나-19는 변곡점으로 다가와 있는 셈이다.


* 각주
1) 이세형, “내전 고통 중동에 코로나 본격 확산…‘최대 320만 명 사망 우려’”, 동아일보 (2020.5.4.).
2) http://ncov.mohw.go.kr/bdBoardList_Real.do?brdId=1&brdGubun=14&ncvContSeq=&contSeq=&board_id=&gubun=
3) 이집트 87위, 오만 73위, UAE 56위, 사우디 47위, 터키 40위 (한국 9위).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 참조: GHS Index Team (2019), “The Global Health Security (GHS) Index”, NTI & JHU. https://www.ghsindex.org/
4)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situation-reports 
5) 인남식, “이란 코로나 확산을 설명하는 세 키워드…시아파, 미국 제재, 총선”, 조선일보 (2020.3.23.).
6)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situation-reports
7) 강훈상, “이란, 모든 가구에 매월 8만 원 코로나19 생계 지원”, 연합뉴스 (2020.4.7.).
8) 강훈상, “'거리두기 완화' 이란, 신규 확진 25일 만에 최다…누적 10만 넘겨”, 연합뉴스 (2020.5.6.).
9) 강훈상, “이란, ‘미국 제재 탓 한국산 코로나19 검사키트 수입 막혀’”, 연합뉴스 (2020.4.19.).
10) 권영미, “이란 60년 만에 IMF에 대출 요청…美 반대로 무산”, 뉴스1 (2020.4.8.).
11) 참고로, 2018년 이란의 공식적인 원유 수출량은 일일 185만 배럴이었음. 즉, 약 10% 이상이 암시장에서 거래되었으며, 이라크 시아파 민명대의 협조를 통해 반출되는 경우가 잦았음. 더 자세한 내용은 OPEC 홈페이지 국가별 통계 자료 및 Rose (2020) 참조: https://www.opec.org/opec_web/en/about_us/163.htm
12) 임선영, “이란, 실제 확진 10배, 사망 2배···맞다면 美 넘는 76만”, 중앙일보 (2020.4.16.).
13) Caroline Rose, “The Coronavirus Outbreak: Impact of Iran”, Geopolitical Future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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