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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빅데이터로 보는 인도의 농업개혁법 통과로 인한 국내 혼란 확대 이슈 추이

인도 EMERiCs - -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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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심층이슈 분석

인도, 농업개혁법을 통해 농산물 유통시장 민간에 대폭 개방
지난 2020년 9월 20일 인도 의회는 농산물 유통시장을 민간에 대폭 개방하는 내용의 농업 관련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고, 람 나트 코빈드(Ram Nath Kovind) 인도 대통령은 최근 이를 승인해 개혁법의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인도 의회가 통과시킨 농업 관련 개혁 법안은 ▲ 가격보장 및 농업서비스 계약법 ▲ 농산물 무역 및 상거래 촉진법 ▲ 필수식품법 등으로 총 세 건이다. 세 법안 모두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에서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번 농업개혁법의 핵심은 기존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시장을 민간에 개방하여 인도 농민들이 유통업체 등 민간기업과도 직접 농산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전에는 인도 농민들이 정부가 지정한 농산물 도매시장에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한편 인도 정부는 민간업자가 곡물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도 풀었다. 인도에서는 수익을 목적으로 식량을 비축해두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인도 당국은 이번 농업개혁법이 농산물을 독점 거래하는 도매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전국적으로 약 7,000개에 달하는 도매시장들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농산물 공급을 조작하고, 인도 농민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을 운영하는 등의 폐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농민들을 대형 민간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피해를 줬고 인도의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이번 법안이 인도 농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인도 농업개혁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모디 총리는 이번 농업개혁법을 통해 인도의 농업 생산량이 증대되고, 농업 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가 촉진되어 인도 농민들의 소득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나렌드라 싱그 토마르(Narendra Singh Tomar) 인도 농업부 장관 또한 이번 법안이 극심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 농업 부문을 개선하고 인도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 농업개혁에 힘입어 2024년까지 농민 소득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대규모 농업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한다. 모디 인도 총리는 2019년의 총선에서 2022년까지 농민 소득을 2배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농업 경쟁력 제고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제반 사정으로 프로젝트 기한이 2024년으로 연장된 바 있다.

