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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0년 7월 북마케도니아 조기 총선, 시사점과 전망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20/08/11

EU 가입을 향한 자에브의 승부수, 조기 총선의 승리? 
 2020년 7월 15일, 북마케도니아 조기 총선에서 EU 가입을 향한 계속된 개혁을 주장했던 자에브(Zoran Zaev, 1974~ , 재임 2017.05~2020.01) 총리가 이끄는 ‘마케도니아 사회 민주주의 동맹(SDUM: Social Democratic Union of Macedonia/ СДСМ)’이 35.89% 득표로(전체 120석 중 46석 차지) 승리하였다. 그리고 미쯔코스키(Hristijan Mickoski, 1977~ , 재임 2017.12)의 ‘국제 마케도니아 혁명위원회-마케도니아 민족연합 민주당(IMRO-DPMNU: Internal Macedonian Revolutionary Organization-Democratic Party of Macedonian National Unity/ ВМРО–ДПМНЕ)’은 약 34.57% 득표(44석)라는 근소한 차이로 제2당이 되었다. 보수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인 IMRO-DPMNU는 마케도니아 민족 정체성 포기를 전제로 한 EU 가입은 허상이며, 지난 2018년 6월 그리스와의 합의를 통해 북마케도니아(North Macedonia)로의 국명변경을 결정한 ‘프레스파 합의안(Prespa Agreement/ Prespa Accord)’은 부당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이번 조기 총선에서 EU 가입을 추진 중인 SDUM이 승리함으로써 북마케도니아는 다시 한번 EU 가입 정책 지속과 경제 개혁 시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12월 선거에 이은 이번 총선은 본래 2020년 11월에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0월 북마케도니아 EU 가입을 위한 대화 시작 논의 안건이 EU 정상회의에서 부결되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야당의 거센 비판과 민족주의자 반발이 확대되자 자에브 총리는 2020년 1월 사퇴하고 현 정부의 신임을 묻는 조기 총선 승부수를 내걸었다. 4월 12일 선거가 코로나19(Covid-19)로 연기된 가운데 치른 이번 총선은 현 의회 임기를 약 5개월가량 남겨놓은 조기 선거이자, 2019년 1월 국회 통과를 통해 국호를 기존‘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꾼 후 치른 첫 총선이기도 하다. 자에브가 이끄는 SDUM은 2016년 12월 총선에서 제2당이 되었지만, 알바니아 정당들과의 연정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2017년 5월 총리에 취임한 자에브는 NATO와 EU 가입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그동안 북마케도니아는 EU가입을 위한 전략을 단계별로 잘 추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첫 번째 단계로는 서부 발칸을 향한 EU 확대 의지를 담은 ‘베를린 프로세스(Berlin Process)’참여와 적극적인 활동을 들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는 지난 2000년 EU의 ‘안정화와 협력 과정(SAP: Stabilization and Association Process)’ 협상이 시작된 이후 EU 가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왔다. 이후 룩셈부르크에서 2001년 4월 9일 ‘안정화와 협력 협약(SAA: Stabilization and Association Agreement)’에 서명하였고, 2004년 3월 22일 EU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였다.다음 단계로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에 따른 설문 응답 절차를 진행해 2005년 12월 17일에는 EU 후보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이후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 진행은 국명과 고대 마케도니아 상징물을 둘러싼 그리스와의 갈등과 언어적 정체성을 둘러싼 불가리아와의 갈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독일의 주도 속에 서부 발칸의 EU 가입 지원을 위해 설립된 ‘베를린 프로세스(2014년 8월 설립)’는 북마케도니아에게 EU 가입을 향한 의지와 희망을 다시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단계로는 그리스와의 국명변경 합의인 ‘프레스파 합의안’ 체결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EU는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에서 그리스와의 국명 합의를 통한 이 지역의 평화 구축이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임을 분명히 해왔다. 1991년 북마케도니아가 독립한 이후 IMRO-DPMNU가 집권당이던 2016년까지 북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갈등은 발칸반도의 중요 불안 요소가 되어 왔었다. 따라서 2017년 5월 힘겹게 연정을 구성한 SDUM은 집권 초기부터 그리스와의 국명변경 합의를 통한 EU가입 장애물 해소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고, 마침내 2018년 6월 12일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단계로는 ‘NATO 가입과 국제사회 지지’라 할 수 있다. 