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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코로나19와 러시아 저가소비시장 확대 트렌드

러시아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 2021/03/30

경기침체에 따른 러시아 소비시장 변화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러시아 가구의 소비지출은 루블화기준 전년대비 2.1% 감소한 54조 2,726억 루블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전년보다 약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1> 러시아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 변화
* 출처: Fitch Solutions, “Russia Consumer & Retail Report Q4, 2020,” p. 11.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정상적인 기업활동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실업확대 및 가계소득 감소가 러시아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비자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하향추세였던 소비자 물가는 2020년 2월 전년 동기대비 2.21% 상승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어 2020년 12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4.91% 상승하여 10개월 연속 상승추세를 기록하였다.1) 소비자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완화적 통화정책기조가 유지되었고 이로 인해 루블화 평가절하가 빠르게 이루어져 물가상승을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2020년 11월과 12월 각각 5.76%와 6.69% 상승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타 국가들이 가계에 대한 직접지원을 통해 소비상황을 개선하고자 했던데 비해 러시아 정부는 물가자극을 우려해 가계에 대한 직접지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연간 소비자 물가를 4% 미만으로 유지하고자 하나 현재는 관리수준을 상회하는 상황으로 소비자들은 실업과 가계수입감소 및 물가상승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경기침체는 단순히 소비 감소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변화시킨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경기호황기 때와는 다른 소비행태를 보이게 되는데, 소비행태 변화는 단순히 물건을 적게 사거나 저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다른 환경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소비의식과 행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작금의 코로나19 위기는 온라인 시장확대와 결합되고 있다. 

과거 러시아 경기침체기의 소비자 행태
러시아는 1998년 모라토리엄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대러 경제제재 등 수 차례의 경기침체기를 맞은 적이 있다. 그리고 각 시기마다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이동하면서 빈곤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경기침체가 일어나고 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하향소비(trading-down)’성향을 강화하게 된다. 이는 한정되거나 축소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적 소비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로서는 불가피한 행태이다. 지난 2015년의 경제위기 시에 러시아 소비자들은 경기불황에 따라 상품 구매를 축소하거나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패턴을 변화하였다. 

2015년 경기불황이 본격화됨에 따라 6개월 이전보다 저렴한 상품 구매를 확대하고 전반적인 소비지출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응답이 같은 해 1월에 비해 각각 10% 증가하였다.2) 특히, 고소득층 보다는 저소득층인 소비가 경기침체기에 더 절약하는 소비패턴을 나타낸다. 보스턴 컨설팅(Boston Consulting)이 2015~2017년의 경기불황 이후인 2018년 약 4,000명의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소비자들 가운데 가구소득이 월평균 350달러 이하인 가정의 42%가 이전보다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하였으나 가구소득 월평균 1,700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에서는 20%만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3)

시장이 양극화됨에 따라, 점차 많은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 시에 가격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한다는 점은 러시아 경제가 지난 수년간 서방의 경제제재 하에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9년에 얀덱스(Уандекс)와 지에프케이(GFK)가 실시한 공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이유로, 온라인을 통해 가격비교가 가능하며(61%),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58%)인 것으로 나타나(복수 응답) 가격적인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4)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가격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경기불황에서 회복되는 단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 번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은 장기간의 경기침체 하에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면서 체화된 근검절약의 소비 트렌드를 이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저가시장 확대사례
‘스베타포르(Светофор)’는 러시아의 창고형 초저가 할인매장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이다. 당시 러시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 1호점을 개점하였으며 현재는 국내외 모두 약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의 모태는 1994년 주류 도매업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러시아 소비시장에서 저가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러시아 최초의 창고형 할인매장이 탄생하게 되었다. 사업 초기에는 주로 크라스노야르스크와 시베리아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상점을 개점하였으나 이후 극동지역 및 러시아 전역으로  매장이 확장되었으며 현재는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CIS 지역과 독일 등에도 다른 이름으로 진출해 있다. 

이 기업은 러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창고형 할인매장의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일본이나 독일 등에서는 이미 이러한 형태의 소매업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왔다. 동사의 주요 전략은 유통구조를 단순화하여 소비자에게 초저가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 유통대비 약 2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취급하는 상품의 수를 약 1,500~2,000여 개로 제한하여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제품에 판매를 집중하는 전략을 폈던 것이며, 다른 하이퍼마켓과는 달리 매장의 규모를 초대형화 하지 않고, 지역의 상권에서 상점개설 및 운영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입점한 것도 원가절감에 도움이 되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와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스베타포르의 경우, 경기불황의 시기적인 요인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와 저가시장확대의 변화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성장한 사례이다. 이 기업이 처음으로 시장에 진입한 때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상황도 좋지 않던 시기이다. 스베타포르는 당시 러시아 시장에서 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기존에 러시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통 부문을 창출했다. 이후 2015년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러시아의 경기불황에 따라 저가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업은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추세이다. 

<그림 1> 스베타포르의 저가상품시장 진출
* 출처: 저자 작성

   
또 다른 저가시장 확대의 사례는 기존 러시아 대형유통 기업의 자체브랜드 상품(Собственные торговые марки)의 판매가 증가하는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다. 대개 대형유통기업이 자체브랜드로 출시하는 상품들은 일반 상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상품의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과거 러시아에서 품질이 낮은 저가 상품군으로 취급되러왔고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이러한 자체브랜드 상품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유통 기업들은 과거와 같이 단순히 저렴한 자체브랜드 상품을 제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체브랜드 상품은 대개 식품부문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정용품이나 장난감 등의 분야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초저가 전략 차별화는 과제
이처럼 초저가 시장 확대에 따라, 러시아 내의 다른 유통그룹인 X5나 SPAR 등도 주요 소비지인 모스크바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베타포르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시장보다는 온라인 유통의 성장을 자극하고 있어, 스베타포르를 포함한 초저가 유통기업의 경우, 향후 초저가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과 온라인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다른 온라인 전용 플랫폼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과제로 남아있다. 


* 각주
1) CEIC, "Monthly Consumer Inflation,"
2) Вциом, Press release No. 1767
3) BCG, “Russian Consumers and the New Economic Reality,” 17, May. 2018, (https://www.bcg.com/publications/2018/russian-consumers-new-economic-reality, 검색일: 2021년 2월 10일)
4) Яандекс Маркет и GFK, “Тренды рынка онлайн-торгвли,” Сентябрь. 2019, с.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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