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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EMU를 향한 크로아티아의 여정과 실질 수렴 달성을 위한 국영기업의 역할

크로아티아 Kristijan Kotarski University of Zagreb Assistant Professor 2020/08/11

들어가며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SOE, State-Owned Enterprise)은 굉장히 방대하고 광범위하다. 이번 조사 대상 탈사회주의 국가 중 크로아티아는  국영기업 1개당 인구수가 가장 적다. 크로아티아에는 1,000개 이상의 SOE가 존재하며 전체 고용인원 대비 국영기업 고용 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그림 1> 및 <그림 2> 참조). 국제노동기구(ILO) 데이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EU 27개 회원국 중 크로아티아 보다 국영기업 고용 인원 수가 높은 국가로는 그리스가 유일하다(Vidačak and Kotarsk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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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국내외 연구는 국영기업이 크로아티아의 경제 실적에 주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Šonje, 2019).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은 대체로 비효율적이며 주로 정계에서 자원 할당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초창기 정착된 정치 주도 역학관계가 지난 30년간 강화되어 온 것을 꼽는다. 사회주의에서 시장 경제로 전환하는 초기 단계에서 국영기업은 시장 자유화가 초래하는 변동성으로부터 보호막을 제공했다. 이는 크로아티아 독립 후 첫 10년 동안 내부자 주도 민영화가 일반적이 되고 정실 자본주의 구조가 도처에 등장했다는 전반적 인식이 팽배했던 당시 상황에 들어맞는 흐름이었다. 과격한 방식으로 정부가 형성되면서 폭력 소탕과 안정적 사회질서 확립이 주요 도전과제로 부상했다. 크로아티아는 이익단체를 조직화해 핵심 세력으로 형성하며 대응에 나선다. 

1990년대 말 크로아티아는 주요 기업과 엘리트 정치인 간 결탁에 의존하며 고도로 통제된 탈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한다. 당시 불확실한 정치 환경에서 고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것은 엘리트 정치인의 핵심 목표였다(Kotarski and Petak 2020).  시간이 흐르면서 선거를 장악해온 HDZ(크로아티아 민주연합)를 비롯한 정당들은 국영기업을 정치력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며 본인의 지역구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계약과 투자를 몰아주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일부의 경우 정치인들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방식에 편승해 국영기업에서 흘러온 자금을 정당에 유입시키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련의 상황들이 EU 가입 협상이 진행되던 기간과 2013년 EU 공식 가입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 역학 구도는 다음의 관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된다. 

첫째, 정당이 공익을 대변하고 건전한 경제정책을 구상하여 역량 있는 경영인을 양성해야 할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채 경제적 이윤 추구와 분배에 함몰되어 있다. 둘째, 사업적 수완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정치적 충성도에 의거해 경영인을 선정함으로써 상당수 역량있는 인재와 경영인이 민간 기업에 편중됐으며 그 결과 국영기업의 경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셋째, 크로아티아 국민 대다수가 다른 업종은 배제한 채 국영기업 취업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개혁 추진에 심각한 걸림돌로 부상한다. 방대한 규모의 국영기업은 다소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기제로 간주해야 한다.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 성장 촉진을 위한 유용한 정책 수단인가 혹은 끝없는 정실주의와 비효율의 원천인가?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을 국가 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보는 시각에는 최소 5가지의 신호가 존재한다(Šonje and Kotarski, 2020). 첫째, 국영기업 구성을 보면 경제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극도로 파편화된 비대한 부문이 혼재되어 있다. 즉 국영기업이 모든 산업 영역에 편재해 있어 자연적으로 독점화 될 가능성 혹은 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소매, 호텔, 건설업). 이는 크로아티아식 민영화의 유물이며 일관성 있는 거버넌스 전략 부재를 상징하며, 국영기업이 공공 정책의 핵심 수단이 되어야 할 시기와 필요성을 규정하는 합리적 기준이 미비한 사태를 초래한다. 

둘째, 지난 10년간 전체 국영기업 숫자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상당 수 국영기업은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납세자와 시민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엘리트 정치인과 정부가 임명한 이사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를 두고 민주적 감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역학 구도는 책임성과 투명성의 부재를 야기해 국가 자산을 실제로 소유한 이들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 그 결과 부패 스캔들과 부실 투자가 만연하다. 

셋째, 크로아티아 전체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산 기능 분석은 2006년에서 2015년 사이 국영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 수치가 40% 하락했다고 발표한다. 같은 기간 민간 부문 TFP는 20% 상승했고 전체 TFP는 15% 하락했다(IMF, 2019). 

넷째,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최신 보고서는 총자산순이익률(RoA) 지표를 발표하며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이 비셰그라드 그룹 국가(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헝가리) 및 발트해 연안 국가 국영기업 대비 저조한 RoA 실적을 보였다고 밝혔다(0.7% vs. 2.8%). 또한, 2006년에서 2016년 사이 크로아티아 국영기업에 지급된 GDP 대비 평균 보조금은 정부 예산으로 환원된 수익의 2배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크로아티아의 GDP 대비 보조금 평균 비율은 EU 28개국의 2배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Tabak and Zildović 2018).  

