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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메콩(Mekong):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경쟁지역

동남아시아 일반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교수 2021/01/29

미국의 대(對)메콩 협력: LMI와 FLM
메콩은 4,200㎞에 이르는 국제하천으로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태국·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등 총 6개국을 경유하며, 메콩강 유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6,000만 명에 이른다. 메콩 상류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은 메콩강을 란창(瀾滄, Lancang)강이라 부른다. 중국이 1990년대에 메콩 상류에 수력발전 댐을 건설한 이후, 메콩 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메콩 유역 개발과 환경 보호 문제를 놓고 갈등과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 미국이 메콩 유역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남중국 해’에 이어 ‘메콩 강’이 제 2의 미중(美中) 갈등 지역으로 부상(浮上)하고 있다(Johnson, 2020년 7월 24일). 

미국은 냉전 시기인 1960년대부터 메콩 유역의 수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2000년대 중반까지 NGO를 통해 간접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역내 개발에 참여하였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메콩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메콩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2009년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메콩 하류 이니셔티브(Lower Mekong Initiative, 이하 LMI)’를 설립하고 환경·물·에너지·식량·교육 등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2020년까지 11년간 35억 달러를 지원했다. 창립 초기에는 미국의 개발 협력 주관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이하 USAID)가 주도했으나, 2012년 이후 LMI의 산하조직인 LMI 조정 허브(LMI Coordination Hub)가 주도하고 있다. LMI는 연 1회 외교장관회의를, 연 2회 고위관리회의를 개최하며, 실무그룹회의는 수시로 개최한다. 

미국은 LMI와 별도로 ‘메콩우호국회의(Friends of Lower Mekong, 이하 FLM)’를 운영하고 있다. FLM에는 중국을 제외한 메콩 5개국 이외에 한국·미국을 비롯한 6개 공여국,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이하 ADB), 세계은행(World Bank, 이하 WB) 등이 참여하고 있다. FLM은 메콩강위원회(Mekong River Commission, 이하 MRC)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메콩 협력 파트너 간 사업 중복 방지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며 매년 장관급 또는 고위관리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2020년 9월 11일 미국은 메콩-미국 파트너십(Mekong-U.S. Partnership)을 발표함으로써 메콩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메콩-미국 파트너십은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5,200만 달러, 국제적인 범죄 대응에 5,500만 달러, 에너지 분야에 3,300만 달러, 인신매매 방지에 200만 달러 등 총 1억 5,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Strangio, 2020년 9월 14일). 

중국의 대(對)메콩 협력: GMS와 LMC
중국은 동남아 및 인도 지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서 메콩 유역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중국은 특히 메콩 유역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잠재력을 중시하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 동서 지역 간의 개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부진한 서부 대개발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메콩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ADB가 주도하고 있는 ‘확대메콩유역(Greater Mekong Subregion, 이하 GMS)’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인프라 구축과 무역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특히 중국의 주도로 2016년 출범한 아시아투자개발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이하 AIIB)은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라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메콩 유역의 개발에 가속도를 붙였다.   

미국·일본이 다자(multilateral) 협력을 통해 메콩 유역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자, 중국도 전통적인 양자(bilateral) 협력 중심에 벗어나 ‘란창-메콩협력(Lancang-Mekong Cooperation, 이하 LMC)’을 출범시켰다. LMC는 정치 및 안보, 경제 및 지속가능개발, 사회 및 인문 교류 등 협력의 3대 축을 제시하였으며, 더불어 상호연결성, 생산 능력, 국경 무역, 수자원, 농업 및 빈곤감소를 5대 우선 협력 분야로 설정하였다. LMC 정상회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격년으로 총 3회 개최되었는데, 특히 2020년 개최된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대응, LMC 경제개발지대(Economic Development Belt)의 실현 등이 논의되었다. LMC는 2017 년 3월 사무국을 설립하였으며, 협력기금을 통해 메콩 유역국가와 이미 3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중국은 이외에도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글로벌메콩연구소(Global Center for Mekong Studies, 이하 GCMs)를 설립하였으며, 2018년 7월에는 라오스 비엔티안에 GCMs-Laos를 잇달아 설립하여 중국-메콩의 협력 사업 및 행동계획(Action Plan)을 수립하는 싱크탱크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경쟁의 함의와 전망
메콩의 지정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메콩유역은 제 2의 미중 경쟁 지역이 되었다. 메콩 유역 국가의 인구는 중국을 제외한 5개국 인구를 합하면 2억 5,000만 명에 이르며, GDP와 교역량의 총합은 각각 1조 달러를 초과한다. 아세안이 통합을 위해 연계성(connectivity)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메콩 인프라 시장을 놓고 WB, ADB, AIIB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남중국해 분쟁이 미국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메콩 지역 주도권 확보는 미국이 중국의 동남아 대륙부 진출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수력발전 댐 건설로 인한 가뭄과 환경 파괴 문제를 비판하면서 메콩 유역국과 중국의 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수력발전 댐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메콩 유역국에 대한 무역·투자·원조의 우위를 앞세워 중국·메콩의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메콩 유역 내에서 중국과의 경쟁 전략은 바이든 신정부 하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Pongsudhirak, 2020년 11월 27일).

미국과 중국은 메콩강 지역에 2019년과 2020년 계속된 역사상 최악의 가뭄과 저(低)수위의 원인에 대해 상반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미국 LMI의 의뢰로 환경 기구인 아이즈온어스(Eyes on Earth)는 2020년 4월 ‘Monitoring the Quantity of Water Flowing Through the Upper Mekong Basin under Natural Conditions’ 보고서를 발간했다. 본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메콩 상류에 총 11개 댐을 건립하였고, 470억㎥의 물을 저장함으로써 중하류 지역의 가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Pompeo) 미 국무장관은 더 나아가 “중국이 메콩의 자연환경과 경제를 위협한다”고 비난한 데 이어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와 아이즈온어스가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아 12월 15일부터 메콩의 중국 댐을 감시하는 공동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The Japan Times, 2020년 12월 24일). 이에 중국은 2020년 7월 중국 수자원연구소와 칭화(靑華)대의 공동 보고서를 통해 상류 댐이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또한 2020년 초에 메콩 상류댐 정보를 MRC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콩 유역에서 미중의 경쟁구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과 중국 외에도 한국·일본·호주·EU 또한 메콩 유역에 대한 원조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메콩 유역국과 정상회의를 시작한 이래 도쿄전략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한국은 2011년 한·메콩 장관회의를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과 2020년에 연달아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메콩 유역의 미중 경쟁이 남중국해와 같이 당장에 군사적 긴장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대(對)메콩 접근 전략을 강화하고, 중국 영내 메콩강 상류 댐의 환경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미중 경쟁의 수위는 계속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오바마 정부와 같이 아시아의 외교적 현안에 대한 미일 동맹 관계를 복원한다면, 메콩 유역 에서 미·일 대 중국의 경쟁 구도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메콩의 외교적·경제적·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한·메콩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향후 메콩 유역 내 미중 갈등을 비롯한 외교적 구도와 변화를 주목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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