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말레이시아의 연료 보조금 정책, 그리고 지역감정

말레이시아 EMERiCs - - 2020/08/14

☐ 말레이시아가 2020년 예산에 포함했던 연료 보조금 정책을 취소함.
- 말레이시아 의회(Dewan Rakyat)가 그동안 무기한 연기하고 있었던 차량용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 정책을 취소한다고 발표함.
ㅇ 말레이시아 의회에 따르면 연료 보조금 정책 주무 부처인 말레이시아 국내통상소비자부(Ministry of Domestic Trade and Consumer Affairs)와 재무부(Ministry of Finance)는 최근 부처 간 회의를 진행한 끝에 2020년도 연료 보조금 지급 계획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음.
ㅇ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을 계획하던 2019년 10월 당시, 2020년부터 맞춤형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Targeted Petrol Subsidy Programme)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음.
ㅇ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정한 배기량과 연식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 소유자가 옥탄가 95(RON 95) 연료를 구매할 때 정부가 비용 일부를 분담하는 제도임.
ㅇ 당초 계획은 자동차 소유주의 경우 월 최대 30링깃(한화 약 8,500원), 오토바이 소유주에게는 월 최대 12링깃(한화 약 3,400원)을 4개월마다 지원 대상자에게 현금 지급하는 것이었음.
ㅇ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와 같은 연료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정부가 가격 상한선을 두고 휘발유 판매가를 통제하던 옛 시스템을 폐기하고 정부의 감독 아래 연료 시장 가격을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조정하는 관리 플로트(Managed Float)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음.
ㅇ 즉, 맞춤형 연료 보조금 정책은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생계비 일부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휘발유 시장 가격 결정 구조를 재편하려는 목적 포함되어 있음.
ㅇ 현재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연료 가격 상한선과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데, 2020년 8월 12일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판매하는 옥탄가 95 연료 가격은 리터당 2.08링깃(한화 약 586원)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음.
ㅇ 하지만 그동안 낮은 가격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연료를 구매한 후 국외로 밀반출하는 사례가 계속 적발되었고 동시에 보조금 정책을 악용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았음.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고 관리 플로트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 것도 이와 같은 상황 때문임.

☐ 연료 보조금 정책에 대한 동 말레이시아 지역의 반발이 계속 있었음.
-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지역 차별 정책이라는 불만이 정책 발표 초기부터 이어졌음.
ㅇ 연방제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13개 자치주와 3개 연방 직할주가 반도 지형인 서 말레이시아와 섬 지형인 동 말레이시아에 분포해 있음. 11개 자치주와 2개 연방 직할주가 서 말레이시아에 있으며 동 말레이시아에는 2개 자치주와 1개 연방 직할주가 위치함.
ㅇ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을 발표한 연방 정부는 정책 공개 당시 새 보조금 프로그램을 서 말레이시아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 말레이시아는 기존의 연료 가격 상한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음. 그러면서, 동 말레이시아 주가 원할 경우 새 보조금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음.
ㅇ 하지만 이와 같은 발표가 있자 동 말레이시아의 사바(Sabah)주와 사라왁(Sarawak)주, 그리고 라부안(Labuan)주는 즉시 반발하고 나섰음.
ㅇ 먼저, 반도인 서 말레이시아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동 말레이시아 3개 주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연료 가격 상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평등한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음.
ㅇ 다음으로, 배기량 1,600cc 미만 자동차와 배기량 150cc 미만 오토바이 두 종의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도 동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음.
ㅇ 수도 쿠알라룸프르(Kuala Lumpur) 등 대도시가 밀집해 있고 도로 정비가 잘 된 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저 배기량 차량으로도 이동이 어렵지 않지만 험로와 비 포장도로가 많은 동 말레이시아는 많은 주민들이 배기량이 높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음.
ㅇ 말레이시아 중앙정부는 차령 10년 이상인 자동차와 7년 이상인 오토바이는 배기량이 높더라도 보조금 대상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 동 말레이시아 주의 입장임.
ㅇ 또한 동 말레이시아의 경우 주민들이 강을 따라 운행하는 보트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지급 대상을 자동차와 오토바이에만 국한한 새 보조금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동 말레이시아 주민을 배제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음.
ㅇ 더불어 맞춤형 보조금 프로그램의 경우 연료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 지급이 달라지며, 새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소득 하위 40% 미만 기초수급 대상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기존 보조금 정책은 중지해야 하는데 이 역시 문제로 지적됐음.
ㅇ 동 말레이시아는 차량 사용이 적은 동 말레이시아의 특성상, 새 보조금 프로그램이 시행될 경우 소득 하위 40%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이 차량 사용이 많은 서 말레이시아의 소득 중위 40% 일부에게 이전되는 역차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음.
ㅇ 이에 더해, 동 말레이시아의 거주 인구는 약 680만 명으로 총 3,200만 명 정도인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21% 정도에 불과하며, 따라서 서 말레이시아에 새 보조금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동 말레이시아 주 정부가 연방 정부에 기여한 예산을 서 말레이시아 주민에게만 사용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음.

