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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0년 상반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정동향에 관한 인터뷰 분석

카자흐스탄 오상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원 2020/07/20

2020년 6월 초,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은 러시아의 저명한 언론지 ‘Komsomolskaya Pravda’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2020년 상반기 카자흐스탄의 국정동향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해당 인터뷰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최근 국제 사회의 문제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현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신하여 카자흐스탄 정부의 근래 정치적 견해와 경제성장 추진방향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루었으며, 특히 러시아, 중국, 미국에 대한 전략적 시각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 그리고 카자흐스탄에서의 사회적 사안들에 대한 발언 등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인터뷰에 관련하여 해당 내용을 접한 일부 국민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동의하는 부분과 함께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이 글의 분석에서는 토카예프 대통령의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하되 원문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객관적 시각에서 그 답변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 강조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점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여론조사의 수치에서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러시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지난 수년 간 평균 75%에 이르렀으며, 이외에도 지리적 인접성과 근대사적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언급했다.

특히 러시아와 함께하고 있는 동맹 기구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등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며, 이러한 점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 새로운 기타 동맹 기구의 가입 행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역설했다. 즉 러시아를 포함하는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 잠재성을 강화하고, 공동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노동 시장의 활성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전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협력 강화를 위해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들에 대해 양국 간 세금 감면 혜택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카자흐스탄 세무 당국 역시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오는 2025년까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가 유라시아 지역에서 에너지 부문 및 금융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고, 여기에는 디지털 통합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사임 이후에도 국가 주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여론에 따라서는 카자흐스탄에서 그의 권력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주장하기도 하나,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선을 그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지난 역량과 자신에 대한 지원을 인정하되, 현재 국가의 정치 상황에서 두 개의 권력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토카예프 대통령은 내달 있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80세 생일에 대한 축하와 오늘날 독립국가 카자흐스탄의 탄생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자르바예프를 이어 카자흐스탄의 역사적, 정치적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자국의 국력을 강화하는 데에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2020년 어려운 국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많은 조언을 받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다민족 공존 정책의 실현
140여 개 민족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다민족 국가 카자흐스탄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며 국내 정치 안정의 중요한 요소임을 언급했다. 그는 다양성의 화합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이른바 ‘카자흐스탄인’이라는 단일한 민족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즉 소수민족의 개념을 부정하고 모든 민족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을 말했다.

특히 카자흐인을 제외한 주요 민족들 중 러시아인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어 인구 비율 중 19%를 차지하고 있으나, 과거 카자흐스탄의 가시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민족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토카예프 대통령은 해외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내의 러시아 디아스포라’라는 용어에 대해 큰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용어의 사용이 다민족 공존 정책에 모순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립 직후 이루어졌던 도시 내 러시아어 거리 명칭을 카자흐어로 바꾸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시행되었지만 모든 거리를 바꾸지 않았고, 카자흐스탄 사회에 대한 공이 있는 러시아인들의 이름을 딴 거리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러시아 위인들의 명칭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공무원직에 카자흐인을 우대하는 특별한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며, 주요 요직에는 아직도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라틴 알파벳 사용 전환에 대한 견해
라틴 알파벳 사용 전환에 대한 논의는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에 지속적으로 쟁점이 된 부분이다. 2000년대 후반 경부터 2020년 초반에는 기존 키릴 알파벳에서 라틴 알파벳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급속한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는 근대 카자흐어 문학과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키릴 문자로 쓰였고, 앞으로도 많은 세대가 이러한 교육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글로벌 공간의 빠른 변화로 인해 카자흐어의 라틴 철자 표기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임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세대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하기 위해 급격한 전환의 조치보다는 합리적인 속도로 전환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진 배경은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및 서부 지역에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것으로, 유라시아 지역 내 일부 국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확장을 경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토카예프 대통령은 중국의 확장에 대해 자국과 상호 협력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로 토카예프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카자흐스탄 역시 많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이 육로로 유럽 및 아랍권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 경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중국의 대 중앙아시아 지역 직접 투자 규모는 150억 달러에 달했고, 2019년 무역액은 33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 당시에도 중국과의 협력은 주요 사안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전략적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함께하는 동맹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등을 통해 향후에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카자흐스탄은 중국 우한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선 바 있으며, 카자흐스탄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 중국 측에서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2020년 상반기 협력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자흐스탄 내 미군기지 건설에 대한 견해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내 미군기지 건설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언급하며 논쟁을 일단락 지었다. 또한 기존에 연구를 위해 자국으로 왔던 미국인들도 계약 만료로 인해 많은 수가 이미 떠난 상태라고 하며, 추후 미국과는 에너지 부문 개발 기술과 같은 전략적 영역에서 협력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편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미래 사회에 예견되는 전염병 확산 방지 기술과 안보를 위한 군사력 유지, 바이콩으르(Baikongyr) 우주기지 개발 협력에 있어서는 러시아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전하며, 국제 정치적 견해를 완곡하게 드러냈다.

결어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토카예프 대통령의 견해들은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다소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물론 러시아 언론지에서의 인터뷰인 점을 감안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토카예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카자흐스탄의 대외 정책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부분이라고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민족 공존 정책 및 라틴 알파벳으로의 이행 관련 토카예프 대통령의 의견에 대해 지역 전문가들은 기존과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받고 있으며,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상반기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카자흐스탄 역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국정에 대해 또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며, 기존 정책 노선들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유지하거나 변화시키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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