그리스와의 국명변경 합의는 자연스럽게 2020년 3월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과 EU 가입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지로 이어졌다. NATO 가입을 추진 중이던 지난 몬테네그로에서의 쿠데타 시도처럼 서부 발칸을 향한 러시아의 이해 영역 확대 의지는 공공연하게 진행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더불어 그 중심에 자리한 북마케도니아의 정치, 안보적 불안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의욕을 일으키게 하는 변수가 되어 왔었다. 따라서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은 미국과 EU에서 볼 때 러시아의 의지를 약화하고 불안정한 서부 발칸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EU 가입을 향한 험난한 여정과 해결 과제
2016년 총선을 통해 힘겹게 집권한 자에브 총리와 SDUM은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과 EU 가입을 국민에게 약속하였다. 이에 대한 주요 걸림돌인 그리스와의 국명변경 문제는 2018년 6월 양국 간 전격적인 합의를 통해 이루어냈다. 이로써 NATO 가입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그리스의 반대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 북마케도니아는 그 동안 회원국인 그리스의 강력한 반대로 NATO에 가입하지 못해 왔지만, 국명변경 합의를 통해 2020년 3월 27일 회원국 전원이 비준에 찬성하면서 NATO의 3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정의 최종 목표인 EU 가입 문제는 NATO 가입과 달리 여러 난관과 장애물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EU 가입에 있어 북마케도니아 앞에 놓인 해결 과제 중 첫째는 ‘알바니아 소수 민족 문제’이다. 북마케도니아의 약 205만명(2010년 기준) 인구 중 알바니아계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1/4(25.2%)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2001년 3월 북마케도니아 서부 지역 독립을 목표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으나, 국제사회의 개입 속에 ‘오흐리드 합의안(Ohrid Agreement, 2001년 7월 5일)’에 서명했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북마케도니아에선 정치적 이슈가 대립할 때마다 양 민족 간 반목과 갈등, 폭력 사태 등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었다. EU 또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이에 대한 양측 간의 우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웃한 ‘코소보 학습효과(Kosovo effect)’로 인해 마케도니아인들의 불신을 가라앉힐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또한 고민이다. 특히 알바니아계가 SDUM 정권 수립에 있어 계속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현 자에브 정권의 커다란 약점으로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는 ‘내적 정국 불안과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는 알바니아와 더불어 유럽 최대 빈국 중 하나이다. 심각한 경제 문제와 실업자, 정치 부패와 지하 경제 심화 등으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높으며, 더불어 사회 통합 또한 쉽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EU가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을 EU의 현실 위기 타개 차원의 ‘제스처 외교(Gesture Dipolmacy)’가 아닌 진정한 관심과 감시 그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셋째는 ‘알렉산더 대왕 유산 관련 민족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다. 비록 그리스와의 힘겨운 합의 끝에 국명변경을 이루어내고 NATO 가입과 EU 가입 절차를 밟는 데 성공했지만,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북마케도니아 또한 알렉산더 대왕의 여러 유산, 즉 다양한 상징물과 영토 회복 운동에 대한 민족주의자들의 내재된 불만들은 여전히 깊게 쌓여 있는 중이다. 이 점은 양국의 정치 변동과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과거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크게 하는 요소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드러나는 투표 결과들처럼 북마케도니아의 양대 정당 간 득표수가 박빙으로 나오고, 여기에 알바니아 정당들이 중요한 변수로 계속 작용하게 될 때 그동안 EU 가입을 목표로 국민을 설득해 왔던 자에브 정권이 언제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점 또한 변수라 할 것이다. 

