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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OLPC의 ‘플랜 세이발’ 프로그램 개발, 팬데믹 시기 우루과이 교육 서비스 유지에 기여했나?

우루과이 Nicolas Bonino Gayoso Universidad de la República Uruguay Associate Professor 2020/09/16

디지털 시대 편입을 위한 첫걸음, 플랜 세이발
10여 년 전, 우루과이 정부는 공립학교의 학생들을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편입시키기 위한 신규 교육 프로그램(스페인어 공식 명칭 ‘플랜 세이발(Plan Ceibal)1)’) 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MIT 미디어 연구소(MIT Media Lab)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발족한 비영리단체 OLPC(One Laptop Per Child, 어린이 한 명당 노트북 한 대)의 지원으로 시행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루과이는 전 세계 최초로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전원에게 노트북 한 대씩을 제공한 나라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몇 년 동안 발전하여 현재는 수혜 학생의 폭이 더욱 넓어졌으며, 이에 더해 프로그램에 수학, 스페인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특별 학습 도구도 포함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2009년에 공립 및 사립학교 모두를 통틀어 국내 초등학생 노트북 보유율 100%라는 엄청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2010년에는 중등학생에게도 노트북이 제공되기 시작했고, 2013년에는 중등학생 전원이 노트북을 보급받았다.

Rivera-Vargas와 Cobo(2018)2)는 ‘플랜 세이발’과 같은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학교 내 디지털 기술의 결합률을 높이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간 단계 목표 네 가지가 설정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해당 네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

- 학교에 노트북 제공
- 학교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동통신 인프라 개발
- 디지털 기술 사용 관련 교사 교육 플랜 개발
- 디지털 교육 콘텐츠 및 자료 제작

첫 두 가지 중간 목표를 달성한 우루과이에 있어 다음 과제는 남은 두 가지 목표를 완전하게 달성하는 것, 즉 디지털 자원을 일상의 교실 풍경 속에 완전히 녹여내는 것과 더불어 독창적인 신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우루과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연구가 시행되었다. De Melo 등이 시행한 평가(2017)3) 등 프로그램에 대한 초기 평가 결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테스트 데이터를 기준으로 할 때 학생들의 독해나 수학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교실에서 노트북을 매일같이 사용하는 일이 흔치 않았고, 더불어 노트북 사용의 주된 목적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이지 노트북을 수행과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교실 내 디지털 교육자료 활용 관행이 교육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우루과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례로 Perera 및 Aboal(2018)4)은 이 프로그램의 수학 과목용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 온라인 도구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 시험 성적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학생일수록 이 프로그램의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에 있어 핵심은 교실 내 디지털 기술의 접목으로 인해 학습과정에서 교사가 하는 역할이 더욱 유의미해진다는 것이다. 

팬데믹 봉쇄 시기 내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
Clark 등(2020)5) 은 중국 중학교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코로나19 봉쇄에 따라 학교에서 학습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 대비 온라인 교육을 받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로는 (1) 온라인 학습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 대비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 증진율이 높았다는 점, (2) 온라인 학습이 성적 우수 학생보다 성적이 저조한 학생에 미친 영향이 더 컸다는 점이다.

Eyles 등이 시행한 또 다른 연구(2020)6)에서는 학교 폐쇄로 인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단기적 학업 성취도 저하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하는 아동은 학교 폐쇄로 인한 피해를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이 받게 된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이 교육 성취도, 미래 일자리 기회 및 사회적 통합에 미치는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교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팬데믹 시기 우루과이 정부의 교육 전략
3월 중순경 우루과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립학교 및 사립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 폐쇄령을 내렸다. 이후 교육 활동은 기존의 대면 체계에서 온라인 형식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교육은 모든 공립학교와 더불어 세이발 프로그램 시행을 결정한 사립학교가 사용하는 ‘세이발’ 플랫폼을 통해 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교사가 수업 용도로 ‘세이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사례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이 프로그램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이 통제되기 시작하자 우루과이 당국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점진적 과정의 일환으로 4월부터 일부 시골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등교수업 재개를 허용했고, 지난 몇 주 동안 우루과이 학교에서는 점차 등교수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단, 며칠은 대면 수업을, 다른 며칠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등 두 개의 수업 방식을 병용하였다. 우루과이 당국은 대면수업을 통해 학생의 사회적 상호작용 같은 대면수업 고유의 장점을 유지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학부모를 포함하여 국민의 일상에 팬데믹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교 내 학생의 밀집도를 줄여 교육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여 감염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새로운 일상(new normality)’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교습법을 자연스레 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세이발’ 프로그램은 우루과이 내 온라인 및 디지털 학습의 확대와 보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루과이 내 인터넷 접속
따라서, 근로 및 교육 활동을 지장 없이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함에 있어 인터넷 연결성과 온라인 자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루과이는 이러한 어려움 극복에 필요한 이동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까? 과연 우루과이는 온라인 교습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및 온라인 도구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에 더해, 다른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 국가 대비 우루과이의 준비 상황은 어떠할까?

