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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꼼짝없이 멈춘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 과정, 그 현황과 미래 전망

세르비아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21/06/2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EU, 과연 좋은 선택지인가? 
구(舊)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SFRY, Socialist Federal Republic of Yugoslavia)의 구성국이었던 세르비아는 1991년 SFRY 해체 이전 사회주의 시절에도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SFRY는 EU의 지중해 지역 주요 교역 파트너이기도 했다. SFRY 해체 직전이었던 1990년, EU 당국에서는 ‘곧 독립국이 될 예정’이었던 SFRY 6개 공화국에 준회원국 자격 부여와 함께 도합 50억 유로가량의 투자안을 제시했다.1)2) 그러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외 세력의 막후 지원3)을 받고 있던 이들 공화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독립 과정 ‘개시(initiating)’를 잠깐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슬로베니아와 북마케도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SFRY 구성 공화국은 EU의 후한 제안을 거절한 이후 10년 동안 내전에 휘말리며 사망자 14만 명, 실향민 400만 명을 발생시켰다.4) 국민이 대거 해외로 이주했고, 경제·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졌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더디고 고통스러운 전환 과정도 뒤따랐다.

2000년 세르비아에서 점진적인 혁명(soft revolution)과 정치적 변화가 발생한 직후 개최된 테살로니키 정상회의(Thessaloniki Summit, 2003)를 기해 EU가 서발칸 국가들에 다시 한 번 회원국 자격을 제안하면서 EU 가입 논의가 재개되었다. 당시 친(親) EU 성향이 뚜렷했던 세르비아 정부는 2007년이나 2010년에 EU 가입이 완료될 것이라 점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세르비아와 EU 양측 모두에 있어 EU 가입 문제가 이처럼 중요하지 않은 적도 없었던 듯하다.

본 글에서는 세르비아와 EU의 정계 지도층이 암묵적 상호 합의를 통해 세르비아의 EU 가입 과정을 의도적으로 임시 중단하고 사안의 우선순위를 낮추어 두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Economides(2020)에 따르면 현 상황은 ‘확장 피로(enlargement fatigue)’현상이 아닌 ‘확장 저항(enlargement resistance)’현상에 가깝다.5)

지난 20년간 적극적인 EU 통합 진행이 어려웠던 이유 
지난 20년 동안 EU와 세르비아가 보다 긴밀히 협력하고 적극적으로 통합을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며, 그 중 몇 가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첫째로, 발칸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세르비아와 코소보6) 및 두 민족(세르비아인과 알바니아인) 간 관계 정상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EU 내에도 아직 코소보의 독립을 공식 인정하지 않은 5개국이 존재하기에 EU 당국이 가입 조건으로 세르비아의 코소보 인정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한 나라가 자국의 국경선 확정 없이 EU에 가입한 전례는 없었다.7) 둘째, 심각한 부패 및 미성숙한 제도 문제와 더불 어 ‘포획국가 현상(captured state, 제도·기관이 사회의 이익을 좇아 움직이지 않는 상황)’8)으로 인해 많은 EU 회원국이 세르비아 등의 발칸 국가가 EU에 가입하면 마피아가 유입(import)되고 합법화될 것이라며 염려하고 있다.9) 셋째, 세르비아의 외교정책이 EU의 정치적 우선 과제에 맞추어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코소보에 대한 입장 등을 이유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고자 하는 시도는 분명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불완전한 민주화(incomplete democratization)’에도 불구하고 발칸 지역을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 두고 ‘보호(protect)’할 필요가 있는 EU의 입장을 감안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감 확대가 가입 과정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10) 넷째,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지역 차원의 이슈도 영향을 미친다. 역내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EU 통합 추진에 지장이 생기고 EU 당국의 조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예: 크로아티아가 EU 가입 후보국이었을 당시 EU 회원국이었던 슬로베니아와 겪었던 갈등11)). 세르비아도 향후 몇 년 동안 이웃국과 비슷한 문제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글로벌 이슈(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나 내부적 문제(예: 브렉시트)로 인해 EU의 정치적 우선순위가 바뀌고 발칸 국가의 EU 가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세르비아의 EU 가입 관련 내·외부적 요인 현황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가로막는 정치적 장애물을 살펴본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통합 과정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U가 지금까지 몸집을 확대해 올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경제적 이득(예: 약 5억 인구의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 결속기금(cohesion fund)을 포함한 기타 자금지원을 통한 개발 지원 제공 등12)), 정치적 영향력 확대, 안보 강화13)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 EU는 내부적 정치 상황으로 인해 EU 확장에 주력할 겨를이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EU 확대를 위한 지원 수준이 보통 또는 그 이하인 것을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2019년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조사 결과 프랑스 응답자 가운데 EU 확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사람의 비율은 약 3분의 1에 불과했으며(32%), 58%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대 의사가 높게 나타났다(각각 57%, 57%, 56%).14)

