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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와 아프리카 전염병 대비를 위한 제언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영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2020/07/23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제사회는 새로운 국면에 맞이하고 있다. 21세기에 발생한 강력한 전염병은 인류가 그동안 힘들여 이루어 놓았던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국가 사이의 이동과 교역이 제한되고 국가 안에서는 개인이 격리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모두 퍼졌으며 부자와 빈민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끼친 영향은 국가에 따라,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났다.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과 같이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 있는가 하면, 대만과 한국과 같이 방역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확진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한 국가도 있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베트남이 철저한 봉쇄와 검역을 통해 성공적 방역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에 끼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본 고에서는 아프리카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향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피해
2019년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처음에는 중국 주변국과 중국과 왕래가 잦은 국가를 중심으로 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매개체가 되었다. 하지만,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보다 그렇지 못하였던 빈민들 사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큰 간격이 있었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빈민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조차 모른 채 죽어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3만 9,918명의 확진자가 있으며 40만 4,396명의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대륙별로는 가장 많은 336만 6,251명의 확진자가 아메리카 대륙에 있으며, 아프리카에는 14만 498명의 확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대륙은 바이러스가 퍼졌을 당시 기온과 발생지로부터 거리로 인하여 다른 대륙보다 현재까지는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현재 집계된 수치보다 실제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이며 앞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용이하지 않으며,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어서 아픈지 혹은 사망하였는지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확진자 사망자 수 집계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WHO가 발행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의 1/4 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15만 명에서 19만 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 뉴질랜드와 같이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거나 효과적으로 통제를 하고 있는 국가들도 코로나 확산의 위협에 다시 노출될 수 있다. 

아프리카 공중 보건의 근본적인 문제
아프리카 국가의 공중 보건은 의료 인력, 시설, 서비스,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취약하며 특히 주요 전염병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이즈가 시작되었을 당시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미흡한 대처로 인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적인 생산력이 저하되기도 하였다. 사실상의 에이즈 치료제가 나온 이후에도 치료제 비용과 제한된 의료 서비스 접근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총 1만 1,3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이 중 15명을 제외한 모두가 서아프리카 세 국가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현재 아프리카 공중 보건의 취약성을 가늠할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현재의 취약한 공중 보건 시스템으로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아프리카의 전염병 대비책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비책을 모색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제한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며, 선진국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국내적 대비책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국제적 대비책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먼저 자구책으로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 제도를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방역의 모범국인 대만과 한국의 공통점은 양국이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한 후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확립하였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한국은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적극적인 방역 활동과 동시에 공격적인 확진자 검사 및 적극적 치료에 나섰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의심자가 검사비에 대한 부담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확진자는 격리 후 치료비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자발적 검사와 치료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K-방역으로 일컬어지는 동선 추적과 선진 방역 시스템 역시 국민건강보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대만 역시 한국과 유사한 단일의료보장 방식을 1995년부터 도입하고 있다. 대만의 전국민건강보험은 대만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제약받지 않고 의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거류증을 소지한 외국인에게도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근접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400여 명이며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대만의 방역 성공은 사스 사태 때의 방역 실패의 뼈아픈 경험과 전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국가재난시스템의 작동 때문이다. 확진자들은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입원비 및 치료비는 대만 정부가 부담하였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 달성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여러 정치적·경제적 상황으로 인하여 모든 회원국의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보편적 의료보장이 달성된 국가는 보츠와나, 부르키나파소, 가나, 모리셔스, 르완다, 세이셀,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보편적 의료보장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보편적 의료보장 시스템은 기존의 질병을 치료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이다. 물론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비교적 적은 정부 예산으로 국민적 동의를 통한 시스템의 도입으로 출범할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의 능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예방을 위하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보편적 의료보장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SDG 3번은 건강과 웰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새천년개발목표 6번이었던 에이즈, 말라리아, 기타 질병 퇴치조차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있다. 공중 보건 시스템 개선은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향후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를 먼저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염병 대책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의 기본적인 방법인 손 씻기조차 쉽지 않다. 손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으며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사실상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 

공여국들은 아프리카 국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보건 공적개발원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공여국 간의 공조를 통한 조직적 지원 역시 없었다. 아프리카 국가의 공중 보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막대한 예산이 있어야하는 아프리카 공중 보건 시스템 개선에 선진국들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도움을 통한 아프리카 전염병 대책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2014년 에볼라 위기를 겪은 국제사회는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금 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세계은행은 독일, 일본, 호주로부터 지원을 받아 유행병 긴급 자금조달 기관(Pandemic Emergency Financing Facility, 이하 PEF)을 2016년에 설립하였다. 하지만 PEF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지급 조건과 투자자들을 위한 시혜적인 정책으로 인해 설립할 때부터 비판을 받았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막상 발생하였을 때 PEF의 주요 설립 이유였던 긴급 자금 지원 역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전통적 공여국과 비전통적 공여국 모두가 참여하는 거대한 규모의 전염병 대책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되 자국의 여력으로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을 주요 수혜자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공여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공여국들의 참여를 이끌어 보다 큰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여야 하며, 전염병 발생시 기금 사용 방식에도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염병 기금 마련이라는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국제사회는 중장기적인 대비책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WHO로 대표되는 국제 공중 보건 레짐이 존재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전염병 대비를 위한 국제 공중 보건 레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의 정보 통제와 WHO의 신속하지 못한 대응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전염병 국제 레짐은 회원국으로부터 권한을 미리 위임받아 전염병이 발생하는 경우 전면적인 조사권과 강력한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류는 그동안 많은 전염병을 이겨왔으며, 코로나19 역시 이겨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는 전염병은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으며 인류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대비책들은 아프리카 국가와 국제사회가 실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의 아니라 최소한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프리카 국가들 스스로 자구책을 찾고 국제사회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 각주
1) WHO 코로나19 공식 홈페이지(https://covid19.who.int/). 기준일: 2020년 6월 10일. 본 고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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