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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금 가격 상승이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 2020/08/20

세계 최대의 금 수입국가 중 하나인 인도의 금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도 국민의 금 선호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적자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등 인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인도 정부는 금 수요 억제를 위해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단행하는 등 자국민의 과도한 금 선호 현상을 조정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런데 최근 금 가격은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심화와 미국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는 인도의 금 수요는 물론 경상수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인도의 금 수요, 전세계 금 시세를 좌우 
인도에서는 혼례 등 주요 행사에 금이 필수품으로 간주되고, 보석용 장식품이 전체 금 수요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인도인에게 금은 영구불변의 상징으로, 교환 기능을 지닌 동시에 신성한 물품으로 간주되었다. 아울러 결혼식에 신부가 지참한 금으로 구성된 보석장식품은 번영과 행운을 불러오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이에 그간 인도 정부는 과도한 금 선호 문화를 바꾸고자 주력하였다. 2013년 7월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정된 소수 은행을 제외한 모든 수입업체의 금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금 수입 시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인도의 금 수입은 같은 해 8월 7.4억달러로, 전월(24.6억달러)보다 70.0%보다 감소한 데 이어 2014년 2월까지 10억 달러 내외로 줄어들었다. 원유에 이어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 수입이 감소하면서, 2013년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2.6%로, 전년(-4.9%)보다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금 수입 규제안에도 불구하고 인도 국민의 금 수요는 여전히 높아 자국 내 금 가격이 상승했고, 인도 내 다수 금 수입업체와 은행 등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아울러 공식통계상에서도 금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두바이 등을 통한 밀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14년 5월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통화가치 하락 방지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였다고 판단하여, 금 수입규제 완화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수입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14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6.4%에서 2014/15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는 7.7%로 다시 상승했다.  
  
인도의 금 수요는 전세계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인도가 중국에 이어 최대 금 수요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금 가격은 2013/14회계연도에 인도의 수입규제 영향으로 온스당 1325.7달러를 기록하며, 2012/13회계연도에 비해 20.0% 하락하였다. 이처럼 인도의 금 수요와 전세계 금 가격은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은 상황을 보여, 과거 각국의 금 투자자들은 인도의 관련 정책을 주시하는 편이었다.

사상 최고치로 오른 전세계 금 가격, 인도 금 수요는 큰 폭 감소
전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 수요를 지닌 인도 금 시장은 2020년 들어 다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주요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다시 제로금리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면서, 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직후인 3월 중순 세계 금 가격은 온스당 1,471달러에 머물렀지만, 6월 중순 이후 오름세가 가속화되면서 7월 말 2,0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세계경제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가 커지면서, 전세계 금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가 보유 중인 금 현물 보유량은 7월 29일 현재 1억 1,000 트로이온스로 2020년 들어 2,482만 트로이온스가 늘어나, 금 투자수요 증가세가 매우 견조함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증가와 소득감소 등의 영향으로 보석류 및 장신구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보석 장신류 금의 최대 수요국인 인도의 관련 수요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의 금 수입은 2019년 12월부터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고, 특히 2020년 상반기에는 전년동기비 234.9%나 줄어들었다. 

아울러 2019년 하반기 이후 인도의 통화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루피화 표시 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진과 함께 인도의 금 수요감소에 반영되었다. 또한 인도 정부는 2019년 7월 투자수요 분산을 위해 금의 수입관세를 기존 10%에서 12.5%로 인상하였는데, 이는 수입비용 상승과 인도 내 금 소매가격에 전가되면서, 인도 국민의 금 소비 위축을 더욱 가속화한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금 가격 급등으로 인해 결혼식을 미루는 등  매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국제 금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동안 금 소비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1/4분기 경상수지, 금 수입 감소 등으로 흑자 전환
과거 인도의 경상수지는 원유제품과 금이 수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졌고 이러한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2012년 4/4분기 명목 GDP 대비 6.8%의 적자를 보였던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2013년 이후 금 수입규제 조치 등으로 같은 해 3/4분기 이후 2% 이하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2019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하락과 금 가격 상승이 인도의 국제수지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두 주요 수입제품 가격의 흐름은 인도의 2020년 1/4분기 경상수지를 2007년 1/4분기 이래 처음으로 5.8억달러 흑자(GDP 대비 0.1%)로 전환시켰다. 

최근의 상황은 과거 인도정부의 무역수지 개선의 일환으로 금 수요 억제를 위한 수입관세 인상이 금 가격 하락과 금 수입액을 낮춰 무역수지 적자폭을 낮춘 내용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의 경상수지 흑자는 는 내수경기 부진, 유가하락, 금 수요 감소 등으로 수입 감소율이(전년동기비 기준, 1/4분기 –9.8%, 2/4분기 –53.3%) 수출 증가율을 크게 상회한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저하,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통화정책 구사가 가능
코로나19 이후 수입비중이 큰 금 수요감소와 원유가격의 안정, 통화가치 하락 우려의 완화 등과 함께 인도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인플레이션 압력도 둔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전년동월비 7.2%에서 6월 6.1%로 저하되면서, 중앙은행의 목표치(4±2%) 상한선 가까이 낮아진 상황이다. 또한 인도의 도매물가도 4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구성항목의 절반 이상이 무역재이며, 환율이나 국제원자재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지면서, 인도 중앙은행은 5월 22일 임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4%에서 4.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중앙은행 샤크티칸타 다스(Shaktikanta Das) 총재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면, 통화정책 완화 여지가 발생한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2020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반기 이후 추가 금리인하는 내수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닌 인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며,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 유입으로 루피화 환율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 금 가격 강세, 정책 조합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 장기화 기반 마련 필요
향후 금 가격은 단기간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에 단기 조정국면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전세계의 풍부한 유동성,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안전자산 선호 강화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 3,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 인도의 신용평가기관인 ICRA의 아디티 네이야르(Aditi Nayar)는 유가 안정과 금 수요의 억제가 수출증가와 맞물려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싱가포르 대표은행 DBS 등은 2020년 인도의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관련 흐름이 장기화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Rajiv Biswas)는 2020년 1/4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세계를 비롯하여 인도의 코로나 19로 인한 도시봉쇄 조치로 인해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루어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하였다.1) 

향후 인도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 여부는 미국과 EU 등 주요국 경제의 회복, 최대 수입품인 원유와 금 가격 등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금 가격의 경우, 주요국의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실질금리 저하, 인플레이션 기대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인도의 무역수지 개선에는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외환보유액은 상품 수입액의 1년분, 단기 대외부채의 4.6배에 상당한 규모로, 외환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반영하여, 루피화 가치도 5월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해외수요가 내수경기보다 앞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2020년 인도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파생된 금 가격 상승 등을 계기로 인도 경제는 그간 시행한 금 수요의 효과적인 규제를 유지하는 한편 중장기 성장여력 확충으로 경기상승이 동반된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중심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여, 내외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도가 강점을 지닌 IT 산업의 기술력 향상 등을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도 중장기 성장여력 확충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 각주
1) CNBC, “India could see a current account surplus again. But it’s for ‘all the wrong reasons’, 20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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