2001년에 세르비아의 EU 가입 준비 절차가 시작된 이후 생겨난 EU 통합 회의론자(EU sceptic)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집단은 EU라는 일종의 정치 프로젝트와 개념 자체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반세계주의자(anti-globalist), 친러시아 단체, 극우세력 및 군소정당 등 각기 다른 성격의 행위자가 뭉쳐 있다. 이들은 EU 가입 시 세르비아가 국가 주권을 잃고, 물밀듯 들어오는 불공정 경쟁으로 현지 경제가 파괴될 것이라 주장한다. 두 번째 집단은 EU의 타성에 실망해 EU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며 가입 과정을 비판하는 세력이다.15) 이들은 크로아티아(2013년에 EU 가입)나 루마니아 및 불가리아(2007년에 EU 가입) 등 이전의 가입 후보국 사례와 비교할 때 EU가 제시하는 가입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주장한다. 단, 이들 집단은 문제의 원인을 EU의 개념 자체가 아닌 EU와 세르비아 간 관계의 성격에서 찾고 있다. 

2008년에 창당한 세르비아 진보당(SNS, Serbian Progressive Party)이 2012년에 열린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권을 장악한 이후 상기 언급한 EU 가입 찬반 문제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EU 가입에 반대하는 정당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세력을 잃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첫째로, SNS는 반(反) EU 성격의 보수당으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빠르게 사라져 영향력이 없는 세르비아 급진당(SRP, Serbian Radical Party) 지도부가 만든 당이다. 둘째로, SNS는 경제적 이익을 수단으로 삼아 EU 가입 회의론자를 통제 및 포괄하면서 매우 광범위한 연정을 구성했다. 셋째로, SNS는 코소보 사안과 관련하여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며 EU와 굳건한 관계를 구축하고 친EU 방침을 확실히 했다. 그러한 가운데, SNS는 큰 변화가 생기면 지금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여 소위 ‘완벽한 평형(perfect equilibrium)’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EU 통합 과정을 재개하면 집권 여당과 긴밀하게 결탁하고 있는 현지 부패 지도층의 사업에 큰 지장이 생기고 제도적인 결함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2) 러시아연방 및 중국과의 협력 강화는 EU 및 미국과의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 

(3) 정치적 타협을 통해 코소보가 독립을 공식 인정받고 EU 가입 가능성을 가지게 되면 세르비아 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어 현 정권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세르비아 외교 정책의 현재 기조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기’와 ‘매우 건설적인 역내 행위자로 가장하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EU 가입 전망을 저울의 한 쪽에,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다른 한 쪽에 올려 두고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친 EU 입장을 취하면서도 실제 정치 상황에서는 국내외 EU 통합 반대 세력과 야합하는 모습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시행된 여론 설문조사에서도 EU 가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갈리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내일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국민투표가 열린다면, 어떻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단위: %)
* 출처: 세르비아 정부 유럽통합부(Ministry of European Integration)
전체 응답자: 1,050명, 기간: 2019년 6~7월



한편,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성 언론과 사법부 및 주요 기관을 거의 완벽히 장악하는 독재식 통치가 필요하다.16) 야당이 의회 선거 보이콧을 결정한 이후(2020년 5월) 전체 의원 가운데 연정에 합류한 정당의 당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었다는 점을 바탕으로 현 정권의 세력 범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17)

EU의 경과 보고서를 통해 세르비아의 민주주의 및 언론의 자유 부문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으나18) EU 당국은 이에 대해 세르비아를 에둘러 비판하고 있을 뿐이다. 세르비아 정부와 마찬가지로 EU 또한 현 상황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전망
2014년에 EU와의 협상이 재개된 이후 세르비아는 총 35개의 협상 분야(chapter) 가운데 18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협상 시작 이래 처음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논의가 개시되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이러한 일시 중단 상태를 틈타 일종의 사회정치적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고 EU 가입의 장단을 계산하여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세르비아 내 현재 정치 상황을 볼 때 통합에 우호적인 목소리가 크지 않고 EU 당국 또한 연합 확대에 미온적인 바, 이러한 ‘공백기’는 2022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평형 상태를 흔들 수 있는 요소로는 세 가지가 있다. 

