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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조지아 의회 선거법 개정안 논란

조지아 정세진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부교수 2020/07/20

미국, EU 대사 등이 의회 선거법 중재안 마련
현재 조지아의 집권 여당은 ‘조지아의 꿈’(GD, Georgia Dream)이다. GD는 2012년, 2016년 총선에서 연속적으로 승리하고 의회에서 총리는 GD 출신이 맡고 있다. 특히 2016년 총선에서는 GD가 의석수 150석 중에서 115석을 획득하는 등 예전 사카쉬빌리 전 대통령이 이끌던 ‘국민운동연합’(UNM)에 압승하였다. 2016년 총선에서 UNM은 27석 획득에 그쳤다. 조지아 의회 선거법에 따르면, 77석은 비례대표에서 선출하고 73석은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 선거법이 여당에 유리하다는 여론이 줄곧 제기되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어왔다. 

2019년에 들어서 선거법 개정안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에 조지아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1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시위대들은 의회의 선거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했는데, 이에 따라 2019년 6월,  GD는 선거시스템 개정안을 마련했다. 주요 골자는 선거 기준 없이 등록 정당의 완전한 비례대표 선거를 통해서만 의원을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조지아 정파는 이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 개정안은 전체 의원 150명 중 101명의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조지아 의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는 전체 의원의 3/4의 찬성, 즉 75%인 113명이 찬성해야하는데, 이에 미달되었기 때문이다. 여권이 115석을 가진 거대정당인데도 부결되었던 것이다. 

이후 2020년 들어 조지아 내 미국 및 EU 국가의 중재로 선거법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선거법 중재안의 핵심적인 골자는 2가지였다. 하나는 선거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사법 시스템에서 정치적 간섭의 출현 시 이를 고지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새로운 의회 선거법은 비례대표제로 120석을 선출하며, 나머지 30석은 지역구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기존의 선거 방식은 집권당인 GD에 매우 유리한 선거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GD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인 50%의 득표를 얻지 못했지만, 실제적으로 의석수는 76%를 획득했다. 야권에서는 이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라고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왔었다. 그래서 새로운 개정안에서는 유권자로부터 최소 50%의 득표를 얻지 못하면, 그 어떤 정당이라도 의석수 150석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새로운 지역 선거구는 베니스 위원회(Venice Commission)와 조지아 사법부가 제공한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의석수의 경우, 기준은 1%로 정했다. 기존 선거법에서는 5% 이상의 득표를 해야만 의석수를 받을 수 있었다. 지역구의 경우, 후보는 1차 선거에서 50%의 득표인 경우 선출되는데, 50%의 득표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1~2위 간에 결선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자를 선출한다. 지역구 선거제는 기존 총선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이 중재안으로 조지아 내 모든 정파는 2020년 3월 8일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새로운 선거법에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트빌리시 주재 해외 국가 대사관에서는 2020년 10월로 예정된 선거가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입장을 가지고 이를 환영했다. 

야권, 정치범 석방 여권에 강력히 요구
그러나 이후 조지아 여당과 야권은 정치범 석방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오는 10월 총선에서 새로운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법 중재안을 마련한 미국과 EU대사 등은 조지아의 집권당과 야당에 양해각서에 따라 이미 결정된 선거 시스템을 수용하고 실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야권은 지난 5월 13일 연합성명을 통해 정치범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중재국이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발했다. 현재 집권당과 야당은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자는 데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은 성명에서 GD가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합의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못한다면, 의회 회기를 계속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야권 정치인들이 수감된 이유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5월 8일 선거법에 공식 서명하면서 정치범 석방은 정치권의 합의 조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권은 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2020년 6월 21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첫 청문회에서 선거 개정안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참석한 의원 136명이 개정안에 찬성했고, 5명의 의원이 반대했다. 두 번째 청문회에서는 115명이 찬성했고, 3명이 반대했고 1명이 기권했다. 국민운동연합(UNM)당과 유럽조지아 당(European Georgia)은 야권 인사인 기오르기 루루아의 석방을 요구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징역형을 받거나 기소 중인 주요 야권 인사는 3명 정도이다. 

기오르기 루루아(Giorgi Rurua)는 2019년 11월 18일에 체포되었는데, 총기의 불법적인 구매, 소유, 소지 혐의를 받고 기소되었다. 그는 트빌리시에서 재판이 재개된 2020년 6월 24일에 권총이 자신의 차량에 자기도 모르게 놓여져 있었다고 법원에서 주장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이 재판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데, 혐의 자체가 가짜이며 이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부에 대해 날선 비판으로 맞서고 있다. 루루아는 친 야권 방송사인 무타바리 아르키히 TV(Mtavari Arkhi TV)의 설립자이며 주주이다. 

이외에  기기 우굴라바(Gigi Ugulava)는 전 트빌리시 시장이었으며, 2019년의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 지원한 인물로 알려졌는데, 2020년 초에 공공기금 유용 혐의로 3년 2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라클리 오쿠라쉬빌리(Irakli Okruashvili)는 전 국방부 장관이며 ‘조지아 승리당’ (Victorious Georgia party)의 의장이다. 그는 2019년 시 위에서 폭력을 조장하거나 폭력 행위에 참여한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데, 살로메 주라바시빌리(Salome Zurabishvili) 대통령은 5월 15일에 2명의 야당 정치인을 용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우굴라바와 오쿠라쉬빌리에게 한때 ‘가증스러운 인물’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주라바쉬빌리 대통령은 조지아에는 그 어떤 정치범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시에 언급하는 바람에 야권으로부터 강한 불만을 자아냈다. 대통령은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민주적이고 유럽적인 미래’를 위협하는 ‘정치적 위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야권을 날카롭게 비판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유화적인 제스처로 여당과 야권 간에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질지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지아 정치권의 복잡한 내홍의 이유
그렇다면 선거법 개정안을 가지고 조지아의 정치권이 왜 이러한 복잡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조지아 정치권이 다음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당이 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정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이전까지 조지아를 이끈 정당은 사카쉬빌리 전 대통령이 창당한 ‘국민운동연합’(ENM)이었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백만장자인 비드지나 이바니쉬빌리(Bidzina Ivanishvili)가 이끄는 새로운 정당인 ‘조지아의 꿈’(GD)이 전격적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조지아의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였다. 총 의석수 150석 중에서 조지아의 꿈은 85석을 차지하고 다수당이 되었다. 

이바니쉬빌리는 총리로서 1년간 조지아 정치를 이끌었던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었으며, 현재도 조지아 정치계의 막후 실력자이다. 2013년 가을에 대통령직을 사임한 사카쉬빌리 보다도 정치적으로 더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이 되었다. 사카쉬빌리는 사임 이후 조지아를 떠났으며, 현재 그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래서 야권은 2020년 총선에서도 현 선거법으로 선거가 이루어지면, GD가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력한 정치적 투쟁을 벌이면서 중재안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정치범 석방을 주장하면서 여권에 대한 공격적인 정치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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