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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키르기스스탄의 경제 몰락 위기

키르기스스탄 Rovshan Ibrahimov 힌국외국어대학교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교수 2020/08/25

지체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경제 발전: 에너지 자원 부족과 이민자 송금 감소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구소련 국가로, 1991년에 독립하였으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과 이웃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구소련 국가 중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체 인구는 620만 명이다. 키르기스스탄인 상당수는 가축을 기르며 소위 반(半)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국외에 거주하는 국민이 100만 명 이상이다. 2019년 기준 키르기스스탄의 GDP는 83억 달러에 불과하여 전 세계 142위에 그쳤다. 2019년 기준 1인당 GDP는 1,293 달러였다.

키르기스스탄 경제의 발전 수준이 낮은 주 원인은 에너지 자원 부족이다. 구소련 국가 중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만이 풍부한 원유 및 가스 매장량 덕택에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구소련 국가 거의 대부분이 심각한 경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유주의 경제로의 전환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 국가의 자유시장경제는 아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는 시장 경제의 일부는 고사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도 부재한 상황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주류 산업은 다양한 종류의 광물 채광업이며 그중에서도 금의 채굴이 활발하다. 2019년 기준 금은 전체 수출의 37%(총 수출규모 19억 7,000만 달러 중 7억 1,2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이외에 미가공 금속이 수출의 13%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키르기스스탄은 자원 의존형 경제이다. 그러나 국가 GDP의 상당 부분이 국외에서 창출되고 있다. 즉, 키르기스스탄 이민자가 국내로 보내는 송금액이 국가 경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2019년에 이민자의 송금을 통한 수입은 국가 GDP의 30~35%에 달했으며, 같은 해 11개월 동안 키르기스스탄으로 유입된 총 송금액은 21억 9,1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전체 GDP와 비교할 때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그러나 2018년의 수치는 이보다 한층 더 높았는데, 이는 2019년에 송금 유입액이 11%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키르기스스탄 이민자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일하는 가운데(약 100만 명), 현재 유가 하락 및 제재 등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타국 통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했다. 둘째,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월별 송금액 상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키르기스스탄인이 가족 단위로 러시아로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추세로, 고국으로 돌아올 뜻이 없는 키르기스스탄인 다수가 가족 전체를 이끌고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하고 있다. 이는 고국에 송금을 할 이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키르기스스탄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경제 체제가 자유롭다. 키르기스스탄은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구소련 국가 가운데 첫 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1998년)한 나라이다. 이 덕분에 점차 중소기업 차원에서도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현재 키르기스스탄이 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가운데, 금 부문의 투자를 제외한 다른 대규모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낮은 FDI 유입 가능성과 그 원인 
1) 정치적 요소
키르기스스탄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며, 심각한 대격변이 시시때때로 발생한다. 2005년에는 국내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인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혁명 당시 중소기업에 대한 대규모 약탈과 수탈 행위가 발생했다. 중소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 보상은 제공되지 않았다. 2010년에 점화된 두 번째 정치적 위기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키르기스스탄 남쪽 지역에서 키르기스족과 우즈베크족 간 인종 갈등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했다. 키르기스스탄 수도에서는 무력 충돌이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정권이 다시 한번 교체되었다. 한편, 1대 대통령인 아스카르 아카예프(Askar Akaev)와 2대 대통령인 쿠르만베크 바키예프(Kurmanbek Bakiev) 두 명 모두 국외로 강제 추방되어 현재 각각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키르기스스탄의 제4대 대통령인 알마즈벡 아탐바예프(Almazbek Atambayev)의 임기(2011~2017년)가 끝난 이후 아탐바예프를 상대로 소가 제기되었다. 소를 제기한 사람은 아탐바예프의 전우이자 아탐바예프 본인이 국가수반의 자리에 지명한 키르기스스탄의 현 대통령, 소론바이 제엔베코프(Sooronbai Jeenbekov)였다. 두 지도자 사이에 국내에서의 세력 싸움으로 인한 불화가 있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탐바예프가 체포 당시 저항했으며, 군대가 아탐바예프 자택을 며칠 동안 포위하고 있었음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구소련 국가에서 고위관리(키르기스스탄의 경우 대통령)들은 기업인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및 안정성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큰 손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지지와 승인을 확보한 다음에만 이들 국가에 투자한다. 대통령의 약속이 법적인 합의보다 더욱 영속적이고 신뢰 가능한 투자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주 교체되고 특히나 혁명을 통해 하야하는 경우가 많은 키르기스스탄 사례의 경우, 대통령의 지위는 투자자 자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극렬한 반대가 존재하는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은 중소기업 활동에도 좋지 않다. 중소기업은 모든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경제적 번영의 축이자 중산층을 만들어내는 토대로 여겨지는 경제 부문이다. 키르기스스탄 중소기업인들은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의 부정적 여파를 몸소 느꼈다. 정치적 대격변이 있을 때마다 가진 자산이 파괴되고 소유구조가 불법적으로 변경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 자유롭고 안전한 사업 도입을 위한 법적인 보장 등 기타 장치 부족
키르기스스탄 내 거대 외국인 투자자는 1997년부터 대형 금광 쿰토르(Kumtor)를 개발해 온 센테라 골드(Centerra Gold)사가 유일하다. 2020년 3월 31일 기준 센테라 골드사의 누적 금 생산량은 1,280만 온스를 상회했다. 이 기업은 20년이 넘게 사업을 이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 기관 또한 제대로 된 전략 없이 활동하고 있다. 일례로 2012년에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센테라 골드사의 국유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센테라 골드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있었다. 센테라 골드사의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위협에 관한 의혹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야당 또한 이 기업에 적대적이다. 