(1) 핵심 EU 국가가 소위 잘 알려진 ‘당근과 채찍’에 기반한 정책을 통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주창한다면 현재의 ‘안정 상태’를 깨고 제도적 개혁과 같은 통합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코소보 문제 해결과 서발칸 지역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심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나타날 경우 실현 가능하다.

(2) 미국 바이든 정권이 세계 곳곳에서 ‘소소한’ 지정학적 승리를 모색하며 외교 정책 노선을 변경할 경우 평형 상태가 흔들릴 수 있다. 

(3) 국제적 차원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세르비아 내부 갈등이 국제 쟁점화될 경우 평형 상태가 변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세르비아의 민주주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서발칸 지역의 EU 통합 계획이 실현될 수 있다.








* 각주
1) Jakovina, T. (2013). Hrvatska je mogla ući u Europu još 1989". Jutarnji list. https://www.jutarnji.hr/vijesti/hrvatska/tvrtko-jakovina-hrvatska-je-mogla-uci-u-europu-jos-1989.-861259
2) What did EU offer to SFRY in 1990? https://www.youtube.com/watch?v=uNkJnT2m1aA
3) On the reasons of SFRY collapse and external support to breakup read more at: Jović, D. (2009). Yugoslavia: A state that withered away. Purdue University Press.
4) https://www.ictj.org/sites/default/files/ICTJ-FormerYugoslavia-Justice-Facts-2009-English.pdf 
5) Economides, Spyros (2020) From fatigue to resistance: EU enlargement and the Western Balkans. Working Paper (17). The Dahrendorf Forum, Berlin, DE.
6) For more details, please see: Bieber, F. (2015). The Serbia-Kosovo agreements: an EU success story?. Review of Central and East European Law, 40(3-4), 285-319.
7) For more details about Serbia-Kosovo issues, you may also consult: Hajrullahu, A. (2019). The Serbia Kosovo dispute and the European integration perspective. European Foreign Affairs Review, 24(1).
8) https://www.clingendael.org/sites/default/files/2020-09/Policy_brief_Undermining_EU_enlargement_Western_Balkans_September_2020.pdf 
9) Fore more details, see: Richter, S., & Wunsch, N. (2020). Money, power, glory: the linkages between EU conditionality and state capture in the Western Balkans. Journal of European Public Policy, 27(1), 41-62.
10) UKEssays. (November 2018). Why Were Bulgaria and Romania Accepted in the EU?. Retrieved from https://www.ukessays.com/essays/politics/bulgaria-romania-accepted-eu-7084.php?vref=1
11) Bickl, T. (2021). The Border Dispute between Croatia and Slovenia. The Stages of a Protracted Conflict and Its Implications on EU Enlargement. Cham: Springer.
12) https://ec.europa.eu/info/strategy/eu-budget/long-term-eu-budget/2021-2027/benefits-eu-budget_en
13) More detailed elaboration could be found at: Piedrafita, S., & Torreblanca, J. I. (2005). The three logics of EU enlargement: interests identities and arguments. Politique européenne, (1), 29-59. https://www.cairn.info/revue-politique-europeenne-2005-1-page-29.htm
14) Hübner, C. et al. (2021), It’s the EU, Not Western Balkan Enlargement… French public opinion on the EU membership of the Western Balkans, Open Society Foundations, https://www.opensocietyfoundations.org/publications/its-the-eu-not-western-balkan-enlargement 
15) https://www.dw.com/en/serbias-future-is-euroskeptic/a-19468607 
16) https://ec.europa.eu/neighbourhood-enlargement/sites/default/files/serbia_report_2020.pdf
17) http://www.parlament.gov.rs/national-assembly/national-assembly-in-numbers/parliamentary-groups.1744.html
18) https://ec.europa.eu/neighbourhood-enlargement/sites/default/files/serbia_report_202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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