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샤리아 경제의 확대

인도네시아 이지혁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2021/04/29

세계 무슬림 인구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는 약 2억 2,000만 명(세계 무슬림 인구의 12.6%)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다(2015년 기준, Pew Research Center 2019). 인구와 비례하여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할랄 제품이 소비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을 최대 할랄 ‘소비국’에서 최대 할랄 ‘생산국’으로 전환하려는 국가적 계획을 수립했다. 할랄이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하는 상황에서 할랄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슬람 경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이하 조코위)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컨대 2016년 8월 2일 이슬람 금융을 전담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을 설립했고, 2019년 5월 14일에는 ‘샤리아경제마스터플랜(Masterplan Ekonomi Syariah Indonesia)’을 발표했다. 2021년 2월에는 세 개의 국영 이슬람 은행을 합병하여 ‘인도네시아샤리아은행(Bank Syariah Indonesia, BSI)’을 설립했다. 

샤리아 경제(이슬람 경제)는 무엇인가? 
이슬람의 초기 역사에서 의미 있는 경제적 행위 및 제도와 관련된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분되는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이슬람 경제는 20세기에 등장했다(Kuran 2006). 등장 이후 수십 년 동안은 실천의 영역이 아닌 지적 담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지만, 1970년대 이후 여러 국가에서 이슬람 경제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슬람 경제학이란 이슬람의 법체계인 샤리아(Sharia)에 부합하는(Sharia compliant) 혹은 샤리아에 바탕(Sharia based)을 둔 경제학이다. 이슬람이 태동한 중동은 오래전부터 상업과 무역이 성행한 지역이었고 무함마드 자신이 상인이었다. 따라서 이슬람 경제학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금하거나 상행위를 천박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 활동에 있어서 종교적 그리고 윤리적 요소가 가미된다(이지혁 2018).

현대적 개념의 ‘이슬람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만든 파키스탄의 사상가이며 법학자였던 마우두디(Sayyid AbulA’la Maududi)는, 현대 경제가 점점 더 복잡해짐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문제와 연결된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함께 치료하지 않고 오직 문제 자체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근본 문제라고 비판했다. 마치 질병을 치료할 때 몸 전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한의학적인 접근법과 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국소적인 부분만을 치료하는 양방의 접근법이 다른 것처럼, 그는 전자의 전체적인(holistic) 접근법을 강조했다. 마우두디는 생활 전반의 삶으로서의 이슬람을 강조하면서 이슬람 경제학이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Maududi, 2013). 

이슬람 금융에서 시작된 이슬람 경제는 점차 이슬람식 생산, 유통, 소비 등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통 금융과 달리 이슬람 금융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자라고 번역되는 ‘리바(riba)’,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가라르(gharar)’,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돈이나 물건을 거는 행위인 ‘마이시르(maysir)’가 허락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된 세 가지 외에도 근본적으로 샤리아를 준수하지 않는 모든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슬람식 소비의 경우 할랄 인증제도가 보편화되면서 무슬림 사이에서 할랄 식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디나르스탠다드(DinarStandard)에서 매년 발간하고 있는 ‘글로벌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state of Global Islamic Economy)’는 매년 세계이슬람경제지표(GIEI, Global Islamic Economy Indicator)를 발표하는데, 이 지표에서 점수로 환산되는 영역은 할랄 식품, 할랄 금융, 할랄 패션, 할랄 관광, 할랄 미디어 및 레크리에이션, 할랄 의약품, 화장품이다.

이슬람의 보수화
1970년~80년부터 시작된 이슬람화(Islamization)와 다크와(dakwah, 이슬람 선교) 운동은 절충적이고 엄격하지 않았던 종교적 실천에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금요 예배와 금식에 참여하고 성지순례를 떠나는 무슬림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이슬람과 관련된 출판물이 늘어났으며 이슬람과 관련된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이 증가했고 학교에서 이슬람 교육의 인기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서 이슬람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김형준 2014). 

