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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 효과: 케냐 사례를 중심으로

케냐 조원빈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20/10/26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
중국의 대 아프리카 외국인 직접 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는 이 지역 국가들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케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FDI 사례들을 통해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한다.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역사는 상당히 길다. 냉전기에는 정치와 이념적 이슈를 중심으로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1990년대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관계는 경제적 이슈들이 중심이 되어왔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13년 ‘일대일로(一對一路)’를 국가 전략으로 선언하고, 2018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한 파트너임이 선언되면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림 1>이 보여주듯이,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그 규모가 약 54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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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와 다수의 중국 학자들은 중국의 FDI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자원 확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빠른 산업발전이 자원에 대한 수요 증대를 초래했고 자국 내 자원 보유량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FDI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이들은 그 효과가 중국 경제에만 긍정적으로 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투자를 하는 배경에는 이들 국가가 보유한 생산성, 즉 인건비와 인적 자원의 수준, 인프라 건설 비용, 거시경제적 안정성,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한 평가가 작용해 왔다. 

중국은 아프리카 지역 내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아프리카 국가에 투자해 왔다. 중국이 WTO 가입 이후에도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함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추가적인 관세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 지역 내 국가 중에는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과 EU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Generalized Scheme of Preferences)를 통해 미국이나 EU 국가들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감면 받거나 쿼터를 면제받고 있다. 이러한 비상호적 특혜관세제도를 이용하면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중국 기업의 상품들이 미국과 EU 시장으로 수출될 때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는 이 지역 국가들의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그들의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중국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으로부터 FDI를 유치한 아프리카 정치 엘리트들도 이러한 평가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이에 비해, 서구의 학자와 정치인들은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 효과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전 IMF 총재는 중국의 대형  해외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의 효과에 대하여 “이러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심각한 채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개발도상국이 어쩔 수 없이 공공 부문 투자를 축소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러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는 실패 가능성과 투자자금이 남용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1)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의 효과에 대한 비판적 주장의 공통점은 중국의 FDI 확대가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적 이익보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FDI 중 많은 부분이 지하자원과 지하자원 개발 및 운송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FDI가 대부분 중국의 차관 형식으로 주어짐에 따라 그 사용처도 중국인의 인건비와 중국산 상품 구매, 중국 기술 및 서비스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FDI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갑자기 증가한 차관 규모로 오히려 아프리카 국가의 거시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의 대 케냐 FDI 사례

1) 펄 리버(Pearl River) 경제특구
펄 리버 경제특구는 케냐 동부 엘도레트(Eldoret) 고원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면적 700 에이커로 중국 광동성에 기반을 둔 뉴 사우스(New South) 그룹이 약 20억 달러를 투자해 완성할 예정이다. 뉴 사우스 그룹은 최근 중국 일대일로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해외 산업단지 건설 지원을 통해 중국 기업을 위한 해외 창업 플랫폼을 구축해온 국제종합투자 그룹이다. 뉴 사우스 그룹은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광동 경제 무역 협력 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리조트 개발 및 운영과 대규모 종합병원 운영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펄 리버 경제특구가 위치한 엘도레트는 케냐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동부지역 교통의 요지이며 수자원 공급도 충분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펄 리버 경제특구는 케냐 최초의 민간 경제특구이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되며 약 4만 개 이상의 직접 고용과 최대 15만 개의 간접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케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은 산업 및 기술 단지를 케냐의 제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펄 리버 경제특구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케냐 정부의 기대수준도 높다.

