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싱가포르의 기후행동계획

싱가포르 Masood Ahmed LKY School of Public Policy,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Ph.D. 2021/06/1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싱가포르는 지대가 낮고 인구 밀도가 높은 열대 섬나라로 해수면 및 기온 상승, 건기 확대, 강우강도 증가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취약한 국가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은 작은 골칫거리를 넘어 매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972년 이후 싱가포르의 평균 기온은 26.6℃에서 28.3℃로 상승했으며, 2015년은 기록상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 말까지 싱가포르의 평균 기온은 1.4~4.6℃가량, 해수면은 0.25~0.76m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온실가스(GHG, greenhouse gas)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0.11%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GDP 1달러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싱가포르는 기후변화 관련 성과 측면에서 세계 20위권 이내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6년 환경성과지수(EPI,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조사에서 180개국 중 14위를 기록했으며, 2013년 아시아 녹색도시지수(Asian Green City Index)에서 상위 22개 도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1)  

2015년에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36%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싱가포르가 작은 도시국가이고 대체⸱재생가능 에너지원이 한정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다. 싱가포르의 온실가스 1차 배출원은 발전, 산업, 수송 부문이 대표적이며, 2차 배출(전력 소비에 따른 배출)을 포함하면 산업, 수송, 건물, 가정이 주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산업, 수송, 건물, 가정에서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1차 및 2차 배출량 합산치 기준 각각 59%, 17%, 17%, 6.4%이다.

2016년, 당시 싱가포르 대통령이었던 토니 탄 켕 얌(Tony Tan Keng Yam)은 세계도시정상회의(World Cities Summit)와 싱가포르 국제 물 주간(Singapore International Water Week) 및 싱가포르 청정환경 정상회의(CleanEnviro Summit Singapore) 공동 개회식에서 싱가포르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을 발표했다. 기후행동계획은 싱가포르가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참여국으로서 공약한 내용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2020년에 만료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대체한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내로 제한하자는 약속을 재확인한 국제 협약으로, 싱가포르는 2016년 4월에 이 협정에 서명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 3월 31일에 새롭게 갱신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및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Long-Term Low-Emissions Development Strategy)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했다. 2015년 7월에 파리협정 하에서 제출했던 기후변화 관련 목표를 수정·보완한 이번 NDC를 통해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총 65MtCO2e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싱가포르의 LEDS는 NDC에서 제시한 목표에서 더 나아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고 배출량 대비 절반 수준인 33MtCO2e까지 낮추고, 이번 세기 내에 가능한 빠르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2)