☐ 동 말레이시아와 말레이시아 연방 중앙 정부와의 대립은 오랫동안 이어졌음.
- 동 말레이시아는 과거부터 연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분리주의 성향이 강했음.
ㅇ 서 말레이시아와 동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300km 이상 떨어져 있어 거리상으로나 접근성으로나 상당한 거리가 있음. 
ㅇ 또한 국토 면적은 서 말레이시아가 약 13만 km2, 동 말레이시아가 20만 km2로 동 말레이시아가 서 말레이시아보다 1.5배 이상 더 큼.
ㅇ 동 말레이시아의 2개 주인 사바주와 사라왁주는 과거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말레이시아 연방에 가입했음. 당시, 지금의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 연방에 함께 가입했으나 싱가포르는 연방을 탈퇴한 반면 사바주와 사라왁주는 아직까지 말레이시아 연방에 남아있음.
ㅇ 싱가포르가 독립하던 시기, 지리적으로 서 말레이시아와 멀리 떨어져 있고 언어와 문화도 상당히 다른 사바주와 사라왁주도 독립을 고려했으나 결국 분리하지 못했고 이후 자치권을 잃기도 했음.
ㅇ 말레이시아 중앙 정부가 사바주와 사라왁주의 분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동 말레이시아에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음. 실제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는 쉽게 연방을 탈퇴할 수 있었음.
ㅇ 그러나 장기간 중앙 정부가 서 말레이시아를 우선으로 개발하는 정책을 펼쳤고 동 말레이시아는 도로와 인프라 등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상태가 계속되었음. 그리고 이는 곧 부정적인 지역감정으로 이어졌음.
ㅇ 이번에 취소한 맞춤형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이 발표 초기부터 동 말레이시아의 반발에 부딪힌 데에는 이와 같은 오랜 지역감정도 배경에 있음.
ㅇ 실제로, 말레이시아 중앙 정부 역시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 사바주와 사라왁주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기도 했음.
ㅇ 말레이시아 정부는 연료 가격 결정 시스템을 바꾸려 하고 있으나, 이 경우 연료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말레이시아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것 또한 우려하고 있음.
ㅇ 말레이시아 정부가 연료 가격 체계 개편의 실마리로 삼으려 했던 맞춤형 연료 보조금 프로그램이 폐기되었기에 당분간 말레이시아의 연료 가격 시스템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dge Markets, Govt will not implement Petrol Subsidy Programme, Dewan Rakyat told, 2020.07.29.
Paultan.org, Gov’t cancels the B40/M40 petrol subsidy programme, 2020.07.29.
New Straits Times, Petrol Subsidy Programme scrapped, 2020.07.29.
FMT News, No go for PH’s petrol subsidy programme, 2020.07.29.
Malay Mail, New survey shows four in 10 Malaysians thought Pakatan govt more into political disputes than managing country, 2020.07.26.
Rojak Daily, Current Government Scraps Proposed Petrol Subsidy Programme, 2020.07.29.
Malay Mail, Deputy minister says Putrajaya abandoning direct fuel subsidy scheme, 2020.07.29.
Paultan.org, Petrol subsidy programme won’t begin in January 2020 – RON 95 to remain at RM2.08 per litre for now, 2019.12.30.
Malay Mail, Budget 2020: Targeted fuel subsidy programme to be rolled out in January, 2019.10.11
CompareHero.my, The T20, M40 And B40 Income Classifications in Malaysia, 2019.08.05.
New Sarawak Tribune, No decision on new fuel subsidy scheme, 2019.10.03.
Democratic Action Party Sarawak, Sabah and Sarawak should be given special consideration to maintain current subsidy Petro, 2019.10.02.
FMT News, No B40 petrol subsidy programme in East Malaysia, says Saifuddin, 2019.10.08.
New Sarawak Tribune, Petrol subsidy defeats Vision, 2019.10.09.
The Star, Govt must justify why Borneo states left out from fuel subsidy scheme, says Sabah party, 2019.10.07.
The Edge, Govt studying fuel subsidy mechanism for M40 group, 2019.10.15.
Borneo Post, Report: Sabah, Sarawak excluded from targeted fuel subsidy due to riverine transport, 2019.10.10.
Dayak Daily, Exempt Sarawak and Sabah from targeted fuel subsidy affirms federal government commitment, 2019.10.07.
Malaysia Online, RON 95 petrol subsidy scheme – details announced, 2019.10.07.
Malay Mail, Petrol subsidy for eligible Malaysians: Domestic Trade Ministry decides on cash format, 2019.07.19.
The Malaysian Reserve, Price cap on RON95 to be removed, says minister, 2019.10.11.

[관련 정보]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