3) 해외 투자자에 대한 키르기스스탄인의 부정적 인식
이는 쿰토르 금광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인은 쿰토르를 키르기스스탄의 자원을 바탕으로 이득을 취하며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외국인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인식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19년에 몇몇 중국 기업이 키르기스스탄 키질 옴폴(Kyzyl-ompol) 우라늄⸱토륨 광산에서의 우라늄 및 기타 자원(토륨, 인, 지르코늄, 티탄 자철광) 채굴을 위해 라이선스를 취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라이선스 취득에도 불구하고 현지 주민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개발을 시작하지 못했다. 해당 광산 및 수도인 비슈케크(Bishkek)에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봉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광산 기업에 발급한 라이선스를 임시 중단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전망 및 시사점 
키르기스스탄은 자국이 관여하고 있는 두 가지 주요 경제 프로세스에 투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경제 프로세스란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Eurasian Economic Union)과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Belt and Road Initiative)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의 집요한 추가 투자 약속에 따라 2015년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가 함께하는 관세 동맹인 EEU에 가입했으나 러시아의 투자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2020년에는 카자흐스탄이 키르기스스탄과 EEU를 잇는 유일한 국경을 오랫동안 폐쇄하며 더욱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카자흐스탄 측은 키르기스스탄이 중국으로부터 물품을 밀수입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키르기스스탄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간 국경은 2월 초에 폐쇄되었으며 양국 간 물동량이 없었고,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국경 재개방 계획은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키르기스스탄에서는 EEU 회원 유지 여부에 관한 공론화가 시작되었다. 전반적으로 2020년 1~3월의 기간 동안 키르기스스탄에서 수출량을 확대할 수 있었던 국가는 전년 동기 대비 수출량이 15.3% 늘어난 러시아(7,930만 달러)가 유일하다. 벨라루스 및 카자흐스탄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21.4% 감소했다. EEU 가입국에 대한 전체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하락하였으며 총 규모는 1억 3,850만 달러에 그쳤다.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경우, 키르기스스탄은 이 이니셔티브의 주요 수혜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국내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여러 중요 투자 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총 13억 달러 규모의 주요 도로 인프라 프로젝트 네 개가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중앙아시아경제협력(CAREC, Central Asia 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의 교통 연결망을 개선하고 중국, 남아시아, 서아시아 및 유럽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전력수송을 현대화하여 추후 키르기스스탄이 남아시아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할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해 약 10억 달러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차관을 제공하는 것은 주로 중국이고, 이러한 차관은 상환 의무가 있다. 2019년 기준 중국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차관은 키르기스스탄 대외부채의 42%이자 GDP의 24%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에 900만 달러이던 부채 규모는 2017년에 17억 달러로 훌쩍 뛰었다.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약 189배 증가한 셈이다. 키르기스스탄이 이 차관을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게다가 중국의 투자는 선별적으로 진행되며 키르기스스탄의 이익보다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더욱 중요시한다. 

중국 기업이 대개 중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현지 주민에게 제공되는 경제 기회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도 불만이 존재한다. 이는 현지 주민이 중국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 근로자의 국외 추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성, 취약한 안보 시스템, 대형 투자자의 신뢰 부족 등이 결합되어 키르기스스탄의 경제 및 국가 전반에 있어 때아닌 정체가 발생했다. 이에 더해 키르기스스탄 청년층 일부는 자신 및 자신의 자녀가 미래 다른 나라에서 영주권을 얻고 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젊고 우수하며 교육을 받은 인력이 키르기스스탄을 떠나려 한다는 측면에서 키르기스스탄 경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현실이 어두워 보이는 가운데, 외국의 개입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러시아 및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경제 발전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오히려 정치적 목적에 입각하여 경제 활동을 전개하며 키르기스스탄 내에서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키르기스스탄 내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이 과도한 것도 키르기스스탄을 잠재 투자처로 생각하는 서방 투자자가 유입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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