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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인도네시아, 새 중앙은행법 관련 논란 확대

인도네시아 EMERiCs - - 2020/09/18

☐ 국회, 은행법 개정 검토 착수
- 인도네시아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 Bank Indonesia)의 역할과 정책 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임.
ㅇ 최근 인도네시아 하원의 입법 위원회(legislative committee)가 지난 1999년에 개정한 이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했던 중앙은행 관련법을 변경하려 하고 있음.
ㅇ 입법 위원회는 국회에 상정하여 심사를 거치는 모든 법안이 거쳐 가는 곳으로, 입법 위원회 차원에서 법안 초안(draft)을 작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앙은행법 개정안이 실제로 하원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함.
ㅇ 이번에 입법 위원회가 검토하기 시작한 중앙은행법 개정안은 기존 법과 비교하여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이 있음.
ㅇ 하나는 통화 정책에만 국한된 중앙은행의 의무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확대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이 1999년 중앙은행 법 개정 이전처럼 시중 은행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임. 
ㅇ 이를 위해 입법 위원회는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장관이 포함된 통화 정책 위원회를 설립하고 중앙은행이 채권 발행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완전히 허용하며 미시 금융 정책 결정 권한을 현 금융감독청(OJK, Financial Services Authority)에서 중앙은행으로 일부 이양 할 것을 제안한다는 방침임.
- 현행 은행법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개정된 것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분리시켰음.
ㅇ 1997년, 태국에서 외환 위기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미국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했고 이러한 현상이 한국 등 동아시아로 퍼지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했음.
ㅇ 당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는 수출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했으며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사용하는 등 정부 경제 정책과 외환 정책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음.
ㅇ 또한 기업이 투자를 위한 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조절하도록 하는 등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전반적으로 정부의 정책 의도에 종속된 경향을 보였음.
ㅇ 하지만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정부 경제 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분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인도네시아 역시 1999년 그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앙은행법을 가결한 후 지금까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 체제를 계속 유지했음. 

☐ 새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
- 이번 새 개정안과 관련하여 가장 큰 논란을 낳는 부분은 중앙은행이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것과 새 통화 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하는 것임.
ㅇ 지난 1999년 중앙은행법 개정 이후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역할은 자국 통화인 루피아(Ruphia)의 가치를 안정화 하는 것과 거시 경제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이었음.
ㅇ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공개 시장 조작을 통한 인플레이션 조절과 기준 금리를 이용해서만 통화 정책을 펼칠 수 있었음. 
ㅇ 또한 정부 정책과 좀 더 연관성이 높은 미시적인 금융 시장 관리와 시중 은행 감독은 지난 2012년 이후 금융감독청이 맡고 있음.
ㅇ 그러나 새 개정안 초안에는 통화 정책 위원회에 재무부 장관, 경제부(Ministry of Economic Affairs) 장관, 중앙은행 총재, 정부 부총리, 그리고 금융감독청 청장으로 구성하도록 했으며, 이들에게 통화 정책 결정 투표권을 주어 실질적으로 행정부가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끔 했음.
ㅇ 그리고 통화 정책 위원회 회의는 재무부 장관이 주관하며 위원회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부합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음.
ㅇ 나아가 정부 측 위원과 중앙은행 측 위원이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부총리가 합의안을 제시하고 이에 따르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하였음.
- 국채 매입 허용과 감독권 강화도 실질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조항임.
ㅇ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각종 지원 정책과 경기 부양 패키지를 실행하였고 이에 많은 긴급 재정이 필요하게 되었음. 그리고 세수 수입과 외부 자금 조달로는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중앙은행에 고통 분담(burden sharing)을 요청했음.
ㅇ 중앙은행 역시 사안의 시급함을 인정하고 국채를 발행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였음.
ㅇ 이는 실질적으로 중앙은행이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 것과 다름이 없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전례 없는 사건이며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중앙은행이 국채를 발행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책이라고 못 박았기에 큰 이견이나 반발도 없었음.
ㅇ 하지만 이번에 입법 위원회가 제안한 중앙은행법 개정안에는 중앙은행의 발행시장 국채 매입을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음.
ㅇ 이는 정부가 언제든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뜻으로, 통화 정책 결정 시 정부 측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독립성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음.
ㅇ 여기에, 시중 은행 감독 및 미시 금융 시장 관리 권한을 금융감독청에서 중앙은행으로 이전할 경우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 시장을 더욱더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
ㅇ 따라서 입법 위원회가 제안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중앙은행 및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 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음. 이번 개정안 초안이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 관치금융 시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임.

☐ 독립성 보장할 것이라는 인도네시아 정부, 그러나 외부 평가는 부정적 
-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새 개정안 논란을 진압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실질적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음.
ㅇ 하원 입법 위원회가 이러한 내용의 새 개정안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음.
ㅇ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정안은 논의 단계에 불과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앞으로도 이상이 없을 것이며 지금의 고통 분담 정책은 일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음.
ㅇ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전에도 시중 은행에 대한 중앙은행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고, 무엇보다 매우 구체적인 개정안 초안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앞으로 행보에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기 시작했음.
ㅇ 실제로 중앙은행법 개정안 검토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외환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이슈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이 루피아를 매도했고 그 결과 미국 달러 대비 루피아 가치가 하락했음.
ㅇ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통 분담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음. 또한 정부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보다 신속한 경제 정책 입안과 실행을 원하고 있음.
ㅇ 이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앙은행이 정부 정책에 보다 더 협조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음.
ㅇ 더불어, 입법 위원회가 제안한 정책 모두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일부만 가결되더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앞으로 중앙은행법과 관련한 부정적인 기류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Jakarta Post, Rupiah falls 1.35% as investors raise concern over BI’s independence, 2020.09.02.
Antara News, Rupiah comes under pressure as US economic data improves, 2020.09.02.
Antara News, Rupiah to weaken over sentiment arising from debt-sharing policy, 2020.09.03.
Jakarta Post, Jokowi pledges cental bank to remain independent, 2020.09.01.
EX Bulletin, Jokowi promises central bank to remain independent, 2020.09.02.
B975, Indonesian president pledges central bank to remain independent, 2020.09.01.
Financial Review, Indonesia moves against central bank independence, 2020.09.02.
CNBC, Investors are nervous as Indonesia considers letting ministers vote on monetary policy, 2020.09.02.
Global Legal Insights, Banking Regulation: Indonesia, 2020.09.16.
Paul Hype Page&Co, Laws Governing the Banks of Indonesia, 2019.11.14.
OJK, Abot OJK: Duties and Function, 2020.09.16.
Bank of Indonesia, The Roles of Bank Indonesia, 2020.09.16.
Reuters, Indonesia plans to revamp financial regulatory structure, 2020.08.26.
BNN Bloomberg, Indonesian Panel Seeks Government Role in Central Bank Policy, 2020.08.31.
Banking & Finance, Bank Indonesia to also manage country's growth and employment, 2020.08.27.
Jakarta Globe, The House Mulls Fundamental Changes on How Bank Indonesia Operates,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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