넷째, ‘세르비아와 불가리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정체성 갈등 문제’를 들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는 여전히 유럽에서 국가 존립이 가장 위태로운 국가 중 하나이다. 그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치와 함께 역사와 민족,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주변 민족과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여전히 중세 시대의 역사적 당위성을 들어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 중이며, 불가리아는 언어적 유사성과 함께 중세와 근대까지 이어진 불가리아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에 대해 이 국가들이 적극적 지지와 지원을 보이지 않는 배경이 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북마케도니아가 자리한 서부 발칸의 ‘지전략적, 지정학적 중요성’을 들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는 발칸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며, 이것은 과거 제1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인 제1, 2차 발칸전쟁(1912, 1913)의 주요 무대가 왜 이곳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고 있다. 즉, 서부 발칸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개입 여지 속에 미국과 EU의 관심과 지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서부 발칸을 유럽 공략을 향한 ‘일대일로 구상(OBOR: One Belt One Road Initiative)’의 주요 거점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의지가 어떤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등 북마케도니아를 둘러싼 강대국 간 복잡한 셈법이 향후 북마케도니아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총선 승리로 일단 자에브 전 총리가 EU 가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국내 정치적 환경은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EU는 이미 북마케도니아와의 가입 협상 개시를 공식화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또한 과거처럼 SDUM이 과반 의석(60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다른 정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마케도니아계 양당 어느 쪽도 스스로 집권당을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수학적으로 이번 조기 총선에서 10석(11.48% 득표)을 차지해 제3당이 된 알바니아계의 ‘통합을 위한 민주연합(DUI: Democratic Union for Integration/ BDI: Bashkimi Demokratik për Integrim)’과 연립을 구성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DUI를 비롯해 알바니아 정당들은 SDUM와 IMRO-DPMNU에게 연립 조건으로 총리직 양보를 요구 중이고 그 파장을 우려한 마케도니아계 양당 모두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DUI는 알바니아계 사이에 단행한 소수 민족 알바니아계 총리 후보를 위한 연합에 참여하면서 긴장을 더 고조시켜 나가고 있다. 이는 북마케도니아 민족주의자들과 IMRO-DPMNU 지지자들의 평소 주장처럼 알바니아계가 선거들에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지나친 권리들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DUI가 마음이 급한 SDUM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는 점 또한 북마케도니아의 정국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DUI는 이번 조기 총선 이전과 선거 과정에서 SDUM이 지난 2016년 12월 총선 이후 연정했던 알바니아계 정당인 ‘베사 운동(Besa Movement)’ 등을 지원함으로써 알바니아계 계파 간 긴장 조성과 함께 선거 득표율 분열을 조장했다는 점을 들어 SDUM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 전개는 향후 북마케도니아의 정치적 공백이 과거처럼 길어질 것을 예상케 하고 있다. 국제사회 또한, 지난 2018년 그리스와의 국명변경 합의와 2020년 3월 NATO 가입을 통해 힘겹게 안정을 잡아가고 있던 북마케도니아가 정치적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중이다. 실제 북마케도니아가 지난 2016년 12월 총선 이후 알바니아계의 무리한 요구로 약 6개월 동안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던 정치적 공백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 중이다. 당시 2016년 12월 총선에서 제1당인 IMRO-DPMNU(51석)에 이어 49석 의석을 획득했던 SDUM은 3개월간의 정치 공백 속에 알바니아어를 마케도니아 제2 공용어로 지정해준다는 약속의 대가로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연정 구성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IMRO-DPMNU 소속이었던 이바노프(Gjorge Ivanov, 1960~ , 재임 2009~2019)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 승인이 마케도니아 민족-국가(Nation-State)를 표방한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영토 분열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한동안 불허해 마케도니아 정국이 큰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현재 예상되는 정치 공백 장기화는 EU 가입을 목표로 시간이 바쁜 북마케도니아의 장래를 더욱더 어둡게 하고 있다. 비록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큰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 과정 앞에 놓인 향후 과제들과 장애물들 그리고 현재의 정치적 혼란상들은 국제사회가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이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는 데 주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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