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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태국, 개헌 난항 이어져

태국 EMERiCs - - 2021/04/02

☐ 헌법 개정 논의 지지부진

◦ 개헌 발의 법안 부결
- 지난 2021년 3월 17일, 헌법 초안 위원회(charter draft assembly)를 구성하기 위한 ‘헌법 개정 법안(charter amendment bill)’이 태국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헌법 개정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현재 상·하원 통합 총 의석의 과반수인 367표의 찬성표를 얻는 동시에, 전체 상원 의원 250명의 3분의 1인 이상인 84명이 개헌에 동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 상원에서 84표, 그리고 하원에서는 283표의 찬성표를 얻어야 했다.
-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헌법 개정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206명이었으며, 그중 상원의원은 불과 2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차례 논의와 수정을 거쳤던 헌법 개정 법안이 파기되었고, 태국 의회는 헌법 조항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었던 헌법 초안 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없게 되었다.
- 한편 이번 표결에 참석한 의원 중 127명은 투표 참가 자체를 거부했으며, 특히 현재 집권 중인 군부 정권과 가까운 상원에서 반대표와 무효표 및 기권이 쏟아졌다. 현행 태국 헌법상으로 상원 의원 대부분을 정부가 지명할 수 있으며, 이렇게 의석을 얻은 상원 의원이 총리 지명 투표에서 선거로 선출된 하원 의원과 동일한 1표를 행사할 수 있기에 군부 정권 연장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 태국 정부는 태국 왕실과 가까운 성향을 지니고 있다. 반면 개헌을 요구하는 민주화 세력은 상원 의원 권한 축소 및 입헌 군주제에서 공화국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어 개헌 찬성파와 태국 정부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야당 연합, 실망감 표출
- 개헌 작업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었던 헌법 개정 법안이 부결되자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총리를 비롯해 군부를 대변하는 팔랑 프라차랏당(PPRP, Phalang Pracharat Party), 그리고 친 정권 성향의 연합 정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 반대로 제1야당인 프어타이당(Phuea Thai)을 위시한 야당 연합은 의회 투표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태국 정계는 헌법 개정 법안 의회 투표 이전에도 친(親)정권 의원이 많은 현 태국 의회의 구성상,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 이번 의회 투표는 헌법 개정 법안에 대한 마지막 3차 토론(final reading)을 마친 후 실시되었다. 3차 토론은 표결 전 11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러나 법안이 파기되면서 3차 토론은 물론 1~2차에 걸친 토론과 여러 의견 수렴 활동도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 헌법 개정 법안이 부결되면서 군부 정권과 여당은 개헌을 지연시킬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일부 개헌 지지 세력이 3차 토론과 표결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추언 릭파이(Chuan Leekpai) 태국 의회 의장과 쑤킷 아토빠콘(Sukit Atthopakorn) 태국 의회 의장 자문위원은 거듭 2021년 3월 17일에 표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17일 당일 예고한 바와 같이 헌법 개정 법안에 대한 최종 3차 토론과 의회 표결을 강행했다.
- 이에 더해, 지난 2021년 2월에 있었던 총리 불신임 투표에서도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군부 정권은 한층 더 정치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자신의 사임을 원하면 그렇게 투표해도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불신임 투표로 총리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낮은 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 태국 정부와 여당은 개헌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견도 수렴할 준비가 되어있고 개헌 논의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현 내각을 해산하고 왕실 권한을 대폭 약화시키는 민주화 세력의 요구는 거의 수용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 개정 법안 의회 표결에도 많은 의원이 불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개헌 절차에 대한 논란 가중

