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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케냐의 정치, 민족성과 인구 증가율

케냐 Samuel Mwangi Tübingen University - 2020/09/01

서론
신흥 및 다민족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재의 유통은 민족적 노선을 취한다(Jean-Philipe, 2009; Daley, 2006). 아프리카 정치에서 민족은 매우 영향력있는 요인이다. 민족성의 정치화 및 정치의 민족화는 가족계획(Family Planning)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Bakibinga, 2016). 민족 정치에서 핵심 요소는 민족별 유권자 인구 규모다. 다른 요소는 차치하더라도 국가 지도부는 주로 특정 후보자나 정당을 지지하는 민족에 의해 결정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우세 민족 집단 혹은 비교적 소규모 민족 집단 연합의 지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집권 정부를 지지하는 민족 집단은 반대표를 던진 민족 집단보다 국가 자원의 활용에서 불균형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는다. 민족 공동체 간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이 케냐의 불평등은 매우 높으며, 이러한 높은 불평등 때문에 사회경제적, 정치적 포용을 향한 투쟁은 치열해진다. 정치적, 사회적 포용에 있어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인구수의 증가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소수 민족 집단에서 실패 위험이 가장 높다. 

많은 국가에서 정치인들은 분야 전문가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기에는 인구 통제 역시 포함된다. 학자들이 설명하듯이 엘리트들이 선거에 대한 지지를 대가로 자신의 공동 집단 재화를 분배하는 의뢰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Mati, 2019; Udogu, 2018; Bienen, 2015). 인구 전문가들은 인구 통제를 질높은 생활 수준 달성을 위한 시작점으로 보고 있으나, 소외된 공동체 출신의 정치인들은 인구수 증가를 포용 달성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케냐의 사례를 통해 민족 기반 정치와 포용성을 향한 투쟁(정치적 포용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케냐의 민족 및 정치 지도부
케냐에는 43개의 부족/민족 공동체가 존재한다. 가장 큰 민족 집단은 키쿠유(Kikuyu)족, 루야(Luhya)족, 칼렌진(Kalenjin)족, 루오(Luo)족, 캄바(Kamba)족으로, 이 집단을 모두 합치면 케냐 인구의 거의 65%가 된다. 2009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키쿠유족이 가장 큰 집단으로 인구 660만명을 기록했으며, 루야족은 530만, 칼렌진족은 490만, 루오족은 400만, 캄바족은 390만을 기록했다(KNBS,2009). 중간 규모 집단은 포콧(PoKot)으로 60만 명을 기록해 그 중 큰 규모를 보였으며, 이외 다른 소규모 민족 집단으로는 다세나흐 (Dasenach) 1만 2,530명, 응젬프스(Njemps) 5,000명, 곤소(Knoso) 1,758명 등이 있다(KNBS, 2009). 케냐의 전체 인구 3,860만 명은 이렇듯 수천 명의 구성원을 가진 아주 작은 부족부터 구성원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민족 공동체까지 다양한 규모의 여러 부족/민족 공동체로 이루어져 있다. 

1963년 독립 이후 케냐의 4대 대통령은 모두 두 개의 가장 큰 민족 공동체인 키쿠유족과 칼렌진족에서 배출되었다. 독립 후 첫 15년은 (키쿠유족인)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가 정권을 잡았다(1963~1978). 이 시기 동안 키쿠유족 및 이외 연합 민족 집단이 점령한 지역(케냐 산 지역)은 나머지 지역에 비해 크게 발전하였다. 케냐의 2대 대통령은 다니엘 아랍 모이(Daniel Arap Moi)로 칼렌진족 출신이었으며, 조모 케냐타 대통령 사망 당시 부통령이었다. 이에 자동적으로 대통령직을 이어 받아 이후 24년 간 나라를 통치하였다(1978~2002). 임기 동안 칼렌진 족이 점령한 리프트 밸리 지방(Lift Valley Province)으로 발전의 중심지가 옮겨갔으며 나머지 지역은 소외되었다. 모이 이후 2003년 대통령 선거는 두 명의 키쿠유족 후보인 음와이 키바키(Mwai Kibaki)와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음와이 키바키는 루오족, 루야족, 캄바족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었으며, 우후루 케냐타는 칼렌진 공동체의 큰 지지를 받았으나 낙선했다. 2003~2005년의 기간 동안 내각의 민족 구성원은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었다고 평가된다.

2003년 이후 정부 야당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던 우후루 케냐탸는 2007년 국민통합당(Party of National Unity, PNU)의 2선을 목표로 당시 대통령이었던 키바키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루오족, 루야족, 캄바족, 칼렌진족은 (루오족인)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 대선 후보가 속해있던 오렌지민주당(Orange Democratic Party, ODM) 아래 힘을 합쳤다. 선거는 부정선거 및 선거 후 폭력으로 막을 내렸다. 결국 (전 UN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Kofi Anna)의 중재로 대연정이 구성되었다. 모든 인물이 정부로 편입되었으며 공식적인 정부 야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2013년 총선에서는 키쿠유족과 칼렌진족이 손 잡고 주로 루오, 루야, 캄바족 공동체로 구성되었던 연합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 2013년 이후 키쿠유-칼렌진 연합(주빌리당)의 대표직은 우후루 케냐타(키쿠유)가, 부대표직은 윌리엄 루토(칼렌진)가 맡고 있다.

