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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로의 이주: 도전과제 평가

말레이시아 Gamini Herath Monash University Professor 2020/08/10

서론
말레이시아에서 이주(migration)는 오랜 역사를 가진 중요한 경제적 현상이다. 영국의 식민지배가 이루어지던 1900~1927년의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에는 주석 산업 및 고무 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이주민이 유입되었다. 1928~1957년의 기간 중, 당시 식민 정부는 1933년에 이민제한조례(Immigration Restriction Ordinance)와 외국인조례(Aliens Ordinance)를 제정했다. 1947~1957년 사이의 경우 이주 관리 강화에 대한 말레이시아인의 요구가 커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 1953년 이민조례(Immigration Ordinance of 1953)가 발표되었다. 말라야 비상사태(Malayan Emergency, 1948~1960년) 당시에는 국가보안법(ISA, Internal Security Act) 및 모든 시민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신분증 제도가 도입되었다(Kaur, 2009). 

급격한 경제 성장과 이주의 구조적 변화
1980년대부터 말레이시아 경제의 급격한 성장과 수출지향적 산업화로 인해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대규모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고용 기회를 찾는 이주민에게 매력적인 국가가 되었다. 점차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경제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Pillai, 1999). <표 1>에서 1960년대 이후 말레이시아로의 이주가 증가세였음을 살펴볼 수 있다. 2019년 기준 말레이시아에 있는 이주노동자는 343만 명이었다. 농업, 제조업, 건설 부문 노동자 가운데 약 3분의 1이 이주민이다(ILO, 2019).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에 중간소득국(middle-income country)이 되었지만, 인구 노령화 및 노동 인구에 속하지 않는 상당수의 여성 인구로 인해 산업계의 이주노동자 수요는 더욱 확대되었다. 이주민 출신국은 대부분 인도네시아(39%), 방글라데시(24%), 미얀마(7%)이다. 이들은 주로 월급이 2,000 링깃(465 달러) 이하인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를 얻는다. 말레이시아와 문화, 종교, 언어가 유사한 인도네시아는 주요 이주노동자 송출국이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미얀마 등에서 말레이시아로 유입되는 불법 이주자의 수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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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로의 이주에 따르는 비용 및 혜택
이주노동자는 급격한 경제 성장 시기에 말레이시아에 도움이 되었다. 틈새 시장을 메꾸어 준 것이 이주민이기 때문이다(Del Carpio 등, 2013).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이주민은 태국 대비 높은 임금을 받았다. 이것이 말레이시아로의 이주에 힘을 싣는 요소일 수 있다(Athukorala, 2011).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근로하기 위해 필요한 이주 비용(1,082 달러)은 태국으로의 이주 비용(251 달러) 대비 높아 편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에서 일자리를 찾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꼬박 1년이 걸려서야 이주 비용 충당을 위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었다(Bylander, 2018). 이주로 인해 말레이시아 현지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복지 향상이 가로막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Athukorala, 2011). 일부는 임금이 상승했다고 주장하나, 다른 일각에서는 임금이 답보상태를 유지했다고 추정한다.

이주를 통해 말레이시아가 얻는 장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주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내 이주민 유입을 정책적 사안으로 개념화할 때는 인구 노령화, 미래 노동력 공급, 지식 및 혁신기반 경제성장의 잠재력 및 기타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혁신과 신기술 및 탄탄한 국가 제도를 바탕으로 더 높은 소득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적 자본보다 인적 자본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인적 자본 부족은 말레이시아가 중진국 함정을 겪는 주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Gill and Kharas, 2007). 말레이시아가 고소득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고숙련 노동력의 이주가 이 같은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 

