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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남미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이슈

중남미 일반 정상희 계명대학교 스페인어 중남미학과 교수 2021/06/03

1. 논의의 필요성
2016년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수립 이후 국제개발협력체제의 변화는 가속화되었다. 기존 국제개발협력체제에서 정부가 주요한 행위 주체의 역할을 담당했으나 비정부기구(NGOs), 시민사회, 기업, 재단과 같은 다양한 민간부문 행위 주체의 중요성이 확대되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개발(Development)’를 위한 목적을 넘어선 기후변화, 이민, 질병과 같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개발협력 체제의 변화는 미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중남미 지역의 전통적인 공여국에 의한 지원 동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즉,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수원국 리스트(Recipients List)에서 대부분 중소득국(MICs, Middle Income Countries)에 속해 있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전통적인 공여국들의 지원은 파리선언(Paris Declaration)1) 이후 감소추세를 보여 왔다. 이는 주요한 DAC 공여국들의 지원이 저소득국에 집중되면서 나타났던 결과였다. 이들은 원조의 규모보다 효과성의 개선을 추구했으며 개발의 영역뿐만 아니라 외교와 통상 등 여러 부문의 영역 간 연계성을 토대로 중소득국인 중남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추진하였다. 
   
한편, 2017년 칠레와 우루과이는 DAC의 수원국 리스트로부터 졸업한 국가들로 분류되었다. 또한 칠레,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등은 개발도상국 간 협력인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 전통적인 공여국과 수원국 이외에 중소득국의 역할이 포함된 삼각협력(Triangular Cooperation)과 같은 지원을 지속하면서 SDGs체제에서 ‘신흥공여국(Emerging donors)’으로서 역할을 강화하였다. 
   
이처럼 새로운 국제개발협력 체제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행위주체로서의 역할과 지원방식에서 변화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유엔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CEPAL, Comisión Económica para América Latina y el Caribe)에 의하면, 중남미와 카리브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8.4%를 차지하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전 세계 사망자 수에서 중남미 지역 사망자 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8.7%에 이르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2020년 -7.7%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실질 GDP 감소 현상이 나타났으며 수출은 13%가 감소하고 270만 개의 기업이 파산하였다. 또한 중남미 전체 인구의 33.7%에 해당하는 2억 900만 명은 빈곤층에 속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12.5%인 7,800만 명은 극빈곤층에 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남미와 카리브 지역의 채무 비율은 GDP의 79%에 이르게 되었다(Barcena, 2021).
  
이처럼 코로나19이전 중남미 지역은 수원국에서 신흥공여국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왔으나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역할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오히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극빈곤율과 소득불균형 비율, 보편적인 에너지에 대한 접근과 같이 SDGs에서 개선되었던 지표들은 코로나19 이후 개선이 정체되거나 역행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리브 지역은 기후변화, 일자리, 부채 상황 등에서 취약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리 중남미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2. 중남미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이슈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국제개발협력에서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코로나19의 예방, 치료, 방역 부문에서 활용되었고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ICT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경제부문에서 기업들의 웹사이트 활용과 전자상거래가 급증했고 이와 관련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교육 부문에서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었다. 

이처럼 경제, 교육, 공공행정, 의료부문 등에서 ICT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 ICT로 인해 계층, 인종, 지역 간 격차가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ICT를 활용하기 위해서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기본적인 장비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기술적인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남미에서 4,000만 가구는 여전히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Barcena, 2021).

코로나19 이전부터 중남미 지역에서 여성과 같은 지역 내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이루어져 왔다. 일반적으로 여성과 관련하여 높은 청소년 임신율, 가정 내 육체적·성적인 폭력, 가사 일과 돌봄 노동으로 인한 시간 빈곤, 여성의 경제적 빈곤 상황 등이 주요한 이슈로 다루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논의되었던 여성의 경제적인 취약성은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 부문의 업종이 코로나19로 인해 근무시간이 단축되거나 기업이 파산하는 등의 타격을 입게 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와 경제적인 자주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간 봉쇄정책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교육기관이 폐쇄되면서 여성의 가사일과 돌봄 노동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 이외에도 실업률의 증가와 경제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정 내 긴장 상황이 유발되고 이는 여성에 대한 정서, 육체, 성적인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이러한 폭력의 신고 건수는 30~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ONU Mujeres, 2020). 이러한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는 폭력 상황에 있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의무적인 격리에 대해 예외를 선언했으며, 콜롬비아는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적, 심리적인 지원이 원격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ONU Mujeres, 2020). 이외에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의 확충과 같은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에서 빈곤계층이 집중되었던 농촌지역은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위한 우선적인 지역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의 산업화 이후, 열악한 농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시의 외곽을 중심으로 슬럼 지구가 형성되었다. 도시 내 단기간 집중된 인구로 인해 주거, 일자리, 교육, 보건과 같은 기초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고 빈곤, 실업, 치안 부재 등 경제, 사회문제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기존 공여국들은 도시 빈곤의 이슈를 중심으로 도시개발(Urban development)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보호 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 
   
코로나19 이후 도시지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지원 대상으로 도시가 부각되었다. 실례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중교통의 이용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산업별 근무시간을 다르게 하거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민들은 노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의 음식과 의약품 구매를 지원하였다(OECD, 2020).

중남미 국가들의 GDP에서 차지하는 농업과 관광업의 비중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농업이 수출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기후변화 등 환경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이 취약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환경부문과 환경 취약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환경의 이슈는 자연 자원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분야와 연계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의 발생 초기, 항공, 차량 운행,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이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후변화의 개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장기화된 봉쇄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인 불황은 저탄소 기술투자에 대한 기업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3. 전망과 시사점
코로나19로 인해 중남미 국제개발협력에서 보건의료, ICT, 교육, 환경, 정부의 공공행정 분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도시와 여성 등 취약지역과 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중남미를 지원했던 공여국들은 초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으나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체계의 강화, 다자차원의 지원 확대, 채무상환의 연기, 식량과 일자리를 포함한 경제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발생 이전부터 SDGs의 달성을 위한 민간재원의 확보는 현재 SDGs의 달성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역행하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다. 
   
이와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민간재원의 확보, 정부 이외에 다양한 행위주체를 포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구축과 더불어 새롭게 논의되는 국제개발협력의 이슈를 중심으로 SDGs의 개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보다 의료보건, 위생, 일자리, 환경, 교육, 공공행정의 현대화 등 한국이 전통적으로 지원해 왔던 중점지원 분야들을 중심으로 범분야 이슈로서 ICT와의 연계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향후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다양한 민간재원을 동원하고 다각화된 행위주체를 포괄하며 새로운 다자차원의 지원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 각주
1) 원조효과성을 위한 고위급 회의로서 2005년 파리에서 개최되었으며 본 회의에서 원조의 질과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었다. ODA Korea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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