펄 리버 경제특구 개발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는 공업 특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농산물 가공과 첨단 산업(바이오 의료, 전자 제품), 가구 산업, 경공업(섬유 및 의류), 기계 및 건설 산업 등 주요 원자재 가공 산업을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마케팅, 무역을 통합해 개발될 것이다. 2단계는 과학기술 특구와 올림피아 시티 종합 특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특구는 1단계에서 이루어진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기술 및 서비스 산업의 공동 개발 경로를 연구하는 구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올림피아 시티 종합 특구는 연구센터와 백화점 쇼핑 센터, 호텔, 대형 병원, 학교, 스포츠 센터,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렇게 조성된 올림피아 시티는 우수한 인재와 기술 지원 능력을 보유하며 생산과 학습, 연구를 복합적으로 포함한 특별구역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마지막 3단계는 새로운 특구를 건설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케냐의 경제특구법에 따르면 경제특구는 농업특구, 자유무역특구, 자유항, 상업서비스특구, 축산특구, 관광특구 등과 같이 단일적 기능의 특구와 복합적 특구를 건설할 수 있다. 1, 2단계의 개발 성과 및 경험을 바탕으로 펄 리버 경제특구는 토지 이용 계획을 확장해 개발 필요성에 따라 특수한 기능을 지닌 다른 특구와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 펄 리버 경제특구는 투자 기업, 특히 중국 기업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세금 공제 10년, 10년간 법인세 15% 고정 등 인센티브를 보장하고 있다. 펄 리버 경제특구 개발 투자로 중국기업들은 남수단이 생산하는 원유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 지역에 묻혀있는 다양한 지하자원, 우간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특구에서 생산된 물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시장도 아프리카 내륙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냐가 이처럼 경제특구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특구, 경제신구 및 산업단지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케냐도 지역 산업 기반의 고도화와 제조 환경 개선, 노동 생산력 증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기에 케냐 정부와 뉴 사우스 그룹이 마주한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펄 리버 경제특구가 위치한 엘도레트가 교통의 요지이긴 하지만, 케냐의 관문인 뭄바사항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수도 나이로비와도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이다. 내륙국인 우간다와 르완다, 남수단과 접경 지역에 가깝지만, 여전히 교통 및 통신 인프라가 충분히 제공되기 어려운 지역이다. 엘도레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 남수단 정부가 남수단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송유관 매설 사업에 합의하면서 케냐의 대표 도시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4개국을 연결하는 송유관 사업은 현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엘도레트가 여전히 수도 및 전기 공급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경제특구 개발에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2) 가리사(Garissa) 태양열 발전소
2019년 12월 케냐 동북부에 위치한 가리사에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태양열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약 55메가와트 생산 규모를 보유한 가리사 태양열 발전소는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약 1.4억 달러의 양허성 차관을 도입해 건설되었다. 발전소 건설은 중국 장시국제경제기술합작유한공사(江西國際經濟技術合作有限公司)가 수주했고 현재 케냐 농촌에너지관리국(REA, Rural Energy Authority)이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다. 케냐는 위도가 낮고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태양열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가리사 지역은 광활한 평야 지대로 인구밀도도 낮으며, 사막 지역이 넓어 대규모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이 발전소의 전기 소매 가격은 0.12달러이며 연간 평균 발전량은 약 7,700만 킬로와트이다. 이 규모는 케냐 7만 가구, 3억 8,000만 명의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연간 약 6억 6,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다.

가리사 태양열 발전소 건설을 담당한 장시국제경제기술합작유한공사는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와 부동산 개발, 해외 노동서비스 협력, 광물 개발, 해외 무역, 건축 설계 및 디자인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국영기업이다. 이 기업은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28개국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국제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장시국제경제기술합작유한공사가 직접 수주한 중국의 해외 원조 프로젝트 누적계약금액이 60억 달러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공사는 아프리카 지역 내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케냐, 가나 등에서 수자원 보존 공학과 설계, 토목 공학, 도로 및 교량 건설 관련 10개 이상의 현지 사업계약 자격을 획득하는 등 이 지역 내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밖에도 장시국제경제기술합작유한공사는 아프리카 5개국으로부터 다이아몬드, 백금, 금, 구리, 니켈, 크롬 등의 48개 광물자원 탐사권과 채굴권을 획득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건설이나, 에너지, 광물자원 등 특정 분야에 전문적 기업이 아니라, 이 지역에 필요하고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전략에 연계된 다양한 대외 프로젝트 수행에 체계적으로 맞추어진 복합적 국유기업들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태양열 발전소 건설은 이 지역 전력 접근성 향상에 기여해 왔다. 2018년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약 48%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의 26%보다는 많이 발전한 것이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전력 접근성인 약 9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케냐의 경우는 2000년 전력 접근성이 15%에서 2018년 현재 75%로 급상승했다. 다만, 케냐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의 전력 접근성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케냐 농촌의 전력 접근성은 약 72%인데 비해 도시의 전력 접근성은 약 84%에 도달했다. 케냐는 2013년부터 태양열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2015년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량이 47억 킬로와트로 2013년 생산량(22억 킬로와트)대비 두 배 이상을 생산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중국의 FDI가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학자들의 주장처럼 긍정적인 면만 있거나 서구 학자들의 비판처럼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는 인프라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외부의 지원 없이 정부 주도 인프라 투자는 그 현실성이 매우 낮았다. 이에,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가 인프라 투자 중심임에도 대상 국가의 정부가 기꺼이 수용해 왔던 것이다. 또한, 중국의 FDI가 점차 인프라 중심에서 제조업과 신재생에너지 등 다변화 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가 대부분 중국 정부의 양허성 차관과 상업차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들 차관은 그 규모가 막대해 아프리카 국가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하게 될 채무 문제에 대하여 중국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제시하는가가 앞으로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 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각주
1) International Monetary Fund, “Belt and Road Initiative: Strategies to Deliver in the Next Phase,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18/04/11/sp041218-belt-and-road-initiative-strategies-to-deliver-in-the-next-phase (검색일 2020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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