인도 농민 시위 점차 격화... 정부도 강경 대응
인도에서 농업개혁법에 반대하는 농민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인도 농민들은 농업개혁법 통과 전부터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으나, 정부에 의해 농업개혁법이 졸속으로 통과되자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2020년 11월에는 수천 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수도 뉴델리(New Delhi) 시내에 진입해 경찰과 충돌하는 등 시위가 격화된 바 있다. 한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팝스타 리애나(Rihanna), 일부 발리우드 스타 등은 SNS를 통해 이번 인도 농민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인도 농민 시위가 격화되자 인도 정부는 인터넷 차단부터 철조망 설치까지 온·오프라인의 여러 수단을 총동원해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강경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 당국은 시위대 간 소통을 통제해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농민 집결 지역의 인터넷망을 차단했으며, 시위대의 시내 진입을 막기 위해 시내 곳곳에 철조망과 바리케이드, 차량 통과 방지용 못 등 여러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수도 진입이 봉쇄되자 수많은 인도 농민들은 뉴델리 인근에서 숙식하며 시위를 진행 중이다. 겨울비를 동반한 매서운 추위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며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인도 정부는 공공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농민 지도자와 인권 운동가 등 농민 시위와 관련된 계정 1,000여 개를 삭제해 달라고 트위터(Tweeter) 측에 요청했으며, 반정부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인도의 20대 환경운동가 디샤 라비(Disha Ravi)를 긴급 체포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가 이번 시위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농업개혁법 반대 시위에 인도의 여러 사회·경제 변수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 주도 농민들의 상당수는 펀자브(Punjab) 지역 출신으로, 인도 최대의 곡창지대 중 하나인 펀자브 지역 농민 대부분은 이번 농업개혁법 시행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됐다. 펀자브 지역은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절충한 시크교의 주요 근거지로, 이들 시크교도 중 일부는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벌이며 인도 정부와 대립해왔으며, 특히 힌두민족주의 성향을 강화하고 있는 현 나렌드라 모디 정권에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농민 시위에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이나 파키스탄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농민들, 농업개혁법으로 인한 생계 위협 우려
인도 농민들이 이번 개혁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농업개혁법의 기존 취지와는 달리 농산물 가격결정권이 민간 기업들에 주어지면 농민들이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게 되어 농민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농산물시장위원회(APMC, Agricultural produce market committee) 관리하에 도매시장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을 유통해 왔으며, 농민들이 내놓는 농산물을 품질과 관계없이 농산물 도매시장이 수매하도록 최저 가격제도를 시행해왔다. 생산가와 소매가의 차이를 줄여, 농민을 보호하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에서였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식량 부족 국가였던 인도는 1960년대부터 이 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인도 농민들은 농업개혁법이 시행되면 대형 농산물 유통업체나 구매자들에게 농산물 가격 협상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농산물 도매시장에 기반을 둔 기존의 수매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최저 가격제도도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15년 전 농업개혁법과 비슷한 법이 통과된 인도 북부의 비하르(Bihar) 주의 사례를 들며, 이로 인해 농산물 유통 인프라가 붕괴했고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더 내려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농민들의 열악한 상황은 이들의 반발 강도를 더욱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인도는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약 47%가 농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인도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인도 농민의 대부분은 영세하며, 인도 농가 한 곳당 평균 경작지는 1.15헥타르(3,400여 평)에 불과하고,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1,000달러(한화 약 110만) 정도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한편 인도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농민들의 고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2차 산업 발전이 지체된 인도 산업 구조로 인해 인도 농민들에게는 농업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일자리가 거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미국 언론지 포브스(Forbes) 또한 농업을 제외하면 선택할 일자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농촌을 개혁하려는 인도 정부의 어설픈 시도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농민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경하자 인도 정부는 향후 18개월 동안 법 시행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인도 농민들은 농업개혁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무부 장관은 정부는 언제든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또한 인도 당국은 농민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도, 개혁·개방 기대감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입 증가
최근 인도는 농업 부문을 비롯해 각종 부문에서 시장 개방과 구조개혁 관련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는 시장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농업과 노동법을 개혁하고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등을 도입했으며, 법인세를 낮추는 등 친(親)기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인도는 2020년 4월부터 외국인의 주식 보유 지분율을 기존 24%에서 최대 100%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의 자본시장 개방폭이 확대되며 최근 인도로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인도로 유입된 자금은 234억 달러(한화 약 25조 9,506억 원) 규모로, 이는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었다. 신흥국 대다수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로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경험한 뒤 2020년 4/4분기가 되어서야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과 달리 인도로 일찌감치 외국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주식 보유 지분율 규제 완화 등 자본시장 개방 폭이 확대되고 농업 및 노동법 개혁, 법인세 인하 등 인도의 내부적 요인이 부정적 글로벌 유출 요인을 상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자본 유입에 힘입어 지난 1월엔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가 5만 선을 처음 돌파했고, 50대 우량 기업주로 구성된 니프티(NIFTY) 또한 역대 최고치를 지속해서 경신하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추세 둔화와 백신 접종 지속, 인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기저효과에 따른 성장률 반등 기대감 등 또한 인도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2021년 GDP 성장률 예상치를 11.5% 수준으로, 2022년 예상치는 6.8%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향후 2년간 중국을 비롯한 경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세이며,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IMF는 2021년 인도 다음으로 중국(8.1%), 스페인(5.9%), 프랑스(5.5%) 등이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1월 30일 크리쉬나머티 서브라마니안(Krishnamurthy Subramanian) 인도 재무부 경제고문은 2021년 4월에 시작되는 2021/22 회계연도 인도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도 경제의 반등 전망에 힘입어 인도로의 자금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민 시위, 인도의 RCEP 참여 여부에도 영향 미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여겨지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불참하기로 한 인도의 결정에는 인도 농민들의 반대 또한 한몫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도 농민들은 인도가 RCEP에 가입할 경우 특히 중국으로부터 저가 농산물이 대규모로 밀려들어 올 것이라 우려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RCEP 협상을 앞두고 인도 농민과 야권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RCEP 협상 과정에서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등 무역 장벽 축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인도는 결국 RCEP에 불참하기로 했으며, 이에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호주·일본·뉴질랜드 등 15개 국가는 인도를 뺀 채 2020년 11월 4일 협상 타결을 선언하게 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RCEP에의 불참을 선언하자 인도 농민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산다르 VM 싱(Sardar VM Singh) 인도 농민투쟁위원회 의장은 인도의 RCEP 불참에 대해 “이는 인도 농민을 위한 큰 승리”라 언급했으며, 인도 최대 낙농업체인 아물(Amul)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RCEP 불참을 결정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RCEP 참여국들은 인도의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의 선언문까지 공동으로 채택하는 등 인도의 RCEP 가입을 위한 설득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인도 정부는 앞으로도 RCEP 불참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 관계자는 2020년 11월 모디 인도 총리가 밝힌 RCEP 불참 선언 당시와 비교하여 인도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RCEP 불참에 대한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뿐 아니라 아세안·한국·일본·호주 등 RCEP 가입국 대부분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RCEP에 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인도 일각에서는 RCEP 가입이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입을 촉구하고 있다. 인도의 이코노믹타임즈(The Economic Times)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통해 인도인들은 더 값싼 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며 RCEP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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