다섯째, Šonje (2019)는 국가가 100% 소유권을 가진 국영기업의 경우 대체로 비효율적이며 가처분 자원을 감안하고 민간 기업 수준과 비교할 때 기대 생산량에 못 미치는 생산 실적을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참고로 본 분석 내용은 철도, 에너지 생산, 고속도로 등 자본집약적인 부문을 표본에서 제외했다.  국영기업이 창출하는 직원 1인당 수익은 상당히 저조하며 인건비가 영업 수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크로아티아의 유로 도입과 국영기업 역할 변화가 실질 수렴에 가지는 의미 
국영기업의 기업 거버넌스 시스템은 정치세력의 산물로 탄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영기업 거버넌스 시스템이 유로를 도입해 유럽경제통화연맹(EMU) 멤버십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크로아티아의 목표에 정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EMU 가입은 크로아티아의 장기 성장을 강력하게 촉진할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추산 기준, 현재 크로아티아의 장기 성장 전망 수준은 저조하다. 

2020년 7월10일 크로아티아는 유럽환율제도(ERM II)에 공식 편입된다. ERM II은 유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머무르는 대기실 기능을 한다. 빠르면 크로아티아는 2023년께 유로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모든 명목적 수렴(nominal convergence) 요건을 충족해야하는 전제조건이 있다(명목적 수렴 변수에는 인플레이션, 금리, 정부 적자, 공공부채, 환율 안정성이 포함된다). EU회원국 중 크로아티아의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큰 폭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은 크로아티아의 야심찬 목표에 분명 좌절을 안겨 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크로아티아의 공공부채는 향후 수개월 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크로아티아가 2015년에서 2019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 처럼 점진적으로 공공 부채 감축에 나선다면 GDP 대비 공공부채 증가는 크로아티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실질 수렴(real convergence)을 달성하는데 저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크로아티아는 실질 수렴 또는 베타 수렴 (저소득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는 선진국 대비 더 빠른 현상)을 달성해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에 맞서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수렴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확고한 구조적 수렴을 달성해야 한다. 구조적 수렴은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구조적 개혁을 수반한다(예시: 교육 체계 개혁 또는 국영기업 민영화).

EU에는 지난 유로존 위기 당시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보여졌듯 명목 수렴 및 실질 수렴이 지속되지 못하는 않는 상황이 몇 차례 발생했다. 무엇보다 EMU 멤버가 된 후 처음 몇 년간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명목적 수렴과 실질 수렴을 모두 달성했음에도 구조적 분산화를 함께 경험한다. 이러한 분산화는 급락하는 생산성, 외환 부채 및 국내 부채 등 일관성 없는 거시 경제 수치, 지속되는 제도적 병폐(사법 개혁 미비, 민영화, 과도한 기업 규제, 공공 행정 비효율성)를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지금까지 크로아티아는 절대적/상대적 기준에서 실질 수렴을 개선할 기회를 놓쳐왔다. 

<그림 3>은 크로아티아가 다른 탈사회주의 회원국 대비 실질 수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4>가 보여주듯 경제적 번영의 핵심 요소인 양질의 제도가 지난 20년간 대체로 부재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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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수렴과 제도의 개선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은 크로아티아의 국영기업을 자유화하고 민영화하는데 있다. 안타깝게도 국영기업의 비효율성과 손실 누적은 국가에 막대한 재정 비용과 우발 채무를 초래해왔다. 역으로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국부펀드 형태를 본떠 만든 국부펀드는 국영기업 관리 구조를 전문화하고 탈정치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사회 구성원들을 부당한 정치적 압력과 정치-기업의 본질적 유착 구조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다. 독립적 중앙은행 내에서 통화 정책을 분리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서 통화 정책 결정에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 제거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엘리트 정치인이 국영기업 운영 절차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시장 내 경쟁력 있는 기업 관행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핵심 정치 목표(공공재 제공/국가 안보)를 추구하도록 견인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도적 변화는 자원 분배를 개선하고 국영 기업 고용이냐 민간 기업 고용이냐로 이분화된 상대적 인센티브(위험 vs 보상) 체제를 바꿔나갈 것이다. 동시에 유능한 경영인을 국영기업으로 끌어들이고 숙련도가 낮은 국영기업의 현 직원과 미래의 직원들은 민간 기업으로 취업을 유인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결론
유로(Euro)는 크로아티아에 누적된 구조적/재정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미래 세대에 항구적인 번영을 안겨 줄 황금 거위도 아니고 큰 회원국들과 기업이 뜻하지 않게 작은 회원국을 잡아 먹게 만드는 독사같은 존재도 아니다. 그저 다양한 색깔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일 뿐이다. 유로는 크로아티아의 왜곡된 정치 주도 경제체제를 내실있게 바꿀 황금 기회로 환율 리스크를 제거하고 저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지난 유로존 위기 당시 마련된 신규 위기 관리 체제에  접근권을 줘 장기적 혜택을 불러 올 것이다(Kotarski, 2019). 

앞서 언급했 듯 국영기업 개혁은 오래전 단행되었어야 할 사안으로 늦었지만 납세자, 은퇴 예정자, 개혁 중심 정부, 투자자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핵심은 과연 크로아티아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국영기업 실적 개선에 필요한 개혁 추진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해 민영화, 자유화, 기업 거버넌스 전문화라는 핵심 단계를 밟아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다.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대대적인 혜택을 구현할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정치 역학 구도 개선 가능성과 방법론은 불확실성으로 점철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 7월 선거 결과는 몇 가지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크로아티아 기독연합당이 압승을 거둬 유리한 고지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온건한 두 개 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아 신임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정권을 잡아온 이전 정부와는 달리 플렌코비치(Plenković)총리가 이끄는 신임 정부는 구조 개혁에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 온 대대적 정부 파편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개혁 의제를 두고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정치적 변명거리가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 시점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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