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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리비아의 정치적 난국과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리비아 Vladimír Hlásny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0/09/01

내전과 대리전
석유 매장량 규모가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인 리비아는 자원이 풍부한 걸프국가(Gulf State)로서 2000년대에 개발의 호기를 맞았다. 실제로 무아마르 카다피(Moammar Gaddafi)의 잘못된 사회주의적 경제 운영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국민의 삶의 수준은 2002~2010년의 기간 동안 크게 개선되었다. 하락세가 있었던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유가가 떨어졌을 때 뿐이다. 리비아는 아프리카합중국(United States of Africa) 구상의 중심이자 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고리였다. 그러나 이런 리비아가 붕괴했다. 2011년부터 내전과 더불어 리비아 국토 전체에 대한 권한 행사에 어려움을 겪은 정부의 분투가 계속해서 이어지며 리비아 경제 발전 전망이 어두워졌다. 

서방 국가를 등에 업은 반대 세력에 의해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2011년 이후 리비아는 줄곧 위기 상태였다. 여러 민병대가 리비아를 통치하고 풍부한 해상 원유자원을 손에 넣기 위해 분투했다. 수년간 이어진 긴장 가득한 과도기 및 UN 주도 하에 수개월 동안 진행된 격렬한 협상 끝에, 대립각을 세우던 리비아 내 교전 당사자들은 마침내 리비아 통합정부(GNA, Libyan Government of National Accord) 구성을 위한 리비아 정치합의문(Libyan Political Agreement)에 서명했다. 하지만 2016년에 구성된 GNA는 나라의 재통합에 필요한 행동을 빠르고 과감하게 취하지 못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칼리파 하프타르(Khalifa Hifter) 장군이 리비아 민족군(LNA, Libyan National Army)을 이끌며 내전을 재개했다. 이 내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전 재개 이후 리비아는 두 개의 정부와 그 연합 세력으로 분열되어 대립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불법 이민자 밀입국조직이 여전히 리비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고 있어 국가 화합과 통합을 위한 노력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하프타르 사령관이 세운 일탈정권(renegade regime)이 이집트, UAE, 러시아, 프랑스의 지원을 받고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러시아 및 수단 용병이 하프타르 사령관 세력에 합류하여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반면 트리폴리(Tripoli)에 거점을 두고 있는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달에야 휴전 관련 협상이 있었고, 이에 내전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이 대두했다. LNA는 큰 타격을 입고 세를 잃은 상태이며 외세는 승산이 높은 GNA와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 및 인프라 약화, 글로벌 유가 하락(및 이에 따른 수익 하락), 역내 정치 불안정성 및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있는 현 상황에서 평화와 회복을 이루는 것은 여전히 간단치 않다. 현재 리비아와 그 주변 지역이 놓인 상황은 봉기 시작 시점의 상황과 다르다. 

권위주의와 무정부상태
무아마르 카다피는 수십 년 동안 정치적⸱경제적 권한을 카다피 정권과 연계된 특정 집단 및 단체에 집중적으로 나누어 준 채 파벌주의 색채가 짙은 중앙집중적 사회주의 경제를 꾸려 왔다. 소유권 및 통제권과 관련하여 민간⸱공공부문 간 경계가 흐려졌다. 이로 인해 경제 발전에 필요한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제도적 역량이 약화되었다. 많은 집단이 이러한 상태에 불만을 품고 현재의 잘못된 국정 운영에 항거하자는 지역 차원의 정치적 각성 움직임에 동참했다. 축출당한 카다피 및 그 일가 몇몇은 외세의 적극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곧 처형되었다. 이후 리비아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국민회의(GNC, General National Congress) 선거가 실시되었다(2012년 7월).

