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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국영은행의 민영화 추진과 향후 쟁점

인도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 2021/04/05

2014년 5월 취임 이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다양한 경제정책과 개혁을 추진했다. 제조업 육성을 내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 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급격하게 단행한 고액권 사용금지가 포함된 화폐개혁과 통합간접세(GST, Goods and Services Tax) 시행은 일부 계층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모디 정부는 새로운 예산안에서 시장지향형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수십 년간 금기시 되었던 국영은행 2곳의 민영화를 발표했다. 

수년 전부터 인도 금융시스템, 그 중 은행산업은 여타국에 비해 높은 부실채권 비율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인도 중앙은행 내에서도 국영은행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민영화를 권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영은행 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거세 향후 민영화 일정은 안개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영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는 지속적인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 
2011년 이후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는 인도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거론되었다. 부실채권은 은행의 건전성 외에도 수익성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여파를 가져올 수 있어 중요하다. 즉, 코로나19 여파로 인도 경제도 여타국과 마찬가지로 침체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은행권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면, 기업이나 개인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체 은행권 총대출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9월 13.5%로, 전년 동기에 비해 6%p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1) 그리고 같은 기간 금융권 총자산 중 60% 정도를 차지하는 국영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체 은행권 평균보다 6.5%p 높은 16.2%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민간은행의 7.9%, 외자계은행의 5.4%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인도 국영은행의 부실대출 문제는 과도한 인프라 분야 대출 등에서 비롯되었다. 2000년대 이후 관련 업종을 대상으로 은행권은 대출을 확대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인도경제 성장세가 약화되었고, 사업의 지체와 중국발 과잉공급의 영향을 받은 철강산업 수익성 악화로, 인프라 사업과 연관된 대출 리스크가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영은행의 신용판단은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었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도 대출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었다. 그 결과, 관련 사업주체의 은행 이자 지급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채 초과상태에 이르러 부실채권이 누적되었다.

이에 인도 중앙은행은 기업과 개인의 파산을 억제하기 위해 2020년 3월말 은행대출의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도입하였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일정한 상환 기한이 지난 채권도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부실채권 문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인도 경제의 불안요소로 내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 표면화를 우려하여, 2021년 예산안에서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2,000억 루피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부실채권 관리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 국영은행의 개혁을 위한 민영화 추진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국영은행 민영화는 은행권의 경쟁력 향상 등에 초점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본형성이 필요한 후발국인 경우,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는 Gerschenkron(1962) 가설2) 은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국영은행의 존재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국영은행은 부족한 자본을 생산적인 용도에 제공함으로써 전체 경제의 편익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가주도의 금융시스템이 정치권의 특정 목적에 동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정 이해 관계자를 위한 대출 기능은 신용배분을 왜곡하는 한편 국영은행의 효율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인도 정부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관점에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신용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금융시스템의 국가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여 부실한 민영은행 정리를 통해 1969년 14개 은행을 국영화하였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현재 인도의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3) 은 2019년 말 기준 50.1%에 불과하여, 비교 대상 43개국 중 40위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앞서 살펴본 신용의 기준이 되는 부실채권 비율에서도 국영은행과 민간은행 간 차이가 현저하여, 국영은행의 수익성은 민간은행에 비해 저조하다. 이는 인도 정부가 국영은행 민영화를 추진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국가 재정의 재원을 확보하고, 부실채권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확산을 제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국영은행 민영화의 필요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실물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자금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인도 정부가 은행산업의 개혁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은행 민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
1990년대 이후 다수 신흥국에서는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진행하였다. 이는 은행의 정부소유가 금융발전과 경제성장을 낮춘다는 실증 결과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 정책당국은 은행의 민영화가 경제와 금융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판단했다. 실제 인도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증분석에서는 은행의 민영화가 효율성과 수익성을 모두 제고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제주체의 지불능력과 유동성을 늘리는 동시에 문제가 있거나 성과가 미흡한 자산을 축소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4) 이에 기초할 경우, 인도 은행산업의 민영화 추진은 여타국에 비해 매우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도 정책당국 내 국영은행 민영화 계획은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인도 중앙은행의 자문위원회는 국영은행이 전체 대출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실채권 누적이 경기하강을 촉발시키고, 국영은행의 재무기반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영은행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하고, 민영화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5) 

인도 정부의 은행 민영화 계획에 시장관계자 다수는 환영의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신흥국 중 성장여력이 높지만, 금융발전이 더딘 인도경제가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도의 국립 공공 재정정책 연구소(NIPFP, National Institute of Public Finance and Policy)의 교수인 Ila Patnaik는 은행 민영화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는 개혁 지향적인 동시에 시장 지향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6) 그리고 인도의 금융 시스템 개혁이 만성적인 부실채권, 완만한 신용증가세, 지배구조의 문제 등을 개선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효율성이 높은 규제장치 등이 은행 민영화 성공의 전제 조건 
이처럼 은행 민영화에 대한 긍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모디 정부의 국영은행 민영화 추진은 예상한 바와 같이, 내부의 커다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인도 전역의 국영은행 노동조합은 정부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파업에 돌입하여 은행 서비스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산업 민영화 내용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2020년 인도 중앙은행 실무진은 대기업에게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검토하였다. 이를 두고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관련 안이 시행되면, 대규모 산업자본에 과도한 영향력을 부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前) 인도 중앙은행 총재인 라구람 라잔은 국영은행을 산업자본에 매각할 경우에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비판들은 정부의 은행산업 관련 효과적 규제(은산분리: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은행산업의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이 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간 인도의 비효율성을 드러낸 국영은행은 선별적인 민영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민영화와 함께 은행 간 합병이 이루어지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이 제고되어 금융서비스 제공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게다가 민영화를 통해 선진기술의 도입이 촉진되면,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은행 경영활동 개입이 줄어들 경우, 불필요한  대출도 축소되므로 은행산업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인도의 은행권 민영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간 인도 국영은행이 부실채권 리스크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에서는 금융시스템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국영은행의 ‘금융 포용’ 기능도 향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가 민영화 추진에서 관건이다. 즉, 민영화가 진행된 은행이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소외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등에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은행 서비스 비용 인상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영은행의 민영화는 규제의 실효성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라구람 라잔은 이전 독립적인 규제기관도 부실대출을 회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건전한 규제와 감독이 그간 문제였다면, 인도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가 심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7)

또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민간 은행은 자칫 과도한 위험추구 행동을 전개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금융시스템 안정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부의 국영은행 민영화 추진이 인도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Reserve Bank of India, FINANCIAL STABILITY REPORT, 2021.1.
2) Gerschenkron, Alexander(1962): Economic Backwardness in Historical Perspective, Belknap Press.
3) 국제결제은행(BIS) DB
4) Milind Sathye, Privatization, Performance, and Efficiency: A Study of Indian Banks, 2005.
5) India’s Central Bank Panel Recommends Privatizing State-own Banks, WSJ, 2014.5.14.
6) Modi shatters taboo with plan to privatise state banks, Financial Times, 2021.2.7.
7) Did Raghuram Rajan call bank privatisation a mistake after batting for it?, CNBC,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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