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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미국-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이슈 추이

베네수엘라 EMERiCs -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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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베네수엘라, 반목의 시작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짧게는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현 대통령에서부터 길게는 우고 차베스(Hugo Chavez)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각종 제재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목줄을 죄어왔다. 차베스의 후광을 등에 업고 2013년 4월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이 2019년 1월 재선에 성공하자 미국은 베네수엘라 안팎으로 제재 조치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기 시작했다. 영국 등 서구 동맹국들에는 베네수엘라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Juan Gerardo) 국회 의장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과이도 국회 의장은 2019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며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석유 기업들에 베네수엘라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명령하고 베네수엘라와 다른 나라와의 거래도 끊어버렸다. 이 때문에 마두로 정권의 돈줄이자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산업은 파탄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도 긴 암흑기에 들어서게 된다.  차베스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의 긴장관계가 어떻게 악화되어 왔는지, 그 여파는 무엇이며 현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한다. 

마두로 정권을 탄생하게 한 차베스의 후광
마두로 정권은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두로는 차베스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한 끝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마두로 정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차베스 전 대통령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차베스는 1998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베네수엘라에서 20년 넘게 지속될 사회주의 정권의 씨앗을 뿌리는 데 성공한다. 집권 당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자금 줄인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의 국영 기업을 줄줄이 국유화했다. 때마침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오일 머니를 쓸어 담았던 차베스 정권은 이 돈을 빈곤층에 풀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다. 빈곤층에 대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저가 주택 공급 정책 등이 이 때 탄생한 것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한 차베스 식 정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지지을 얻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미국과의 관계는 경색시켰다. 미국은 남미 최고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 것을 못마땅해 했다. 빌 클린턴 정권 당시 표면적으로 나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양국 관계는 조지 W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급속히 냉각된다. 그러나 차베스에게는 고유가라는 무기가 있었다.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 소득의 96%를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국제 유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2014년 중반까지 배럴 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럴 당 20~30 달러대로 폭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며 베네수엘라 경제는 악화일로를 거듭하게 된다. 

버스 운전자 출신 마두로,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마두로 대통령은 버스 운전자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차베스 정권에서 14년간 국회의장과 외무장관, 부통령을 지낸 차베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3월 차베스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하자 곧이어 치러진 대통령 재선거에서 야권 통합 후보를 1.59%p 차이로 앞서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암 투병 전 당시 부통령이던 마두로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것이 차베스의 후광을 드리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반미 행보와 포퓰리즘 정책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나 임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국의 경제 제재가 심화되면서 한 때는 세계 5위 산유국이던 베네수엘라는 이제 연료가 부족해 다른 나라에서 연료를 빌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방위로 베네수엘라 압박에 나선 미국
세계 5위의 산유국이던 베네수엘라가 출구 없는 연료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미국의 경제 제재와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2019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자산 70억 달러(한화 약 7조 8,000억원)를 동결하고 석유 대금 송금을 금지하기로 했다. PDVSA는 마두로 정권의 주 수입원으로 미국에 시트고 페트롤리움(Citgo Pertoleum)이라는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은 PDVSA를 압박함으로써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죄는 동시에 마두로 정권이 시트고를 통해 정치 자금을 흡수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 외에도 자국의 석유 기업 셰브론(Chevron)에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통상금지를 명령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등 다방면으로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고 있다. 2019년 서명된 이 행정 명령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모든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조치는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산업에 대한 제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송금, 결제 등의 금융 거래를 금지해 베네수엘라 정부의 모든 자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있어서 기존 보다 한층 더 강화된 제재 조치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이뿐 아니라 자국 내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베네수엘라 당국과 어떠한 형태의 거래도 할 수 없도록 금지해 나날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에 더 나아가 다른 나라들에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금 31톤을 돌려달라는 베네수엘라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압박이 작용한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란은행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개발도상국들에게 금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 2018년 부터 베네수엘라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금 인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해당 금의 가치는 1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조 3,915억원)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는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금을 인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 기기와 의약품, 식량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금을 인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영란은행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해당 사안은 국제 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미국, 베네수엘라 거래국 대상 2차 제재
미국의 제재는 베네수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들 역시 미국의 제재선 상에 올라와 있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이다. 미국은 로스네프트의 자회사인 로스네프트 트레이딩(Rosneft Trading)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송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로스네프트 트레이딩이 2020년 1월 200만 배럴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산 석유를 서아프리카로 수송하는 등 PDVSA의 사업활동에 협조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또한 베네수엘라와 거래한 이란 유조선 50여 척에 대한 제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5월 베네수엘라는 이란으로부터 153만 배럴의 휘발유를 사들였는데 이것이 미국의 심기를 거슬렀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미국의 계속되는 경제 제재로 거래가 막히고 생산 설비를 정비하지 못해 수년 전부터 연료난을 겪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베네수엘라에 원유를 수송한 유조선에 대한 제재 조치를 준비하는 한편,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를 도운 멕시코 기업까지 2차 제재 대상 목록에 올리는 등 대 베네수엘라 제재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에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기업은 멕시코의 리브레 아보르도(Libre Abordo)와 슐라거 비즈니스 그룹(Schlager Business Group)을 포함한 법인 여덟 개, 유조선 두 척, 개인 세 명 등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제재 대상 목록에 포함된 법인과 개인들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를 도왔다며 제재 대상 목록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 및 개인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도 금지될 전망이다. 

심화되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
미국의 경제 제재는 말할 것도 없이 베네수엘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때마침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휘청이던 베네수엘라 경제에 최후의 일격이나 다름 없었다. 이와 같은 경제난은 최근 5년간의 베네수엘라의 경제 지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15년 -6.22%를 기록했던 베네수엘라의 경제 성장률은 2016년에는 -16.45%, 2018년에는 -18.0%로 악화되다가 2019년에는 -35.0%로 급격히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하루 4,000여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나 인접국으로 향하는 등 베네수엘라 엑소더스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에는 무려 9585.50%라는 기록적인 ‘초인플레이션’에도 시달려야 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월 최저 임금보다 높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 외에도 연료 부족, 국가 봉쇄 조치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거래하고 있는 타국 기업들에게도 2차 제재를 가함에 따라 베네수엘라 내 연료난이 심화되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병원으로 출근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경제 위기가 보건상의 위기로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일부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제재의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20년 3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G20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재 대상 국가들이 코로나19 퇴치에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제재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서 지금은 제재가 아닌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듯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자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 조치가 비인도적 범죄라고 주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미국을 제소했다. 베네수엘라가 ICC에 제출한 약 60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장에는 미국의 제재 정책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에 대한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지도층이 아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물이나 식품 등의 기본 물자 조차 부족해 일반 국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과도 정부 구성안 제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 목소리에 베네수엘라가 과도 정부를 구성할 경우 제재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임시 대통령을 자청한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공식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마두로 정권과 과이도 국회의장이 권력을 분담해 과도 정부를 구성할 경우 경제 제재를 해제할 뜻이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베네수엘라를 위한 민주적 이양 계획’이란 제목의 문서를 발표하고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국회의장이 자신들의 권한을 5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넘기도록 촉구했다. 이 5인으로 된 위원회가 6개월~1년 뒤에 공정한 선거로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다스리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과이도 국회 의장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며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50개 이상의 나라가 과이도 의장을 합법적인 베네수엘라의 수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은 퇴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저항하는 쪽을 택했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이란과의 공조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0년 5월 있었던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베트남, 벨라루스 등 일부 국가들도 베네수엘라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베네수엘라 편에 선 국가들도 소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난을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언제까지 ‘반미’를 외치며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 지 좀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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