◦ 헌법재판소, 국민 투표 필요하다는 해석 내려
- 태국은 지난 1932년 처음으로 헌법을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약 20차례에 걸쳐 헌법을 개정할 정도로 자주 개헌을 했다. 현행 헌법은 지난 2017년에 군부가 개정한 헌법으로, 개정 후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 이에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부터 개헌을 어떠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정치 진영마다 제각각이었다. 그중 가장 큰 논란은 현행 태국 헌법으로는 헌법 조항을 바꿀 수 없고 기존 조항을 수정할 수만 있다는 해석과 개헌 권한이 의회에 없다는 해석이 있었다. 이는 모두 개헌 반대 진영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해당 사안은 결국 태국 헌법재판소가 판정하게 되었다.
- 태국 헌법재판소는 개헌과 관련된 헌법 조항 검토를 마친 끝에 개헌 작업을 할 수 있는 의무와 권한 모두 태국 의회에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단, 개헌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태국 국민에게 개헌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 총 투표를 시행하여 찬성이 더 많을 경우 헌법 조항 신설 및 수정 작업을 시작해야 하며, 수정 헌법을 다시 한번 국민 총 투표에 부쳐 한 번 더 태국 국민으로부터 찬성 의사를 얻어야 최종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해석을 공표한 시기는 이번에 부결된 헌법 개정 법안이 2차 토론을 마치고 3차 토론과 의회 표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해석 결과가 알려지자 태국 의회 내에서도 모든 개헌 관련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국민 총 투표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의회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개헌 절차와 관련하여 혼란이 빚어졌다.
- 헌법재판소의 해석 이후에도 태국 의회는 헌법 개정 법안의 3차 토론과 표결을 진행했고, 결국 부결되었다. 이에 개헌 논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며, 향후 다시 한번 개헌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해석대로 국민 총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양새이다.


☐ 민주화 세력과 군부의 입장 차이 여전

◦ 민주화 시위대, 주장 굽히지 않아
- 지난 2020년, 거대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uture Foward Party)의 강제 해산으로 규모가 커진 민주화 시위는 공화정 체제 수립, 의회 해산 및 내각 퇴진, 군부에 유리한 현행 헌법 개정을 요구 사항으로 걸었으며 시위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민주화 시위대의 요구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 그에 비해 태국 정부는 민주화 시위대의 요구 사항을 실질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물대포와 고무탄, 최루탄을 시위대에 발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여기에, 태국 정부는 상당 기간 적용하지 않았던 왕실 모독죄를 이유로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을 계속 구속하고 있다. 시위의 구심점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자, 최근 들어서는 일부 지역에서 시위 규모가 작아지는 등 민주화 세력의 힘이 약해지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주화 시위대가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 실제로, 2021년 3월 들어서는 민주화 시위대의 공식 성명 발표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시위대에 대해 지금과 같은 강경 진압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 민주화 세력이 원하는 개헌은 쉽지 않을 것
- 태국의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된 가운데, 지난 2020년 2월에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도 미얀마에 쏠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도 태국 민주화 시위의 동력이 약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 태국 역시 미얀마와 마찬가지로 현행 헌법으로 인해 군부 정권을 퇴진시키고 새 헌법을 제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해석대로 국민 총 투표에서 개헌 찬성 의견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수정 헌법이 완성되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다시 말해, 애초에 민주화 세력의 요구 사항을 모두 담은 새 헌법이 탄생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 지난 수개월 동안 논의되던 헌법 개정 법안이 부결되면서 태국의 개헌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민주화 세력은 요구 사항을 계속 유지한 채 점점 더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고, 태국 정부는 시위대에 대한 진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 앞으로 태국이 헌법을 수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수정 헌법도 민주화 세력의 초기 요구와는 상당한 거리를 보일 수 있다. 이에 더해, 개헌 논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ai PBS World, Three scenarios for final vote on Thai charter amendment bill, 2021.03.16.
Bangkok Post, Court justifies charter ruling, 2021.03.16.
Thai Enquirer, Third reading of charter bill in the balance as court ruling debated, 2021.03.12.
Bangkok Post, Tensions rise over charter, 2021.03.13.
Thai Examiner, Parliamentary vote on constitutional reform is questioned, court says referendum may be needed, 2021.03.15.
CNN, Thai protest leaders go on trial for sedition and insulting the king, 2021.03.15.
Bangkok Post, Charter rewrite may proceed with two referenda, 2021.03.11.
Thai PBS World, Charter Court requires referendum prior to drafting of new constitution, 2021.03.11.
Pattaya Mail, Thailand will need a national referendum before rewriting constitution, 2021.03.12.
Bangkok Post, Joint sitting rejects charter change bill, 2021.03.18.
Thai Examiner, PM left master of the field as constitutional reform moves stall with street protests quieted, 2021.03.27.
Bangkok Post, Pheu Thai urges partial amendment, 2021.03.22.
The Thaiger, Thai activist to submit petition against charter amendment bill voters, 2021.03.20.
Bangkok Post, Don't derail charter push, 2021.03.15.
Thai PBS World, Senators and MPs are set to vote on constitutional amendments this evening, 2021.03.24.
Borneo Bulletin, Constitutional amendment bill aborted by Thai lawmakers, 2021.03.19.
Bangkok Post, Referendum bill delay a perilous game,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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