한편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의 신질서(New order) 동안 주변화되었던 이슬람 세력은 1990년대 말 찾아온 민주화 이후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중도적 혹은 온건한 무슬림으로 간주되지만, 점차 이슬람이 보수화되는 현상을 사회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슬람의 보수화가 제도권 내의 정당정치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급진적 이슬람 세력들의 대중 동원 능력이 새로운 정치적 변수가 되었다. 예컨대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때 이슬람수호전선(FPI)를 비롯한 강경 이슬람 단체들이 조직한 대규모 집회는 전직 자카르타 주지사 아혹(Basuki Tjahaja Purnama)을 신성모독이라는 죄명을 씌워 구속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2019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보수적인 무슬림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老) 이슬람 학자인 마루프 아민(Ma'ruf Amin)을 부통령에 임명하고 친이슬람적인 정책을 수립한 것이 최근 샤리아 경제 강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슬람식 소비 실천에 대한 의식 제고와 생활에서의 종교적 실천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슬람 경제가 태동하고 성장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조코위 정부의 샤리아 경제 정책
샤리아 경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육성 계획은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 때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조코위 정부 때이다. 조코위 정부는 대통령령(No.91/2016)으로 2016년 8월 2일 ‘국가이슬람금융위원회(KNKS, Komite Nasional Keuangan Syariah)’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직을 맡아서 회의를 주관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대통령이 의장이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의회(MUI, Majelis Ulama Indonesia) 의장 출신인 마루프 아민 부통령이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KNKS는 이슬람 금융과 관련된 정책 및 전략 수립, 전략적 프로그램에 대한 조율, 감시, 평가 등을 담당한다. 또한 이슬람 금융 상품과 관련된 연구 및 혁신을 도모하고 이슬람 금융 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역할을 한다. KNKS의 핵심 관계자는 샤리아 경제가 오케스트라라고 가정하면 KNKS는 이를 총괄하는 지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Winosa 2019). 

KNKS의 설립은 그동안 민간 영역에 놓여있던 이슬람 금융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인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접근을 의미한다(KNEKS 2019/04/01). 이는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벤치마킹한 측면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초창기부터 국가 주도로 이슬람 금융을 육성하여 현재 이슬람 금융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KNKS는 이슬람 금융뿐만 아니라 할랄 산업 전반을 관장하기 때문에 2020년 1월에 이름을 ‘국가이슬람경제·금융위원회(KNEKS, Komite Nasinal Ekonomi dan Keuangan Syariah)’로 변경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5월 14일에 ‘인도네시아 샤리아 경제 마스터플랜 2019~2024(Masterplan Ekonomi Syariah Indonesia 2019~2024)’를 발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은 무슬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협력기구(OIC, 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 국가에 대한 수출 규모 면에서 비(非)이슬람 국가인 브라질, 영국, 인도보다 뒤처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인도네시아를 할랄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국에서 완전한 생산국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스터플랜에는 향후 5년 동안 수행할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비전, 목표, 전략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이슬람 경제를 선도하는 중심이 됨으로써 독립적이고, 발전적이고, 문명화된 인도네시아”를 창조하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다음의 네 가지 목표를 수립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설정했다.



전략의 핵심은 인도네시아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인 식음료와 패션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할랄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이슬람 금융을 확대함으로써 할랄 산업에 필요한 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Aisya and Gorbiano 2019).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던 날 네 개의 국영 이슬람 은행(Bank Syariah Mandiri, BNI Syariah, BRI Syariah, BTN Syariah)과 디지털 결제 시스템 회사인 피나르야(PT Fintek Karya Nusantara, Finarya)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링크아자(LinkAja)를 샤리아 전자 화폐(sharia electronic money)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링크아자는 인도네시아 전자결제 시장 점유율에서 고젝(Go-JEK), 오보(OVO), 다나(DANA) 다음으로 높은 앱(app)으로서 국영 통신회사인 텔꼼셀(Tekomsel)과 다른 여러 개의 국영 회사가 컨소시엄(consortium)을 구성하여 세워진 자회사 피나르야(Finarya)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링크아자는 2019년 6월 30일에 ‘링크아자 샤리아’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링크아자 샤리아는 현재 국가샤리아위원회(DSN-MUI)로부터 인증을 받은 인도네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샤리아 전자화폐다. 링크아자 샤리아는 다양한 결제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20개 이상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링크아자 샤리아와 연결된 은행 고객의 경우 전국 4만 개의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링크아자를 통해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자캇(zakat)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zakat, infaq, shadakah, waqf, ZISWAF)의 종교적 기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샤리아 디지털 경제(sharia digital economy)’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디지털 경제와 관련하여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 규모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면에서 매우 독보적인 국가다.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경제의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은 440억 달러로 필리핀 75억 달러, 태국 180억 달러, 말레이시아 114억 달러, 싱가포르 90억 달러, 베트남 14억 달러보다 훨씬 크다(Google and Temasek and Bain&Company 2020). 