이주민과 사회적 갈등
말레이시아인은 이주민의 역할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산업계의 저숙련 해외 노동력 선호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이주민에 대한 과도한 의존 또한 계속되었다. 이주노동자는 말레이시아의 사회적⸱경제적 장기 발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또한 부정 선거, 길거리 범죄 증가, 마약 밀매, 현지 노동자 고용 기회 감소 등 여러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가 실시한 조사 결과 말레이시아의 응답자 가운데 56%가 저숙련 이주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민이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은 약 48%에 달했다(ILO, 2019).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하는 이주 가사노동자 약 30~40만 명은 노동법에 따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ILO, 2016). 가사노동자 다수가 물리적 고립, 이동 제한, 고용주의 책임성 부재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학대에 가까운 근로 환경에 놓인 채 고통받는다(Abdul-Rahman 등, 2012). <표 2>는 말레이시아 사바(Sabah)주로 이주한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를 연구한 결과 확인된 사항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이주는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등과 같은 나라와의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국가는 과거 가사노동자의 말레이시아 송출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Kaur, 2010). 말레이시아 노동력의 약 50%를 차지하는 해외노동자는 학대와 인신매매 피해를 입기 쉽다. 이들은 제대로 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뿐더러 보건 부문에서 많은 장애물을 마주한다. 재정적 제약, 법률문서 부족 문제, 언어 장벽, 근거 없는 외국인 혐오 정서 등이 도처에 만연하며, 이러한 요소로 인해 이민자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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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야자유(palm oil, 팜유) 산업에서는 아동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대규모 농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대규모 기름야자나무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담당한다. 약 90만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및 부모님과 함께 이들 농장에서 살아가는 약 5~20만 명의 어린이들이 위험 작업을 수행한다.

정책, 전략, 도전과제
이주민과 수용국 지역사회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이는 이주민과 수용국 지역사회의 이질성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사회적 결속력 증진을 위한 전략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노동력 이주정책은 대부분 출입국 통제 및 치안 유지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외 다른 사안은 배제되어 있다(내무부).

세계화로 인해 지난 50년 동안 출신국가, 사회경제적 배경, 이주의 목적이 더욱 다양해지고 사회적,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이질성 또한 확대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회적 결속력 문제 해결이 어려운 까닭은 시민사회 단체, 지역사회, 지방정부, 심지어는 국제기구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주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이주 문제는 분열과 논란을 일으키는 사안이 되었고, 이주민들은 국가의 정체성, 가치, 경제 안정성, 안보 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치부되었다. 세계화로 인해 이주 서비스 관련 새로운 틈새시장이 발생했고 이러한 틈새시장은 공식적 및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채워지고 있으나, 활동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통제권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Doshi-Gandhi 등, 2013). 말레이시아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 수준을 낮추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인신매매 및 불법 이주 통제를 위해 이주를 본격적으로 통제권 하에 두려는 노력은 기한계약노동(indentured labor) 제도가 합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건설 현장, 가사 노동 현장, 대규모 팜유 농장 등에서는 수준 이하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불법 이주자를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낡은 노동법은 국제 노동법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 과거 마하티르(Mahathir) 총리 정권에서는 이주노동자 대상 노동시장 환경 관리 및 개선을 주 목적으로 하는 노동개혁을 우선과제로 삼았다. ILO의 지원에 힘입어 단체교섭 및 노동조합과 경영진 간 관계와 관련된 노사관계법 일부가 개정되었다. 말레이시아로의 불법 이주 문제를 줄이고 보건 서비스 및 보험을 개선하면 이주노동자의 생활이 나아질 수 있다. 이주 정책을 담당하는 여러 기관은 서류 제작, 재정, 인적 능력, 정치적 개입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주민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쓰여야 할 역량이 저해되고 있다(Bylander, 2018).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말레이시아는 탄탄하고 장기적인 노동자 이주 정책 마련에 더욱 가까워지고, 국가와 국민 및 이주민을 위한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는 이러한 관찰 내용을 재평가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르는 피해가 이주민에게 더욱 많이 치우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더 높은 비용을 물리는 외국인 요금(foreigner fee)이 불합리한 사례 중 하나이다(ILO, 2020). 종합적으로, 말레이시아는 모든 당사자를 위한 혜택을 극대화하면서 경제와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주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법을 개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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