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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루과이 신정부: 기회와 과제

우루과이 Diego Telias Universidad ORT Uruguay/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2020/07/15

신정부: 우파정당 연합
우루과이는 남미 원뿔꼴 지역(Southern Cone)의 작은 나라이다. 우루과이는 중남미에서 가장 탄탄한 민주주의를 갖춘 나라 중 하나<표 1>로 투명성 및 법치주의 측면에 관한 여러 지표에서 역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구 350만의 우루과이는 점진적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다. 2019년의 선거에서도 한 가지 변화가 나타났는데, 바로 15년 동안 의회 다수당을 차지했던 중도좌파정당 광역전선(Frente Amplio)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국민당(Partido Nacional) 출신의 루이스 라카예 포우(Luis Lacalle Pou)다. 루이스 알베르토 라카예(Luis Alberto Lacalle, 1990-1995) 전 대통령의 아들인 그는 우파정당연합(다색연합, Coalición Multicolor)을 이끌고 의회 과반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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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카예 포우는 1차 투표(10월 27일)에서 28%의 득표율을, 그리고 친정부 후보이자 전 몬테비데오(Montevideo) 시장인 다니엘 마르티네스(Daniel Martínez)와 맞대결을 펼친 2차 결선 투표에서 5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24일, 루이스 라카예 포우는 우루과이의 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박빙으로 이루어진 선거는 우루과이 정치 상황이 중도우파(다색연합)와 중도좌파(광역전선)의 2개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도우파연합(다색연합)은 라카예 포우의 국민당(Partido Nacional), 에르네스토 탈비(Ernesto Talvi) 현 외교부 장관을 후보로 내세웠던 콜로라도당(Partido Colorado), 그리고 전 우루과이 국군 총사령관인 귀도 마니니 리오스(Guido Manini Rios)가 이끄는 신당(당명: Cabildo Abierto, 열린의회당)의 연합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의회당은 선거 결과 측면에서도(득표율 11%), 당수가 취한 보수적⸱국가주의적 입장 측면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상기 언급한 정당 외에도 독립당(Partido Independiente)과 국민의당(Partido de la Gente)이라는 두 개의 소규모 정당도 연합에 참여했다. 이들 정당은 하원 의석(총 99석) 가운데 각 1석 만을 확보했다. 

출범 3개월 성적 양호
신정부는 출범 일주일 만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다. 신정부는 전염병을 훌륭히 통제하며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 중순을 기준으로 우루과이의 코로나 19 사망자 수는 23명, 확진자(active case) 수는 50명에 불과했다. 우루과이는 과학 전문가 집단 소집, 자발적 격리 결정 및 조기 진단 등의 조치로 칠레나 브라질 등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해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신정부는 이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컨설팅 회사 Opción Consultore는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의 비율이 77%라고 밝혔다. 

팬데믹 외에 신정부의 첫 100일을 살펴볼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정부가 의회에 긴급 검토를 요청한 법안과 관련된 논의이다. 동 법안은 총 476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부의 주요 개혁 추진 대상인 경제, 안보, 교육, 보건 및 주거 부문에서의 여러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 현재 연합정당은 법안 승인에 합의했다. 남은 회기동안 연합정당이 보이는 의정활동 성과는 면밀한 관찰 대상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다. 국정운영의 내용뿐 아니라 대외적 이미지 관리 부분에 주목할 만하다. 임기 시작 며칠 만에 언론에서 논란이 된 몇몇 고관에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정부가 여론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루과이의 정계 상황에 있어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팬데믹 이후 지방선거 일정이 재개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5월로 예정되어 있던 지방선거는 코로나19 보건 비상사태로 인해 연기되었다. 지방선거에서 전체 19개 주(department)의 시장/주지사를 뽑게 된다. 우루과이의 수도이자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몬테비데오의 경우 지난 30년간 집권해 온 중도좌파정당(광역전선)이 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지역 대다수는 라카예 포우의 국민당이 주도하고 있다. 

과제와 기회 
라카예 포우가 승리할 수 있었던 다양한 배경은 우루과이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우루과이 국민이 주로 지적한 문제는 치안과 경제였다. 교육 또한 쟁점이었다. 여러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정치적 및 경제적 상황은 당시 정부에 유리하지 않았다. 15년 집권 이후 하락한 신뢰도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이전 정부의 2019년 지지율은 그 전 몇 년에 비해 더욱 하락했다.

선거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경기침체이다. 수 년간 이어진 성장 이후 좋은 경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빈곤 및 극빈율은 10% 미만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논의의 초점은 공공지출 및 높은 공공요금에 불만을 토로하던 생산부문의 경쟁력에 맞추어졌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4.9%로 집계되었고,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우루과이의 외화표시 장기채권 등급을 BBB-로 평가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라카예 포우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경제성장 회복과 조세부담 축소를 약속했다.

