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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로 인한 세계화의 쇠퇴가 유라시아지역에 미칠 영향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 2020/07/20

코로나19와 탈세계화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은 2020년 글로벌 10대 리스크 중의 하나로 국가 간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선정한 바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1)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미국의 자국중심주의(America First),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Brexit) 및 글로벌 저성장 기조로 인한 각국의 자국시장 보호 등으로 탈세계화의 경향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체계(supply chain)와 가치사슬(value chain)의 분화라는 트렌드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의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가장 저렴하고 적합한 공급체계를 갖춘 곳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글로벌 공급체계의 구축을 통해 이윤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성보다는 공급의 안정성, 리스크 회피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의료기기, 마스크, 진단키트 등 주요 기초물품 등은 국가안보 및 국민보건을 위해 자국 내 생산 및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부각되고 있다.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안보와 공공의료문제가 보호주의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2)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탈세계화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으며 금번의 보건위기를 통해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시키는 정책을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 교역성장률은 큰 폭으로 축소되었으며 무역개방지수도 하락 추세에 있다. 또한 향후 미중 무역전쟁의 가열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의료장비 등 주요 전략물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품 통제, 세계적인 공급망의 축소, 식료품 수출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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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국가들의 제조업과 신산업 육성
글로벌 탈세계화와 자국우선주의 강화는 먼저 유라시아 국가들의 자국제조업 육성정책 추진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가치사슬(GVC)의 약화에 따라 ‘국내 가치사슬’(Domestic Value Chain) 또는 ‘지역 가치사슬’(Regional Value Chain)로 전환하려는 북방국가들의 기존 정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라시아 국가들은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과 내부 추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라시아 국가들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분야는 신산업, 디지털 경제이다. 러시아의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는 지난 4월 10일, 병원, 학교, 사무실 등의 공공장소에서 무인으로 사용가능한 방역로봇의 시제품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3) 이 로봇은 20㎡의 공간을 5분 만에, 2,500㎡의 공간은 하룻밤 새에 무인으로 방역을 마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에 활용하기 위해 서둘러 시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주요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기업은 Industry 2.0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제조업 기업의 80%이상과 광공업 기업의 60% 이상이 Industry 2.0 수준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4) 카자흐스탄 투자개발부(The Ministry of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the Republic of Kazakhstan)는 카자흐스탄의 4차 산업에 대한 준비가 현재로서는 제대로 되어있지 않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국내 산업에서의 디지털화와 자동화 발전의 미숙, 인적자원의 부족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바 있다. 하지만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산업화와 제조업육성 정책을 지속함과 동시에 Kazakhmys, Kazzinc, Arcelor Mittal, KAZ Minerals 등 주요 광공업 기업에서의 산업자동화는 일정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보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신산업육성은 자국 중심의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제조업기반을 다지려는 시도이다. 세계화의 쇠퇴는 유라시아국가들의 이와 같은 산업화와 신산업 구축을 가속화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제조업 육성을 위해서는 외국기업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선진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본격화되면 유라시아지역에 대한 투자유입 유인이 감소할 우려가 상존한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강화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약화는 유라시아지역에서 EAEU의 공고화 및 확대화에 기여할 수 있다. EAEU를 주도하는 러시아로서는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체계가 약화된다면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지역 내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자국 내의 단순한 생산기지 확대보다는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R&D, 마케팅 등의 기능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최근 러시아의 Hevel group이 EBRD 자금을 활용하여 카자흐스탄에 태양광 모듈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러시아는 EAEU 내의 밸류체인 강화를 통해 경제적으로 유라시아국가들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정치적으로는 EAEU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권을 심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라시아 소국의 경우,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EAEU를 통해 러시아에 더욱 의존하는 구조를 수용할 수 있다. 유라시아 국가 중,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등의 경우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노동자들이 러시아로부터 노동이주를 하고 자국으로 송금하는 외환금액은 국가 전체 GDP의 30~40%에 달하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의 직접투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의회는 자국의 EAEU 옵저버 자격가입을 승인했다. 우즈베키스탄 신정부는 출범이후 줄곧 대외개방정책을 강화해왔는데, EAEU 옵저버 가입으로 러시아 중심의 경제블록에 한 발 더 나아간 모양새가 되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21일 있었던 의회연설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같은 전통적인 해외시장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EAEU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공동의 상품 통관에 대한 규정을 확정한 이후에는 더 거세질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이 이에 대응하려면 EAEU 가입을 고려해야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5) EAEU 가입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EAEU 가입을 통해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수출시장을 확장하는 데 있으며 노동이주를 통한 외화수입 확대, EAEU를 통한 디지털 경제 촉진 등도 정부가 기대하는 요인이다. 다만, 옵저버 자격이 당장 이러한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옵저버 참여를 통해, 향후 EAEU 정식 가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사안들을 더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대러 경제제재에 대한 영향
코로나19로 인해 EU내의 셍겐조약이 약 20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의료용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각국이 내놓으면서 유럽연합 각 국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쌓아 온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보다는 자국이익의 수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대결적 구도 정립이 과거처럼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다. 이처럼 국가별로 분화된 이해관계는 러시아를 오랫동안 옥죄고 있던 경제제재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서방국가들은 대러 경제제재에 간헐적으로 이견을 나타내 왔다. 2014년 처음으로 대러 경제제재가 도입된 이후 1년 혹은 6개월 단위의 제재연장이 계속되면서 각 국가들은 자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제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러시아에 대한 농산물 수출이 많고 에너지 협력관계가 밀접한 이탈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연장에 줄곧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루마니아 등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와의 밀접한 경제관계를 벗어날 대안이 없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노드스트림2’(Nord stream 2) 천연가스 운송 파이프라인을 건설 중인 독일의 경우,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정부가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의 제재안을 승인하면서 미국과 공사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독일은 공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파이프라인의 완공을 통해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러시아를 둘러싼 서방 국가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EU 내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인 독일, 이탈리아, 동유럽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러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EU 내에서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는 것만으로도 향후 운신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탈세계화와 지역주의는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유라시아 지역에서 이와 같은 기조는 각 국가들의 경제적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각 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잘 부응하는 전략으로 대비해야 할 때이다. 


* 각주
1) Ian Bremmer and Cliff Kupchan, "Top Risks 2020-Coronavirus edition," Eurasia Group, p. 10.
2) Douglas A. Irwin, "The pandemic adds momentum to the deglobalization trend," 23, Apr. 2020. (https://www.piie.com/blogs/realtime-economic-issues-watch/pandemic-adds-momentum-deglobalization-trend, 검색일: 2020년 6월 16일)
3) “Сбербанк разработал прототип робота-дезинфектора для борьбы с пандемией COVID-19,” 10. Apr. 2020. Сбербанк. (https://www.sberbank.ru/ru/press_center/all/ article?newsID=c650f18c-4ebd-41ed-aa24-563bc926b7fe&blockID=1303&regionID=77&lang=ru&type=NEWS, 검색일: 2020년 6월 16일) 
4) Amanzhol Daribay, Aidana Serikova, and Ikechi A. Ukaegbu, “Industry 4.0: Kazakhstani Industrialization Needs a Global Perspective,” Procedia Computer Science 151, 2019, p. 904.
5) Eurasian Studies, “Uzbekistan Faces Mounting Economic Costs From Staying out of Eurasian Economic Union,”29. July, 2019. (http://gtreater-europe.org/archives/7169, 검색일: 2020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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