디지털 경제와 이슬람 경제의 교집합이 샤리아 디지털 경제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중·상류층 사이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이슬람식 소비의 실천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대형 전자상거래 마켓플레이스 회사들은 앞다퉈 샤리아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인 또고피디아(Tokopedia)는 2019년 11월에 이슬람 친화적 상품과 할랄 인증 상품을 전용으로 판매하고 이슬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꼬피디아 살람(Salam)’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꼬피디아를 시작으로 업계 라이벌 회사인 쇼피(shopee)는 ‘쇼피 바로카(Barokah)’를, 블리블리(Blibli)는 ‘블리블리 하사나(Hasanah)’를 출시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에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할랄 인증을 법으로 강제하는 ‘할랄제품보장법’을 제정했다. 새로 제정된 할랄 규정은 굉장히 강력한 법안으로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5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고 2019년 10월에 발효되었다. 더불어 과거 인도네시아 MUI 소속의 할랄인증원(LPPOM MUI)에서 전담했던 할랄 인증을 2019년 10월부로 종교부 산하의 할랄제품보장청(BPJPH)(2017년 10월 11일에 신설)으로 이전했다. MUI를 국가와 무관한 순수 민간기구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이는 과거 민간 영역에 있었던 할랄 인증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지금도 할랄인증원이 제품의 할랄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기관(LPH)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샤리아 경제의 현황
‘글로벌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 2019~2020(state of Global Islamic Economy 2019~2020)’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GIEI의 종합 점수는 49점으로 총 73개 국가 중 5위다. 인도네시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로는 말레이시아(111점), 아랍에미리트(79점), 바레인(60점), 사우디아라비아(50.2점)가 있다. GIEI는 이슬람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경제 생태계(ecosystem)에 대한 평가로서 2019~ 2020년 보고서의 경우 73개 국가에 대한 이슬람 경제의 강점을 평가했다. 주요 평가 항목으로는 수요 및 공급 드라이버(driver), 거버넌스, 인지 및 사회적 고려 등이 있다. 각 영역의 점수와 랭킹을 살펴보면 이슬람 금융(54점) 5위, 패션(37.9점) 3위, 무슬림 친화적 관광(52점) 4위이다. 나머지 할랄 음식(47점), 미디어 및 레크리에이션(17점), 의약품 및 화장품(42점)에서는 글로벌 상위 10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샤리아 경제 마스터플랜 2019~2024’에 따르면 2017년 샤리아 경제의 총 소비는 인도네시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2,000억 달러가 조금 넘었다. 전체 소비에서 할랄 식품과 관련된 소비가 1,697달러로서 84.85%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많은 할랄 상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할랄 식품 생산에서 비(非)이슬람 국가가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것에 크게 자극 받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 이슬람 금융은 전제 금융의 9.9%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말까지 이슬람 금융의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올릴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이슬람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6.07%(2020년 4월)로서 일반 은행에 비해 아직은 매우 낮다. 과거 이슬람 금융에서 은행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현재는 정부가 발행하는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수쿠크 시장의 점유율은 17.5%로 말레이시아(39.2%)와 사우디아라비아(20.4%) 다음으로 높다(Edgemarkets 2021). 2021년 4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 개의 국영 이슬람 은행이었던 BRI 샤리아 은행, Mandiri 샤리아 은행, BNI 샤리아 은행을 합병하여 ‘Bank Syariah Indonesia(BSI)’를 설립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경제에 기념비적인 일로 평가되는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주주들은 BSI가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은행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Mulia, 2021). 

평가와 전망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이슬람화와 정치적 보수화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경제가 태동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했다. 처음에는 도시에 거주하는 교육받은 신중산층을 중심으로 종교적 실천 강화와 이슬람식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났지만, 점차 이러한 흐름은 모든 무슬림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샤리아 경제의 부흥에 자본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샤리아 경제의 확대를 단순히 이슬람화의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나치게 환원주의적 해석이 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슬람식 소비가 강조되는 동시에 세속적, 서구적, 그리고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도 증가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쉽게 발견되는 패션화된 히잡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혼종성이 지금의 이슬람 경제를 추동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슬림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슬람 경제의 강화는 종교적인 요인과 함께 경제적 논리가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슬람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적 정의와 공공의 복지를 추구하는 소위 ‘마카시드 알 샤리아(Maqasid al Sharia)’이지만 실제에 있어 이러한 이상보다는 주류 경제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형적으로는 샤리아에 부합하지만 그 내용에서 주류 경제와 수렴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부상하는 이슬람 경제에 대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 국가적인 자존심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다른 어떤 국정철학보다 우선시하는 조코위 대통령의 실용적인 노선과 2019년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정체성 정치에서 보수 무슬림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이슬람 학자를 부통령으로 임명한 정치공학적 행보가 부상하는 샤리아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슬람식 소비에 대한 의식 제고, 신중산층 중심에서 무슬림 전반으로 확대되는 할랄 소비 시장, 국가의 제도적 지원, 이슬람 경제 자체의 경쟁력 제고 등을 고려할 때 이슬람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높은 금융문맹율, 이슬람 금융 분야의 전문 인력 부족, 할랄 제품의 질적 성장, 유통구조의 취약성, 출자금융 보다는 대출 금융에 편중된 금융 상품 등은 극복해야할 점으로 지적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