싱가포르의 기후행동계획
싱가포르 기후행동계획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1. 싱가포르의 탄소효율성 제고
싱가포르 기후행동계획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싱가포르의 탄소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파리협정 하에서 내건 공약을 달성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36% 저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주요 전략은 산업, 건물, 수송, 가정, 수자원, 폐기물 등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1) 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분야는 싱가포르의 에너지 효율성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부문이다. 싱가포르 산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20% 정도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유, 석유화학, 반도체 부문의 에너지 절약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싱가포르는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발표했다. 일례로 에너지 집약형 산업 부문의 기업은 모두 에너지보존법(ECA, Energy Conservation Act)에 따라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감독하고 관련 정보를 매년 보고하는 에너지 관리자(energy manager)를 지정할 의무를 진다. 이들 에너지 관리자는 싱가포르 공인 에너지관리자(SCEM, Singapore Certified Energy Manager)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는다. 기업체를 위한 자발적 성격의 프로그램인 에너지효율성 국가파트너십(EENP, Energy Efficiency National Partnership)의 경우 ISO50001과 같은 에너지 관리 표준을 홍보하고 국가에너지효율성컨퍼런스(National Energy Efficiency Conference) 등 교육용 행사를 마련할 뿐 아니라 에너지 관리 관련 우수 사례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초기 투자금을 최대 100% 지원하는 에너지효율성 자금지원 파일럿 프로그램(Energy Efficiency Financing Pilot Program)도 있다. 싱가포르 환경청(NEA, National Environment Agency)에서는 기업이 신규 설비 구축 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자원 효율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설계 워크숍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며, 에너지 효율성 관련 개선점 파악을 위한 감사 비용 또한 최대 50%(상한 20만 싱가포르달러) 지원한다. 더불어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Economic Development Board)과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규 장비 및 기술에 투입되는 비용의 최대 20%를 지원하기도 한다. 에너지 고효율 설비에 대해 처음 1년 동안의 가속상각을 지원하는 가속감가상각충당금 제도(ADAS, Accelerated Depreciation Allowance Scheme), 과세소득에 대한 기존 자본공제에 더해 투자공제 30%를 추가 허용하는 투자공제-에너지효율계획(IA, Investment Allowance-Energy Efficiency Scheme)도 정부 지원 제도의 사례이다.3)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의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로 꼽히는 만큼, 싱가포르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개발청(IDA, Infocomm Development Authority)은 2020년까지 싱가포르 내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BAU 대비 50% 향상시키기 위해 친환경데이터센터 기술로드맵(Green Data Center Technology Roadmap)을 만들었다. IDA는 이 외에도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친환경데이터센터표준(Green Data Center Standard), 에너지 효율성 개선 프로젝트 대상 투자공제제도, 친환경데이터센터프로그램(GDCP, Green Data Center Program)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GDCP를 통해 기온 최대 38℃ 및 습도 90% 이상의 환경에서 가동하는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을 40%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의 열대 데이터 센터(TDC, Tropical Data Center)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 중이다. 

2) 건물
싱가포르 건설청(BCA, Building and Construction Authority)은 건축 및 건설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BCA의 지침 하에서 2005년에 17건이던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의 수는 2016년에 2,700건으로 증가했다. BCA가 마련하는 녹색건축물 기본계획(Green Building Masterplan)의 목표는 싱가포르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서는 건물 입주자의 에너지 소비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BCA는 기존의 건물에 조명기구 등의 고효율 에너지 장비를 추가 설치하는 일을 해 왔으며, 싱가포르그린빌딩협의회(SGBC, Singapore Green Building Council)와 협력하여 2030년까지 전체 건축물의 80%를 친환경 건물로 만들고자 한다. 

3) 수송
수송 부문은 싱가포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15%를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현재 약 200km 정도인 국내 철도망을 2030년까지 360km로 확장하겠다는 목표 하에 철도교통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계획대로 기존 철로 노선에 열차 120대가 추가 운행을 시작할 경우 싱가포르의 철도 교통량은 도쿄나 런던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버스 노선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5년 기준 60%였던 대중교통 사용량을 2020년까지 75%, 2050년까지 85%로 높이고자 한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도보 및 자전거 이용 또한 장려하고 있다. 포장 도보를 200km로 확대한다는 목표는 2018년에 달성되었으며, 2015년 기준 355km였던 자전거길 또한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려 700km로 만들 계획이다. 자가용의 경우 자동차등록증(CoE, Certificate of Entitlement) 발급비, 전자식 도로통행세(ERP, Electronic Road Pricing), 자동차세, 등록비, 유류세 등을 높여 사용을 억제하는 한편, 전기차(EV, Electric Vehicle) 사용률은 충전 키오스크 확대를 통해 진작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2030년 이후로 청정 에너지 사용 차량의 등록만을 허가할 예정이다. 

4) 가정
가정 내 탄소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싱가포르는 에어컨, 냉장고, 건조기, 텔레비전, 온수기 등의 가전기기 대상 최저에너지효율기준(MEPS, 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s)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다. NEA는 의무 에너지 라벨 제도(MELS, Mandatory Energy Labeling Scheme)를 도입하여 소비자들이 가전기기의 에너지 효율성을 비교한 후 소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에너지 고효율 가전기기 사용을 장려하는 홍보 캠페인 또한 진행하고 있다. 

