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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칠레, 국민투표로 ‘피노체트 헌법’ 몰아내

칠레 EMERiCs - - 2020/11/06

☐ 칠레가 지난해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 시위로 1980년 제정된 이른바 '피노체트 헌법'에 대한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함. 
- 칠레 정부는 지난해 지하철 요금을 30페소(한화 약 50원)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  것이 수십 년 묵은 불평등으로 곪을 대로 곪은 민심을 폭발시킴. 
ㅇ 당초 학생과 주부들이 거리로 나와 냄비를 두드리면서 시작한 '못살겠다 갈아보자' 시위는 금세 100만 명 규모의 시위로 확대됨. 
ㅇ 이는 칠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로 시위 과정에서 3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사태가 격화됨. 
ㅇ 칠레 정부는 노동 시간 축소, 약값 인하 등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조치들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음. 
ㅇ 시위대는 소득 불균형과 높은 생활 물가 등 부조리의 근본이 된 헌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함. 
ㅇ 이에 따라 칠레 정부는 시위가 시작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19년 11월 15일 새 헌법의 제정 여부와 헌법 작성 주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데 합의함. 
ㅇ 칠레에서는 2020년 10월 20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는 2019년 시위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쟁취해 낸 것을 기념하기 위한 시위였음. 
- 당초 2020년 4월 실시될 예정이던 국민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 차례 미뤄진 후 2020년 10월 25일 치러짐. 
ㅇ 투표 결과 압도적 다수(투표 인원의 78%)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정권(1973~1990년)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는 데 찬성한다고 응답함. 
ㅇ 새 헌법의 초안을 작성할 주체로 시민대표로만 꾸려지는 새로운 제헌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항목도 79%의 지지를 받음. 
ㅇ 이에 따라 칠레는 2021년 4월 헌법 초안을 쓸 시민 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2022년 국민투표를 실시해 새 헌법의 초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예정임. 

☐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 방침이 이처럼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국민 투표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칠레의 뿌리 깊은 불평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음. 
- 칠레는 2010년 남미 국가 중 가장 먼저 '선진국 클럽'으로 일컬어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득 불균형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짐. 
ㅇ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칠레 전체 부의 26.5%를 상위 1%의 부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됨. 
ㅇ 상위 1%의 부자들이 전체 부의 12.2%를 차지하는 한국이나 20.5%를 차지하는 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임. 
ㅇ 빈부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지니계수도 2017년 기준 0.46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남.
ㅇ 지니 계수는 0(완전 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 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 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참고로 한국의 지니 계수는 2018년 기준 0.345임. 
ㅇ 대규모의 시위의 시발점이 된 칠레의 지하철 요금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임. 
ㅇ 칠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을 고려할 때 매우 비싼 수준으로,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 방침이 칠레 국민들에게 매우 크게 다가왔을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임. 
- 칠레 국민들은 이러한 불평등의 근원에는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 제정된 헌법이 있다고 주장함. 
ㅇ 칠레군 총사령관이던 피노체트는 1973년 쿠테타를 일으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17년간 집권함. 
ㅇ 집권 후 피노체트는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임. 
ㅇ 이 과정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가 늘고 대기업이 성장하는 등 경제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교육, 공공서비스 등이 민영화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됨. 
ㅇ 그간 군부 독재 시절의 유물인 헌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왔으나 끝내 성사되지 못하다가 2019년 칠레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시위로 마침내 피노체트 헌법이 폐기되게 됨.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P, 2/3rds of Chilean voters back rewriting their constitution, 2020.10.26.
La Nacion, Chile: el voto a favor de una nueva Constitución saca una abrumadora ventaja en el plebiscito, 2020.10.25.
Americas, ‘An End to the Chapter of Dictatorship’: Chileans Vote to Draft a New Constitution, 2020.10.25.
CNA, Churches burnt as thousands mark Chile protest movement anniversary, 2020.10.19.
France 24, Churches burnt as thousands mark Chile protest movement anniversary, 2020.10.19.
Swissinfo.ch, Aniversario de protestas en Chile despierta temor a que se reavive la violencia, 20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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