선거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한 요소는 치안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 평가이다. 절도 및 강도 범죄를 줄이겠다던 타바레 바스케스(Tabaré Vazquez) 전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살인 범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우루과이에서는 처벌 가능 연령을 줄이자는 제안과 군인으로 구성된 방위대를 구축하여 이들이 경찰과 함께 치안 개선에 힘쓰도록 하자는 제안이 대두하는 가운데 치안 개혁을 위한 정치적 시도(국민투표)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시도는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으나, 주도했던 당시 야당은 이를 활용하여 자신들이 질서를 수립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라카예 포우 정권은 집권 초기에 경찰의 입지 강화 및 지원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육 또한 선거 기간의 핵심 이슈 중 하나였다.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는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해 중도 고등학교 이탈률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외교 정책이 선거운동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 위기, 무역정책 및 UPM(우루과이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 유칼 립투스 펄프 생산업체)과의 협상 관련 사안 등도 다루어졌다. 신정부 출범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미 신정부가 선거운동 당시 지적한 사항이 옳았음을 증명하며 이들 사안에 대해 주요 노선을 일부 확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UPM(40억 달러 투자 건) 관련하여, 현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중히 여기는 나라라면 응당 그러해야 하듯 기 합의된 내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사회단체 및 연합신당 소속 하원의원 몇몇이 반대 의견을 보이며 국내 세 번째 펄프 가공공장 건설 진행 속도를 늦추고자 했으나 신정부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UPM과의 합의와 관련하여 선거운동기간에 이슈가 된 것은 인프라 투자 및 면세 관련 혜택 제공 약속이었다. 셀룰로오스 화합물이 우루과이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 이라는 점을 상기할 떄 UPM이 이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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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우루과이
팬데믹으로 인해 정부의 모든 계획이 바뀌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신정부는 어려움을 넘어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우루과이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역내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뢰 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우루과이는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크루즈선 그렉 모티머(Greg Mortimer)호에 대하여, 입항 허가를 거부한 아르헨티나 및 칠레와 달리 승선해 있던 호주 및 뉴질랜드 승객이 몬테비데오에 하선 후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한 이동경로를 구축하여 인도주의적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보건 위기 속에서 나타난 우루과이의 투명성, 전문성 및 헌신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우루과이를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라카예 포우는 취임 전부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겨냥한 가족 구성 관련 체류조건 등을 포함한 외국인 체류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수정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혀 왔다.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우루과이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법치주의, 외국인 투자 안정성 및 훌륭한 비즈니스 환경 등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부가 대응해야 할 될 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최저임금 협상 및 빈곤 확대 방지를 위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다. 둘째는 특히 하절기(12~2월)에 우루과이 GDP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광업 관련 문제이다. 현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주변국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상황이 여의치 않은 바, 국경 개방과 관련해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대외관계에서 우루과이는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 회원국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체결 협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루과이는 다수 국가로부터 양자 FTA 체결에 관한 제안을 받은 바 있고, 그 중에는 한국도 있다. 그러나 우루과이의 입장에서는 메르코수르와 함께하는 협상이 비교적 용이하다. 우루과이가 희망하는 것은 메르코수르와 유럽 연합 간 FTA 진전을 통해 다른 파트너국과의 신규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정부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시아의 경우, 탈비 외교장관은 2020년 5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우루과이가 수년 간의 협상 끝에 베트남에 대한 감귤류 수출 허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추후 몇 년 동안 우루과이는 전략적으로 동아시아를 주시할 것이다.

우루과이의 미래 외교정책에 관하여 살펴볼 마지막 한 가지 요소는 역내에서 미-중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루과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중국은 우루과이 전체 수출의 31%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 파트너였다. 광역전선 정권 당시 우루과이와 중국 간 관계는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2020년에 있었던 미국 국무부 정치담당 차관 데이빗 헤일(David Hale)의 우루과이 방문 및 5G 공급업체로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평가할 것에 대한 권고는 미국이 우루과이와 중국의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 외교관의 우루과이 방문 이후 중국 대사관에서는 미국이 우루과이와 중국 간 관계를 고의로 방해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중국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진다면 라카예 포우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 이후의 불안한 세상과 빈곤 증대와 경기 침체로 엄청난 어려움을 맞닥뜨릴 중남미 지역에서 우루과이는 아태지역을 위시로 한 더 큰 세상과 보다 넓은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신뢰 가능한 국가 및 약속을 지키는 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메르코수르 관련 장애물 및 새로운 연립정부의 국정운영 성적은 평가의 대상이 될 커다란 과제이지만, 신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진중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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