5) 수자원 및 폐기물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또 다른 한 축은 최첨단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 및 해당 기술의 사용 확대이다. 일례로 싱가포르의 수자원공사(PUB, Public Utility Board)는 해수담수화 및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화학적 탈염 등의 신기술을 계속해서 시험하고 있다. NEA 또한 쓰레기 소각량을 줄이기 위해 2015년에 61%였던 재활용률을 2030년까지 70%로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며, 자원 및 에너지 회수 최적화를 위해 최신 기술을 활용한 폐기물 에너지화(Waste-to-Energy)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더불어 BCA, 에너지시장청(EMA, Energy Market Authority), 주택개발청(HDB,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 EDB, NEA, PUB 등 싱가포르의 여러 정부기관은 태양열 사용량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2. 기후변화에 대한 싱가포르의 회복탄력성 증대
기후행동계획의 두 번째 목표는 기후변화에 대한 싱가포르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동 계획에는 기후변화가 싱가포르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더불어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담겨 있다. PUB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 및 폭우로 인한 홍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SPR(Source-Pathway-Receptor, 유발원인-진행경로-피해대상의 단계적 분석) 접근법 기반 조치, 배수로 너비 및 깊이 확장, 저류조 설치, 홍수 대비용 지대 및 제방 높이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취했다. NEA와 보건부(MOH, Ministry of Health)에서는 날씨가 더워질 것을 대비해 일반 대중이 야외 활동 계획을 적절히 수립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열 스트레스(heat stress) 관련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AVA, Agri-Food and Veterinary Authority)은 식품 공급 측면에서의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해 식품 수입 대상국을 다각화하고 있다. BCA와 HDB는 높은 기온과 거센 바람이 건물 및 건물 부착물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이를 완화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MA, IDA, 육상교통청(LTA, Land Transport Authority), 민간항공청(CAAS, Civil Aviation Authority of Singapore), 해양항만청(MPA, Maritime and Port Authority) 등 기타 정부기관에서는 발전소, 이동통신망, 교통망 등 핵심 인프라를 점검하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4) 

결론
싱가포르가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국가적 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리적 한계나 재생에너지원 부족, 배후지 및 자연자본 부족 등 바꿀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이 존재한다. 이에 지난 몇 년 동안 싱가포르는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 비전을 통해 녹지나 온실가스 흡수원(carbon sink) 등 생태학적으로 가치 있는 공간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렇듯, 싱가포르는 재생 에너지원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5) 

싱가포르의 기업, 환경 NGO 단체, 지역사회단체 등은 기후변화 타개를 위해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자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정부의 노력을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 위치한 리코 사(社) 아태지역 본부(Ricoh Asia Pacific)에서는  기업과 개인의 친환경적인 행동을 권장하기 위해 매년 환경 행동의 날(Eco Action Day) 캠페인을 주관하며, 전력회사인 싱가포르 파워(Singapore Power)는 이동 전시회와 활동 키트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환경협의회(SEC, Singapore Environment Council)는 싱가포르 친환경 라벨링 제도(Singapore Green Labeling Scheme)를 통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도 지원을 통해 이런 다양한 노력에 힘을 실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친환경 개발 부문의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 정부는 환경 및 재생가능 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과학계와 산업계 간의 협력을 진작하고 있다. 또한 태양열 에너지, 에너지 보존, 친환경 건축물, 청정 교통수단 등 여러 부문에서 혁신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구축 및 적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R&D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인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삶의 질과 생활 환경 또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책과 함께 시행되는 탄소저감 정책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기 좋은 도시로서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WIPO IP Statistics Data Center [Electronic resource]. – 2021. – Mode of access : https://www3.wipo.int/ipstats/. – Date of access : 19.03.2021.
2) https://www.nea.gov.sg/our-services/climate-change-energy-efficiency/climate-change/singapore%27s-efforts-in-addressing-climate-change
3) https://www.nccs.gov.sg/docs/default-source/publications/take-action-today-for-a-carbon-efficient-singapore.pdf
4) https://www.nccs.gov.sg/docs/default-source/publications/a-climate-resilient-singapore-for-a-sustainable-future.pdf
5)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singapore/singapore-green-plan-climate-change-sustainability-goals-14088522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