케냐의 부통령 역시 모두 인구 규모에 따른 5대 민족 공동체, 즉 키쿠유, 칼렌진, 루오, 루야, 캄바족 출신이다. 현재 여당은 주빌리당이다. 대부분의 정치적 분석에서 소규모 민족 집단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데, 투표수와 정당 지지 면에서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민족 및 인구 성장률
보다 대규모의 민족이 점령한 지역은 소규모의 민족이 점령한 지역 보다 발전된 양상을 보인다. 출산율은 민족 인구 규모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대표성이 낮은 소규모 집단의 출산율이 높다(DHS, 2014). 포콧, 삼부루(Samburu), 투르카나(Turkana) 공동체 내에서 현대식 피임 도구의 사용률은 10~13%이다. 이러한 민족 집단은 케냐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북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민족별 현대식 피임 도구 사용률에서는 소말리족이 가장 낮은 사용률을 기록했다. 소말리족은 가리사(Garissa), 와지르(Wajir), 만데라(mandera) 카운티에 주로 거주하며, 세 지역의 현대식 피임 도구 사용률은 각각 6%, 2%, 2%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소규모 민족 집단은 국가 내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주로 소말리족으로 구성된 와지르 지역의 경우 7.8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였으며, 포콧 7.2, 투르카나 6.9, 삼부루는 6.3이었다(KNBS, 2014). 다른 소규모 민족 집단 역시 높은 출산율이라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로 키쿠유족(케냐 산 지역) 및 연계 민족 집단(보통 GEMA 공동체라고 일컬어지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억양이 다른 집단)이 점령한 지역에서는 67%에서 76%에 이르기까지 국가 내 가장 높은 현대 피임 도구 사용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케냐에서 GEMA 공동체의 출산율이 가장 낮다. 예를 들어 키쿠유족 우세 지역의 출산율은 키리냐가(Kirinyaga) 2.3, 키암부(Kiambu) 2.7, 니에리(Nyeri) 2.7, 무랑가(Murang’a) 3.0이었다(KNBS, 2014). 다른 대규모 민족 집단 역시 비교적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민족 규모 및 민족의 지지와 정치적 지도부 간의 연계성
사회적 포용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은 점점 더 상식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거는 일반 투표든 선거인단 투표든 유권자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 케냐의 정치 분석가들은 민주주의(다수에 의한 통치)는 존재하지만, ‘숫자의 횡포(Tyranny of Numbers)’, 즉 둘 혹은 그 이상의 우세 민족 집단 연합이라는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숫자의 횡포는 1차 투표 동안 대선에서 과반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선거에서 특정 정당/정치인을 지지하는 민족 공동체 간의 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케냐에서 해당 용어는 2013년 총선을 거치며 정치 학자인 무타히 은군히(Mutahi Ngunyi)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주빌리 연합은 케냐에서 가장 큰 두 민족 집단(키쿠유 및 칼렌진)의 결합으로 총 추정 등록 유권자수가 620만 명1)이라는 사실에 기반해 투표수에서 이미 유리한 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한 정당을 지지하는 케냐 최대 규모 민족 집단 두 곳이 등록 유권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승자는 분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41 곳의 공동체를 합쳐도 유권자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케냐 선거관리위원회 (Independent Electorial and Boundaries Commission)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빌리 연합은 47개 카운티 중 18개 카운티에서 과반수 득표를 얻었으며 CORD 연합은 47카운티 중 12개 카운티에서 초과반수 득표를 얻었다. 해당 30개 카운티의 유권자수는 63.8%를 차지했다(IEBC, 2013). 케냐의 해안 지역 내 카운티들을 제외하고 30개 카운티 중 거의 대다수가 케냐에서 인규 규모별 상위 5개의 대규모 민족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소수 민족 집단 출신의 정치인들은 가족계획을 무시하고 인구 수를 크게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미래의 유권자가 될 자녀의 수를 늘려 정치적 포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행위로 해석된다. 소수 민족 집단은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가족계획의 중요도가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민족 집단에게 있어 인구의 증가는 유권자 수의 증가로 해석되며, 유권자 수의 증가는 그들의 정치적 연합/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거버넌스 이양 및 사회적 포용
사회적 포용의 역행적 전략이라는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냐 정부는 2010년 거버넌스 이양이라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했다. 현재 케냐에는 47개의 반자치(semi-autonomus) 정치 단위(카운티)가 존재한다. 지리적으로 민족 공동체는 주로 조상이 거주했던 지역에 위치한다. 이러한 47개 지방 당국을 설계한 데는 어느 정도 민족적, 지리적 분포가 고려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 당국이 효율적으로 공공재를 분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면 국가 수준에서 사회적 포용을 이루어야할 중요성이 감소한다. 사회적-정치적 포용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높은 출산율을 지향하는 전략의 중요성 역시 감소하여 소수 민족 공동체 역시 가족계획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 각주 
1) 키쿠유족이 케냐 산 지역에 기반을 둔 모든 공동체, 즉 (GEMA)라고도 불리는 엠부(Embu), 메루(Meru), 타라카(Tharaka)를 모두 포함하고, 칼렌진 족이 난디(Nandi), 키프시기스(Kipsigis), 투겐(Tugen), 마라크웨트(Marakwet), 엘게요(Elgeyo) 등 칼렌진 민족을 구성하는 모든 하위 부족을 포함한다고 가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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