그러나 그 이후로도 삶의 수준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불만과 함께 GNC의 임기 종료까지 정치적 갈등은 계속되었다. 2014년 6월에는 사회 전반의 분노 속에서 총선이 실시되었다. 리비아 당국은 혁명 이후 국가 공통의 비전을 수립하지 못했으며, 두 개의 라이벌 진영으로 양분된 지역 민병대의 봉기로 더욱 힘을 잃었다. 사회 전체를 통틀어 전환기를 평화롭고 합리적으로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독립적 사회기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유전 접근권 및 인프라⸱자원 사용권을 두고 벌어진 의견 불일치로 인해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리비아 경제가 동력을 잃은 가운데, 원유생산 및 천연자원 수익에 대한 권한을 두고 정치적 난국과 외세 개입이 발생했다. 이후 다양한 행위자가 의회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LNA가 들고 일어나 내전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적 파급효과
역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리비아의 거시경제적 (및 이에 따른 정치적⸱인도주의적 환경)은 원유 부문의 동향 및 글로벌 유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그림 1>, <그림 2>).리비아는 전체 수출 수익의 약 95% 및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이렇게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리비아 경제는 생산 쇼크 및 불확실성에 취약하다. GNA와 LNA 간 군사적 충돌 당시 발생한 생산 시설 및 파이프라인 파괴 활동으로 인해 원유 수출 및 정부 세입은 엄청나게 요동치고 하락했다.  교전 당사자들이 휴전에 합의하고 원유 수익의 균등한 분배 및 비군사적 사용을 약속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나, 이러한 협약의 집행을 강제할 메커니즘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합의안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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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C는 2011년 말께 원유 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일부 되찾고 생산량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봄, 리비아는 잦은 유전 폐쇄 및 두 정부 간 다툼으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고 이로 인해 국영석유회사(National Oil Corporation)의 수출이 어려워졌다. 2015년 1월에는 국제 유가가 60% 이상 급락했다. 2013~2016년의 기간 동안에는 원유를 두고 벌이는 패권 다툼이 지속됨에 따라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아랍의 봄(Arab Spring) 이전 생산 수준인 1,800mbpd에 훨씬 못 미치는 약 385mbpd에 머물렀다. 원유 생산량은 2017년 7월이 되어서야 1,200mbpd로 반등한 후 1,600mbpd 선으로 점진 상승하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거의 제로에 가깝게 폭락했다.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기업 신뢰, 소비자 신뢰 및 전체 대중의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리비아를 떠났다. 정부는 대규모 국제수지적자, 외화보유고 고갈 위험 및 국가부채 급증 등의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금융 긴축 정책이 시행되면서 공공 자본지출(공공 부문에 대한 자금지원 및 군 임금 지불용) 규모는 아랍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혁명 이전의 시절에 비해 급감했다. 이로 인해 국가 인프라 및 생산 기반이 점진적으로 축소되었고, 이는 곧 스스로 재기하여 생산을 뒷받침하고 양질의 고용을 제공해야 할 국가 및 경제의 역량이 더욱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거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번져 나간 분쟁으로 인해 일반 대중 또한 목숨을 잃고 인권과 자유를 침해당하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실향민이나 난민으로 전락한 리비아 국민의 수가 50만 명(전체의 10%)이 넘는다. 현재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리비아 국민은 전체의 약 3분의 1로, 이 비중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인구 2분의 1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리비아 가정 4분의 3 이상이 임금 지급 지연 및 은행⸱신용서비스 장애로 인한 현금 접근성 악화로 인해 수입이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이민자 및 전체 인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줄어든 근로 기회, 정부 서비스 마비, 해외 및 국내 투자 축소 등으로 인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그림 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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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누구나 자신의 기술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던 활발한 노동 시장에서 리비아 노동력의 40%는 해외 이주민 (약 90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 이주민은 리비아 내 미숙련 노동력의 중요한 원천이었다. 그 이후 일자리의 수와 보수가 줄어듦에 따라 거의 같은 수의 외국인이 리비아를 떠났고, 이에 비숙련직 일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었다. 공식부문 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반면 질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공식 경제는 번성함에 따라 기술 수준이 높은 리비아 국민 다수가 어쩔 수 없이 비숙련직을 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편 리비아의 사회안전망에는 빈틈이 많다. 조세 행정의 경우 낮은 역내 수준에 비추어 볼 때도 징세 능력이 열악하고 세법 준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최근 몇 년 동안 리비아는 투자 및 기업환경 악화, 국가 기관 분절화, 원유 수출 지장과 정부 세입 축소, 지방 차원에서의 정치 권력 독점 현상 및 이슬람주의 집단의 폭력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불안정성을 겪었다. 교전 하나만으로 인프라 손상, 원유 생산량 대폭 감소, 외국인 투자 중단 및 기업⸱소비자 신뢰 악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리비아는 파탄국가가 되었다.

전망 및 시사점
리비아 경제 상황은 열악하고, 정치적⸱사회적 환경에서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변 지역 및 글로벌 환경에 비추어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리비아는 전통 국가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무력행사 및 징세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치안이나 사회적 보호 등 리비아의 공공 서비스는 충분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 따르면 리비아 공공부문은 부패한 상태이다.

2019년 여름에 시작된 트리폴리 주변에서의 군사 작전(현재 진행중)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최선이었던 경제 회복 노력을 단숨에 끝내 버렸다. 또한 리비아 및 주변 지역에서의 코로나19 발발로 인해 이미 위축되어 있던 리비아의 생산 및 생존 역량이 완전히 망가졌다. 글로벌 유가 하락과 함께 또다시 발생한 원유 공급 쇼크는 리비아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실업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선 경제가 연간 6% 이상 꾸준히 성장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몇 개월간의 전망은 어둡다. 7월에 유럽 전반에 걸쳐 다시 고개를 든 코로나19 사태는 계속해서 관광업 피해 및 리비아산 농산물⸱직물에 대한 수요 축소뿐 아니라 원자재 및 자본설비의 운송 지연을 유발하고 있다. 정치적 지형의 끊임없는 변화 또한 재산권, 시장 접근권, 은행⸱신용서비스 사용 가능성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평화 이룩 가능성이 열리며 국가 및 금융기관이 기능을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리비아 GNA가 LNA 진지에 전면적 폭격을 가하여 얻어낸 것이니만큼 이 평화조차도 폭력의 결과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원한이 끓어오르기라도 한다면 앞으로의 국가 통합, 연대 및 정치적 합의 형성에 지장이 발생할 것이다. 

휴전을 실현하고 파예즈 알-사라즈(Fayez al-Sarraj) 리비아 총리가 다시 경제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려면 GNA와 리비아 기관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들은 리비아의 넓은 국토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공고히 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며,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단호하게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리비아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공무원이 무려 총 180만 명)을 맨 처음부터 다시 개혁⸱조직하고, 제대로 된 확약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며, 경제 부문에 대한 재정적 마중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 개혁도 필요하다. 그 바탕에는 국가 거버넌스의 특성, 임무 및 역할을 규정하는 명료한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는 새로 선출된 정부에게 버거운 일이지만 현재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과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리비아 국민의 기술 숙련도와 정보 수준이 높아서 국가 재건에 도움을 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절망을 딛고 새로 일어선 시민사회 단체 및 새롭게 부상한 시민사회 단체가 리비아 도시 각지에서 최빈곤층에게 서비스와 원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신생 독립 언론은 투명성과 책임성 확립을 도왔다. 이들 기관 및 이들과 협력하는 활기 있는 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리비아 정부의 최고 자산이다. 

신임 정부는 리비아 시민이 부패하고 독단적인 정권에 대한 인내심의 끝에 다다랐으며, 국민의 복지를 놓고 던지는 또 다른 거짓 약속이나 타협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투쟁에서 승리하고 집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을 위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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