라틴아메리카에서 인터넷 연결성과 컴퓨터 보급률 관련 지표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점에서 우루과이는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루과이 가정 가운데 약 87%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76%가 10Mbps 이상의 속도로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며, 75%는 광섬유 케이블 전송 방식을 사용한다.7) 이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놓인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인 수치이다.

<그림 1>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루과이는 다운로드 속도 평균이 9.16Mbps로, 라틴아메리카 국가 가운데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파나마와 푸에르토리코(각각 8.09Mbps, 8.0Mbps)가 그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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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우루과이는 전 세계에서는 중간 수준에 머무르지만,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기준 다운로드 속도 평균이 우루과이는 9.16Mbps였던 반면, 멕시코는 6.02Mbps, 브라질은 4.84Mbps, 칠레는 3.89Mbps, 콜롬비아는 3.48Mbps, 아르헨티나는 2.83Mbps였다.8)

양질의 인터넷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어 있는 우루과이는 교육부문 내 온라인 도구 활용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교육이 어려워진 시기에 이러한 이점은 특히 눈에 띈다. ‘세이발’ 프로그램에서는 온라인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인 세이발 플랫폼의 사용률 진작을 위해 학교 내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계속해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면 우루과이는 새롭게 발생할 경제 기회 활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러한 이점은 특히 유의미하다. 준비가 되어 있는 노동력은 고급 인적자본이 필요한 분야를 위시로 하여 우루과이에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더불어, 팬데믹으로 인해 입는 피해의 정도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적인 교육 서비스의 제공은 비교적 불우한 환경에 있는 시민이 미래에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근로 기회를 발전시키며, 이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PISA의 2018년 데이터<그림 2>에 따르면 우루과이 학생 중 절반가량은 효과적인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에서는 중간 수준이라고는 하나,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루과이는 상위권에 속한다(일례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접근 가능한 학생의 비율은 칠레와 콜롬비아의 경우 40% 미만, 아르헨티나는 20% 미만이다). 우루과이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접근성은 프랑스나 독일 등 몇몇 유럽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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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및 시사점
우루과이가 ‘세이발’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교육 서비스의 지속적 제공에 성공한다면, 이는 우루과이의 미래 경제 및 사회적 상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아동을 위한 교육 서비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세이발’ 프로그램은 미래 발전에 있어 우루과이가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이발’ 프로그램은 우루과이에 아동의 교육적 발달에 필요한 요소를 제공해주고, 준비된 미래 노동력 양성의 토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우루과이의 생산 활동 증진 및 외국인 투자 유치에 있어 경쟁 우위 확보에 기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 심화 현상을 완화하여 불평등과 분쟁은 비교적 덜하고 통합 수준은 비교적 높은 사회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필요한 이동통신 인프라는 이미 갖춰진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교사가 해당 플랫폼을 일상의 수업에 결합할 능력이 있는지, 또한 이를 위해 정부기관이 교사의 디지털 자원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지원할 능력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목표가 달성된다면 우루과이는 팬데믹의 여파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 대비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스페인어로 ‘Ceibal’은 온라인 학습을 위한 기본 정보과학 교육 연결성(Basic Informatics Educational Connectivity for Online Learning)의 약어이다. 
20 Rivera-Vargas, P. 및 Cobo, Cristóbal (2018): “Ceibal Plan in Uruguay: a public policy that connects inclusion and innovation”, chapter in Políticas Públicas para la Equidad Social, Universidad Santiago de Chile. https://digital.fundacionceibal.edu.uy/jspui/bitstream/123456789/266/1/Cobo-Rivera.pdf
3) De Melo, G; Machado, A. 및 Miranda, A. (2017): “The impact on learning of a One Laptop per Child Program. Evidence from Uruguay”, El Trimestre Económico, vol. 84, nº 334. http://www.scielo.org.mx/pdf/ete/v84n334/2448-718X-ete-84-334-00383.pdf
4) Perera, M. 및 Aboal, D. (2018): “The impact of a Mathematics Computer-Assisted Learning Platform on student’s Mathematics test scores”, CINVE.
5) Clark, A.; Nong, H.; Zhu, H. 및 Zhu, R. (2020): “Compensating for academic loss: online learning and student performance during the COVID-19 pandemic”. https://halshs.archives-ouvertes.fr/halshs-02901505/document
6) Eyles, A.; Gibbons, S. 및 Montebruno, p. (2020): “Covid-19 school shutdowns: what will they do to our children’s education?” https://cep.lse.ac.uk/pubs/download/cepcovid-19-001.pdf
7) 출처: 우루과이 통신규제청(URSEC, Uruguayan regulatory agent of telecommunications market) 보고서.  https://www.gub.uy/unidad-reguladora-servicios-comunicaciones/sites/unidad-reguladora-servicios-comunicaciones/files/2020-05/InformeTelecom%20dic%202019.pdf
8)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2020년 말까지 요금 동결을 결정한 정부 방침 및 이에 따른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투자 철회 등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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